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시간
[찬열X백현]
w. 아홉
:-)
푸른 나무들이 가득한 숲속, 아무도 찾아오지 않을 만큼 깊고 깊었다. 나무들이 빼곡히 자리를 잡았지만 그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이 꽤나 눈부셨고, 아름다웠다. 햇빛이 제일 많이 내리쬐는 계곡앞 오두막집은 작고 예뻤다. 낡은 나무판자로된 벽면이 보이지 않을만큼 초록생의 아지랑이가 지붕까지 얽히고 섥혀 빼곡히 메웠다.
문은 굳게 잠겨 닫혀 있었다. 자물쇠와 쇠사슬이 얽혀 마구자비로 엉켜있는 방문의 쇠로된 문고리는 잔뜩이나 녹슬어 손에 닿으면 까만 녹이 묻어나올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얗고 가는 손가락은 건반을 눌렀다. 꽤나 수준급의 연주를 하는것은 어린나이의 사내였다. 하얀색과 까만색으로 이루어진 피아노는 헐어버린 문짝과 달리 고급스러운 그랜드 피아노였다. 방 한가운데 놓여져 있는 피아노 앞에 앉은 사내는 한참을 말도 없이 악보한장 두지 않은채로 손을 움직였다.
' 철컹 '
쇠사슬이 서로 닿아 큰 소리를 내었음에도 불구하고 피아노 건반은 쉼없이 눌러졌고, 연주역시 끊기지 않았다. 굳게 닫혀있던 문을 열고 한 남성이 방안으로 들어왔다. 그제서야 기척을 느꼈는지 피아노를 연주하던 사내는 손을 황급히 내려 피아노의 뚜껑을 덮었다. 그리고는 그자리에 굳어서는 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사내가 고개를 돌리며 발목에 묶여있던 사슬이 맞닿는 소리를 내었다. 사내의 눈에는 천이 둘러져 있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듯 싶은 회색빛의 큰 천으로는 눈을 묶고있었다.
" 백현아, "
방으로 들어섰던 남성이 이름을 한번 불렀다. 사내의 이름은 백현. 피아노앞에 앉아있던 사내의 이름은 백현이였다. 남자가 백현의 이름을 불렀지만 백현은 여전히 자리에 앉아 멍하니 고개를 허공에 두었다. 남자는 깊은 한숨을 지어보이더니 백현의 옆으로 다가갔다. 백현의 옆자리에 앉자 백현은 작은 손을 부르르 떨었다. 남자는 백현의 오른손을 두손으로 꼭 붙잡았다. 피아노를 오래쳐서 그런지 손이 많이 찼다.
남자는 백현의 눈에 둘러져있던 회색천을 풀었다. 툭, 뒷부분의 묶인것을 풀어내자 천이 백현의 무릎위에 툭 힘없이 떨어졌다. 백현이 그런 천을 눈으로 빠르게 쫒듯 고개를 급히 푹 숙였다.
" 백현아, 백현아 고개좀 들어봐 "
남자는 애원하듯 백현에게 말을 걸었다. 백현은 한참을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있자, 결국 남자가 백현의 턱을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고개를 올렸다. 백현은 초점을 잃은듯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툭, 백현의 눈에서 눈물이 한방울 떨어졌다. 눈물은 백현의 하얀뺨에 선을 한줄기 그리며 떨어졌다. 투둑 하며 눈물은 계속해서 터져 나왔다. 안간힘을 쓰며 눈물을 참으려는듯 백현은 입술을 꼭깨물었다. 남자는 백현의 볼의 눈물을 엄지손가락으로 닦아주었다. 남자의 손이 얼굴에 닫자 백현은 움찔하며 몸을 살짝 떨었다. 남자는 굳게 다문 입술을 엄지손가락으로 꾹 눌러 더이상 입술을 깨물지 못하도록 했다.
" 어쩔수가 없었어. 백현아. "
남자는 계속해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며 백현의 얼굴을 돌려 눈을 마추었다. 여전히 백현은 남자의 눈을 보지 않았다. 아니, 보지 못했다는 표현이 더 옳았다. 남자는 갑자기 맘에안든다는듯 표정을 지어보였다. 눈썹을 찡그리더니 다시한번 한숨을 내쉬고는 백현의 부드러운 머리칼을 흐뜨렸다. 한번의 저항도 없었지만 백현은 묵언으로 남자를 거부하고 있었다.
남자는 백현의 발목에 걸려있는 쇠사슬을 한번 쳐다보더니 백현의 하얀손을 다시한번 꽉쥐더니 본인의 얼굴에 조심스럽게 가져다 댔다. 백현의 손이 미세한 떨림을 보이며 남자의 얼굴을 몇번이고 훑으며 빨간눈으로 한방울의 눈물을 한번더 떨구었다. 찬열역시 아까보다는 더 떨리는 손으로 백현의 지분거리던 손을 입술위에 가져다 대고는 조용히 속삭였다.
" 내이름이 … 박찬열이야. 지금 너앞에 있는 내가 박찬열이야. "
백현의 떨림이 멎었다. 정적이 흘렀고, 끝끝내 참아냈던 찬열의 눈물이 입술위의 백현의 손등으로 떨어졌다. 정적도 잠시 창밖은 먹구름이 잔뜩 끼어 금세 어두워 지더니 비를 내리고 있었다. 빗소리가 들리고 창문을 두드렸다. 찬열은 눈만을 창밖으로 돌려 내리는 비들을 보고는 다시 백현의 눈을 마주쳤다.
" 지금 밖엔 비가내려. 언젠가는 너랑 하나의 우산을 쓰고 빗속을 걷고 싶어. "
" … … . "
" 꼭 데리러올게. 더이상 아프지 않게 해줄게. 조금만, 조금만 기다려. "
찬열은 황급히 백현의 손을 떼어내더니 오른손으로 빠르게 눈물을 훔치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백현은 찬열의 온기로 부터 멀어짐을 느끼고는 그상태로 멍하니 찬열쪽을 응시했다. 찬열은 그런 백현을 한번 쳐다보더니 그대로 뒤를 돌아 방을 빠져나왔다. 자물쇠를 걸어잠그고 쇠사슬로 다시 단단히 문을 걸어 잠구고는 잠시 문을 한손으로 집고 눈을 감았다. 숨을 들위마시듯 호흡을 한번 하고는 그대로 미련없이 뒤를 돌아 오두막집을 빠져나와 고급스러운 차를 타고는 깊은 산속을 빠르게 빠져나갔다.
FIN
백현은 부잣집 아들, 그리고 태어날때부터 앞이 안보이고 귀가 안들리는 시청각(시각,청각) 장애인. 언뜻 보기에는 찬열의 집착, 감금물로 보이지만 전혀 관련없는 내용. 찬열은 백현의 집안에 어렸을적 입양된 아들. 유일하게 백현의 집안 사정을 알고있는 외부인. 1. 백현이 재벌가 아들임을 알 수 있는 부분 글 초반에 소개되는 허름한 오두막집과는 대비되는 고급스런 그랜드 피아노, 눈과 귀가 안보이고 안들리는데도 불구하고 완벽한 피아노 실력 = 어렸을때부터 부모에게 강제로 꾸준히 배워온 일종의 훈련. 2. 백현이 산속 깊이에 숨겨진 이유를 알 수 있는 부분 멍자국과, 발목에 묶여있는 사슬, 꼭꼭 걸어잠궈둔 문. = 백현은 지금껏 훈련을 거부하고 답답해하며 저항한 흔적, 더이상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부모는 그런 백현을 포기하고 숨겼다는것을 알 수 있다. 3. 찬열이 입양된 이유 백현이 장애아로 태어나고, 부모는 더이상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입장에서 기업의 대를 물려주기 위해 찬열을 입양. 4. 찬열이 백현에게 찾아오고 챙겨주는 이유 어렸을때 입양이 되서 그동안 쭉 봐왔고, 철저히 격리 시켜놓는 부모 몰래 백현에게 다가가 많은 도움과 정을 주며 유일한 친구가 되어줌. 결국 본인이 백현대신 기업의 대를 잇게 됐지만, 찬열은 본인의 명예 대신 백현을 더 그리워하고 무엇보다 백현이 우선. 5. 어렸을때 친하게 지냈음에도 불구하고 찬열이 본인의 이름을 백현에게 알려주며 속삭이는 이유 백현은 보고 들을 수 없으니, 문을 열고 들어온사람이 누군지 본인의 옆에 앉은사람이 누군지 모르고 있음. 불안함과 억울함에 떨며 눈물을 흘리는 백현을 안타까워 하며 찬열 본인이니 안심하라는 의미. (백현의 떨림이 멎음=백현도 찬열을 의지하고 있음) 6. 안들리고 안보이는 장애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들어온 기척을 느끼고 피아노를 멈춘 이유 태어났을때부터 장애가 있었기 때문에 시각과 청각 외에 다른 감각들이 일반인들보다 월등하게 뛰어남. 바닥으로 전해지는 미세한 진동으로 사람이 왔음을 추측. 7. 백현의 손을 입에다 대고 속삭인이유 (2개의 경우로 해석 가능) - 장애가 있으므로 어렸을때부터 손끝의 감각으로 입모양을 유추하는 방법을 훈련하고 배워옴. - 찬열의 얼굴을 손으로 더듬으며 이미 찬열임을 확인, 찬열의 입모양을 손의 감각만으로는 백현이 해석하지 못하지만, 말이 전해졌으면 하는 찬열의 간절한 마음을 혼자서 속삭이는 부분. 8. 푸른 나무 속 숲속 계곡앞 예쁜 오두막집과 반비례되는 쇠사슬과 자물쇠, 발목사슬의 의미 것모습으로 보기에 백현은 일반인과 다를게 없지만 오직 '장애'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어렸을때부터 강압적인 훈련을 받아야했고, 도망치고 싶어도 꽁꽁 묶겨서 달아날수 조차 없는 모습. 백현에게 자유란 장애란 벽앞에 존재할수 없음.춰둘 9. 제목이 느린시간인 이유 [사전적 의미] 일반인보다는 모든것이 느릴수 밖에 없는 장애의 한계. 고통스러운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TBODY>〈TBODY>
해석 ( 꼭 클릭해주세요) 〈/TBODY>〈/TBO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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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유지태 못알아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