나의 연인에게.
00.
시끌대던 교실 속은 무섭기로 유명한 담임 선생님의 등장으로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남고라 통제가 안된다며 들고 다니시던 막대기만이 의미를 잃은 체 정적 속에서 교탁에 부딪히며 경쾌한 소리를 내었다.
"자습하고 있으랬지 누가 떠들라고 했어."
"죄송합니다."
어리버리하게 생겼지만 의외로 똑 부러지는 실장 녀석이 대표로 죄송하다고 사과를 드리니
선생님도 기분이 풀린건지 장난치듯 "어휴- 꼴통새끼들..." 하고는
앞문에 작게 난 창문을 바라보셨다. 자연스레 반 아이들의 시선도 그곳에 머무르는데,
기다렸다는 듯이 문이 열렸다.
"오늘 전학 온 도경수다. 덩치 작다고 괴롭히지들 말고. 제발 오늘도 무사히 종례시간에 보자.
너는 간단하게 인사하고 저기 젤 뒷자리, 제일 꼴통같이 생긴 놈 옆에 앉으면 된다."
"네."
작고 아담한 체구에 엄청나게 큰 눈으로 반 전체를 쓱 훑어본 전학생은 그저 작게 꾸벅 인사를 하고
'도경수라고 한다.' 라는 들리지도 않을 말을 흩뿌리듯 내뱉고 제일 꼴통같이 생긴 내 옆으로 왔다.
나름 친화력 좋기로 알려진 나는 전학생을 보고 사람좋게 씩 웃어보였지만 그 아이는 큰 눈으로 날 슬쩍 볼 뿐이었다.
선생님이 나가시고 정적은 곧 깨졌다. 다시 시끄러워진 교실 속 낯선 이는 하나였다.
내가 계속 쳐다보자 부담스러웠는지 이리 저리 시선 둘 곳을 찾다가 책을 펼쳐든 전학생은 졸린건지 눈을 비비며 책에 온 신경을 쏟아부었다.
"안녕, 도...도..."
"경수. 도경수."
대답을 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이름을 헷갈려 하는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 자신의 이름을 또박또박 읊어주어서 깜짝 놀랐다.
조금 당황했지만 애써 당황하지 않은 척 하고 질문을 이어갔다.
"어디서 전학 왔는데?"
"미국에서 왔어."
"와- 뉴요커네~ 한국엔 왜 왔는데?"
"내가 너한테 구구절절 설명해야 돼?...아버지 회사 때문에 다시 온거야."
전학생 도경수는 틱틱대는 기집애들 보다 더 까칠하고 도도했다.
더이상 할 말이 없어져 수업시간에도 안 보던 교과서를 아무 생각없이 멍하게 들여다 보는데 뒷문이 열리고 가뜩이나 시끄러운 반에
전교에서 제일 시끄럽다고 인정받은 놈이 들어왔다.
"야! 변백!"
"왜 안오나 했네"
"자기 나 기다렸어? 옆엔 누구?"
"징그럽게... 도경수라고. 전학생"
중학생때부터 지금까지 친구인 박찬열은 엄청 시끄럽게 생겨서 엄청 시끄러운 놈이었다.
딱 봐도 도경수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져 가는 것 같아 눈치껏 도경수의 옆에서 알짱대는 박찬열을 끌고 복도로 나왔다. 뒤를 힐끔 돌아보니
전학생은 기다렸다는 듯이 책상에 엎드려 멍하게 창문 밖을 보는 듯 했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아니겠지.
어깨를 으쓱하고 매점으로 달려가는 박찬열의 뒤를 쫓아 달렸다.
그것이 우리의 첫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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