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몬스타엑스 이준혁 김남길 샤이니 온앤오프
하 린 전체글ll조회 703l 1

 

 

 


FLIPPED

Written by. 하 린(HARIN)

 

 

 

 

[EXO/백도] FLIPPED 下 | 인스티즈

 

 

 

 

모르겠다. 백현은 침대에 누워있다가 벌떡 일어났다. 아니 왜 그런 표정을 짓는 건데? 차라리 날 때리지… 건드리면 울 것 같은 얼굴의 경수가 자꾸 둥둥 떠다녔다. 머리를 쥐어뜯으며 후회해봤자 이미 늦었다. 경수는 그 말을 들었고, 이제는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 백현은 베개에 머리를 쿵쿵 박았다. 박찬열. 이게 다 박찬열 때문이다. 찬열이 그런 말만 꺼내지 않았다면 경수가 듣는 일은 없었을 거다. 왜 하필 거기서 그런 말을 한거야. 아…아니다. 잘못한 건 찬열이 아니다. 백현이었다.

 

친하던 친구를 밀어내고 새 친구를 사귀었다. 그깟 마음. 좋아하는 마음 모른 척하면 될 걸 괜히 일을 크게 벌려버렸다. 그 덕에 친하던 친구 둘을 잃고, 쓸떼없이 이상한 친구만 둘을 얻었다. 경수가 울기를 바란게 아니었다. 다시 예전처럼 웃을 수 있기를 바랬다. 백현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웃는 경수, 뚱한 경수, 졸려하는 경수, 책 읽는 경수. 그렇게 하나하나 떠올리고 보니, 참 새로웠다. 생각하고 보니 저는 경수에 대해 아는 것이 많았고, 경수는 저에 대해 아는 것이 많았다.

 

경수는 웃을 때 입모양이 하트가 된다. 또 졸릴 땐 큰 눈을 부릅뜨고 자지 않으려 애쓴다. 백현이 축구를 할 때면 벤치에 앉아서 구경을 했다. 어렸을 때 다리를 다친 적이 있어 축구를 못 하는 탓이다. 그러면 경수가 심심할까 민석도 축구에서 빠져 경수의 옆에 앉는다. 골을 넣으면 둘에게로 달려간다. "잘했어." 웃어주는 경수를 마주보며 웃는다.

 


"아…"

 


점심시간엔 같이 줄을 서 기다렸다. 3학년이었지만 새치기 같은 걸 워낙 싫어하는 경수 탓에 그냥 앞으로 가라는 선도부의 말에 고개를 내저었다. "우리가 늦게 왔으니까 늦게 먹을게." 경수는 모르는 사실이지만, 이 말에 1, 2학년 여자애들 전부 경수의 팬이 되었었다.

 


"경수야."

 


점심을 먹고 나면 도서실에 가서 책을 읽었다. 셋은 각자 책을 들고 창가 자리에 앉는다. 백현은 만화책, 민석은 문제집, 경수는 소설 책. 그렇게 한 20분을 읽기만 한다. 종이 치면 다들 일어나 교실로 향했다.

 


"도경수…."

 


한번 떠오른 경수는 자꾸만 생각이 났다. 축제 때 경수는 노래를 불렀고, 엄마가 사고를 당하셨다는 얘기를 들었을 땐 울었다. 그럼 그 옆엔 백현이 서있다. 우는 경수의 어깨를 잡으며 달래주고, 노래를 다 부른 경수에게 찡긋 웃어보인다. ……아.

 


나는 너를 좋아하고 있었다.

 


백현은 그제야 알았다. 자존심 때문에. 그리고 부끄러움 때문에. 너무 멀리 돌아온 거였다. 경수를 좋아한다 말하지 못 할 걸 알아서, 친구로라도 남기 위해 발버둥을 쳤던 거다. 저렇게 내 곁에서 웃는 너를 보기 위해.

 

경수야, 미안해.

 


-

 


기운이 없었다. 늘 일어나던 시간에 일어나 학교 갈 준비를 하는데, 넥타이를 메는 손에 힘이 자꾸 빠졌다. 울지 않겠다고, 백현을 잊을 거라고 다짐했는데. 백현에게서 멀어지니 떨어지는 눈물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니가 이러니까 진짜 어색하잖아.' 백현이 했던 말이 몇 번이고 귓가를 맴돌았다. 왜 그런 말을 한 건지 모르겠다. 여태까지 밝은 척, 평소처럼 백현에게 말을 걸면 돌아오는 건 짧은 대답과 어색한 웃음이었다. 그렇게 경수가 싫은 티를 팍팍 냈으면서 왜 멀어지려고 하니까 저런 말 하나로 자신을 붙잡는 걸까.

 


"경수야."
"……."
"점심 시간이야. 밥 먹으러 가자."

 


어깨를 흔들며 말을 해오는 민석에 경수가 그제야 생각에서 깨어났다. 걱정스러운 표정의 민석에게 어색하게 웃어보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지금으로썬 뭘 먹어도 소화가 되지 않을 것 같았지만, 그러면 혼자 밥을 먹어야 할 민석이 걱정되었다. 애써 발걸음을 떼 급식실로 도착하자, 늦은 시간이라 사람이 별로 없었다. 바로 식판에 가득 음식이 채워졌지만 경수는 입맛이 돌지 않았다. 늘 앉던 자리로 향해 앉았다. 민석은 분위기를 띄워보려 어제 했던 게임에 대해 늘어놓았다. 그래서 어제 만렙 찍었다- 자랑스럽게 웃으며 말하는 민석에게 고기를 밀어주었다.

 


"좀 먹어라. 보기 안 좋다."
"별로 안 고파."
"이 손목으로 그런 말하면 아무도 안 믿어."

 


얼른 먹어. 손목을 잡아채 가르키며 말하는 민석에 어쩔 수 없이 숟가락을 손에 걸쳤지만 여전히 생각은 딴 데 가있었다. 도통 밥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언제 쯤에야 이런 일에 익숙해질까. 익숙해질 수는 있을까?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탁- 식판을 내려놓는 요란한 소리에 경수가 번쩍 고개를 들었다. 나란히 앉은 민석의 시선이 옆으로 향해있었다. 표정이 심각한 걸 보니 뭔 일이 생긴 것 같아 급히 고개를 돌리자 그 앞에 백현이 있었다. 놀라기도 잠시, 어색한 듯 웃어보이는 백현에 경수의 표정이 굳어졌다.

 


"오랜만이네, 친구들."
"…너 지금 뭐해?"
"뭐긴. 밥 먹지. 어여 먹던 거 마저 먹어."

 


손으로 휙휙 저어가며 말하는 백현에 민석은 어이 없는지 허, 하고 웃었다. 경수는 그러면서 자신의 옆 자리에 앉는 백현에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뭐하자는 건지. 어제 자신이 얘기한 건 귓등으로 들은건가. 분명 떨어져 주겠다고 했다. 그 지긋지긋한 일 안 한다고 했는데 왜 이제와서 저러는지 경수는 진심으로 궁금했다.

 


"장난해?"
"안 될 건 뭔데. 그냥 없는 사람 취급하고 먹어, 일단."

 


경수는 애써 고개를 돌렸다. 이대로 백현을 보고 있다간 무슨 말이 튀어나올지 몰라서 였다. 왠지 몰라도 다시 다가온 백현의 모습은, 경수 자신이 있으면 불편하고 없으면 아쉬운 존재인 것만 같아 기분이 나빠졌다. 아직 하나도 입에 대지 않은 반찬들을 쓸어 국에 버렸다. 벌떡, 일으켜진 몸에 민석과 백현의 시선이 경수에게로 쏠렸다. "경수야." 민석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입 맛이 없다며 몸을 돌렸다. 음식을 싹 다 버리고, 식판을 가지런히 정리한 경수가 개수대에서 손을 씻었다.

 


"야."
"…왜."
"변백현 왜 저기서 밥을 먹냐?"

 


다가온 찬열이 가르킨 곳은 아까 경수가 앉아있던 쪽이었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기분 나빠하는 듯한 찬열의 표정을 보자 매점 앞에서의 일이 떠올랐다. '나 그럼 더러워서 너랑 친구 안 해.' 목소리까지 귓가에 맴돌자 경수는 괴로워졌다. 그리고 백현이 떠올랐다. 한껏 표정을 찡그리며 '미쳤냐, 더러워.' 라고 하던 백현. 귀를 막고 싶은 걸 겨우 참은 경수가 파르르 떨리는 눈을 겨우 들었다.

 


"새끼가 존나 싸가지 없네."
"모르는데 어떡해, 그럼."
"…됐다. 너 같은 새끼랑 말해봐서 뭐해."

 


내가 경고하는데, 너 백현이한테 붙지마. 자세를 낮춰오며 말하는 찬열에 경수는 힘이 빠지는 게 느껴졌다. 으르렁 거리듯 말을 한 찬열이 미련없는지 뒤로 돌아섰다. ……하. 멀리서 경수를 바라보고 있는 백현이 보였다. 꼴 답지 않게 미간을 구기고 경수를 걱정하는 눈치다. 헛 웃음이 나왔다. 변백현, 진짜 좆 같다.

 


-

 


시간을 가리지 않고 뜬금없이 나타나는 백현 때문에 경수는 최근 기분이 안 좋아졌다. 늘 힘 없이 있다가 백현이 오면 고개를 돌려 버리고 무시하기 일쑤였다. 이해가 되지 않는 건 민석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백현이 없을 때마다 왜 저러냐며 경수의 눈치를 봤다. 또 반복될 일상이 지겨워 책상 위에 엎드렸다. 무시하면 그만이었다. 이제 백현한테 농락 당하지 않을거니까. 제 마음을 갖고 노는 백현이 너무 싫었다. 자꾸 얼굴을 보니 또 올라오려는 마음도, 미웠다.

 


"야, 도경수 어딨어."

 


낮은 목소리가 더 낮아진 게 잔뜩 화가 난 것 같았다. 경수가 엎드렸던 몸을 일으키고 뒷 문을 바라봤다. 경수를 찾는지 뒷 문에서 두리번대던 찬열이 눈이 마주치자 천천히 걸어들어왔다. 평소에는 가만히 있던 눈꼬리가 사납게 올라 가있었다. 다가와서 손목을 강하게 붙들는 손길에 경수가 인상을 찌푸렸다. 놔. 경수 역시 사나운 얼굴로 중얼였지만 들리지 않는지 몸을 뒤로 돌렸다.

 


"너 지금 뭐하는거야."
"비켜."

 


앞을 막아선 민석이 사나운 투로 물었다. 방금 도착했는지 가방을 멘 채였다. "따라갈 테니까 이거 놔." 뒤에서 들려온 말에 찬열이 손에 힘을 뺐다. 힘은 어찌나 센지 손목이 금방 빨개지는게 느껴졌다. "괜찮아?" 걱정하는 눈치인 민석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종례까지 얼마 시간이 남지 않았다.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는 찬열을 쫓아 도착한 곳은 옥상이었다.

 


"너, 내가 말했잖아. 백현이 건들지 말라고."
"…그랬지."
"그런데 왜 자꾸 붙고 지랄인데 어?"

 


이런 오해를 받는 것도 이젠 지긋지긋했다. 헛 웃음을 지어보이는 경수에 찬열의 표정이 급격하게 굳어갔다.

 


"야."
"뭐."
"나는 떨어졌어. 더러운 도경수가, 변백현한테서 떨어졌다고."

 


그런데 지가 자꾸 붙잖아. 껌딱지도 아니고.

 

마저 말을 뱉어내는게 힘들었다. 역시 아직도 백현을 좋아하는구나. 백현의 욕을 하고, 흉을 보는게 이렇게 마음 아픈건지 몰랐다. 모른 척하고 있었던 거지, 경수는 백현이 싫지 않았다. 자신의 마음을 짓밟고 아프게 했지만 6년이란 시간 동안 좋아했으니까. 쉽게 포기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경수가 그 말을 하고 힘에 겨워 입을 꾹 다물자 찬열이 드디어 화가 난건지 한 발짝 앞으로 걸어왔다.

 


"뭐라고 했냐? 껌딱지?"
"…그래. 껌딱지."
"개소리 하지마. 니가 백현이 약점 잡았잖아."

 


아직도 믿지 않겠다는 듯 큰 눈을 부릅뜨고 대답하는 찬열에 진이 다 빠졌다. 눈을 질끈 감았다 다시 뜨니 찬열이 가득 들어찼다. 그 눈을 마주하자 다리도 풀릴 것 같았다. 간신히 힘을 주어 선 경수가 후, 작게 한숨을 쉬었다.

 


"난 이제 할 말 없어."

 


모든 걸 다 얘기했으니까 버티고 서 있을 이유가 없었다. 문고리를 잡자 차가운 기운이 한꺼번에 몰아쳤다. 돌리려고 하는데 찬열에 의해 다시 몸이 돌려졌다. 장난해? 낮게 들려오는 목소리는 화를 잔뜩 억누른 듯 보였다. 닿아오는 찬 바람에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다 얘기했잖아. 변백현이 달라붙는 거라니까?"
"너 진짜 뒤지고 싶냐?"
"…나도 그 좆 같은 새끼 싫으니까, 제발 좀 떨어지라 그러라고!!"

 


빽 소리를 지르고 돌아서는 경수의 눈이 빨개졌다. 짜증나, 정말. 꾹 참아오던 눈물이 또 날 것 같았다. 문고리를 잡고 돌렸다. 교실에 가서 엎드려 있어야겠다 생각하고 열자 앞에 놀란 표정으로 서있는 백현이 보였다. 눈물이 가득 달린 경수의 얼굴을 보고 한껏 당황한 듯 안절부절 못 하는 눈치인 백현을 지나쳤다. 하지만 이내 손목이 붙들렸다. 경수는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놔."
"경수야."
"놓으라고!"

 


개새끼…

 

앞에서 걱정스런 표정을 짓는 백현이 자꾸 찬열과 겹쳐보였다. 사실 그 깟 찬열의 화 쯤이야 감당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찬열이 계속 꺼내는 변백현 이라는 이름이 너무 무서웠다. 마음 먹고 다가가면 멀어지고, 마음을 접으려 하니 다가오는 백현이, 경수는 너무 무서웠다. 그리고 이기적이었다. 그렇게 좋다고 따라 다닐 땐 못 느끼다가 없으니까 허전한가보다 하니 자신이 너무 비참했다.

 


"난 니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
"…경수야."
"너랑 친구가 바라는 대로 나 이제 너 싫어해. 그럼 됐잖아. 뭘 더 바래?!"

 


그 이상을 바란다는 거 자체가 이상한 거야.

 

경수는 그 말을 마치고 손목을 붙들고 있는 손을 쳐냈다. 제발, 나한테 아는 척 하지마. 말을 하는 내내 목소리가 덜덜 떨려오는게 느껴졌다. 이제 변백현은 나랑 상관없어, 경수는 그렇게 믿고 싶어졌다.

 


-

 


백현 Ver.

 


도경수를 좋아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을 때, 아까 울 듯한 얼굴을 하고 멀어져 가던 경수의 뒷 모습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나는 그 아이의 뒷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늘 먼저 다가왔고, 웃어주었다. 등을 보이고 매몰차게 내친 건 나였다. 도경수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나는 얼마나 악질일까. 정말 이기적이지만, 경수가 나를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면, 도경수도 그래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마음을 굳게 먹은건지, 정말로 내가 싫어진 건지 내가 다가가도 경수는 자꾸만 멀어지려 했다. 나오지 않는 용기를 억지로 짜내어 경수에게로 다가갔을 때, 경수는 여태 껏 보지 못한 얼굴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가뜩이나 마른게. 점심은 손에 대지도 않은 모습이 안타까워 계속 지켜보자 뒤로 휙 돌아 걸어가는 걸음걸이가 위태롭다. 결국 밥을 푸던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멀어져 가는 걸 계속해서 바라보는데 나가려는 경수를 박찬열이 다가가는게 보였다. 부름에 뒤를 돈 경수는 꽤 힘들어 보였다. 밥을 안 먹어서 그런가, 가뜩이나 하얀 얼굴이 더 하얘진 것 같다. 아프면 안 되는데.

 

무슨 말을 한건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짐작은 갔다. 또 말도 안 되는 말을 짓껄였을 걸 생각하니 머리가 지끈 아파왔다. 박찬열 같은 걸 친구라고 사귀다니. 아니 친구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던가? …없었던 것 같다. 박찬열은 도경수를 다시 친구로 만들기 위한 도구였을 뿐이다.

 


"너 뭐야."

 


맞은 편에 앉아있는 김민석의 표정이 좋질 않았다. 불편한 듯 한 쪽이 올라간 눈썹이 보였다. 어색하게 웃어보였지만 그 여파로 더 인상을 찌푸린다. "이제와서 왜 이러는데." 화가 났을 것이다. 갑자기 자신들을 멀리하고, 경수를 아프게 했으니. 김민석에게 도경수는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였다. 외롭고 쓸쓸하던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내준 마음 따뜻한 친구. 부모님보다도 경수랑 있기를 좋아했고, 경수가 좋아하는 나를 좋아해주었다. 그래서 나와 도경수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나에게 달려와 꾸지람을 주던 게 김민석이었다. '난 너네 둘 다 잃고 싶지 않아.' 그렇게 말하며 웃어보이던 김민석의 얼굴이 생각났다.

 


"…경수를."
"좋아한다?"
"그래."

 


내가 생각해도 어이 없었다. 김민석의 입장이라면 당연했다. 경수를 끔찍히도 싫어하다니 이제와서 무슨 소리인지 이해 못 할게 뻔했다. 나도 몰랐던 나를, 김민석이라고 어떻게 알았겠어. 나처럼 숟가락을 내려놓은 김민석이 하, 하고 짧게 한숨을 쉬었다. 나는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떴다. 사실, 경수에게 다가서기로 마음 먹으면서 생각해왔던 일이다. 김민석이 어떤 반응을 보이던 나는 받아야만 한다. 그걸로라도 죄를 씻을 수 있다면. 경수와 다시 친해질 수 있다면. 나의 마음을…전할 수만 있다면.

 


"…병신."
"뭐?"
"그걸 이제 알았냐."

 


입에서 나온 말은 지극히 의외의 발언이었다. 다 알고 있었다는 듯이 말하는 김민석에 내 눈이 커지는게 느껴졌다. 너 그게 무슨 소리야? 조급하게 튀어나간 말에 김민석은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나는 다 알아. 확고한 눈빛이 그렇게 말해주는 것 같았다.

 


"알고 있었는데…왜 말해주지 않았어?"
"그건 너가 알아서 해결해야 할 문제야."
"뭐?"
"누가 가르쳐 주는 거랑 니가 스스로 깨닫는 거랑 같냐?"

 


그 말을 마친 김민석은 식판을 들고 일어섰다. "어쨌든 경수 상처주지 말고." 멀어져가는 뒷 모습을 멀뚱히 바라보다가 나도 일어섰다. 도경수 배고플텐데, 빵이라도 사다 갖다 줘야겠다. 나에게서 너가 멀어지면 한발 짝 다가갈게. 너가 나에게 늘 그래왔던 것처럼. 내가 그럴게 경수야.

 

 


"변백현!"
"어?"
"박찬열이 경수 데리고 갔으니까 너가 가봐."

 


박찬열이란 말에 눈이 번쩍 뜨였다. 아침이라 졸렸던 게 확 달아나는 기분이었다. 하다하다 이젠 데려가기까지 하다니. 참 눈물나는 우정이다. 자꾸 내 일에 신경쓰는 박찬열이 짜증나 괜히 책상을 한번 차주었다. 겉으로만 반지르르 말하기 좋아하는 새끼가, 왜 유독 내 일에는 간섭인지 모르겠다. 도경수 때린 건 아니겠지. 그랬다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각오로 교실을 빠져나왔다. 아마 옥상으로 올라갔을 것 같아 나도 급히 계단을 올랐다. 1층에서 4층까지 순식간에 올라가느라 진이 다 빠졌지만 겨우 도착해 숨을 몰아쉬었다.

 


"너 진짜 뒤지고 싶냐?"

 


강압적이고 낮은 목소리가 옥상 문 너머로 들려왔다. 문 앞에서 바로 얘기를 하고 있는지 꽤나 큰 소리였다. 저 새끼가 진짜. 친구도 아니면서 경수한테 함부로 하는 게 싫어 인상이 찌푸려졌다. 문고리를 잡고 돌리려다가, 들려오는 날카로운 말에 멈칫했다.

 


"…나도 그 좆 같은 새끼 싫으니까, 제발 좀 떨어지라 그러라고!!"

 


소리는 지르고 있지만 떨리는 게 느껴졌다. 너는 얼마나 아팠길래, 모질게 말하는 것도 힘들어 하는거야?

 


"…놔."

 


잡힌 손목을 내려다보는 눈가가 빨갛다. 걱정이 되어 눈가를 만져주고 싶었지만 차마 그러지 못 했다. 손목을 이리저리 비틀며 빼려고 노력하는게 눈에 다 보였다. 그렇지만 힘을 더 주었다. 여기서 놓치면 안 될 것 같았다. "경수야." 얼마만에 너를 성을 빼고 부르는 건지 모르겠다. 가늘게 떨려오는 가슴이 벅찼다.

 


"놓으라고!"

 


개새끼…

 

작은 입으로 그렇게 말해오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아팠다. 서있는 것도 힘들어 보이는 너를 잡아주고 싶었다. 하지만 올라간 손은, 너의 매서운 눈빛에 다시 내려갔다. "난 니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 원망이 가득한 그 눈을 마주 볼 수 없었다. 혼자 아파한 도경수를 안다. 남몰래 울고 내 앞에선 이내 웃어보였을 너를 안다. 그래서 내가 하는 행동에 더 다칠 너를 알고 있다. 그렇지만 나는 도경수를 안 좋아할 수 없다.

 


"…경수야."
"너랑 친구가 바라는 대로 나 이제 너 싫어해. 그럼 됐잖아. 뭘 더 바래?!"

 


싫어해. 절규와도 같은 너의 외침이 귀에 꽂히자 드디어 누가 나를 밀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눈물이 가득 담긴 동공이 흔들렸다.

 


"그 이상을 바란다는 거 자체가 이상한 거야."
"……."
"제발, 나한테 아는 척 하지마."

 


비틀거리며 멀어져 가는 너를 볼 자신이 없어 고개를 숙였다. 몸에 기운이 쭉 빠져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자, 옥상 문이 열리더니 담배 냄새가 훅 끼쳐왔다. 그 냄새에 고개를 드니, 역시나 환히 웃고 있는 박찬열이었다.

 


"박찬열."
"나 보려고 왔어? 기특한 백구."
"나 도경수 좋아해."

 


우쭈쭈, 하며 웃어보이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입술을 꽉 깨물었다. 저 얼굴로 도경수를 마주 봤을 것이다. 백현이한테서 떨어져. 그런 말을 내뱉으며 상처를 줬을 박찬열을 생각하자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꾹 참았다. 그게 무슨 개소리야. 어이 없다는 듯 웃어보이는 얼굴에 고개를 치켜들어 똑바로 마주봤다.

 


"나 경수를 좋아해."
"장난해? 너 미쳤지?"
"아니. 안 미쳤어."

 


나는 경수를 좋아해. 그리고 이건 미친 게 아니라, 지극히 당연한거야.

 


나는 그렇게 확신했다.

 


-

 


경수 Ver.

 


그 길로 교실로 내려와 짐을 쌌다. 더 있다간 변백현의 얼굴을 또 마주해야 할 것 같아서 였다. 얼마 전에 쓰러져 병원에 간 적이 있어서 그런지 담임 선생님은 얼른 조퇴증을 끊어주었다. 민석이는 가방을 급히 싸는 나를 보고 웃어주었다. 조심해서 잘 가. 또 민석이는 다 알고 있는 듯 했다. 학교를 나서 집으로 가는 길은, 참 힘들었다. 따뜻하게 햇살도 내려오고 날씨도 좋은데, 왜 나만 이런지 모르겠다. 왜 나만 아파하고 슬퍼하고. 변백현을 좋아한 죄인가? 그럴지도 모르겠다.

 

멀어지는 변백현을 지켜보면서 아프기도 많이 아팠다. 자책도 정말 많이 했었다. 친구로만이라도 남자고. 그렇게 생각하던 마음이 백현을 보면 어느새 사라졌다. 그 애를 보며 환하게 웃고, 가슴이 쿵쿵 뛰는 걸 알아차리자 마음을 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당당하게 나의 마음을 보여준다면, 언젠가는 백현이도 돌아봐주지 않을까? …이제 와서 보면 진짜 웃긴 생각이었다. 3년 동안 참고 참았던 마음이 폭발해 변백현을 괴롭게 했고, 그렇게 우리는 멀어져갔다. 여러차례 혼란을 겪는데도 이상하게 마음 하나만은 변하지 않았다. 너를 좋아하는 내 마음은 말이다.

 


"왜 이렇게 일찍 왔어? 오늘 오전 수업만 했어?"
"…아니. 아파서 그래 엄마."
"아파? 어디가!"
"그냥 좀 자면 된대요."

 


또 아프고 그래.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히 들어나 괜히 미안해졌다. 오랜만에 일이 없어 쉬는 엄마를 또 걱정하게 한 게 미안했지만, 지금은 나도 많이 힘들어 얼른 방으로 들어왔다.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눕자, 주스를 컵에 따라온 엄마가 방으로 들어왔다. 컵을 침대 옆 탁자에 놔두면서 먹고 자라며 웃는 엄마에게 애써 입꼬리를 올려 웃어드리고, 나는 눈을 감았다. 사실 컵을 잡을 힘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였다. "엄마, 혹시 변백현 찾아오면 문 열어주지 마." 내 말에 엄마는 궁금해 하는 것 같았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방을 나가는 엄마를 보다가 눈을 감았다.

 

눈을 떴을 땐 초저녁인 듯 보였다. 이마 위에 올려진 수건을 잡으며 몸을 일으키자 머리가 조금 띵했다. 누워있다가 갑자기 일어나서 인 것 같았다. 관자놀이 꾹꾹 누르며 바닥에 발을 댔다. 엄마가 보일러의 온도를 높여놓은 건지 따뜻한 기운이 발을 감쌌다.

 

 

"경수야, 아까부터 백현이가‥"

"뭐?"

"문 열어주지 말래서 안 열어주긴 했는데, 밖에서 계속 너 기다리는 눈치더라. 밖에 추운데…들여보내야 하지 않겠니?"

 

 

걱정스러운지 엄마가 문 쪽을 돌아보며 말했다. 이기적인 새끼. 여기가 어디라고 찾아와? 왜 자꾸 흔들어 놓는건지 모르겠다. 다시는 아는 척 하지 말아달라고 말한게 고작 몇 시간 전인데. 하지만 나는 그 와중에도 추위에 떨고 있을 변백현을 생각하니 걱정이 되는 내 자신이 한심했다. 6년을 내리 백현을 좋아했다. 그래서 쉽게 마음이 안 접힌다. 접기가 너무 힘이 들었다. 여태까지 아팠던 거 생각하면 변백현이 미워야 하는데, 자꾸 시간이 갈수록 약해지는 것만 같아 너무 서러웠다.

 

 

"난 쟤랑 얘기하기 싫어."

"경수야."

"싫어, 엄마."

 

 

엄마가 실망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게 느껴졌지만 나는 입술을 꾹 물었다. 지금 나가서 변백현을 마주한다면 밀려올 내 마음을 감당해낼 자신이 없어 엄마. 날 자꾸만 아프게 하는 아이인데 보면 볼수록 좋아지잖아. 내가 있을 땐 귀찮아 하고, 없을 땐 허전해하는 나쁜 애인데. 이기적이고 못 돼 쳐먹었는데. 그런 걔까지도 좋아지잖아‥

 

 

"백현이랑 싸운거라면, 얘기해서 푸는게 나을 것 같다."

"엄마."

"너네 사이에 무슨 일 있는 거 알아."

 

 

이렇게 무조건 무시하지만 말고 주먹다짐을 하던가, 얘기해서 잘 풀어.

 

단호한 목소리로 다가오는 엄마의 말에 나는 결국 신발을 신었다. 나가려 문고리를 돌리는 것도 손이 떨려와 힘들었다. 눈을 감았다 떴다. 마음 독하게 먹자, 경수야. 마음 속으로 몇 번이고 외친 뒤, 문을 열었다.

 

열린 문 사이로 변백현이 보였다. 얼마나 기다린건지 문이 열리자 들려진 얼굴이 어둠 속인데도 빨갰다. 자켓도 없는지 교복만 입고 있던 변백현이 몸을 작게 떨었다. 한발짝, 앞으로 걸음을 내딛었을 뿐인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이렇게 오래 나를 왜 기다린건지, 이유를 물어야 하는데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벽에 기대 서 있던 변백현이 나한테 다가왔다.

 

 

"내가 아는 척 하지 말쟀잖아. 그새 까먹었어?"

"…안 까먹었어. 그런데 그렇게 못 하겠어."

"뭐?"

 

 

변백현과 눈을 마주했다. 순간 나는 멈칫했다. 뭐라 반박해주려 했는데, 변백현이 곧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하려고 했던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 모습이‥옛날의 나와 너무 닮아있었다.

 

 

"나는 너를 좋아해."

"……!!"

"너를 좋아하고 있었어."

 

 

말도 안 돼. 변백현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들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너무 놀라워 이마저도 나를 놀리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네가 어떻게 나를 좋아해? 크게 뜨여진 두 눈으로 변백현의 표정을 확인했다. 아까와 달리 진지함이 그대로 드러났다. 거짓말…이건 나를 속이기 위한 거짓말이 틀림없었다.

 

 

"거짓말 하지마. 너 사람 마음 가지고 장난 그만…"

"거짓말 아니야."

 

 

뜨여진 눈에 확신이 담겨있었다. 아아… 그제서야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는 걸 자각했다. 툭,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변백현의 손가락이 닦아주었다. "미안해." 귓가에 다가와 작게 속삭이는 목소리 또한, 울음에 가득 젖어있었다.

 

 

"나는 네가 아프지 않기를 바랬어. 너를 좋아한다는 걸 말할 용기도 없었고."

"……."

"그래서 너를 피한거야. 조금만 거리를 두고 정리하려고."

"변백현."

"그랬어. 그러고 나서 돌아가려고 했어. 너의 친구로…평생 남으려고 했어."

 

 

그런데 못 하겠더라. 그렇게 웃는 너를 보고 좋아한다고 말을 못 하는 건 너무 힘들 것 같아서.

 

그래서 나를 피했던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니 변백현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나도 처음엔 그랬으니까. 백현이를 좋아한다는 걸 깨닫고 나서, 친구로 남으려고 했었다. 실패했지만. 그 생각을 백현이도 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울컥, 마음이 솟아올랐다. 어느새 내 손은 변백현의 목을 꽉 끌어안고 있었다. 추위에 오래 노출된 탓에 온 몸이 차가웠다. 미련한 새끼. 그리고, 유독 따뜻한 손이 내 어깨를 감싸안았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가 있어. 제목이 'FLIPPED' 인데."

"…응."

"거기서 마지막에 남자애가 이런 말을 해."

 

 

그리고 나는 우리가 오랜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눌거라는 걸 알았다.

 

 

"우리도 그럴거야."

"…뭐야."

"3년 동안 제대로 된 대화 나눠본 적 없잖아."

 

 

다시 시작하자.

 

나는 감싸안은 두 팔에 좀 더 힘을 주었다. "그래." 내가 그렇게 아끼던 깨끗한 두 눈에 내가 담겨있었다. 나는 확신했다. 그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우리는 헤어지지 않을 거라고.

 

 

 

 

 

*

 

하 린(HARIN)입니다 완결!!!! 상,중까지는 써놓고 올렸는데 하는 써놓은 분량이 적어서 2시간 동안 끙끙댔네요..ㅎㅏ....

저기 영화 살짝 끼워넣었어요..완결이 경수 시점에서 끝났는데 괜찮을지 모르겠네요ㅠㅠㅠ어쨌든 뿌듯!!

이해를 돕기위해 설명을 드리자면, 제목의 뜻은 '첫 눈에 반하다' 뭐 이런 의미입니다. 경수가 이사온 백현이를 보고 첫 눈에 반했으니까요.

백현이가 경수를 좋아했지만 말 못 한 건, '경수가 다칠까 하는 걱정+부족한 용기=멀어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래서 자기 마음을 접을 겸 잠깐 거리를 둔거지만, 그로 인해 경수가 백현이에 대한 마음을 확연히 드러내면서 멀어지고 더 멀어지고 한거죠. 이해 안 되면 댓글로 물어보세요..편하게 알려드릴게여.

네..뭔 말인지 모르겠다 하시면 할 말이 없지만 여태까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외전으로 좀 있다가 찾아뵐게요!!

보셨으면 댓글 달아주세요!

 

엑소 아육대 파이팅!! 다치지만 마ㅠ-ㅠ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습니다

이런 글은 어떠세요?

 
독자1
이것만기다렷어요ㅜㅜㅜㅜㅜ해피엔딩이여서다행이에요 백도행쇼ㅜㅜ 외전도넘기대되요 백현이막질투하는것도보고싶고! 수고하셧어요~
11년 전
하 린
감사합니다!ㅠㅠㅠ기다려주시다니..감덩입니다~
11년 전
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11년 전
하 린
아이...저두여 하트 재밌게 읽으셨다니 다행이에요ㅠㅠ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분류
  1 / 3   키보드
필명날짜
온앤오프 [온앤오프/김효진] 푸르지 않은 청춘 012 퓨후05.05 00:01
김남길[김남길] 아저씨1 나야나05.20 15:49
몬스타엑스[댕햄] 우리의 겨울인지 03 세라05.15 08:52
      
      
엑소 [exo/세종] 내겐너무까칠한 02,0338 백희야 01.28 19:10
엑소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72 SLOW 01.28 18:46
엑소 [EXO/카디] little by little 0213 디 어 01.28 18:36
엑소 [EXO/다각] Misunderstand 12 MaoJ 01.28 18:22
엑소 [EXO/카디찬백] 어서오세요, 엑소유치원! second10 트리플망고 01.28 17:26
엑소 [EXO/세준클] 연하남자친구한테 복수..할수있을까48 연상남 01.28 17:09
엑소 [EXO/백도] FLIPPED 下4 하 린 01.28 16:47
엑소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62 오세훈남 01.28 16:38
엑소 [EXO/첸민] Tragedy4 the new 01.28 16:33
엑소 강친X징어픽 22228 징강짱 01.28 14:28
엑소 [EXO/찬백/루민/알파오메가] M.O.D(Medicine Or Drug)31 10도씨 01.28 14:24
엑소 강친X징어픽 111144 징강짱 01.28 13:49
엑소 [EXO/카디백] 백일몽[白日夢] 0732 로션 01.28 13:17
엑소 [루민/백도] sweet,sweety,honey5 the new 01.28 13:01
엑소 [EXO/찬백] 클럽에서 한판 뜬 애랑 666687 로션 01.28 01:21
엑소 [EXO/찬백] 동네친구랑 현게되는거 어떻게 생각함?;;; 22222222230 박요정 01.28 00:50
엑소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1 루시 01.28 00:39
엑소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38 무슨자신감ㅋ 01.28 00:21
엑소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38 새벽한시 01.28 00:07
엑소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23 뭉뭉이 01.27 23:58
엑소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2 01.27 21:34
엑소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01 오세훈남 01.27 21:30
엑소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64 연상남 01.27 21:13
엑소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7 sujeong 01.27 20:35
엑소 [EXO/찬백카디세준루민/개그물] 놈놈놈033 사방준 01.27 20:28
엑소 [찬열/백현] 박찬열이 잘못했네! 0116 육아물좋아하세.. 01.27 20:27
엑소 [EXO/백도] 사귄지 2년 된 애인이 있는데ᅲ ᅲ...⊙♡⊙1956 ⊙♡⊙ 01.27 19:07
팬픽 인기글 l 안내
1/1 8:58 ~ 1/1 9:00 기준
1 ~ 1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