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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 강다니엘



02










"피곤하지."



하루를 꼬박 새워 드디어 스케줄을 끝낸 다니엘이었다. 비틀비틀 차에 올라타는 다니엘을 보고 매니저가 묻지만, 다니엘은 아니라며 고개를 젓는다. 다크서클이 턱 끝까지 내려왔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날이 가면 갈수록 치솟는 인기에 다니엘에게 들어오는 개인 스케줄의 양은 어마어마했다. 정말 한 사람이 이 모든 것을 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길 정도로. 대체 어느 정도냐면…



"너 개인 매니저 구한다더라."

"…네?"



이렇게 개인 매니저를 구할 만큼이나 말이다.



"아까 회사에서 나온 얘기야. 네 스케줄이 워낙 많냐. 나도 너 계속 케어해주고 싶은데, 다른 멤버들을 그만큼 신경 못 써주는 게 미안하기도 하고…."

"……."

"그냥 너 개인 스케줄 있을 때마다 데려다주시고 할 거야. 워너원 단체 활동 있을 때는 당연히 내가 다 할 거고."



이야기를 듣던 다니엘은 알겠다며 대답했다. 그리고 다니엘 또한 실감했다. 내가 스케줄이 많긴 많은가 보구나, 하고. 자신을 찾아준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다. 정말 감사한 일이지만, 이런 스케줄도 멤버들과 다같이 할 수 있으면 더 좋으련만. 이렇게 혼자서 개인 스케줄을 끝내고 돌아갈 때면 너무나도 외롭다. 옆에서 시끌벅적하게 떠들던 멤버들이 그립다. 혼자 타 있는 이 벤은 소름끼치게 조용하고, 또 적막하다.



멤버들은 지금 뭐한데요? 적막한 만큼 밀려오던 쓸쓸함에 다니엘이 물었다. 지금쯤 멤버들은 뭘 하고 있을까. 시간을 확인하던 매니저는 말했다. 애들 지금 제로베이스에 있을 거야. 아… 지성이는 오늘 운전 면허 교육 받으러 간다더라, 하고.



"지성이 형 있는 곳으로 가줄 수 있어요?"

"왜? 빨리 가서 좀 쉬지."

"그냥. 형 보고 싶어서."



하여튼 형은 끔찍이도 생각하지. 매니저는 못 말린다는 듯이 고개를 내저었다. 그럼 가는 동안만이라도 좀 자. 다니엘이 편히 잘 수 있도록 매니저는 흘러나오던 라디오를 껐다. 다니엘은 전날 옆좌석에 던져놓았던 안대를 가져와 그대로 제 눈을 덮었다.














"형!"



하마터면 엇갈릴 뻔했다. 지성이 있다는 곳에 도착을 했을 때에는 촬영이 다 끝난 건지 정리를 다 하고 막 출발을 하려던 참이었다. 조금만 늦었으면 큰일날 뻔했네. 벤에서 내린 다니엘이 지성을 향해 크게 손을 흔들자 지성은 다니엘을 보며 헐! 하고 소리쳤다. 다니엘을 다시 보게 된 건 하루하고도 반나절이 지난 시간이 흐른 뒤였다.



"뭐야, 스케줄 지금 끝난 거야?"

"응."

"아이고, 우리 니엘이 얼굴이 반쪽이 됐네…."



안쓰러운 마음에 지성은 다니엘의 얼굴을 쓸어내렸다. 괜찮아. 다니엘은 지성의 손을 잡아내리며 픽 웃었다. 옆에서 민현도 고생이 많았다며 다니엘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아, 역시 오길 잘했다. 피곤한 게 싹 가시는 기분이다.



"어!"



그때 외마디의 소리가 들리고 재환이 우다다 뛰어오는 게 보였다. 야, 왔냐?! 재환은 다니엘의 등을 퍽 내리치며 물었다. 아, 아파! 다니엘이 쓰린 등을 문지르며 재환을 살짝 흘겨보는데 재환은 그저 히히 웃을 뿐이었다. 허, 그 얼굴에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새어나온다.



"여주쌤!"



여주쌤? 다니엘은 아무 생각없이 지성이 누군가를 부르던 그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렸을 때에는….



"……."

"다니엘. 오늘 나 알려주신 선생님이셔. 김여주 선생님."



……김여주? 저도 모르게 그 이름을 내뱉었다. 정말 제가 아는 그 김여주가 맞는 걸까. 7년이란 세월이 흐른 지금, 다니엘은 긴가민가해서 그 여자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20대의 김여주를 상상해본 적이 없다. 아니, 상상해보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굳이 김여주의 20대를 생각할 필요가 있겠는가. 따지고 보면 기억의 저 끄트머리에 존재하던 아이였고, 지성으로 인해 7년 만에 기억에서 끄집어내게 된 아이였다. 정말 제 앞에 있는 사람이 그 김여주가 맞는 걸까, 단순히 동명이인은 아닌 걸까 하는 생각도 해보지만 이상하게 그 여자도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볼 뿐.



…뭐지.



혼란스러운 상황에 의문을 가질 때쯤 이윽고, 그 여자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아, 순간 다니엘은 느꼈다.






너 맞구나, 김여주. 라고.








*








잠깐만요. 다니엘은 양해를 구한 다음 여주에게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저벅, 저벅. 제게 다가오는 다니엘의 발걸음이 가까워질수록 여주는 혼란스러워 미칠 지경이었다. 뭐야, 쟤는 갑자기 왜 오는 거야?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긴 한 건지 도저히 떨어지지 않던 발이 그제야 떨어지기 시작했다. 다니엘이 다가올 때, 여주는 뒷걸음질 쳤다. 그래, 그냥 모른 척하자. 아예 몸을 돌려 그와 정반대 쪽으로 걸어가려고 하는데,



"야."



뒤에서 저를 붙잡는 다니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맞지? 김여주."

"……."

"ㅇㅇ고 2학년 5반."



아씨…. 여주는 작게 욕을 읊조렸다. 자신을 기억해주지 못하길 바랬건만, 기억력은 또 왜 이렇게 좋은 건지. 어떡하지, 그냥 아니라고 할까? 하지만 너무 알고 있다는 목소린데…? 이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되도 않는 머리를 이리저리 굴려보지만 마땅한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초조함에 입술을 꽉 깨물고 있을 때, 제 앞으로 걸어온 다니엘은 여주의 앞에 서 그녀와 얼굴을 마주했다. 흠칫, 갑작스럽게 마주하게 된 다니엘의 얼굴에 여주는 작게 떨었다.



"맞네, 너."

"……."

"나 기억은 하나보다?"

"……."

"오랜만에 만났는데 인사 좀 해줘."



인사는 개뿔. 저게 지금 뭐라는 거야. 여주는 당장이라도 이 곳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다. 아주 속 편한 소리 하고 있지, 자기는 뭐 하나 꿀릴 게 없는 사람이니까. 그러니까 지금 저렇게 자신만만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거겠지.



입에 자물쇠라도 채운 듯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여주를 보던 다니엘은 실소를 내뱉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웃기다. 김여주가 운전 면허 학원에서 일이라니. 이 직업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그냥 운전과는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던 김여주가 여기서 일을 한다는 게 웃기다는 거다. 안 어울려도 너무 안 어울리잖아, 내가 생각한 김여주는 훨씬 더 잘 살고 있어야 되는데.



"여기서 일하면 운전은 잘하겠다, 그치?"



…아, 쟤도 저 소리 하네. 운전을 잘하겠다는 그 말, 이제는 너무 지긋지긋하다. 이제는 그 말이 비참하게 들릴 정도였다. 여주는 주먹을 꽉 쥐었다. 다니엘은 그런 여주를 힐끔 쳐다보았다. 꽤나 이 상황이 달갑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그치, 그렇겠지. 너나 나나, 지금 이 상황이 유쾌하지만은 않겠지. 그렇게 물끄러미 힘이 들어가있는 여주의 주먹을 쳐다보고 있는데 불현듯, 아까 매니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너 개인 매니저 구한다더라.'

'아까 회사에서 나온 얘기야. 네 스케줄이 워낙 많냐.'

'그냥 너 개인 스케줄 있을 때마다 데려다주시고 할 거야. 워너원 단체 활동 있을 때는 당연히 내가 다 할 거고.'



왜 갑자기 개인 매니저를 구한다는 말이 떠올랐을까. 여기가 운전 면허장이라서? 김여주가 이 학원 강사라서? 그래. 뭐가 됐든, 어쨌든 말이 안 되는 거라는 거 잘 아는데, 가능성이 있을지도 잘 모르겠는데…



"……야."

"……?"

"너 일 그만 두고 내 매니저나 해라."



다니엘은 말했다. 자신의 매니저를 하라고. 그 말을 듣던 여주의 표정이 급속도로 일그러졌다. 충분히 예상했던 얼굴이었다. 얼마나 밑도 끝도 없는, 맥락없는 말이던가. 그런데… 어쩌면 나는 네 자존심을 밟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지금 이런 말도 안 되는 말을 내뱉은 건지도 모르겠다.



"…뭐?"

"너 이런 곳에서 강사 할 정도면 운전 꽤 할 거 아니야. 안 그래도 나 개인 매니저 구하고 있었거든. 요즘 스케줄이 워낙 많아서."

"…너 지금 제정신이야?"

"응?"

"너랑 내가 그럴 사이는 아니지 않냐?"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건가. 여주는 어이가 없어서 절로 헛웃음이 새어나왔다. 가뜩이나 네가 잘된 게 짜증나 죽겠는데, 특히 너를 만난 건 더 짜증나 죽겠는데 7년 만에 만나서 하는 말이 네 매니저를 하라고? 사람을 얼마나 하찮고 같잖게 봤으면 저런 말을 쉽게도 하는 걸까. 여주는 속에서 끓어오르는 뜨거운 무언가에 속이 다 데이고도 뒤집힐 지경이었다.



"페이는 나쁘지 않을 거야. 뭐, 네가 얼마 받는진 모르겠지만 아마 지금 받는 것보단 훨씬 많이 받을 테니까."

"야."

"내가 특별히 더 부탁해볼게. 내 동창이니까 잘 봐달라고."

"야!!!!"

"……."

"너 진짜 미친 거 아니야?"

"왜?"









[워너원/강다니엘] 동창 강다니엘 02 | 인스티즈

"춤만 추던 날라리새끼 매니저 하라니까, 자존심 상해?"







……아. 순간 저릿해져오는 왼쪽 팔을 여주는 꾸욱 잡았다. 무어라 할 말이 없었다. 춤만 추던 날라리 강다니엘은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영향력을 끼치는 인물이 되었고, 적어도 쟤보다는 잘 살거라고 자부하던 자신은 구차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으니까. 그땐 저딴 말을 왜 했을까. 왜 저딴 생각 없는 말을 했을까. 자신이 내뱉었던 그 말을 강다니엘 본인에게 직접 들으니 여주는 그 어떤 때보다도 비참한 기분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이래서 떳떳하지 못한 사람은 항상 작아지고, 초라해진다. 많은 것을 가진 그의 앞에서 가진 게 하나 없는 여주는 아무런 말도, 대꾸도 할 수가 없었다.



형. 다니엘은 잠시 제 매니저를 불렀다. 이쪽으로 걸어온 매니저는 안 그래도 왜 이렇게 안 오나며, 이동해야 하니 빨리 이야기를 끝내라며 타박했다.



"미안해요. 그런데 형, 명함이랑 볼펜 있죠."

"어? 어."

"잠시만요."



매니저에게서 명함을 받은 다니엘은 그 뒷면에 자신의 번호를 적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을 여주에게 건넸다.



"할 마음 있으면 연락해."



가요, 형. 다니엘은 일방적인 그 말을 끝으로 미련 없이 여주에게서 등을 돌렸다. 당최 알 수 없는 이 상황에 매니저는 그를 따라가며 묻기에 바빴다. 야, 너 지금 뭐 하냐? 저 분이랑 아는 사이야? 뭐가 할 마음이 있으면 연락하라는 건데? 끝도 없이 제게 질문하는 매니저에 다니엘은 말했다.



"개인 매니저 구한다면서요. 부탁해봤어요. 혹시 해줄 수 있냐고."

"에엥? 그걸 네가 왜 구해. 그리고, 아는 사이야?"

"네. 고등학교 동창이에요."

"아, 그래? 와. 무슨 동창을 여기서 다 만나냐. 세상 참 좁네…."

"…그러게요."



진짜 세상 참 좁지. 여기서 김여주를 다 만나고.



"그런데 여잔데… 잘할 수 있을까?"

"운전 하나는 잘할 거예요, 여기서 일할 정도면. 형이 좀 부탁드리면 안 돼요?"

"흐음… 그래도 안 되지 않을까 싶다. 회사에서도 막을 것 같은데. 아는 사이에 특히 여자면…."

"걱정하지 마세요."





형이 걱정하는, 회사가 걱정하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자신과 김여주 사이에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아니, 일어날 수가 없을 것이다. 절대로.














"……하."



모든 차량이 다 빠져나가고, 학원이 허전해질 때까지 그 자리에 서 있던 여주는 끝내 차오르던 눈물을 소매로 슥 닦아냈다. 그리고 다니엘이 준 명함을 온 힘을 다해 꽉 쥐었다.



"…미친놈."



내가 네 밑에서 일할 것 같아? 볼품 없게 구겨진 명함을 보던 여주는 가차 없이 그것을 쓰레기통에 던졌다. 너 따위에게 전화할 일은 죽어도 없을 것이다.








*









한 차례 폭풍같던 일이 지나가고, 여주는 여전한 삶을 살고 있었다. 수강생들을 교육하고, 시험에 통과하도록 잘 알려주고, 또 새로운 수강생을 맞이하고. 더 악착같이 살았다. 강다니엘 같은 거 잊어버리기 위해 더 악착같이 일했다. 웬만하면 티비를 틀지도, 인터넷을 하지도 않았다. 어쩌다가 네 소식을 듣게 될까봐. 뜻하지 않게 강다니엘 너에 대해서 알게 될까봐. 그렇게 그를 잊어가기 위해 여주는 지금 하고 있는 일 이외에는 아무것도 관심을 가지려 하지 않았다.



그런데 하늘이라는 게 참 야속하지. 그 일이 일어난지 일주일이 채 안됐을 때 이제 좀 평화롭게 살려고 하던, 애써 안정을 찾아가려고 하던 여주에게 사건이 발생했다.



"……뭐?!"

- 하… 미치겠다. 어떡하냐, 여주야.



아무리 약속이 있어도 새벽 두 시면 들어오는 아빠였는데, 세 시가 되어서도 집에 들어오지 않는 아빠가 걱정 되어 전화를 해보려던 참이었다. 마침 울리는 핸드폰에 황급히 전화를 받아보니 아빠는 말 대신 땅이 꺼져라 한숨부터 푹 내쉬었다.



사건은 이러했다. 가져온 차가 있었기에 술을 마시지 않았던 아빠는 취한 친구들을 집까지 데려다 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더란다. 왜 그랬는진 모르겠다. 평소 같았으면 대리 운전을 불렀을 텐데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어서 그런지 꼭 집까지 데려다주고 싶었다고 했다. 특히 아빠는 운전 면허 학원을 운영하는 원장이었기에 운전에 대해서는 크나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도 한 몫했다. 그렇게 아빠는 운전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 다 괜찮았다. 다 괜찮았는데 마지막 친구를 집에 보내려고 할때, 하도 차에 있어 멀미를 한 건지 그 친구가 아빠에게 토를 했다더라. 갑작스러운 친구의 행동에 아빠는 놀라서 급브레이크를 밟았고, 앞에 있는 차를 쾅 박아버렸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앞에 있는 차가 굉장히 비싼 차였다는 거지? 그것도 엄청."

- ……응.



아, 어떡해!!! 여주는 빽 소리를 질렀다. 그러게 오늘따라 친구들을 다 데려다 준다고, 왜 갑자기 그런 선행을 베풀겠다고 해서 이런 일을 당해, 왜! 여주는 속이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보험처리를 해도 갚아야할 금액은 어마무시했다. 이게 웬 날벼락이야.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냐고…!



"그래서 아빠 언제 오는데…?"

- …좀 걸릴 것 같아. 오늘은 먼저 자.



…아, 내가 미쳐. 진짜. 힘없는 아빠의 목소리를 끝으로 전화는 툭 끊겼다. 먼저 자라고 했지만 잠이 올 리가 없잖아. 이리저리 몸을 뒤척여보지만 더욱더 또렷해지는 정신에 여주는 그저 이불만 걷어찼다. 어떡하지, 우리 형편에 그런 큰 돈은 없는데. 지금 수익이 들어오는 곳이라곤 아빠 한 명뿐인데, 언제 그 돈을 벌어서 다 갚냐고…. 이럴 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너무나도 밉다. 돈을 벌긴 커녕 다달이 용돈을 타서 쓰고 있는 자신이.



알바라도 해야 되는 거겠지. 어떻게든 보탬이 돼야 했기에 여주는 알바 모집 공고를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계산을 해봤을 때 생각보다 돈이 별로 되지 않았다. 그래서 일반적인 알바보다 택배 상하차나 공장을 찾아보았다. 지금 당장이라도 일손 뽑냐고 물어보고 싶은데 시간이 너무 늦은 터라 여주는 알아본 몇 군데를 체크해놓곤 얼른 날이 밝기만을 기다렸다. 얼른 날이 밝아야,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으니까.








*








"……아, 이미 다 뽑으셨다고요."



네… 감사합니다. 알바를 구하는 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사이트에 올라온 많은 공고만큼, 그 중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란 하늘의 별따기였다. 진짜 미치겠네. 돈이 없으니 이렇게까지 간절하게 일이 하고 싶어지는구나. 수능이 끝나고 자신은 펑펑 놀고 있을 때, 애들은 알바를 구해야 한다며 아등바등 했던 게 지금에서야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취업을 하기 위해서도 밤낮 노력을 하던 게 이해가 되기 시작했고. 정말 뒤처진 인간이구나, 나는. 여주는 울고만 싶어졌다. 어째 하루하루 살아갈수록 한심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듯했다.



'야.'

'너 일 그만 두고 내 매니저나 해라.'



……아 미친. 여주는 불현듯 떠오르던 다니엘의 말에 고개를 휘휘 저었다. 미쳤어. 내가 진짜 막노동을 하는 일이 있더라도 걔한테는 절대 연락 안해. 사람이 자존심이라는 게 있지, 아무리 돈이 급하다고 걔한테 손을 뻗어?



'페이는 나쁘지 않을 거야. 뭐, 네가 얼마 받는진 모르겠지만 아마 지금 받는 것보단 훨씬 많이 받을 테니까.'

'내가 특별히 더 부탁해볼게. 내 동창이니까 잘 봐달라고.'



아, 여주야… 아니다. 이건 진짜 아니다. 여주는 제 머리를 세게 내리치는 가학적인 행위를 하면서까지 그의 말을 잊으려고 노력했다. 생각해보니 걔도 그 소속사 가수일 뿐인데, 지가 뭔데 매니저를 구해. 구해도 회사에서 알아서 구하겠지. 그때는 그냥 나 좀 밟아보겠다고 되지도 않는 허세를 부린 걸 거야, 그래, 이건 걔 수법에 넘어가는 거야….



"……아이씨!"



하지만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도 여주는 곧바로 그때 그 명함을 버렸던 쓰레기통으로 달려갔다. 명함을 버린지 일주일도 넘었다. 쓰레기차가 이미 한 차례 왔다 갔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주는 미친 듯이 그 쓰레기통을 뒤지기 시작했다. 혹시 모르잖아. 아직, 그 명함 있을 수도 있는 거잖아…!



"아오!"



그러나 반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명함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제야 들던 정신. 정신을 차리고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는 제 자신과 바로하게 되자 여주는 땅에 털썩 주저 앉았다. 나 대체 왜 이러고 살아야 되냐…. 울컥해지는 기분에 괜히 입술을 꽉 깨물었다. 에라이, 손이나 닦아야지.





그런데, 이런 시련을 내려놓고 하늘은 자신이 불쌍하긴 했나보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까먹고 있었다. 지성이 면허를 따러 이곳에 또 온다는 사실을. 주변에 멤버들이 없는 걸 보니 오늘은 혼자서 온 모양이었다. 여주는 제게 반갑게 인사를 하는 지성을 데리고 황급히 구석진 곳으로 데려갔다. 어어? 선생님, 어디 가세요?! 뒤에서 스태프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그건 안중에도 없었다.



"…선생님?"

"지성님."

"네?"

"제가 한 가지만 부탁해도 될까요?"

"뭔데요…?"










"강다니엘 번호 좀 알려주세요."








*








"잠깐 쉬었다 갈게요!"



몇 시간동안 뜨거운 조명 아래서 진행된 화보 촬영에 다니엘의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었다. 쉬는 시간이 주어지자 서너 명의 스타일리스트들이 그에게 붙어 화장지로 땀을 닦아주고, 옆에서 선풍기로 바람을 쐬어주며 메이크업을 수정해주곤 했다. 그들의 손길을 받으며 옆에 놓인 물을 마시다가, 문득 아까 지훈에게 답장하지 못한 카톡이 떠올랐다. 형 나 핸드폰 좀요. 다니엘의 말에 매니저는 그에게 핸드폰을 갖다주었다. 형, 오늘 끝나고 게임 한판 ㄱ? 카톡방에는 제가 읽고선 차마 답장하지 못해 지훈의 카톡만이 덩그러니 떠 있었다.




그때였다.




"……?"



지이잉- 하고 울리던 핸드폰. 화면에는 모르는 번호가 번쩍이기 시작했다. 또 사생인가. 다니엘은 단호하게 수신 거부를 누르고는 다시 카톡을 치려고 했다. 그런데 또 아까와 같은 번호로 계속 전화가 오는 게 아니던가. 몇 번이고 끊어보지만 포기라는 것을 모르는 듯 계속해서 그 번호는 번쩍였다. 뭐야, 이 사람은…. 다니엘은 한참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사생이면 그냥 끊어버려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

"여보세요?"

- …저기.



……? 잠깐만. 어디서 들어본 목소린데. 익숙한 듯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목소리. 누구였더라….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기 위해 제 기억을 헤집던 다니엘의 머릿속에 불현듯, 무언가가 스쳐지나갔다.





……아, 설마. 다니엘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리며 올라갔다.






"여보세요."

- …….

"할 말 없으시면 끊겠습니다."

- 저, 저기… 아씨, 야. 나….













[워너원/강다니엘] 동창 강다니엘 02 | 인스티즈

"그래, 여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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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글 [워너원/강다니엘] 동창 강다니엘 02  19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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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 또는 엔터키 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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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ㅠㅠㅠㅠ너무재밌어요ㅠㅠㅠㅠㅠㅠ신알싱하고가요! 혹시 암호닉 받으시면 [라온하제]로 신청해도 될까요?ㅠㅠㅠ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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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ㅠㅠㅠㅜㅠㅜㅜ아 작가님 이렇게 빨리 다음편을 올려주시면 너무너므무 감사하죠..♡ 간질나게 끝났네요..♡ 지금은 여주가 잡혀?있는거 같은데 후에는 상황이 반대로 되었으면 좋겠네요 호홍 다음편 기다리고 있겠읍니다,,!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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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ㅠㅠㅠㅠㅠㅠ 넘 궁금하잖아요 여주 너무 안쓰러운데 마지막에 다니엘이 이름 부르는 건 또 뭔가 설레고(?) 아니 설레면 안 되는 상황인데...ㅋㅋㅋㅋㅋㅋ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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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와 대박 ㅠㅠㅠ 둘이 과거에 무슨 일이있던거죠?ㅠㅠㅠ 너무 좋아요 다음화궁금해여ㅠㅠㅠ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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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힝 뭐야뭐야ㅜㅜㅠㅠ 너무 궁금해요'ㅠㅠㅜㅠ!!!!!!!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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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할 진짜 작가님 다음화기 궁금하게..저를 너무 애타게 하시는군요ㅠㅠㅠㅠㅠ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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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아니 작가님 여기서 끊으시면 따흐흑.... ㅜㅜㅜㅜㅜ 너무 궁금해요 작가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늘도 잘 읽고갑니다 ㅠㅠ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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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8
헉....헉......ㅠㅠㅠㅠㅠㅜㅠㅠㅡ짐 재밌어서 엄청 몰입하고 봤네요ㅠㅠㅠㅠㅠㅠㅠ담편이 시급해!!ㅠㅜㅠㅠ!!ㅠㅠㅠ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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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9
둘이 예전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처음 보는 자까님인데 자꾸 기대를 하게 되는 필력이에요 다음편 기대해용♡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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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0
우오아ㅏ 작가님 ㅠㅠㅠㅠ 다음화도 이렇게 빨리 올려주시다니!!!! 둘의 인연은 어디서부터일까여?! 다음편도 기다릴게요❤️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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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1
작가님 ㅠㅠㅠ 글 너무 재미있어요 ❤️ 추천 누르고 갈게요!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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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6.76
역시나 연예인-매니저물 음음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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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2
ㅠㅠㅜㅜ너무재미있어요 둘이무슨일이있었을까요..!!? 다음편도 기대할께요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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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31.211
여주 너무 당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고...... 빨리 당당해지는 순간이 왔으면 좋겠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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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3
아 그럴 상황은 아닌거같은데 마지막에 다니엘 왜이렇게 설레죠??ㅠㅠㅠㅜㅠㅜㅠㅠㅠ둘이 무슨일이 있었는지 더 궁금해졌어요ㅠㅠ 얼른 다음화 보고싶어요~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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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4
와 뭐야ㅠㅜㅠㅠㅜㅠㅜㅠㅜ 마지막 말 세상 섹시..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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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5
헉 헉 자까님 대체 다녤과 여주의 사이에 무슨 일이 었었던겁니까... 너무 기대돼요 다음편도 기다릴게요ㅠㅠㅠㅜㅠㅜㅜㅜㅜㅜ 작가님 혹시 암호닉 받으시면 다음화에 신청하구싶어요...!!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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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6
아... 아... 여기서 끊으시면 안 돼요 ㅠㅠㅠㅠ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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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7
작가님ㅜㅠㅜㅜㅠ 넘 재밌어용ㅜㅠㅜㅜㅜㅜㅜㅜ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해요!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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