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쫒기는 꿈을 꿨다.
그 순간엔 불안하고, 지쳤고, 어딘가 모르게 가슴 한 구석이 아려왔다.
헉헉대며 날 쫒아오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른 채, 마음은 점점 급해지고 난 왜 이렇게 달려가고 있어야 하는 가에 대해 생각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 주머니에 진동이 울렸다. 그것은 핸드폰이었는데, 번호도 무엇도 뜨지 않는 전화를 난 급한대로 받아들었다.
"괜찮아?"
그리고 듣고 싶지 않았던, 듣고 싶어 미칠 거 같았던 목소리가 들려오자 난 순간적으로 넘어질 뻔 했다. '왜 하필 이런 때에' 라고 생각하며 난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다시 달리기 시작하며 난 대답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랐다. 머릿속은 새하얬고, 난 그 아이에게 할 말이라고는 미안하다는 말 밖에 없었으니까. 꿈이지만 생생하게 들리는 말 한마디를 곱씹으며 달리는 중에 갑자기 눈물이 차올라서 시야가 흐릿해져갔다. 그리고 난 철퍼덕, 하고 넘어지고 말았다.
넘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고통따윈 느껴지지 않았다. 꿈인데 고통이 느껴지는 것도 이상하겠지.
난 쫒기는 것을 다시 떠올리자 일어서려 했다. 그러나 그 한마디 뿐인 말이 내 머릿속을 어지럽혀 일어 설 수 없었다. 눈물은 계속 흐르고, 죄책감이 날 감싸안아 숨을 막히게 해 날 괴롭게 만들었다.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난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 내 주제에 그 아이에게 이제 와서 무슨 말을 할 수 있으랴, 꿈인데 미안하다고 빌어봤자 뭐가 달라지랴, 라는 생각을 하고 있자, 내 머리위로 그림자가 드리웠다.
날 쫒고 있던 사람은 초등학생의 모습인 나였고, 금방이라도 울 법한 표정이 담겨있던 얼굴이었다.
너도 괴롭기는 마찬가지 일 거야, 그렇지? 이젠 돌이킬 수도 없는, 몇 년이 지나도 날 괴롭히는 그 일은 돌아오지도 않을 것 이고, 되돌릴 수도 없으니까.
그리고 그 때, 핸드폰에서 다시 그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울지 마, 난 괜찮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