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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락비/피코] 표지훈 우지호 그리고 우리 season 2 13 | 인스티즈

 

표지훈 우지호 그리고 우리 season 2 13

 

 칠 동안 1시간에 한 번씩 잠에서 깨어나 고통을 참으며 다시 잠을 청해야 했던 지호는 입원을 한지 정확히 5일째 되는 날 약간 충혈된 눈을 비비며 비몽사몽 잠에서 깨어났다. 며칠 전처럼 횡설수설하게 물을 찾는 것이 아닌 꽤 차분한 목소리로 지그시 나를 바라본다. 그리고 내게 묻는다.

 

 “야 우린 왜 만났냐?”

 

 론 난 우지호의 목소리 따윈 귀에 들리지도 않았고 그저 멀쩡하게 눈을 뜨고 있는 우지호의 얼굴을 바라보며 신께서 나의 소원을 들어주셨나 보다 더 이상 아파하는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된다니 그저 행복했다. 업 된 마음을 애써 가라앉히자 그제야 차분하게 물어오는 우지호의 목소리가 귓속을 통하여 심장 속에 무언가를 강하게 짓누르며 쐐기를 박았다.

 

 “우린 왜 만났냐고”


 “기억 안 나?”


 “기억나”


 “… 무슨 말이야?”

 

 현듯 2월의 카페 안에서의 너의 이별의 통보가 떠오른다. 그럴 리 없겠지 스스로 괜찮아 괜찮아 마음속으로 되새기며 딱딱한 침대에 누워 나를 쏘아보는 우지호를 바라본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걸까 대체…. 애써 웃으며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지호는 길게 한숨을 내쉰다.

 

 “너무 잃은 게 많아”


 “아니지, 얻은 것도 많아”


 “뭐?”

 

 지? 뭐지? 뭘 얻었지. 일단…. 얻은 게 ….

 

 “나?”


 “치워, 얻으나 마나야 그건”


 “꿈꿨어?”


 “고3 때, 너 처음 봤을 때”


 “잘생겼지?”


 “아니. 상상 그 이상으로 못생더라”


 “…에이”


 “못생겨서”


 “….”


 “실망이야”

 

 음기 전혀 없는 목소리. 문장 하나하나는 장난기가 섞여있지만 통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표정과 목소리는 진지하다. 과거 여행을 하고 왔구나, 근데 대체 어떤 곳을 다녀왔길래 이럴까. 오랜 잠에서 멀쩡한 정신으로 깨어나 처음으로 한 말이 우리가 왜 만났냐 하니. 아…. 우린 어차피 만날 운명이었어. 인연이니깐…. 그러면 웃었으려나?

 

 “넌 뭘 잃었는데?”


 “…꿈?, 몰라”

 

 등학생 때부터 널 처음 봤을 때부터 나의 꿈은 그저 너를 가지는 것이었다. 꿈을 이뤘다. 하지만 지금의 꿈은…. 그냥 잘 먹고 잘 사는 것 그게 끝이다. 평소에도 노력하고 노력하지만 나와 함께 하는 시간 대화하는 시간 눈을 마주치는 시간 그리고 서로를 생각하는 시간 모든 것이 너의 꿈을 방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나는 걸림돌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시간이 너무 빠르다. 너무 순식간에 지나갔어”


 “…….”


 “너무 많은 걸 잃었어”


 “…너 아직 젊어”


 “친구도 기회도. 뭐냐 나 시끄러운데 그것도 잃었네”


 “…….”


 “아빠도”

 

 에서 다녀온 과거 여행은 마냥 우울한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단지 너무 행복한 때를 다녀와서 아쉬움이 남는 것은 아닐까. 위에서 내려다보는 너의 표정에는 텅 빈 공허함만 가득 차있다.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눈을 감다 천천히 눈을 떠 나를 올려다본다.

 

 “넌 뭐냐?”


 “…뭐가?”


 “지 마음대로 할 것 같이 생겨서 배려심은 더럽게 많아”


 “뭐야 그게”


 “그냥 신기해서. 생긴 건 나 아프면 피시방 가서 기다릴 것 같이 생겨서 맨날 물 달라 하면 물 주고. 신기해”

 

 비를 거는 건가 칭찬을 하려는 건가 아니면 다른 할 말이 있는 걸까 잠시 생각할 시간을 주지도 않은 체 혼자 중얼중얼. 그리고 반응이 없자 “모르겠다” 한숨을 내쉬고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어쓴다.

 

 “숨 안 막혀?”


 “어”

 

 끔씩 단 하나의 생각이 다른 생각들을 온통 헤집어놓아 다른 생각이 들지도 않고 그 생각으로 가득 차 감성 적으로 변하는 경우가 있다. 우지호가 오늘은 그런 날인가 보다. 이불속에서 무슨 생각을 하든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으니 깊은 잠에서 깨어난 우지호를 안아줄 시간도 없이 침대 옆에서 또다시 생각 속에서 깨어나기를 기다린다.

 

 20분쯤 흐르자 굳게 닫혀 열리지 않을 것 같았던 병실 문이 조심스럽게 열린다. 문 뒤로 보이는 태운이 형. 일어서 웃으며 가볍게 목례를 한다.

 

 “형, 오랜만에요. 애기들 잘 있어요?”


 “건강하지, 지호는?”


 “아까 일어났는데 다시 잠들었네요.”

 

 실 지호는 자고 있지 않지만 감성에 빠져있는 지호를 깨우긴 싫었다. 자연스럽게 침대 옆에 있던 의자에 앉아 편의점에 들러 사온 지호가 좋아하던 과자들이 담긴 쇼핑백을 침대 아래에 놓는다. 이것저것 인생 얘기를 하다가 화재는 자연스럽게 지호로 바뀌었다. 그중 내가 알고 있지 못하는 지호의 집 생활. 어감이 이상하지만 어찌 됐든 지호의 집 이야기.

 

 “네가 맨날 지호 데려다 줬잖아”


 “고등학생 때요?”


 “평소에 못 보던 친구길래 누구냐고 물어봤지”

 

 “마 라면을 먹고 있었을 거야. 티 나게 움찔거리길래 뭐지? 했는데 아무렇지 않은척하더라고

 

 “친구야?”


 “아니, 그냥 아는 후배. 안 친해. 잘 모르는 얘야.”


 “근데 데려다 줘?"

 

 제를 바꾸길래 별 신경 안 쓰고 있어서 그냥 다른 이야기로 넘어갔지. 그리고 자기 전에 같이 TV 보고 있을 때였어

 

 “어때?”


 “뭐가?”


 “걔 어떠냐고. 데려다 주는 후배”

 

 그냥 볼 때마다 이상하게 웃고 있길래

 

 “바보 같던데. 저런 스타일 별로야”


 “쟤 착해. 잘 웃어서 그렇지 바보 아니야.”


 “알았어.”

 

 지호랑 싸우면 말이 많아서 피곤하니깐 일부러 피하려고 방 안에 들어가려는데 날 잡더라.

 

 “뭐가 바보 같아?”


 “그냥 하는 짓이.”


 “형은 말을 그렇게 함부로 해?, 듣는 내가 기분이 더러워”


 “왜 갑자기 지랄이야”


 “그냥 형은 말 조심 좀 해라”


 “네가 안 친하다며”


 “안 친해”

 

 가 무슨 잘못을 했나 싶기도 하고 바보라는 말이 그렇게 기분이 더러운 말인지 그냥 기분이 더럽더라. 며칠 뒤에는 기운 빠져 있길래 걱정돼서 옆에 가서 무슨 일 있느냐 물어봤지.

 

 “그때 그 후배랑 싸워서. 화를 내더라.”


 “조져 그냥 미쳤네.”


 “내가 잘못을 해서, 먼저 미안하다고 해야 되나?”


 “무슨 잘못 했는데?”

 

 소에도 사고 잘 치니깐. 큰 사고 쳤구나 했는데

 

 “약속시간 계속 늦어서. 오늘 2시간 기다렸다고 해서”


 “잘못했네, 근데 후배가 그것 가지고 화를 내냐. 미친놈이네 신경 쓰지 마”

 

 에 살기를 띄더라.

 

 “누가 미친놈이야?”


 “너 후배”


 “지훈이?”


 “이름은 모르고….”


 “말 조심하라고 했다. 표지훈 욕하지 마. 내 잘못인데 왜 표지훈을 미친놈으로 만들어.”

 

 때부터 일 꺼야. 나는 머리를 거치지 않고 함부로 말을 내뱉는 인간이구나라고 생각한

 

 “난 장단 맞춰준 거지”


 “아무리 장단이라도 도가 지나치잖아. 괜한 사람 미친놈 만들지 말고 꺼져”

 

 을 해서 그런지 말을 참 잘해. 랩하듯이 말을 하더라. 이날 네 이름 알았을걸?"

 

 마 듣지 않았지만 이미 내 눈을 초롱초롱해지고 잇몸을 내보이는 웃음을 짓고 있다. 상대방이 보기에는 우스워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우지호… 귀여워.

 

 “지호가 그래요?”


 “원래 그러잖아.”


 “사과한 적도 한 번도 없고 아니 지호 되게….”

 

 엽다

 

 “우지호 빌빌 기는 게 아니고?”


 “완전 공주님인데….”


 “아 징그러워.”

 

 련을 일으키려는 태운이 형을 진정시키고 우지호의 마지막 이야기도 경청하며 들었다. 한때는 급하게 옷을 골라달라고 태운이 형을 닦달을 했다고 한다.

 

 “여자친구?”


 “아니.”


 “그럼?”


 “표지훈”


 “뭘 꾸며”


 “내 팬이야. 신비주의.”

 

 지호 이 귀염둥이~ 미칠 것 같다. 아니 이미 미쳤나? 태운이 형이 화장실로 간 사이 침대에서 내려가 쪼그려 앉아 이불을 슬쩍 들어 지호를 살펴보았다. 그냥 슬쩍 보아도 알 수 있는 것은 우지호의 얼굴에 수치심이 가득하다. “안자는 거 다 알지롱.” 그제야 눈을 슬쩍 뜬다. “지금까지 봉이 나 그렇게 좋아하는지 몰랐어요.” 입모양으로 ‘좋다’ 하고 웃으니 우지호의 입술이 열리고 항상 들어 굉장히 익숙한 말을 내뱉는다.

 

 “꺼져”

 

 여워. 다시 눈을 감는다. 아무렇게나 흐트러진 앞머리를 매만지다 “앞머리 많이 길었다” 혹시나 나중에 눈을 떴을 때 찔리지 않게 앞머리를 옆으로 넘겨준다. 본의 아니게 5:5 가르마를 타게 되어서인지 머리를 흔들어 다시 앞머리를 헝클어 놓았다. 눈덩이 위에 헝클어진 앞머리만 옆으로 넘기고는 긴 속눈썹 위 도톰하게 자리 잡은 눈덩이에 짧게 입을 맞춘다.

 

 “아직도 기분 안 좋아요?”


 “그냥 너 못생겨서 왜 사귄 지 모르겠다고, 뭘 기분이 안 좋아 꺼져”


 “걱정돼서 그러지”

 

  나았구나. 기분도 괜찮고. 미간을 찌푸리는 게 아닌 편안한 얼굴로 눈을 감고 있는 우지호를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아 멍하니 얼굴을 바라본다. 아무것도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우지호는 왼쪽 눈으로 실눈을 떠 나를 본다. 천천히 다가가 바짝 말라있는 우지호의 입술에 입술을 포갠다. 오랜만에 느끼는 포근한 느낌. 온몸에 전율이 맴돈다.

 

 은 시간의 키스를 끝내고 입술을 떼어내자 아직 병실 안의 로맨스를 꿈꾸고 있는 우지호의 고개가 떨어지는 내 입술을 따라서 앞으로 빠진다. 하얀색의 환자복을 입고 게슴츠레 바라보는 눈빛 그리고 바짝 말라 색 없는 입술 하나하나가 나의 신경세포 하나하나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섹시해 우지호. 근데 오늘은 여기까지. 물론 나도 아쉽지만…. 환자니깐” 불평하나 하지 않고 다시 눈을 감는다.

 

 불을 머리끝까지 올려주고는 침대 아래 쪼그려 앉아있던 다리를 펴 다시 침대 위에 앉는다. 그러자 드르륵 병실 문이 열리고 태운이 형이 들어온다.

 

 “화장실 존나 멀어.”

 

 일 날뻔했네.

 

표지훈 우지호 그리고 우리 season 2 13

 

 

 

 

 

 

 

 

 

 

 

 


더보기

여러분 오랜만입니다! 정말 정말 죄송해요 ㅠ_ㅠ

오랜만에 이렇게 글을 쓰니.. 기분이 새롭네요 !

앞으로 (전처럼 하루에 한번씩은 연재는 아니겠지만) 꾸준히 연재하겠습니다!

기다려 주신분들 모두 사랑합니다 ♥

물논 모든 독자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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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응ㅇㅇ아엉ㅇ앙ㅇㄱㄱ각ㄱ 작가님!!!!!보고싶었어여ㅠㅠㅠㅠㅠ으ㅠㅠㅠㅠㅠ 잘ㅇ읽구가여...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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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헐 ㅠㅠㅠㅠㅠㅠ헐헐헝맨날맨날기다렸쪄요ㅠ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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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ㅠㅠ작가님항상 잘읽구가요♥으으 들킬뻔했죠!5959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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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엇 들킬뻔!!! 작가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오셨어요ㅠㅠㅠㅜㅠㅠㅠㅠㅜㅠㅡ감사합니다ㅠㅠㅠ다시오셔서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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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달달해요 조아요 ㅎㅎ♡ 기대할게여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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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ㅠㅠㅠㅠ어우정말큰일날뻔했네요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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