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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민찬백카디] Lupine 

 

 

W.설야 

 

위너(인피니트), 설야(엑소), 오이지경(블락비), 슈크림학자(빅스) 다 동일인물입니다. 위너라는 이름은 제가 3년 전부터 쓰던 것입니다. 바꿀 생각 없습니다. 이 팬픽은 블로그와 인스티즈 글잡담에 동시연재되고 있습니다. 

 

댓글은 저에 대한 최소한의 대우예요=_=꺄아. 

 

*루파인이라는 제목은 제 소중한 사촌언니가 제공해주셨습니다 하트 

*커플링 루민찬백카디의 순서는 분량과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ㄱㄴㄷ순서예요. 

 

그럼 즐감하시고 댓글한줄 아시죠? 

 

START 

 

*** 

 

 

까만 밤이였다. 스멀스멀 옷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기분나쁜 바람에 민석은 옷을 여몄다. 민석은 한숨을 한번 내쉬고 손에 들린 비닐봉지를 바라보았다. 삼겹살과 소주와 맥주. 민석은 다시금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제 무슨 일을 하지. 다니던 편의점에서 숫기가 없다는 이유로 잘렸다. 민석은 아직도 편의점 아르바이트와 숫기가 어떤 상관인지 고민 중이였다. 망할 사장. 끝없는 오르막에 멈춰선 민석은 숨을 골랐다. 

 

"...최적의 위치에 있다며. 이 오르막은 도무지 적응이 안 돼." 

 

몇 달 전 경수와 백현과 같이 옥탑방을 하나 고르려고 수소문 중이던 민석은 우연히 지금 집주인 아주머니를 만났다. 아주머니는 그들을 보자마자 아이고 예뻐라 하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보다못해 백현이 저...하고 입을 열자 아주머니는 활기차게 옥탑방을 자랑했다. 

 

"총각들. 옥탑방 구하는 거야? 나한테 하나 있는데 크기도 크고 위치도 아주 최적의 위치에 있어. 그런데다가 월세도 싸고. 아유 원래 몇만원 더 받아야 되는데 이쁜 총각들이라 싸게 주는거야. 어때 총각들." 

 

이때 현란한 말솜씨의 아주머니에게 걸리는 게 아니였다고 민석은 생각했다. 옥탑방은 아주머니 말대로 컸고 월세도 쌌다. 안의 환경도 생각보다 청결했다. 무엇보다 아주머니가 정겹게 잘 대해주셨다. 그렇지만 딱 하나의 단점이 있다면 옥탑방까지 가는 오르막이 너무 길다는 점이였다. 여름에는 땀이 나 옷을 하나 버리기 일쑤였고 겨울에는 자치잘못해서 길이 얼어버리면 대책이 없었다. 특히나 더위를 유난히 타는 민석에게는 지옥이 따로 없었다. 그래도 이만한 여건이 없으니 그저 그러려니하고 살고 있었다.  

 

"어?" 

 

열심히 옥탑방을 씹고 있던 민석은 작은 감탄사를 흘렸다. 잠시 제 눈이 잘못되었나 생각될 정도로 놀라운 광경이 눈 앞에서 일어났다. 한 남자가 가로등 아래 서 있었는데 잠깐 눈을 깜빡인 사이에 그 자리엔 웬 개 한 마리가 자리잡고 있었다. 민석은 충격과 공포에 휩싸여 한참을 몸을 부들부들 떨다가 조심조심 그것에게 다가갔다. 설마. 밤이라서 그런지 헛것을 본 것 같았다. 조금 가까이에서 본 그것은 정말 컸다. 그것 주위에서는 함부로 다가갈 수 없는 오오라가 느껴졌고 흰색 털은 정말 신비스러웠다. 그런데. 

 

"...!!!!" 

 

옆구리인 것 같았다. 그 하얀 털이 피로 추정되는 액체로 가득 젖어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것의 몸은 떨리고 있었고 연신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다. 민석은 그것을 향한 의미모를 불쌍함에 차츰차츰 그것에게 다가갔다. 곧 민석의 손에 그것의 털이 만져졌다. 따스하고 보들보들한 털이 의외라고 생각했다. 곧 민석은 앞으로 돌아 그것의 주둥이 앞에 섰다. 감겨있던 눈이 떠지며 그것이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며 일어섰다. 옆구리에서 주르륵 피가 떨어졌다. 그것의 눈동자는 신비스러웠다. 오드아이라고 불리는 그것, 빨간 눈동자와 파란 눈동자를 지니고 있었다. 그 눈에서는 살기가 흘러나왔고 곧 주둥이가 벌려지며 하얀 이가 드러났다. 민석은 무서움보다는 출혈의 걱정에 검은 봉지를 달랑거리며 그것의 코앞까지 다가갔다. 그것이 민석을 공격하려는 듯 했지만 민석이 조금 더 빨랐다. 작고 통통한 하얀 손으로 축축한 검은 코를 몇 번 쓰다듬었다. 그것이 입을 다물었다. 

 

"너 옆구리에 피나. 내가 치료해 줄게." 

 

그것이 몸을 부르르 떨더니 방어의 자세를 취했다. 민석은 그런 그것의 코를 양손으로 붙잡고 쪽 소리가 나게 입을 맞췄다.  

 

"착하지. 따라와." 

 

민석을 잠깐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쳐다봐 준 그것은 이내 거대한 몸을 일으켜 걸었다. 그것은 개라기에는 늑대 쪽에 가까운 외모와 움직임과 몸매였다. 몇 걸음 걸었을까 민석이 초록색 대문을 열쇠로 찰캉ㅡ열었다. 그리고 작은 계단을 올라갔다. 민석의 뒤로 그것이 좁은 계단에 털이 눌리며 걸어 올라가고 있었다. 다친 몸이지만 특유의 살기넘치는 오오라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곧 불이 켜진 옥탑방의 문을 민석이 열었다. 

 

"형아아~ 왜 이제왔어!" 

"맞아! 왜 이제왔어어..." 

 

문이 열리자마자 민석에게 달려드는 작은 몸들에 민석이 움찔하다 이내 그들의 머리를 차례차례 쓰다듬었다. 백현과 경수였다. 같은 고아원에서 만난 형제 못지않은 아이들. 백현은 한참동안 문에서 민석을 폭 껴안고 있다가 뒤의 하얀 그것을 보고 놀라며 손가락질했다. 

 

"형!!! 저...저게 뭐야?" 

"응. 강아지. 다쳤는데 주인도 없는 것 같아서 데리고 왔지. 우리 보일러도 고장났는데 체온도 높더라." 

"허얼. 개라고?!" 

 

경수가 둘 사이로 머리를 쏙 집어넣어 그것을 한참동안 찬찬히 뜯어보았다. 평소 늑대라면 환장을 하는 경수였다. 경수는 이상하다는 눈으로 한참 그것을 바라보았다. 

 

"이거 개 아니야. 늑대야. 근데 눈동자가 진짜 독특하다아..." 

"뭐?! 왜 늑대가 우리집 주변에 있지?" 

"...늑대가 크기가 이렇게 클리가 없는데에." 

"몰라! 일단 키우자. 얘 춥겠다." 

"혀엉...근데 먹이는?" 

"....그래도 데리고왔는데 버릴 순 없잖아." 

 

그 말에 수긍한 경수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집에 들어와 편하게 있던 민석은 아차 하는 소리와 함께 경수를 늑대 앞에 데려다 앉혔다. 뭔지 몰라 난감한 표정의 경수에게 민석은 조용히 상처를 가르켰다. 경수의 표정이 더없이 심각해졌다. 그 상처 주위의 털을 손끝으로 살짝 건들자 크르르거리며 늑대가 경계했다. 경수는 몇 번 더 그렇게 노력했지만 번번히 늑대의 강력한 경계로 인해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형, 여기 상처 형이 좀 해 줘야 될 것 같은데에..." 

"나, 나?" 

"응. 손을 못 대게 하는데 어떡하지?" 

"...치료 안 하면 안 돼?" 

"조금 그래." 

"..." 

 

민석은 천천히 늑대를 살펴봤다. 오드아이에서 변한 건지 파랗고 커다란 눈이 민석을 향했다. 민석은 살며시 상처 부위의 털을 어루만졌다. 늑대의 눈이 민석을 잠깐 바라보았지만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 민석은 용기를 내 입을 열었다. 

 

"소독하고 약 바르고 하자. 아니면 아파." 

 

큰 눈을 꿈뻑이는 느린 움직임에 민석이 소독약을 쥐었다. 그리고 가까이 가자 뭔가가 이상했다. 처음 봤을 때만 해도 피가 주르르 떨어지던 상처가 몇 군데는 아물어 있었다. 약간의 이상함을 느꼈지만 그래도 큰 상처에 민석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자 할쨕ㅡ하는 소리와 함께 늑대의 축축한 혓바닥이 민석의 얼굴을 쓸고 지나갔다. 

 

"으으 침범벅이 됬잖아!" 

 

작게 타박을 준 민석은 소독약을 솜에 묻혀 꼼꼼히 상처부위를 소독했다. 솜이 닿을 때마다 커다란 하얀 몸이 부르르 떨렸다. 이내 소독을 끝마친 민석은 후시딘을 면봉에 쭉 짜 살살 펴발랐다. 상처부위가 워낙 큰데다가 너덜너덜해서 빨리 아무는 것은 같았지만 많이 아플 것 같았다. 민석은 새 후시딘을 절반이나 펴바르고 거즈를 붙여 놓았다. 털이 있어 밀어야 할 것 같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민석은 어설프게 붙여진 거즈에도 뿌듯함을 느끼며 늑대를 끌고 작은 화장실로 들어갔다. 샤워기를 가지고 조심히 물을 뿌린 민석은 순간적으로 뭘로 씻기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곧 아 하는 탄식을 내며 큰 통을 들었다. 예전에 우연히 커다란 강아지를 보살펴 준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사놨던 커다란 강아지용 샴푸가 있었던 것이다. 민석은 손에 그것을 짜서 상처부위에 닿지 않게 조심히 문질러대었다. 지켜보던 백현이 말했다. 

 

"형 그거 씻기면 안될텐데..." 

"조심히 씻기면 돼." 

 

워낙에 깔끔한 민석의 성격을 잘 아는 백현이었기에 금세 흥미를 잃고 민석이 사온 술들을 냉장고에 집어넣었다. 

 

꼼꼼하게 샴푸를 칠한 민석은 문득 작고 하얀 손가락으로 OK모양을 만들어냈다. 그 위를 샴푸에 젖은 손으로 몇 번 문지르자 투명한 막이 생겼다. 민석의 빵빵한 볼에 더 빵빵하게 바람이 들어갔고 그것을 그 막 위에 조심히 불어내었다. 어린 아이들처럼 입 안에 바람을 한계치까지 넣은 민석은 너무나 귀여웠다. 곧 그 막이 살살 흔들리며 동그란 비눗방울이 퐁 하고 나오자 민석은 아기처럼 꺄르르 웃으며 짝짝 박수를 쳤다. 바람을 타고 날던 비눗방울은 정확히 늑대의 코에 안착했다. 파란 눈이 비눗방울을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민석은 연신 입가에 웃음을 만들어 내며 샤워기를 들고 조심조심 물을 뿌렸다. 늑대가 기분이 좋은지 작게 그르릉거렸다. 민석은 비눗기를 다 씻어내고 수건을 꺼내 늑대의 털을 털어주었다. 늑대는 만족하는 듯 밖으로 걸어나왔고 민석이 드라이기를 꺼내 털을 말려대었다. 위이잉 위이잉 하는 소리에 놀랄 법도 한데 늑대는 별 상관 없다는 표정이였다. 신기한 눈빛으로 쳐다보던 경수가 고개를 갸웃했다. 

 

"늑대가 보통 이렇게 안 하는데 신기하다아." 

"히히." 

 

작게 히히 하고 웃어보인 민석은 거의 다 마른 털에 코드를 뽑았다. 늑대는 움직이지 않고 눈동자로만 민석을 좇았다. 민석은 곱게 개져 있는 이불을 들고와 자리에 폈다. 백현은 벌써부터 끙끙거리며 잠이 들었고 경수도 누워 있었다. 

 

"휴우. 나만 씻으면 되네." 

 

고기는 내일 먹어야지ㅡ라며 중얼거린 민석이 화장실로 들어가 샤워를 하고 나왔다. 축축해진 갈색 머리를 대충 털고는 늑대 옆에 누웠다. 민석이 누운 키보다 늑대가 훨씬 커서 민석은 따스한 느낌을 받았다.  

 

"늑대야 코 자~" 

 

민석은 팔로 하얀 늑대를 가득 안으며 해맑게 외쳤다. 쿵 쿵 하는 짙고 강한 심장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그 소리를 자장가 삼아 민석은 오랜만에 기분좋게 수마에 지배당했던 것 같았다. 

 

_____ 

 

확 드는 한기에 문 쪽에서 자고 있던 백현이 낑낑거리며 눈을 떴다. 눈을 비비고 솜이불을 온 몸에 돌돌 감고 문 쪽을 쳐다보았다. 

 

"뭐야." 

 

옥탑방의 문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고 문틀 쪽은 온통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다. 그것보다 더 놀라운 것은 옥탑방의 작은 턱에 아슬아슬하게 엎드려 있는 늑대였다. 정확히 말하면 늑대"들"이였다. 어젯밤 흰 늑대만큼이나 큰 두 마리의 늑대였다. 윤기가 흐르는 검은 털의 늑대와 햇빛을 받으면 반짝일 듯한 은색 털의 늑대. 그 늑대들은 눈을 감고 자고 있었지만 역시 오오라가 가득 흘렀다. 어느새 깨어난 경수도 신기한 눈빛으로 늑대들을 감상하고 있었다. 어제오늘 신비한 늑대들을 여러번 봐서 그런지 경수의 눈은 반짝이고 있었다.  

 

"우와..." 

 

한편 민석도 한기에 몸을 움찔거리며 따뜻한 늑대의 품에 파고들었다. 아침에도 들리는 뜨겁고 느릿느릿한 고동소리가 참 듣기 좋았다. 팔을 들어 늑대의 위로 탁 올려놓았다. 팔과 따뜻한 등짝과 척추선이 느껴졌다. 그리고 목과 머리카락...잠깐 머리카락?! 민석의 눈이 크게 떠졌다. 눈 앞에는 웬 남자의 가슴팍이 있었다. 

 

"으...으아아악!!!" 

 

민석의 높은 신음소리에도 남자는 요지부동이였다. 이불에 겨우 가려진 하체와 조각처럼 완벽하지는 않지만 잔근육이 탄탄한 상체. 옆구리에 붙어 있는 커다란 거즈. 민석의 눈이 남자의 등으로 옮겨졌다. 탄탄한 등과 올곧은 척추선이 도드라졌고 흰 목이 쭉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무심코 그 얼굴을 본 민석의 입술을 비집고 탄성이 흘러나왔다. 

 

"아." 

 

남신이 내려온다면 이런 모습일까. 아름답고 고귀해보이는 흰 얼굴과 그와 숨막히게 어울리는 까만 머리. 짙은 눈썹과 길고 촘촘한 속눈썹. 감은 둥그런 눈두덩이. 높게 뻗어진 콧대와 붉은 입술. 오목조목 뜯어보아서 정말 아름다운 얼굴이였다. 보는 순간 "아"하는 탄성밖에 할 수 없었다. 정말 그랬다. 민석은 멍하니 입을 벌리고 남자를 바라보았다. 혼혈인가, 싶을 정도로 그는 멋있고 아름다웠다.  

 

"형. 뭐ㅎ...어?!!" 

 

민석을 깨워야 할 듯 해 민석을 부르던 경수의 입술이 멈칫했다. 누구야 저 남자는? 도도도 달려간 경수는 살며시 남자를 콕 찔렀다. 그리고, 순식간이였다 엎드려 자던 검은 늑대가 경수를 물어 바닥에 놓은 것은. 경수는 늑대의 얼굴이 자신과 몇 센티도 남지 않은 것에 이상하게 얼굴이 화끈거렸다. 겨우 동그란 눈을 떠 늑대를 바라보니 늑대의 눈동자가 올곧게 경수를 직시하고 있었다. 회색, 아니 짙은 은색을 띄는 깊고 몽환적인 눈동자였다. 그렇게 경수를 깔고 으르렁거리던 검은 늑대는 곧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인간으로 변했다. 놀라움에 눈을 깜빡이던 경수는 남자에 또다시 경이로움에 부르짖었다. 자신이 덮고 자던 솜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경수를 바라보는 얼굴에. 하체는 검은 진에 가려져 있었고 탄탄한 상체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상태였다. 이불 속에 들어와 경수와 얼굴을 단 몇 센티 남긴 상태에서 남자는 무릎을 꿇고 상체를 길게 숙여 팔로 자신을 지탱하고 있었다. 두 무릎 사이로 경수의 작은 두 발이 달랑달랑 나와 있었다. 남자는 피부가 까만 것 같았다. 늑대일 때와 똑같지만 눈동자는 검은색이였다. 그 몽환적인 눈을 속눈썹들이 감싸 주며 돌았고 짙은 쌍꺼풀이 져 있었다. 남자다운 코와 도톰한 입술까지.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섹시했다. 계속 이렇게 있을 수는 없어서 경수는 아쉬움을 남기고 입술을 열었다. 

 

"누...누구세요...힝." 

"김종인." 

 

짧게 자신을 종인이라 칭한 남자는 찬찬히 경수를 뜯어보았다. 평소에 좋아하던 한예슬의 얼굴과 문근영의 얼굴과 김민정의 얼굴까지 녹아 있는 얼굴이였다. 남성스럽게 잘 생겼다고 볼 수 있었지만 조그만 머리통에 커다랗게 데굴데굴 어찌할 바를 모르는 눈, 동그란 콧망울, 하트모양의 붉디붉은 입술, 그리고 깨물고 싶은 볼까지. 정말 모든 것이 딱 종인의 스타일이였다. 게다가 하얀 피부에 좁고 귀여운 어깨에 아담한 키까지. 어떡하지 정말. 

 

"저...저기! 나, 나는 도...도경수예요." 

"응 경수야." 

"며...몇 살..!!....이야...요?" 

"...인간나이로 치면 스물 둘." 

"나보다 적네...!!! 요..." 

"그러게요 경수야. 아 참." 

"우웅?" 

"도경수. 경수. 경수야 너 너무 귀여워요." 

 

평소에 귀엽다는 말을 싫어하는 경수지만 이번엔 얼굴이 화끈화끈 터질 것 같았다. 종인은 경수의 이름을 뇌 속에 각인시킬 것처럼 불렀다. 게다가 종인에게서는 시원하고 상큼한 향기가 났다. 확 덮쳐오는 향기에 어찌할 줄을 모르고 손만 꼬물거리고 까만 눈동자만 데굴데굴 굴리던 경수는 백현을 바라보고는 눈이 크게 떠졌다. 아...아니 저게 뭐하는거람...백현은 울고 있었고 한 남자가 볼이 빨갛게 부어오르고 입술이 터진 채로 어쩔 줄을 몰라하고 있었다.  

 

"ㅈ...저...저기요. 저...저...저기..." 

 

경수가 종인을 불렀다. 종인은 슬핏 고개를 돌려 백현을 바라보았고 곧 종인의 입 사이로 웃음소리가 터졌다. 으하하하하. 그 웃음소리가 참 묘한 매력을 심어 주었다. 무섭던 이미지와는 반대되는 아이같은 순한 매력. 근데 종인아, 너 웃음소리 참 경박스러워요 히잉. 

 

"배...백현아!!!" 

 

경수는 다시 백현을 쳐다보다 놀라움에 소리쳤다. 백현이 발로 남자의 어깨를 걷어차고 있었다. 백현은 평소 호신용으로 배웠다고는 하지만 합기도 실력이 대단했다. 그때 작은 격투기 기술까지도 배운 터라 절대 만만하게 보면 안 되었다. 그렇다 해도 사람을 공격하지는 않았는데.  

이것의 전말은 시간을거슬러 종인이 경수에게 빠르게 다가간 그 시간으로 되돌아간다. 눈을 감고 자고 있던 은색 털의 늑대는 눈을 떴다. 그 앞에는 백현이 쪼그려 앉아 늑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늑대의 눈은 오묘한 에메랄드 빛이 나는 초록색이였다. 백현은 이 늑대가 미치도록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깨진 문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을 털 한가닥 한가닥이 모두 반사시켰다. 은색으로 반짝이는 털과 초록 비스무리한 빛으로 빛나는 눈에 백현은 탄성을 내질렀다. 우와. 백현의 입이 벌어졌다. 진짜 따뜻할 것 같아 내가 키워야ㅈ...?!!! 

 

"시발?!!" 

 

분명히 늑대였었던 것 같은데 은색늑대는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크고 쌍꺼풀진 까만 눈과 예쁜 코, 적당히 도톰한 입술을 가진 하얀 피부의 잘생긴 남자로. 눈에서는 개구진 느낌이 흘렀고 입술 사이로는 가지런하고 하얀 많은 이빨이 보였다. 연갈색 머리는 한쪽 눈을 가렸고 요정같은 귀가 매력적이였다. 평소에 자신이 흐리게 생겼다고 생각하던 터라 백현은 또렷하고 큰 눈을 가진 사람을 선호했다. 눈 앞의 남자는 정말 자신이 원하던 것을 그대로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뚫어져라 백현을 바라보던 남자에 백현이 입을 열었다. 

 

"안녕." 

"나랑 짝짓기하자." 

"응 그래 너랑 짝짓ㄱ...뭐 시발?!!" 

 

처음 만난 사람한테 섹스하자고 덤비는(그것도 짝짓기라는 용어를 사용하는)인간이 얼마나 될까. 무심코 그래라는 말을 뱉은 백현은 눈을 깜빡깜빡거렸다. 이게 미쳤나. 그런데 그래ㅡ라는 말을 긍정의 의미로 받아들인 남자가 슬금슬금 백현에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계속해서 뒤로 물러나던 백현은 콩 하고 벽에 뒷통수를 박았다. 남자와의 거리가 점점점 좁혀지고 있었다. 다급해진 백현의 입이 열리고 말이 빨라졌다. 

 

"잠깐잠깐잠깐!!! 나, 나랑 그걸 왜하는데!!! 내가 왜 그쪽이랑 그걸 해야돼?!! 시발 너 한국사람 아니냐고 멈추라고 개새끼야 귀에 귓밥 묵혀놨냐?!! 시발 야!!!!! 이 미친놈아!!! 시발 고자야!!! 아이씨 잠깐만 떨어져 보라고 아우 씨발!!!!" 

"고자, 아니야." 

"아 알았으니까 떨어지라고 썅놈아!!! 그래 그쪽꺼 존ㅡ나 크니까 저리가라고!!! 아 씹, 이거 늑대새끼라서 내 말 못 알아듣나? 멍멍!!! 멍멍멍!!! 끼잉끼잉!!! 냐아냐아...멍멍!!! 아 좀 가라고!!! 잠깐만ㅡ!!! 그, 그쪽이 깔리면 내가 생각해 볼...히익!!!" 

"내가 왜 깔려. 우리 애기가 여기로 내ㄱ...으윽." 

 

가까이 와 백현의 소중한 엉덩이를 양 손으로 꽉 쥐고 음담패설을 늘어놓으려고 하는 남자에 백현은 퍽 소리가 나게 발로 남자의 볼을 가격했다. 남자가 으윽 하는 신음소리를 흘렸다. 입가가 터지고 피가 흘러 입술이 붉어졌다. 그럼에도 실실 웃으며 다가오는 남자에 백현은 정말로 "빡" 돌았다. 발을 날리는 척 하다 꺾어 반대편을 가격하고 조금이라도 다가온다 싶으면 사정없이 팔과 다리를 걷어찼다. 아픔이 분산되지 못하게 중간중간 때린 볼을 다시 때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남자는 계속해서 백현에게 맞고, 또 맞다가 찰나의 순간에 양 손으로 백현의 발목을 움켜잡았다. 백현이 다리를 아무리 움직여도 꿈쩍 하지 않았다. 그 다리를 붙잡고 남자가 백현을 질질질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겼다. 백현은 다리에 힘을 풀었다. 그리고 남자가 가까워 졌을 때 그곳을 때리려 했으나 그마저도 성공하지 못하였다. 백현의 축 쳐진 눈꼬리에 하나 둘씩 눈물방울이 고여갔다. 남자가 멈칫하더니 발목을 조심스레 땅에 놓고 몇 걸음 물러났다. 

 

"이...이...이...시발새끼..." 

 

백현이 하얗고 고운 손을 들어 찰지게 남자의 볼을 때렸다. 짝 하는 소리가 울렸다. 남자의 눈이 크게 팽창했다. 백현의 눈에서 방울져 내리던 눈물은 이제 주륵주륵 흐르고 있었다. 엉엉 정말 서럽게 우는 백현에 남자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백현은 이를 앙다물고 흘러나오는 눈물을 세게 훔쳐내었다. 곧 퍽퍽거리는 소리를 내며 백현의 발이 남자의 어깨에 강타했다. 그때 경수가 백...백현아!!! 라는 말을 하며 도도도 백현에게 달려왔다.  

 

"으아앙...!!! 붙잡지마!!! 저 개새끼...으어엉..." 

 

눈물콧물 다 흘리며 서럽게 우는 백현에 경수는 백현에게 매달리다시피 해서 그를 잡았다. 그럼에도 질질 끌려가려 하자 종인이 와 백현을 잡았다. 백현이 팔을 휘저어 종인을 떼어내려 했으나 소용없었다. 왜 이렇게 힘이 세. 눈물콧물 다 쏟고 있는 백현과 그런 백현을 당황한 눈으로 쳐다보는 찬열, 웃는 것을 참느라 입가에 경련이 오는 경수와 아하하하하는 귀여운 웃음을 내비추는 종인, 한 남자를 감상하며 입을 헤 벌리고 있는 민석과 입술 사이로 웃음같은 숨결을 툭ㅡ내뱉은 그 남자. 어쩌면, 조금은 의미있는 일상이 앞으로 나타나지 않을까. 

 

 

 

어둠이 닥쳤다. 검은 이성이 내 안에서 소리쳤다. 그 어두움은 어쩌면 내 안에 조용히 봉인되어 있었던 것일지도 몰랐다. 검은 이성은 결국 하얗던 쇠사슬을 끊고 나를, 우리를 다시는 되돌아 올 수 없는 길로 인도했다. 나는 눈을 감았다. 전혀 안타깝지 않았다. 붉던 주변이 차차 음울한 청빛으로 변했다. 눈을 떴을 땐 이미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난 뒤였다. 그 속에서 나는 꼭 죽이지 않더라도 앞장서 죽고 싶어질 만큼 어둠에 무서워 벌벌 떨 만큼 매력적인 방법을 찾았다. 그것들은 스스로가 매우 똑똑한 줄 알던 인간들을 거대하지만 약소하게 파괴시키기 시작했다. 인간들의 멍청한 판단은 역으로 그들을 갉아먹었다. 가장 완벽하다고 생각할 때 가장 큰 것을 놓쳤다. 그 복수에 쩔은 나날에 나조차도 인간들과 같은 판단들을 했다. 인간들 따위 두렵지 않았다. 미개한 생물체. 우린 늘 강력했기에 나는 나만 지키면 되었다. 그래서 내게는 늘 높다란 벽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작은 생명체가 야금야금 높다란 벽을 갉아먹으며 들어왔다. 이빨을 내보이며 으르렁거릴수록 그것은 치부를 보이며 작은 눈꼬리에 물방울들을 통통 떨어뜨리는 것이였다. 작은 손을 꼼질거리고 동그란 눈을 깜빡이다 예쁘게 초승달을 만들며 웃었다. 그럴때마다 붉은 입술이 짹짹거리며 호선을 그려냈다. 어느샌가 작은 생명체는 싹을 틔워 어린왕자의 장미라던가, 슈퍼맨의 크립토나이트라던가, 에드워드의 벨라같은 무언가를 만들어내었다. 앞서 말한 경우보다 그것은 더 강력해서 이제 내 생명은 작은 생명체가 없으면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머릿속에 허리케인이 일어버리고 삶의 이유는 그 작은 생명체가 되어버린다. 이제 내가 지켜주어야 할 사람이 생겼다.  

 

내가 죽더라도 너는 꼭 살아. 살 수 있는 가능성이 희박하더라도 니가 살아남는다면 난 괜찮아. 마지막이라는 말은 절대 쓰지 않을 거야. 우리는 다시 만나야만 하니까. 나는 죽더라도 너를 지킬 거고 사랑한다는 말은 하지 않을 거야. 그저 니 입술에 잠깐 입맞출거고, 그건 말이야, 어떤 말보다 더 강력할거야. 내가 너를 지키겠다는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나는 너와 함께라면 지옥도 천국일 것이라는.  

 

붉고 위태로운 장미가 피어올랐다. 나는 원했다. 우리가 검붉은 장미가 아니기를. 하얀 손톱만한 들꽃이기를. 신이 있다면 왜 우리를 이렇게 갈라놓았는지 따지고 싶었다. 이렇게 어긋나서 가슴이 찢기고 심장이 얼어 죽어버리는 이런 사랑을 주어야만 했는지. 너의 티끌 없이 맑은 눈을 나는 바라보았다. 썩어 문드러졌던 나의 마음을 점차 아물게 해준 너를 나는 지키겠노라고. 설사 내가 죽는다 해도 너를. 아슬아슬한 칼날 위해서 나는 너의 손을 잡을 것이다. 어둡고 침울해져만 가는 날들 사이에 너만이 반짝거린다.  

 

너는 나의 희망이다. 너는 나의 행복이고, 너는 나의 사랑이다. 너는 나의 기폭제이고, 너는 나의 이유이다. 

 

늑대의 각인. 

 

 

*** 

 

댓글없으면 엉엉 웁니다 엉엉. Lupine, 2화도 기대해 주실꺼죠? 다음화에서 뵈요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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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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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 작가님...진짜 대박대박! 헐- 저 진짜팬될꺼같아요, 아니 됐어요ㅠㅠ 저 신알신 하고 갈게요! 암호닉 신청되나요?? 히융융 으로 신청하고 가겟습니다!! 늑대!!꺄-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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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야
댓글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ㅎㅎ암호닉은 제가 조금 있다가 해 드릴게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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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야
느에 다시 돌아왔어요~ 암호닉은 언제나 된답니다 히융융님~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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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어쩜 이리도 제 취향을 저격하셨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엉엉엉 다음편은 언제 나와요?! 저도 팬 할꺼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사랑해요 작가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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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길게 말하지 않겠어요. 신알신하고가요(찡긋)(하뜌)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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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야
저도 짧게 말하겠어요 감사해요 찡긋하트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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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야
**댓글공지**
설야입니다 여러분
암호닉은 언제나 신청됩니다
연재도 시간 날때마다 할 거고요
그렇지만 댓글수가 조회수와 너무 많이 차이가 나면 저는 글을 올리지 않겠습니다(100이상)
이런 상황이 계속 반복된다면 Lupine여기서는 연재중단됩니다
댓글은 저에게 힘이 된답니다^^
조회수와 댓글수가 같으면 좋겠지만 그러기 힘들다는 걸 알아요
충분히 이해하지만 100개이상 차이가 나면 그 순간이 메꾸어질때까지 연재하지 않습니다
차이가 500개 이상 나면 임시중지들어가고요 500개이상 차이가 약 한달간 유지되면 연재는 중지됩니다
이점 양해바라고 즐겨주세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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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우왕 작가님 짱!!! 반인반수물 같은거 보고싶었는데 취향저격하시네요! 신알신은 못하지만 글 올라 올때마다 댓글 남기고 갈께요! 잘보고 웃고 가용~~~!!!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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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야
댓글 감사합니다~날씨추운데 감기조심하세요ㅎㅎ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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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헐헐헐담편이 시급합니다 잘보구가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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