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굴 w.휴일
쳐진 눈이 놀라서 눈물이 그렁그렁한 모습까지 전부 너무나 예뻐서 종인은 숨이 거칠어졌다.
입술을 떼고 종인이 물었다.
"이름이... 뭐야?"
아이가 종인을 의아하고 두렵게 쳐다보며 다시 입을 움직였다.
하지만 그 입에서 나온 소리는 작은 여우나 고양이의 울음처럼 가냘프고 끙끙대는 소리였을 뿐,
종인의 반복되는 질문에는 대답해 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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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알대는 소리에 종인이 눈을 찌푸리고 아이에게 얼굴을 들이밀며 더 깊숙히 눈을 맞췄다.
"말, 못해?"
아이가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들고 종인을 올려다보다 고개를 숙였다.
자신의 말에 대답하는 행동은 아닌듯 했지만 종인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한숨을 내쉬곤 아이의 옆에 앉은 종인이 천천히 아이를 살폈다.
사내아이 치고는 조금 긴 갈색 머리칼이 정돈 되지 않았고 그 아래로 얼룩덜룩 때가 탄 얼굴이 보였다.
처진 눈꼬리 밑에는 예쁜 연갈색 눈동자가 불안한듯 흔들리고 있었다.
얼굴선을 타고 내려가던 시선이 방금 전 자신이 넋을 잃고 맞춘 마른 입술에 닿자 종인은 갑자기 부끄러움을 느끼고 마른세수를 했다.
왜 저렇게 이쁜거야. 조그만 게 이뻐서 사람을 그렇게 만들고....
"아으...내가 정말....."
종인의 목소리에 아이가 살짝 떨며 옆을 돌아봤다.
이상한 사람이다........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뭐라뭐라 말을 걸고 갑자기 쳐다보더니 다가와 입을 맞추고, 아이도 종인이 궁금했다.
종인이 얼굴을 들고 다시 아이에게 눈을 맞췄다.
"백현."
아이가 다시 울먹거리며 종인을 올려다봤다. 난처한 표정이었다.
"백현. 이제 너는 백현이야."
"......."
"대답하라는 게 아니야. 그냥, 내가 부를 게 없으니까. 백현이라고 할게."
"한번만 따라해봐, 백-현-"
아이가 미간을 찌푸리며 종인을 쳐다봤다.
"백-현-. 백-현."
알아듣지도 못하는 아이를 두고 종인은 해가 질 때까지 그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댔다.
물론 아이는 종인의 목소리가 멈출 때까지 찡그린 얼굴을 펼 수가 없었다.
어둠이 짙어지고 제 때 집에 가지 않으면 엄마에게 혼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종인은 가방을 고쳐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래 앉아있던 탓에 다리가 저려와 통통 다리를 두드렸다.
"나, 가야겠다."
뒤돌아서 발걸음을 옮기려다 종인은 멈췄다. 잠깐, 아이는 어떡하지?
혼자서 울고있던 모습이나, 어린 애가 챙겨지지 못하고 꾀죄죄한 꼴로 있던 게 생각이 났다.
반나절이 지나도록 아무도 오지 않았고, 여긴 여우산이라 사람들도 가급적 피하는 곳인데 보호자가 있을리 만무했다.
뒤돌아 아이를 내려다 보니 눈물이 흘러 얼굴이 얼룩진 아이가 종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랑 같이 가자. 안돼겠어."
종인이 아이 앞에 쪼그려 앉아 손을 내밀었다.
멍하니 쳐다보던 아이는 종인의 손 위에 턱- 손을 얹었다.
종인이 웃으며 아이를 일으켰다.
"내가 왜 너를 백현이라고 부르고 싶은 줄 알아?"
하도 이것저것 말해대는 종인에 아이는 알아들으려는 노력을 포기한듯 이젠 열심히 걸음만 걷고 있었다.
"네 꼬리, 예뻐. 참 하얗고, 예뻐. 아니 사실 꼬리보담도 네가 예쁜 거 같아. 아니...네 꼬리가 하얗잖아, 그래서 흰 백."
어두운 밤바람이 차갑게 불어대고 얇은 티셔츠 하나를 입은 아이가 바르르 떨었다.
"추워?"
종인이 걸음을 멈추고 무릎을 굽혀 아이를 살펴봤다. 코끝이 빨갛게 시려져 입술이 마른 아이는 흰 뺨까지 쓰려보였다.
교복 위에 입고 있던 야상을 벗어 아이에게 입힌 종인이 문득 아이를 꽉 끌어안았다.
추우니까, 추우니까..
종인이 그대로 아이를 안아들고 길을 내려갔다. 아이가 놀라 종인의 목에 손을 두르고 눈을 크게 떴다.
흘긋 바라보며 웃는 종인에 아이가 푹 고개를 숙였다. 종인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입김만 후후 불어댔다.
"현은, 구슬 현. 눈이 예뻐 너는. 예뻐. 축 쳐지긴 한데, 사실 내가 눈꼬리 올라간 여자를 좋아하거든. 한예슬? 그런."
후후 입에서 하얀 구름이 나오던 아이는 종인이 말이 또 시작되자 웃으며 종인의 머리에 기댔다.
"근데 생각해보니까 뭐 쳐진 눈꼬리도, 나름 예쁜 거 같아. 아니, 나름이 아니라.. 많이. 되게 이뻐."
저가 무슨 말을 하는 지도 모르고 남들이 들으면 부끄러울 얘기를 줄줄 늘어놓는 열여덟 끝무렵의 소년과,
그 품에 안겨 머리를 기댄 작은 아이가 그렇게 길을 내려갔다.
집이 가까워지자 겁이 났다. 막상 오고 보니 엄마에겐 뭐라고 설명을 할 것이며 백현을 어쩔지 무서워졌다.
또 몇십분째 집 앞에 서성이다 종인이 입을 앙 다물고 대문을 열었다.
살짝 잠들었던 아이가 끼긱대는 소리에 비몽사몽 눈을 떴다.
"김종인!!!!!!!"
"엄마...."
"너 지금 시간이 몇 신대 여즉 안 들어오....!!"
엄마의 눈이 커지며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종인은 눈을 꾹 감았다 떴다
"이게.......아니......얘가.....뭐야?"
거실을 가로질러 아이를 소파에 기대어 앉힌 종인이 말했다.
"내가 설명할게. 들어줘요."
몇번이고 이해할 수 없단듯 되물으며 종인의 말을 듣던 엄마가 종인에게 물었다.
"그래, 그럼. 전부 다 정말이라고 하고. 아니 정말... 믿기지가 않네. 그럼 어떡해? 어떡할거야?"
"어떡하기는... 저렇게 어린 애를 혼자 냅둬 그럼? 말도 할 줄 몰라...."
"저 애가 사람인지 뭔지도 모르잖아! 김종인 너 정말, 이게 뭐야, 방학맞이 이벤트니? 너 이제 고3이야!"
"적어도 나쁜 앤 아냐. 그리고 엄만 무슨, 지금대로만 하면 엄마 바라는 그 대학 문제 없단 거 알면서 고3, 고3! "
"지금 성적 좋다고 일년 후에도 그래? 그리고, 니가 쟤를 어떻게 알어! 게다가 저렇게 작고 어린 애를 니가 어떻게 감당해!"
인상을 쓰고 머리를 싸매는 엄마를 보며 종인이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예상했던 반응이지만, 솔직히 자신도 어찌할 줄 모르는 게 사실이었다.
어디서 온 건지, 원래 거기서 살던 건지, 뭘 하면서 살아왔는지, 아니 그보다도, 대체 그 흰 꼬리는 뭔지. 정작 아는 건 하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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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썼어여! 뿌듯합니다 :D 근데 다 쓰고 보니 짧네요...ㅋㅋㅋㅋㅋㅋㅋ민망해라..
천연미네랄
딩둉
카스타드
댜릉 님!
암호닉들 맞으시죠!!!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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