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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아름다운 청춘의 한 페이지다.
민석은 오른손의 엄지손톱을 잘근잘근 물어뜯으며 한쪽 다릴 달달 떨었다. 다리를 떨때마다 지우개가루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아까 전 실장의 말이 웅웅 멤돌았다. 호모포비아에, 중국에서 한국으로 온것도…… 중국에서 다니던 학교에서 게이가 루한에게 고백을 해서 전치 4주에 해당할 정도로 그 고백한 아이를 망가트려놓아서 결국 한국에는 그나마 동성애자가 없을것이라 생각하고 온것이라니. 민석은 손톱을 물어뜯다가 말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가슴 한켠이 공허한게 찬바람이 쉭쉭 빠져나가는것만 같다. 교과서의 한 모퉁이에 루한 이라는 이름을 적었다. 예쁘다. 어쩜 이름도 예쁠까. 흘끗 루한을 쳐다보니 수업에 집중하는건지 앞만 뚫어져라 보다가 때때로 교과서에 무언갈 적어내려갔다. 저렇게 예쁘고 고운 소년이 그렇게 폭행했다는게 아까전 싸움을 두눈으로 똑똑히 보았지만 민석은 도저히 상상이 안되었다. 그리고 루한은 자신을 무어라 생각할까. 그것이 가장 큰 짐이었다.
"아."
사랑에 빠진걸까. 민석은 머리를 쥐어뜯었다.
8교시가 막바지에 이르렀을때 꾸깃꾸깃하여 접힌 쪽지가 민석의 책상에 톡 떨어졌다. 어디서 던진건지 누가 던진건지 민석은 알수가 없어 고갤 이리저리 돌렸다가 조심스럽게 쪽지를 펼치자 그때 자신에게 초코크림빵을 던졌던 그애, 이름이 형준 이었던가. 그 이름이 쪽지의 한켠에 적혀있었다. 내용은 간단했다. 끝나고 집에가기전 학교 뒤로 혼자 나오라는것이다. 민석은 오싹한 기분을 느꼈다. 그 쪽지의 글자가 스물스물 기어나와 자신의 목을 조를것같은 압박감이 느껴졌다.
"야 이 게이새끼야!!"
둔탁한 소리와 함께, 형준의 고함과 함께 민석은 뒷들의 촉촉한 화단으로 넘어졌다. 칼에 찔린듯 뜨겁고 아픈 배를 두손으로 가린채 민석은 몸을 일으킬수 없었다. "너 때문에! 아직도 아프다." 형준이 비웃음을 한껏 지은채 비틀거리며 화단에 엎어져있는 민석의 멱살을 잡아 일으켰다. 민석이 어떻게든 울음을 참기위해 입술을 꽉 깨물자 그걸 보곤 형준이 픽 웃었다.
"어쭈? 찌질이가 눈물참고 날 노려봐?"
아, 아니― 민석이 해명도 하기전 통통한 볼로 향해 주먹이 날아왔다. 반항조차 할수없었던 민석은 어릴적 그 잔혹한 기억이 물가에 떠오르듯 기억났다. 무차별적으로 때리는 형준의 눈엔 무언가가 일렁이었다. 자신에 대한 혐오 혹은 루한에 대한 분노 일까. 민석은 맞는 그 순간까지도 어떻게든 이 상황을 회피하려 애썻다. 이제야 분이 풀린듯 형준은 손을 탁탁 털며 마지막으로 민석의 다리를 쌔게 걷어찼다. 으윽, 민석의 입에서 작은 고통의 신음소리가 나왔다. 그럼에도 형준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듯 민석의 귀에 자신의 입을 가까이대어 말했다.
"선생한테 꼬바르면, 알지?"
"…."
민석은 고통에 발버둥을 치느라 말할 기운도 없었다. "이 새끼가 대답 안…!" 형준이 또 다시 죽은듯 누워있는 민석의 볼을 강타하려다 누군가의 손에의해 저지되었다.
민석이 얼마나 고통속에서 발버둥쳤을까 힘겹게 무거운 눈을 떳을땐 누군가가 형준이라 추측되는 사람을 마구잡이로 밟고 주먹질하고 민석이 보다가 눈을 질끔 감을정도로 강력한 힘이었다. 그리고 폭력이었다. 고통의 눈물과 억울함이 교차해 앞이 뿌얘진 민석은 누군지도 알수없었다. 목은 잔뜩 부어오르고 배는 내장이 터진듯 아파왔고 얼굴 전체가 얼얼해 무엇이 고통인지도 알 수 없을 정도였다. 민석의 귀엔 형준의 울음소리와 끔찍할정도로 큰 소리가 지옥에서 들려오는듯 들려왔다. 민석이 고갤 뒤로 젖혀 눈을 떳을땐 예쁜벚꽃이 하늘하늘 지고있었다. 그마저도 눈앞이 뿌얘 알수가 없었다. 이대로 땅과 한몸이 되어 사라지길, 민석은 눈을 감고는 살짝 미소지었다. 이 모든게 꿈이길. 민석의 꼭 감은 눈에서 눈물이 흘러 얼얼한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괜찮아? 어? 시발, 괜찮냐고! 왜… 말이없어?!"
누군가가 민석을 흔들고 절박한듯한 목소리로 물었지만 민석은 잠기운을 떨쳐낼수가 없었다. 나 졸려, 라는 표현을 어떻게든 하고싶지만 민석은 손가락 하나조차 움직일수가 없었다. "죽은거야? 어…?! 왜이렇게 신경쓰이게 해! 나 없으면 맨날 처맞고 다니고!" 이거가지고 안죽어…. 민석은 어떻게든 입을 떼고싶었지만 마른 입술은 그저 살짝 우물거릴뿐이었다. 그 누군가가 민석을 업고는 뛰어갔다. 부드러운 머릿결이 민석의 코깃을 스쳐갔다. 뛸때마다 은은한 향기가 향기로웠다. 무슨 향수쓰는거지……? 민석은 묻고싶었지만 힘이나질 않아 포기하곤 따뜻한 목을 감싼채 잠이들었다. 이것이 만일 꿈이라면 깨고싶지않다고, 이 순간은 너무나 행복했다고 민석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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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네요!! 더 쓰고싶은데... 여기서 끊어줘야겟다는 생각이 ^-^!! 암호닉 오미자차/홍삼/빠오슈/샤오즈/흰자/샤오루/소미 님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