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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너무하다 싶을정도로 비가 쏟아져내렸다. 허탈한 표정으로 액자속에서 웃고있는 당신을 보다 나 또한 힘없이 웃어보였다. 뭐가 그렇게 행복해서 당신은 웃고있는지 난또 뭐가좋다고 사진속에 멈춰있는 당신을 보며 웃고있는지 모를일이였다. 눈물은 매마른듯 흐르지 않았다. 대신 하늘이 내가 쏟아내려야할 눈물의 양만큼 빗물을 흘려내렸고 나는 그저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채였다.

"저기가서 뭐라도 먹어..."
"......"

나를 걱정스래 바라보며 매마른 눈가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넘겨주며 말하는 아주머니에게 그저 고개만 저어보일뿐 다른말은 하지못했다. 학창시절부터 친했던 친구를 잃은 마음이 어쩌면 나보다도 아프겠지만 내앞에서는 눈물을 보이지않고 오히려 괜찮다는듯 웃어주던 아주머니는 초점없는 눈으로 힘없이 고개만 젓는 나를 보며 작게 한숨을 쉬곤 배고프면 말하라는 말만 남기고 다시 자리로 돌아가려했다.

"..저..잠시 나갔다 와도 될까요?"
"응?"

다 갈라져 볼품없는 내목소리가 그녀를 다시 돌려세웠다. 나를향해 되묻는 그녀에게 힘빠진 미소를 지으며 잠시 나갔다오겠다 했더니 그녀는 조금 머뭇거리다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그러라했다. 빨리 들어오라는 말을 잊지않은채

*

건물 입구에 가만히서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시원하게 쏟아지는 빗방울들을 보고있음에도 마음은 개운해지지 못했다. 그저 검은 먹구름을 보며 내속은 저 먹구름보다도 더 새카만색일것이다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한발짝 발을 내밀어 입구에서 벗어났다. 기다렸다는듯 나의 머리와 얼굴을 적시는 빗방울에 또 한발짝 내딪었다. 이번엔 나의 온몸을 적신다. 한참을 그렇게 서있었다. 내 머리에서부터 흘러내리는 빗방울이 내 눈가에서 흘러내리는 눈물방울을 모두 씻어내릴때까지 한참동안이나 서있었다.

"그러다 감기걸려요. 샤워실은 안에있는데 뭐하러 몸에도 않좋은 비를 맞고있습니까?"

뒤에서 들려오는 낮은 목소리에도 하늘을 올려다볼뿐 비를 피하진 않았다. 아직 내 눈물을 씻어내려면 더 있어야했다.

"저기요"

남자는 내행동에 답답하다는듯 우산을 펼치고선 나에게로 다가와 비를 막아주었다. 그의 행동이 꽤나 불쾌하다는 듯한 눈으로 나는 그를 마주보았다.

"들어가죠 더있다간 정말 감기걸릴텐데"

나는 그의 말에도 상관말라는듯 다시 우산에서 벗어나 비를 맞았다. 이번엔 그가 가만히 나를 바라보는 시선만 느껴질뿐이다.

"참...답답한 사람이네"

깊은 한숨소리와 동시에 들리는 목소리를 또다시 무시했다. 그리고 잠시 정적. 내게로 다가오는 듯한 발걸음 소리가 들렸고 곧 내몸은 그에 의해 돌려졌다. 그리고 억지로 끌려가 건물안으로 들어갔다.

"놔...!"
"들어가요"
"놔...놔...제발..."

나는 그에게 사정했다. 제발 놔달라고 아직은 안된다고 눈물이 아직 흐르고있다고. 그는 힘이빠져 쓰러지려는 나를 단단히 붙잡곤 다시 어디론가로 향했다. 그리고 샤워실이라 적힌 곳으로 나를 밀어넣곤 수도꼭지를 틀었다. 물줄기 소리와 함께 따뜻한 물이 나의 몸을 적셨다.

"청승떨거면 차라리 여기서 떨어요"

그말을 끝으로 그는 샤워실 문을 닫고 나갔다. 물줄기 사이로 그의 뒷모습만 바라보던 나는 문이 닫히자 마자 자리에 주저앉아 아이처럼 울었다. 바닥을 손으로 치기도했고 다리를 버둥대기도했다. 꺽꺽거리며 넘어갈듯 울기도했고 얼굴을 손으로 가리며 엉엉 울기도했다.

"으윽...왜...흐으..."

왜. 왜 나를 혼자두고 가버린거냐고 어째서 외로워야 하는거냐고 당신을 원망하며 울다 또 그런 나를 원망했다 난 왜 당신 곁에 있어주질 못한거냐고 나를 위해서라면 그무엇이든 했던 당신에게 왜 나는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거냐고 원망했다. 이번엔 이름도 모르고 어느 누군지도 모르는 그에게 감사했다. 당신과 나를 원망하며 울수있도록 배려해준 그에게 감사했다.

"...엄마..."

그리고 마지막은 또 당신생각이다. 내게 언제나 다정히 웃어주며 그 따스한품에 원없이 끌어안던 당신. 나의 곁을 떠났다고 생각하고싶지도 않았고 생각해서도 안되었지만 이젠 당신을 보내주어야했다. 여기선 편치못했던 당신이 그곳에선 원없이 행복할수있도록 그래야만했다.

수없이 흘린 눈물이 눈가에서 거짓말처럼 멈췄고 나는 수도꼭지를 틀어 물줄기를 막은뒤 샤워실을 나왔다. 그리고 내 머리와 어깨로 덮어지는 수건을 보며 고개를 틀어 옆을 보았고 그와 동시에 낮은 목소리가 내 귓가로 흘러들어왔다.

"괜찮아요"
"......"
"괜찮을 꺼에요"

그리고 그는 미소지어보였다. 모든게 다 정말 괜찮아 질것같다는 착각이 들정도로 따스했다.

"..감사..합니다..."

괜시리 쑥쓰러워져 수건으로 닦는체하며 얼굴을 숨기고선 그리말했다. 그는 내가 웃기다는듯 작게 웃었고 나또한 작게 웃었다. 당신을 생각하면 이리 빨리 웃는게 죄송스런 일이겠지만 아마도 당신은 이런 내모습을 더욱 바랄지도 모르겠다. 수건으로 대충 몸을 닦곤 그에게 이만 가보겠다 말하며 수건을 돌려주었다. 작게 목례를 하고 돌아 가려던 걸음을 잠시 멈추었다. 그런나를 의아한듯한 눈으로 바로보는 그에게 이름을 물어보았다.

"김원식....입니다."
"아, 전 차학연입니다...오늘....정말 감사했습니다...다음에 우연히 만나게된다면 밥한번 살게요"

나는 그에게 악수를 청하듯 손을 내밀며 언제 지켜질지 모를 약속을 하며 웃어보였다. 그는 나의 손을 빤히바라보다 마주잡으며 아무말없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고 내가 의아함을 가지기도전에 다시 입꼬리를 올려 웃어보이곤 마주 잡고있던 손을 놓았다.

"그럼...이만..."
"....잘가요..."

나를 향해 손을 흔들어주는 그에게 작게 목례를 하곤 뒤돌아 걸었다. 아직까지도 그의 씁쓸한 표정이 신경쓰였지만 애써 지우기로했다.

*

"왜이리 늦었어"
"아...비오는거...구경하느라...죄송해요"
"아니,아니야..젖었네? 비맞은거야?"
"네..조금..."
"감기걸릴텐데...."
"괜찮아요, 씻고왔어요"
"그래..."

아주머니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아직까지도 축축한 나의 어깨를 두들기곤 다시 손님에게로 돌아갔고 나는 그런 아주머니에게 잠시 시선을 뒀다가 당신의 앞에섰다. 그리고 살짝 웃어보였다. 그리고 마음속으론 잘살아볼것이라고 괜찮으리라 믿는다고 그리 말했다. 여전히 웃고있는 당신에게.

**

당신을 완전히 떠나보내고 마지막길을 함께한뒤 아주머니와 함께 납골당을 찾았다. 당신이 그리도 좋아하던 히아신스를 곁에두고 나와 찍은 사진을 액자에 담아 반대쪽에 두었다. 아주머니는 잠시 울먹이는 목소리로 인사를 하곤 밖으로 뛰쳐나갔고 나는 당신의 옆을 지키며 당신이 잠든 작은 상자를 바라보다 문득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옆자리에 놓여진 사진을 보곤 몸을 굳혔다. 나에게 괜찮을 것이라 말하며 미소지어주었던 그다. 그럴리 없다 생각하면서도 상자에 적힌 이름을 보았다. 김원식. 그가맞았다. 상자옆 액자안에 들어가있는 사진속에서 웃고있는 따스한 얼굴도. 이름도 그가 맞았다.

"어...떻게...."

그의 앞으로 다가가 날짜를 확인해보니 그를 만났던 그날이였다. 힘이 풀려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아주머니는 다시 안으로 들어오다 그런 나를 보며 달려와 왜그러냐 물었고 나는 고개만 저을뿐 다른말은 하지못했다. 아주머니는 나를 조심히 일으키곤 얼른 집에가 쉬자고했다. 그를 조금더 보고싶었지만 나를 걱정스래 바라보는 아주머니의 눈빛을 무시할 수 없었다.

"먼저 들어가게세요"
"넌.."
"음료수좀 사올게요"
"그래..."

머릿속에 멤도는 그의 생각에 이대로는 못갈것같아서 차에 타려다 아주머니를 먼저 차에 태우곤 나는 다시 돌아가 납골당 안으로 들어갔다. 이번엔 그의 앞에 누군가가 서있었다. 꽃을 내려놓고 인사를 하는듯 씁쓸하게 웃어보이는 그사람을 가만히 지켜보다 눈이 마주쳐버렸다. 괜시리 방해했다는 느낌에 죄송스러워 다시 나가려는데 그사람이 나를 불러세웠다.

"저기요!!"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려 그를 바라봤다. 빠른걸음으로 나에게 다가온 그는 감탄사가 나올정도로 잘생긴 외모를 가지고있었다. 그런그를 나도모르게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 그는 나의 시선이 꽤나 부담스러운지 큼큼거리며 시선을 돌렸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곤 왜부른거냐 물은 나를 힐끔본 그는 다시 한번 큼큼거리곤 말했다.

"전...이홍빈이라고 하고요...원식이..친구입니다."
"......"
"저기..저놈이 원식인데..."

김원식. 그가 있는 곳을 힐끔 바라본그는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는 나를 안다고했다. 김원식 그가 언제나 나에대해 얘기하며 그렇게 행복해했다고 한다. 그러고는

"그쪽은...원시이..모르죠?"

라고 물었다. 알고있다 말할수없었고 모른다고 말할수도 없었다. 아무말없는 나를 보며 그는 모를것이라 확신한건지 다시 입술을때어 이야기를 이어갔다.

"알바..했잖아요...카페 알바"
"네..."

어떻게 아냐는 듯한 대답에 그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원식이가 자주 갔었어요 그쪽이 일하던 카페에.. 이자식이 첫눈에 반한 사람이 있다길래 어떤 여자인가 하고 따라갔더니...그쪽을 보고 웃고있더라고요"

그때 그상황이 어이가없었다는듯 웃는 그를보며 나는 아무런 반응도 할수없었다. 그가 나를 전부터 알고있었다는 것도 놀라운데 어제 처음본 그는 나를 좋아하고 있었다고한다.

"매일 그쪽 지켜보면서 웃고있길래 보고있지만 말고 고백해보랬더니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받아줄리 없지만 받아준다해도 그쪽 인생 망치는 꼴이라 절대 안된다고"

이번엔 살짝 웃었다. 그리고 그도 살짝 웃었다. 미련한놈이라고 욕하며. 그러다 다시 표정을 굳히곤 말했다.

"...사고로 죽었어요 너무 건강해서 감기한번 걸린적 없던 녀석인데..."

그는 서서히 인상을 찌푸렸다. 마음이 쓰라린듯. 거의 울듯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그런 그를 보며 나는 고개를 숙였다. 친구의 죽음을 고통스러워 하는 그를 바라보고 있으면 눈물이 날것같아서였다.

"미안해요...이런말 해서...그냥..."

그는 말을 마저 잊지못했다. 나는 계속해서 고개를 숙이고있다 고개를들어 그의 어깨를 두드리곤 애써 웃어보였다.

"괜찮아요..."
"......"
"괜찮을꺼에요..."

김원식, 그가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위로해주었다. 그리고 그에게 나의 안부를 전해달라는 말을 남기곤 이만 가보겠다며 인사를하니 그는 괜히 붙잡고있어서 죄송하다는 말을 하며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그런 그에게 언제 한번 또 여기서 마주칠지도 모르겠다고 그때는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자고 실없는 소리를 하며 웃어보이곤 인사를 나눈뒤 납골당을 나섰다. 차에 올라타는 나에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왜이리 늦게왔냐고 묻는 아주머니께 음료파는곳이 없어 해매다가 그냥 돌아왔다는 말로 안심시켜 드리곤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납골당을 빠져나와 도로를 달리는 차밖의 풍경은 빠르게 지나갔고 저멀리 보이는 강가를 보며 문득 생각했다.

어쩌면 그는 나에게 위로받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말해주었던 것처럼 괜찮다고..괜찮을 것이라고 그렇게 위로받고싶었을지도...





//////////////////////

꽃거지를 써오겠다 했는데.....도저히 안써진에요ㅠㅠ 짧은 단편글 말고 연재를 하는 장편글은 항상 어느부분이 막혀버리거든요....
그래서 중간에 갈아엎은적도 한두번이 아닌데.....또 이러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
이럴때마다 그냥 생각나는 스토리대로 단편을 쓰곤하는데....결국 또 단편을 써버렸네요.......ㅠㅠㅠㅠㅠㅠㅠ

꽃거지는 계속 쓰고지우고 하는 상태입니다.....ㅠㅠ

부족한글 언제나 좋아해주셔서 감사해요!!!!!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대표 사진
독자1
헐....뭔가 아련하면서 쓰리네요 ㅠㅠㅠ
잘봤어요^^

11년 전
대표 사진
차덕
감사합니다!!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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