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반인반수들과 동거 중 [Season 2] E
ep. 5 난 멋진 반인반수야.
원래 토요일이라 하면 아이들을 만나 힐링할 생각에 일찍일어나게 되는 날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배진영을 만나야 되기 때문에 벌떡 일어나게 되더라고요. 거실 밖으로 나오니 아이들이 그 전날의 토요일처럼 눈을 빛내며 저와 눈을 마주칩니다. 아... 양심의 가책... 슬금슬금 눈을 피하며 나갈 준비를 했습니다. 그런 제 모습에 아이들이 졸졸 쫒아오며 걱정이더라고요...
"왜.... 왜 나가???"
우뚝 멈춰서니 성우, 우진, 지훈 순으로 졸졸 쫒아오던 아이들이 제각기 앞에 머리를 박습니다. 성우도 제 등에 부딪히더니 그대로 절 안아버리는 겁니다. 요즘에 하도 아이들에게 신경을 못 써줘서 이러는 거 같아 마음 한쪽이 심히 불편해졌습니다. 근데, 어쨌든 오래도록 봐오던 동생 같은 아이가 내내 기운도 없고 정신도 없으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잖아요... 제 목을 감싸듯 끌어안고 있는 성우의 팔을 작게 토닥이며 말했습니다.
"미안... 미안한데, 금방 다녀올게. 중요한 일이라서 그래."
"그래도...."
"아 형 뭐야... 이건 반칙이지..."
"그래, 좀 놔 줘라. 너는 애들이랑 똑같이 뭐하는 거야."
"형은 모른다고... 이게 얼마만에 주인 얼굴 보는 건지 알아? 어제도 형이랑만 대화하고!"
아... 이러면 안되는 거 아는데... 우리 성우 너무 귀엽잖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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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차저차 아이들을 설득하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진영이가 바쁘던게 생각나 진영이 집 주변에 있는 카페에서 간단히 음료나 마시며 이야기하자 했죠. 밥 먹으면 괜히 애 시간만 뺏는게 되니까요. 이제 막 출발을 하려고 차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사이드 브레이크를 내리고 브레이크를 밟았던 발을 엑셀로 옮긴 후 차분히 출발시켰습니다. 연구소를 빠져나와 한적한 도로를 운전하니 상황이 묘한데도 뭔가 상쾌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 상태 그대로 배진영이 사는 동네까지 왔습니다. 다행히 주차할 수 있는 카페네요. 진영이가 정신 없는 와중에 잘 골라놨나봐요. 주차를 마치고 차에서 내리니 저 멀리서 걸어오는 배진영이 보입니다. 손을 흔들며 인사했으나 역시 멍하네요. 하... 왜 저러지, 진짜...
"배진영!!"
"아, 아. 안녕하십니까."
"너, 주말에 내가 불렀다고 시위하는 거지? 그렇지?"
막 뛰어와 앞에 바로 선 배진영의 어색하게 웃는 모양새며, 평소완 다르게 깔끔하지 못한 옷차림까지... 확실히 무슨 일이 있긴 있는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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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했던 음료가 나오기까지 아주 긴 시간이 걸린 것 같습니다. 저는 물론 배진영도 말 한 마디 안하고 있거든요. 저는 어떻게 물어야할지 몰라 말을 못하는 건데 배진영은 스스로 지금 상황에 대해 말을 해줄 리가 없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겠네요. 답답한 마음에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홀짝 마셨습니다. 생각보다 더 뜨겁네요. 놀랐지만 놀라지 않은 척 했습니다. 심각한 애 앞에 두고 이게 무슨 개그인지... 배진영 얼굴을 살피니 얼굴이 퍽 상한게 보였죠. 누가봐도 나 무슨 일 있어요... 하는 얼굴로 저렇게 앉아 있으면 제가 걱정을 안 하겠냐고요. 근데 죽어라 입은 또 안 열죠. 굳이 알고 싶지는 않은데... 배진영 혼자서 아파하고 힘들어하는게 보이니까 또 짠해요... 힘들 때의 그 마음 고생은 저도 얼마나 다운 되는지 아니까요... 아무래도 기분부터 풀어줘야겠습니다.
"진영아, 그거 기억나?"
"왜, 지훈이 만들 때. 너가 제안한 방법으로 하니까 3년 동안 안 되던 연구가 보란듯이 성공했잖아."
"아..."
"와, 진짜 너무 답답했는데 갑자기 사이다 마신 것 처럼 딱 맞아 떨어지니까 너무 속이 시원하더라."
"나 재활치료도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었는데 너가 옆에서 막 붇돋아 주고..."
"에이, 다니엘은 '할 수 있어!'였고 너는 '민현이 봐서라도 힘내십시오.'였지. 확실히 후자가 더 임팩트 있을 수밖에."
제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살짝 웃은 배진영을 빤히 보았습니다. 제 시선이 느껴지니 그제야 저를 마주보더라고요. 마주친 눈에 싱긋 웃어주었습니다. 저를 빤히 보던 배진영이 입을 달싹이기 시작했어요. 아, 드디어...! 언제까지고 기다려줄 수 있거든요, 저는. 그러나 끝끝내 입을 꾹 닫아버립니다. 저는, 나름 진짜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렇게 되니까 엄청 섭섭하고 그러네요. 불편해진 공기가 무겁게 내려앉습니다. 저도 마음이 상해버렸으니 누구 하나 이 분위기를 풀 생각을 못하고 있네요. 언제까지고 이런 불편한 자리에 있을 수는 없으니, 그냥 솔직히 다 털어놓아야겠습니다.
"진영아. 솔직하게 말할까? 나 지금 되게 섭섭해. 나름 난 너를 내 동생으로 생각했었는데... 넌 아닌가봐. 그저 그런 선배들 중 하나였나봐."
"그럼 지금 이 상황도 너는 되게 불편하겠다. 주말에 직장 상사가 집 앞까지 찾아와서 고민 털어 놓으라 말하는데."
"......"
"....끝까지 아니라고는 말 안 하네. 미안해. 앞으로 이럴 일 없을 거야. 나도 선 지킬게."
말하면 말할 수록 화가 나서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아무 말도 못하고 그자세 그대로 앉아있는 배진영을 빤히 보았습니다. 어... 어....?! 배진영 눈에 눈물이 고이는 겁니다. 당황스러워서 아니 진짜 너무 놀라서 배진영 옆자리에 앉아 트레이에 있던 휴지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주었습니다. 울음소리 하나 없이 그저 눈물만 뚝뚝 흘리는 그의 모습에 저도 미치겠는 거예요. 그래, 내가 미쳤지. 안 그래도 힘든 애한테 뭐한 거야, 지금. 가위 눌리고 울던 지훈이를 달래주던 저의 경력을 살려 배진영을 안고 등을 토닥여주었습니다. 그리고 되는대로 말했습니다.
"누나가 진짜, 미안. 정말. 너무 미안해. 너 힘든 거 뻔히 알면서 나 진짜 나쁜 년이다, 그치? 아니, 나는... 힘들면 술 마시면서 너한테 다 털어놓고 그랬잖아. 그래서 너는 누구보다 나를 잘 알고 다 챙겨주고 그랬는데, 생각해보니까 나는 너에 대해 아는게 없는 거야."
"......"
"하다 못해 네가 좋아하는 음료랑 음식도 몰라. 내가 아는 거라곤 계속 부르던 네 이름이랑 매년 챙겨주던 네 생일 뿐.... 인데..."
진영이가 갑자기 제 등에 손을 올리고 꼭 끌어안습니다. 근데 그게 자연스럽다기 보단 뭔가... 뭔가 묘하게 익숙한데... 아! 지훈이가 인간화를 하고 나서 본능적으로 따뜻한 품을 찾던... 약간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넘치는 환경에서 사랑만 가득 받으며 자랐을 아이가... 제대로 된 사랑을 받아본 적 없는 아이처럼 어설프게 저를 끌어안는다는 거예요. 확실히 뭔가 있긴 있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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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배진영에게서 무슨 일인지에 대한 이야기는 듣지 못하고 연구소로 왔습니다. 여전히 나중에 정리가 되면 이야기 꼭 해준다는 약속만 받았죠. 초면인 그의 모습에 당황스러운 것도 있는데 일단은 뭔가 불안해요. 혼자 두고 오는 게 맞는 거였나 싶기도 하고요... 고민 덜어주러 간 거였는데 더 안겨준 건 아닌가 하는 자책도 하게 되네요...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현관문을 열었습니다. 문이 열림과 동시에 지훈이가 소리쳤죠.
"주인님!!!!!!! 쟤가 저보고 못생긴 고양이래요!!!!!"
"개구쟁이를 개구쟁이라고 한 건데 쟤는 나보고 못생겼다 했어요!!!! 내가 왜 못생겨!!!! 흐어어어..!"
"와 바락바락 대들더니 우는 척 하는 거봐. 고약한 놈...!"
".....에휴, 오늘 아가들이랑 못 놀아주겠네. 저렇게 싸워서 원..."
"하핫... 사실 우리 집 호랑이가 제일 잘생겼다지."
"우리 집 늑대의 성품이 아주 훌륭하다지~"
오랜만에 또 한 건 했네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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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우진이는 '다 죽어버렸으면 좋겠어.'를 입에 달고 살았었습니다. 근데, 요즘의 우진이는 틈만 나면 민현이 등에 기어 올라가 업혀 있고, 성우 무릎을 배고 누워있으며, 성운이랑 술래잡기를 하는 둥 즐거운 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 재환이랑은 원래 잘 지냈고 지훈이랑도 싸움만 안나면 잘 지냈으니 뭐... 덕분에 집안 분위기가 꽤 따뜻해진 것도 같아요.
응? 그거 안 될 걸...? 넌 늑대잖아, 우진아... 차마 건네지 못할 속말을 곱씹다가 다시 우진이를 보았습니다. 당찬 저 표정을 보며 어떻게 말해줄 수 있을까요. 잠시 고민을 하고 있는데 성우가 선수쳤습니다.
"그치만 넌 나처럼 멋진 흑표범이 되지 못해."
"왜 다 안 되지? 그럼 성운이 형아 처럼 멋진 하늘, 아니. 재환이 형아처럼 멋진 북극곰이 될래!"
"야, 잠깐만. 왜 나 쏙 빼? 하늘다람쥐 무시해, 지금?"
"뭔데?"
"고기는 클 수록 맛있다."
"주인!!!! 우리 커다란 고기 먹자!!!!"
저 뒤에서 웃고 있는 재환이를 보니 재환이의 빅픽처가 성공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에이 그래. 먹고 싶다는데 먹지 뭐!
***
연말이라 되게 바쁘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감동쟁이들 자주 보고싶은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감동쟁이들도 나 보고 싶었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렇다고 말해ㅠㅠㅠㅠㅠㅠㅠㅠ
원래 오늘도 못 오는 거였는데, 구독료 무료라기에 감동쟁이들 무료로 얼른 보라고 일찍 왔어요!!!!!!!!
다음편은 일찍 가지고 올 수 있도록 노력해볼게요.ㅠㅠㅠㅠㅠㅠㅠㅠ
추천 46개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쩜 증마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추천이 항상 많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멋진 독자님들이야 내 독자님들으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사실 오랜만에 인티 들어오는 거라 그동안 나 잊었으면 어쩌지 싶었는데ㅠㅠㅠㅠㅠㅠㅠㅠ
구독료 수입 보니까 꾸준하더라고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사랑해여 진짜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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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은 항상 받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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