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한 사랑은, 짝사랑보다 못하다.
차라리 난 널 사랑할 수 없다고 말했더라면 난 애초부터 기대조차 품지 않았을 텐데.
사랑은 퍼주는 대로 돌아오는 게 아니란 걸 깨달았을 땐 난 너무 커버렸고, 넌 너무 멀리 가버렸다.
언젠가 너한테서 벗어나 보려 한 번도 타본 적 없던 버스를 타고 아무 정거장에서 내린 적이 있다.
하지만 이름도 모르는 아파트를 앞에 두고도 나는 너를 떠올리고 있었다.
아파트 입구의 프랜차이즈 빵집, 너는 치즈가 들어간 빵을 좋아하고
그 옆 편의점에서는 네가 좋아하는 음료수가 1+1 행사를 하고 있었다.
비참했다.
네가 대체 뭐라고 어딜 가나 있는 건지.
난 너에게서 멀어지려 달려갔을 뿐인데 넌 무섭게 내 뒤를 쫓아와 나를 집어삼켜버렸다.
숨 좀 쉬게 해줘, 한순간이라도.
빌고 또 빌었던 내 기도를, 하늘은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소파에 기대 노트북으로 뭘 그렇게 열심히 하는지 내겐 눈길 한번 주지 않던 네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내가 집에 온 지 2시간 만에.
"다음 주에 뭐 해."
"그거 물어보는 거야, 통보하는 거야?"
"물어보는 거야."
"왜?"
내 질문에 너는 얼굴을 가리던 노트북을 닫으며 달력을 가리켰다.
"아버지 기일."
아.
잊고 있었다.
그것도, 완전히.
"까먹고 있었지?"
내가 뭐든 변명을 해보기도 전에 너는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다시 노트북을 열어 얼굴을 가려버렸고 옆으로 손만 빼꼼 내밀어 앞뒤로 까딱까딱 흔들었다.
"나가."
"알았어. 갈게. 근데 다음 주 수요일엔 집에 몇 시에 들어와?"
내 기대에 찬 눈빛과는 다르게 애정이라곤 전혀 들어있지 않은 그의 눈빛이 잠깐 나를 스쳤다 사라졌다.
"야근."
"아, 그래도 그날은..."
"야."
결국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헝클이며 노트북을 닫은 그는 나를 매섭게 노려보며 소리쳤다.
"나 회사 잘리면 책임질 거야? 할 줄 아는 거라곤 청소 밖에 없는 주제에!"
심장에 박혔다.
단어 하나하나가 칼이 되고 총알이 되어 내 몸을 찢고, 뜯고, 뚫어버렸다.
입술을 꼭 깨문 채 방 밖으로 나와서야 나는 내가 가방끈을 얼마나 세게 잡고 있었는지 눈치챘다.
붉은 손바닥을 두껍고 하얀 줄이 감싸고 있었다.
그걸 보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며 차가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넌 평소보다 내게 더 너무했다.
넌 적어도 그렇게 대답해선 안됐다.
다음 주 수요일은, 우리의 3번째 결혼기념일이었다.
정국에 뷔온대 |
이 사담을 위에 놓을지 밑에 놓을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원래 쓰던 대로 밑에 놓는 게 읽기 편하실 것 같아서 밑에 놓았어요. 학생분들, 공부 잘 하고 계시나요? 고3 분들, 수능은 잘 보셨나요? 대학생 분들 종강은 잘 하셨나요? 직장인분들 힘내세요...! 그동안 기다려주신 분이 계시다면 정말 고맙습니다. 제가 들어오지 못한 동안 제 작품을 읽어주신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그분들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어떤 말을 해도 성에 차지 않아 어떻게 죄송함을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을 정도로 죄송해요. 얼마 전에, 드디어 인티에 돌아오게 되었어요. 사용을 할 수 없었기도 했고, 바쁘기도 했고 이런저런 사정이 겹쳐서 들어오질 못했어요. 하지만 드디어 종강을 했고, 글도 정말 쓰고 싶어서 이렇게 염치없지만 왔습니다. 그래서 남주도, 제목도 정하지 못했어요. 예전에 써뒀던 글은 다 날아가고 사라지고 흔적이 없어져서 이렇게 누추하게나마 새 작품을 구상해서 들고 와보았습니다. 겨울이잖아요. 크리스마스에 남자도 없는데 쓸쓸한 얘기나 써보려고요. 두 주인공은 결혼한 사이에요. 둘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얘기를 전개할 예정입니다. 자꾸 사담이 길어지네요. 마지막으로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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