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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별 전체글ll조회 1140





소나기 1998
Couple 카이X디오/카디
Name Han Byeol
BGM 이루마 ‘Spring Rain’









01









 종인은 학교를 마치고 이제 막 집에 도착하게 되었을 때 즈음, 숙제를 해야하는 교과서를 학교에 놓고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문을 열기도 전에 마당에서 키우는 진돗개 백구가 종인이 온 것을 알고 컹컹 반가움을 짖어댔다. 종인은 대문을 열고 들어가 백구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 밖으로 나와 대문을 닫았다. 안쪽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종인은 아무 말 하지 않고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숙제검사가 당장 내일만 아니라면, 학교로 가기 위해 꼭 건너야 하는 개울을 건너지 않아도 될텐데. 징검다리 위로 살금살금 올라오는 개울물이 신발에 닿는게 싫은 종인은 개울가 앞에 도착하자마자 한숨을 쉬며 신고 있던 신발과 양말을 벗었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요 며칠 비가 온 적이 없어 물이 안 불어났다는 점과, 바람이 불지 않아 징검다리 위로 많은 물이 올라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종인이 벗어놓은 양말을 넣은 신발을 양손에 각각 한 켤레씩 쥐고 징검다리 서너 개 정도를 건넜을 때였다. 종인은 내내 아래를 보고 징검다리를 건너다 제 시야에 들어오는 무언가에 고개를 들었다. 처음에는 그 ‘무언가’가 종인이 사는 동네에 가끔 나타난다는 커다란 산고양이나 들개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게 보이는건 찰나의 순간 뿐이었고, 종인은 ‘무언가’가 곧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잠깐이지만, 종인에게 커다란 산고양이나 들개로 보일만큼 저 앞 징검다리 한 가운데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소년의 몸집은 한눈에 보아도 매우 작았다. 조금만 센 바람이 불면 가차없이 날아가버릴 정도로 보였다. 찰박, 찰박, 하고 종인이 걷는 소리의 폭이 점점 좁아지었다. 처음보는 소년이었고, 그 소년의 몸집이 작다는 건 종인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 첫번 째 이유는 아니였다. 종인이 가던 걸음을 멈춘 이유는, 징검다리 폭이 좁아 저렇게 ─몸집이 암만 작다지만─ 사람이 쭈그려 앉아있다면 그 사람을 비켜서 건너가기가 힘들다는게 가장 큰 이유였다. 하는 짓이라고는 고작 조용히 흐르는 개울물에 손을 조금 담그고 있는게 전부인 소년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종인은 그저 잠자코 신발을 든 채로 서있기만 하였다.



 그렇게 서 있기를 몇 분. 숙제 생각이 번뜩 든 종인은 가서 비켜달라는 말을 하자, 란 다짐을 하고 앞으로 조심스럽게 한 발 한 발 내딪었다. 소년을 인식하면서 징검다리를 디딘 탓인지, 중간쯤에 있는 작은 징검다리 돌을 밟았을 때 종인은 순간적으로 제 발목까지 닿은 물에 소스라치게 놀라 소리를 질렀다. 평소 물속에 박혀있다시피 놓인 작은 징검다리를 디딛지도 않고 건너는 종인이기에 갑작스럽게 발이 아래로 쑥 들어가버려 종인의 심장이 크게 벌렁대었다. 고개를 하늘로 향하도록 치켜들고 신발을 든 손을 가슴부근에 가져다대며 진정을 시키는 도중, 종인은 느껴지는 시선에 천천히 고개를 내렸다. 작은 소년이 여전히 앉아있었고, 종인이 느낀대로 소년의 시선은 종인에게 닿아있었다. 소년의 시선에 괜히 멋쩍어서 종인은 큼큼, 소리를 질렀던 목을 가다듬었다. 소년의 눈치를 보며 종인은 바로 앞에 있는 징검다리에 올라섰다. 대충 눈을 흘겨 남아있는 돌을 세어보니 일곱, 여덟개 남짓만 더 건너면 소년과 가까워질 것 같았다. 종인이 징검다리 돌 한두 개를 더 건넜을 때 쯔음, 작은 소년이 느릿한 동작으로 다리를 펴고 일어섰다. 일어서있는 몸집도 매우 작았다.
 징검다리 돌이 세 개 쯤 남았을 때였다. 소년의 뒤로 성격이 억세기로 소문난 최씨 아줌마가 옆구리에 산나물 바구니를 낀 채로 나타났다. 최씨 아줌마는 징검다리 위에 서있는 두 소년을 아니꼬운 눈으로 보고 장난을 칠거면 빨리빨리 비키라며 큰 소리를 내었다. 최씨 아줌마의 목소리에 소년이 뒤를 돌아보더니, 종인을 한 번 힐끔 쳐다보고 최씨 아줌마 쪽으로 팔랑팔랑 건너가버렸다. 건너가는 모습은 보는 사람이 다 조바심이 날 정도로 위태로워 보여서 종인은 징검다리를 다 건넌 소년의 뒷모습을 넋이 나간 눈으로 쫓았다. 최씨 아줌마의 성난 목소리가 한 번 더 징검다리 위를 울렸다. 그제서야 종인은 정신을 차리고 빠른 걸음으로 징검다리를 모두 건넜다. 징검다리 끝에 있는 나무 계단에 재빨리 올라갔을 때서야 종인은 그사이 소년이 없어진 것을 알게되었다. 집으로 갔나? 그나저나 처음보는 사내던데. 이 동네 사람이 아닌 것 같다.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종인은 어깨를 한 번 으쓱거리고 학교로 가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이튿 날. 어쩐 일로 늦잠을 자버린 종인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등교 준비를 마치고 학교로 달렸다. 학교로 가기 위해 꼭 건너야 하는 징검다리 앞에 도착하자 개울물에 젖을 우려가 있어 벗어야 하는 신발도 벗지 않고 그냥 달렸다. 첨벙첨벙, 금새 신발 안으로 개울물이 스며들어 양말이 축축하게 느껴졌지만 종인은 아랑곳 하지 않고 징검다리를 건넜다. 나무 계단을 오르고 좁은 돌담길과 오솔길을 지나 운동장에 도착했을 때, 종인은 목이 따가울 만큼 숨이 차서 잠시 숨을 고르고 운동장을 가로질러 학교 건물로 들어섰다. 복도는 조용했고 아무도 없었다. 종인이 헐떡이며 교실 뒷문을 열자 교실 스피커에서 종소리가 흘러나왔다. 살았다! 숨을 몰아쉬느라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는 못하고 속으로 연신 살았다, 살았다를 외친 종인은 나중에서야 교실 아이들이 왠일로 조용한 것을 알아차렸다. 아무리 종이 울렸다지만 평소라면 종이 울리건 말건 시끌벅적해야 정상인데…. 종인은 숨을 고르느라 숙였던 허리를 펴고 아이들을 살폈다.
 촌구석 시골 분교에서는 보기 힘든 청량한 분위기에 시선을 빼앗긴 종인이 자리에 앉는 것도 까먹고 내내 서있자, 반에서 종인과 제일 친한 친구 태민이 종인을 툭툭 쳤다. 종인이 느릿하게 걸음을 옮기려는데 교실 앞문이 열리며 담임 선생님이 들어왔다. 종인은 선생님 모습에 얼른 걸음을 빨리 해 자리로 가 앉았다. 

 종인의 바로 옆자리에는, 청량한 분위기를 내고 있는 어제 징검다리 위 작은 소년, 경수가 앉아있었다.



 시끌벅적해야 하는 교실 안이 조용했던 건 경수 때문이었다. 시골 아이에게서 찾아 볼 수 없는 마냥 흰 피부와 사내 같지 않은 여리한 선, 딱 보아도 비싸보이는 옷, 조용히 입을 앙 다물고 허공을 쳐다보고 있는 모습에서 풍기는 그윽한 느낌들. 건강 문제로 서울에서 시골 분교로 전학을 오게 되었다며 경수를 대신해 소개를 마친 담임 선생님이 된 종인에게 전학생인 짝꿍 경수를 잘 챙기라는 말을 하며 아침 조회를 마쳤지만 종인은 대답도 하지 못하고 경수에게 내내 시선을 빼앗긴 채였다. 가까이서 보니 여자마냥 눈도 크고 개울물에 담그고 있던 그 손도 작아서 종인은 경수가 마냥 신기했다.



 경수를 쳐다볼 때 마다 드는 묘한 기분에 종인은 수업 시간 중간중간 경수를 힐끔거렸다. 경수는 큰 눈을 도륵도륵 굴리며 열심히 수업을 들었다. 종인은 연필을 쥔 경수의 손을 슬쩍, 쳐다보았다. 굳이 만지지 않아도 무척 부드러울 것 같이 보였다. 종인은 날 때 부터 까무잡잡한 제 피부색이 부끄러워져 자기 손등을 한 번 보고 다리 사이로 손을 숨겼다. 



 점심시간이 되었을 때, 교실은 또 한 번 조용해졌다. 도시락 때문이었다. 보통 반 아이들의 반찬이라고 해봤자 꽁보리밥에 김치나 콩자반이 대부분이다. 계란을 입힌 얇은 분홍햄 몇 조각이나 노른자가 덜 익은 계란 후라이 같은 반찬을 싸오는 몇 안되는 아이들은 내 반찬이 부끄러워 숨기는 아이들의 부러움을 받을 정도였다. 그런 교실 안에서 펼친 경수의 도시락 안에는 죄다 고기 반찬들이었다. 촌동네에서 그나마 가장 잘 산다는 반장도 가끔 싸오는 메추리알 장조림 속에 들어간 최대한 잘게 찢은 고기 몇 개에도 서로가 부러워 젓가락 끝만 물고 입을 쩝쩝 다시는 아이들인데, 경수가 도시락을 뚜껑을 열고 고기 냄새를 풍기자 다들 할말을 잃은 것이다. 옆에 앉은 종인은 더없이 제 도시락이 초라하게만 느껴졌다.
 반 아이들이 경수의 도시락을 부러워 하는 것을 멈추고 배고픔에 하나 둘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다. 종인도 초라해진 제 도시락을 더 꺼내놓고 싶진 않아서 허겁지겁 밥을 떠먹었다. 여느 때라면 맛있게 먹었을 콩나물 무침을 쓴맛으로 씹어 삼키며 반쯤 먹어치운 밥을 한 숟가락 크게 떴을 때, 종인의 꼬들거리는 밥알 위로 고기 한 덩이가 올라왔다. 종인이 턱을 당겨 의아하단 표정으로 밥 위에 얹혀진 고기 반찬을 내려보다 반찬의 주인인 경수를 쳐다보았다. 반 아이들이 밥 먹는데에 집중 한 것과 다름없이 경수도 아무렇지도 않게 밥을 먹고있었다. 종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작게 한술 뜬 밥을 입안으로 밀어넣은 경수가 반찬을 집고 제 입으로 넣더니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종인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경수의 입은 풀을 먹는 토끼마냥 오물오물 움직였다. 종인은 어정쩡한 손짓으로 고기 반찬이 올려진 숟가락을 입에 넣었다. 씹히는 고기 맛은 더 할 것 없이 맛있었다. 종인의 표정을 보고 있던 경수는 말없이 제 고기 반찬을 한움큼 집어 누가 볼 세라 얼른 종인의 밥 위에 놔주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남은 도시락을 모두 먹어치웠다.



 왜 말도 없이 고기 반찬을 나에게 줬을까, 란 의구심들을 가득 품고 종인은 학교가 다 끝났음에도 불구, 집으로 갈 채비도 하지 않은 제 짝꿍을 쭈뼛거리며 쳐다보았다. 반 아이들이 다 가버리고 교실엔 종인과 경수 단 둘만 남았다. 경수는 운동장 쪽 창가에 기대고 서서 바깥을 보더니 한참 후에야 기댔던 몸을 일으키고 책가방에 오늘 수업 했었던 교과서를 챙겨넣었다. 교실 뒷문에서 얼굴만 빼꼼, 들이밀고 경수가 하는 짓을 보던 종인은 어느새 자신에게로 가까이 온 경수를 보고 얼른 몸을 비켜주었다. 경수는 신발장에서 신발을 꺼내들고 복도 끝에 위치한 미닫이 문으로 향했다.



 본의 아니게 경수 뒤를 쫓으며 하교를 하게 된 종인은 오솔길과 좁은 돌담길, 나무 계단까지 왔을 때 곧 징검다리를 건너야 한다는 것이 떠올랐다. 그 때처럼 징검다리 위에 쪼그려 앉지는 않겠지? 경수를 처음으로 봤던 그 날 그 풍경이 종인의 머릿 속에 그려졌다. 
 나무 계단을 먼저 다 내려간 경수의 뒤를 따라 계단을 내려가던 종인은 징검다리를 건너고 있는 경수를 주시하며 신발을 벗었다. 양말도 벗었다. 아침에 늦어 개울물을 있는대로 밟은 탓에 젖었던 신발이 학교에 있던 오후 내 겨우 말랐는데 또 개울물에 적실 수는 없었다.
 종인이 벗은 양말을 신발 속에 넣고 신발을 양 손에 각각 한 켤레씩 들었다. 개울가에 작은 조약돌이 발바닥에 밟히었다. 종인은 한 발짝 씩 내밀어 징검다리를 건너고 있는데, 앞에서 건너고 있던 경수가 어제 쭈그려 앉았던 그 부근에 서더니만 흐르는 개울물을 보기만 할 뿐, 더이상 건너질 않았다. 설마하는 마음으로 종인이 경수를 쳐다보니, 아니나 다를까. 경수가 다리를 접고 앉아 어제처럼 개울물 안으로 손을 담그었다. 한 발로 몸을 지탱하고 나머지 발로 종아리 안쪽을 벅벅 긁은 종인은 터벅터벅 걸어 경수의 징검다리 돌 바로 뒤에 서서 입술을 몇 번 달싹이다가 말했다.



 “나는 김종인이다.”



 경수는 들은 체를 하지 않았다. 종인은 한 번 더 입술을 달싹였다.



 “어…어제는 몰랐지만 오늘부터 같은 반이 되었으니까.”



 라고 말했지만 뒷말을 매끄럽게 이어갈 수 없어 종인은 잠시 버벅대었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여전히 경수는 들은 체를 하지 않았다.



 “비켜. 여기 징검다리 폭이 좁아서 그렇게 앉아 있으면 내가 못 건넌다.”



 어물쩡대며 어렵사리 말했지만, 경수는 그저 개울물 안에 담근 제 손을 주시하는게 다였다. 답답한 종인은 발만 동동 굴렀다. 몸집이 작으니 등을 넘어서 건너가볼까, 고민했으나 그건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작던 크던 산 사람 등을 건너는 것 자체가 하면 안되는 짓이었다. 종인이 또 한 번 발을 동동 굴렀다. 그러다가 개울물 안에 잠긴 경수의 희멀건 손이 눈에 들어왔다. 개울물이 아주 맑기 때문에 물 안이 보이는건 당연한 일이었다.



 “뭘 하길래 앉아가지고 비키지도 않냐.”



 경수가 몸을 비켜주지 않아 건너지 못해 삐죽한 어투로 종인이 말했다. 경수는 대답을 하지 않고 물 위아래를 손으로 첨벙거리다가 다시 물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학교 점심시간에 고기 반찬을 말없이 주었던 경수에게 든 의문들 사이사이로 경수에 대한 호의심이 다 사라질 정도로 경수가 하는 행동이 종인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종인은 결국 징검다리를 건너는 것을 포기하고 경수처럼 다리를 잡고 쭈그려 앉았다. 그제야 경수가 쭈그려 앉은 종인을 한 번 쳐다봐주었다. 종인은 입을 비죽거리며 경수가 하는 짓만 보았다. 자세히 보니 물 속에 잠긴 경수의 손이 작게 움직였다. 물을 움켜쥐듯이 조물조물 거렸다. 개울물 위로 반사되는 눈부신 햇빛보다 더 눈부신 경수의 손 사이로 이름도 모를 작디 작은 물고기 몇 마리가 헤엄쳤다. 물고기들이 경수의 손 사이를 스칠 때 마다 경수의 손이 움찔대었다. 아무래도 물고기를 맨 손으로 잡으려는 모양이었다. 


 “니 그렇게 백 날 해도 물고기 못 잡는다. 내가 해 봐서 알아.”


 종인이 픽픽 웃으며 손가락으로 경수의 손을 가리키고는 말했다. 경수의 손 사이로 물고기가 계속 헤엄치며 지나갔지만 경수의 손은 더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침묵이 흐르고, 머지않아 경수가 벌떡 일어서더니 개울물을 내려보다 몸을 홱 돌려 징검다리를 건넜다.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말이다. 종인은 앉은 자리에서 슬그머니 일어났다. 경수가 징검다리를 다 건너고 종인의 시야에서 사라졌을 때 쯤, 종인이 느적느적 징검다리를 건넜다.




















 토요일이 되었다. 일찍 마친 학교에서 하교를 하는 학생들이 다 집으로 갈 때 까지 오늘도 경수는 교실에 남아 운동장 쪽 창가에 몸을 기대었다. 종인도 여전히 교실 뒷문에서 고개만 교실 안쪽으로 들이밀고 경수가 하는 짓을 지켜보았다. 같은 반이 된 지도 닷새가 다 되어 가는데 경수와 종인은 대화 한 마디도 나누지 못했다. 경수가 전학 온 첫 날 종인이 징검다리 위에서 걸었던 말들과 학교에서 생긴 용건들로 인해 종인이 짧은 말 몇 마디를 한 것이 다였다. 경수는 한 번도 종인에게 먼저 말을 건 적이 없었다. 종인 말고 교실 아이들에게 전부 그랬다. 말을 시켜도 고개짓으로 대답을 할 뿐, 입을 열지 않았다. 언뜻 스치면서 보니 교무실에서는 담임 선생님과 말을 하는 것 같던데. 경수가 얼마나 말을 안했으면 교실의 소수 몇 아이들은 경수가 말을 못하는 서울 아이라고 알 정도였다.



 어쩌다보니 벌써 다섯 번 째로 경수의 뒤를 쫓으며 하교를 하게 된 종인은 언제나처럼 징검다리 앞에 도착하자마자 양말과 신발을 벗었다. 경수는 이미 징검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맨 손으로는 물고기를 못 잡는다고 말한 이후로 경수는 중간에 멈춰서 앉는 일이 없었다. 어찌됐건 곤란한 일이 사라져 좋은 일이라 생각하고 종인은 경수의 뒤를 따라 돌 위로 발을 내딛었다. 오늘은 개울물이 평소보다 조금 위로 올라와있는 것 같았다. 말라있는 징검다리가 거의 없었다. 왠만한 징검다리 돌 위로는 개울물이 야트막하게 흘렀다.
 종인의 맨발이 돌 위에 닿을때 마다 찰박,찰박 소리를 내었다. 물이 약간은 시원한 듯 하면서도 차갑다고 생각하던 종인이 가던 걸음을 멈추었다. 왠일인지 경수가 또 다시 징검다리 위에 쭈그려 앉은 탓이었다. 몇 없는 마른 징검다리 돌 위에 앉았지만 전처럼 개울물 안에 손을 집어넣지는 않았다.



 “너 또 물고기 잡으려고 그러냐.”



 경수의 바로 뒤, 얇은 개울물살이 흐르는 돌 위에 서서 종인이 말했다. 종인은 맨 손으로는 안된다고 다시 한 번 말하려는데,



 “너.”



 닷새만에 경수가 종인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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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오ㅏ 대박이다 징짜ㅜ ㅜ 매일 이것만 기다릴거에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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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저 이거 4편 보고 설레서 1편부터 보러 왔ㅅ어요! 작가님 화이띵이에요!!! 글 진짜 좋아요ㅠㅠ 저 댓글 처음 써요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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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이런글을 이제야 읽다니요......정말 순수해서 좋아요ㅠㅠ종인이가 시골아이 경수가 도시아이리는 설정이 설정이 아니라 진짜같아요ㅋㅋㅋ(종인))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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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허맛 너무너무좋아염ㅠㅠㅠㅠ한별님 힘내세염 연재해주세여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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