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M, 정국 - Fools
그 날은 매우 추운 날이었다.
괜히 멋부린다고 살색 스타킹을 신은 것이 후회가 될 정도로.
오랜만에 교복을 입고 그냥 길거리를 걷고 있었다. 혼자 영화나 볼까 이런 시시콜콜한 생각을 하며.
"학생."
"...네?"
누군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정장을 입은 아저씨였다.
남자는 내게 명함을 내밀었다. 무슨 기획사라 적혀있는 명함이었다.
"가수할 생각 혹시 없나?"
이 한 마디가 내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사랑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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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복숭아 향기
"요즘 이 분을 빼놓고는 대세를 논할 수 없죠. 성이름 씨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OOO 성이름 입니다."
"라디오에 나오신 건 정말 오랜만인 거 같아요."
"그러네요."
정말 오랜만에 나오는 라디오였다.
멤버들과 마지막으로 나온 게 언제더라. 잘 기억나지 않았다.
그때 라이브 실수 했던 거 때문에 회사에서는 라디오 스케줄을 잘 잡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그때부터였지. 내가 다른 멤버들에 비해 이름을 조금씩 알리게 된 게.
좋다고 해야할지 나쁘다고 해야할지는 모르겠지만.
"처음으로 낸 솔로 앨범이죠?"
"네."
"반응이 아주 뜨겁습니다. 실감하세요?"
"그런가요? 아직 실감이 되지는 않아서..."
"팀에서 처음으로 솔로 앨범을 내게 된 소감은 어떠세요?"
"...제가 처음이 아닌데..."
부스 밖에서 작가들이 당황한 표정으로 우리 쪽을 바라보았다.
김석진 역시 꽤나 당황한 눈치였다. 그러나 사실이었다. 팀에서 솔로 앨범을 가장 먼저 낸 사람은 내가 아니었다.
"은주 언니가 먼저 냈었어요. 물론 조언도 많이 해줬고요."
"아~. 그렇죠. 사람이 참 깜박깜박하고 그럴 때가 많아서 문제에요."
"활동도 짧았어서 아마 더 그러실 거에요."
"그러니까요. 요즘은 잠깐만 음악방송 안봐도 활동 끝나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참 아쉬워요."
그래도 프로는 프로였다. 자연스레 말을 돌리는 거부터 능글능글하게 넘어가는 거 까지.
작가들은 그제야 조금 안심이라는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그냥 웃고 있을 뿐이었다.
사실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여기서 내가 뭐라고 말을 해. 다른 멤버 솔로 앨범이 망해서 아는 사람들이 별로 없는 거다 이렇게 말할 수는 없잖아.
"가장 중요한 시간이죠. 광고 듣고 오겠습니다."
마이크가 내려가자 김석진은 의자에 기대듯이 앉으며 길게 기지개를 켰다.
나는 물병을 만지작거리며 앉아있었다. 광고소리가 꽤나 시끄럽게 울려퍼졌지만 부스 안은 조용했다.
"잠깐 화장실 다녀올게요."
"다녀오세요."
자리에서 일어나 부스 밖으로 나갔다.
작가들이 어디가냐 내게 물어왔다. 나는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작게 화장실 이라 대답했다.
"이름씨 덕분에 다행이었어요. 미안해요. 곤란해질 뻔했네."
"저한테 미안하실 거는 없어요."
"그래도..."
"저 말고 은주 언니 나중에 나오면 언니한테 미안하다 하면 되죠."
순간 나는 봤다. 작가의 얼굴에서 잠시 스쳐지나간 그 표정을.
이래서 사람들이 연예계는 살벌한 곳이라고 표현을 하나보다. 이름을 알려야 겨우 대접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니.
내가 바라보고 있는 것을 의식했는지 바로 웃어보이긴 했지만 방금 그 표정은 누가봐도 '내가 왜?' 라고 생각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작게 한숨을 내쉬며 밖으로 나왔다.
나도 유명하지 않았으면 수많은 뒷자리에서 저런 대우를 받고 있었겠지.
아. 담배 땡긴다. 근처에 흡연실 없을텐데.
머리를 긁적이며 그냥 복도를 걸어다녔다. 그다지 화장실을 가고 싶어서 나온 것은 아니었다.
"이름씨 뭐해요?"
"네?"
"화장실은 이쪽인데."
"아..."
"..."
언제 나온 거지.
김석진은 손가락으로 화장실을 가리키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나는 머쩍은 웃음을 지어보이며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본능이었다. 아이돌판에 발을 들이게 되면서 생긴 본능.
남자 특히 김석진 같이 유명한 남자 아이돌 옆에는 있으면 안된다는 그런 본능.
"흡연실은 복도 끝이에요."
"아, 감사... 네?"
"지금 가면 사람들 많을 수도 있으니까 이따가 라디오 끝나고 가요."
"..."
"광고 끝날 시간 다 됐는데."
"..."
멍한 표정으로 김석진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알았지. 나 담배 피는 거. 광고가 끝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이 사실이었는지 김석진은 빠르게 발걸음을 옮겨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말없이 그의 뒤를 따라갔다. 그리고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아무래도 처신을 잘못하고 다닌 모양이었다. 들키면 안되는데. 성이름 바보. 병신.
안으로 들어가자 스텝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게 눈에 들어왔다.
뭐지.
방금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작가들은 한숨을 푹푹 내쉬며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고 매니저 오빠는 내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다른 스텝들 역시 내 눈치를 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나는 고개를 돌려 매니저 오빠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 있어?"
"이름아."
"왜 그래."
오빠는 말없이 내게 핸드폰을 내밀었다.
멤버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핸드폰이 없는 나였다. 혹시나 다른 사람들이 작업이라도 걸까봐 라는 실장님의 한 마디 때문이었다.
핸드폰 화면에는 은주 언니의 인스타 화면이 켜져 있었다.
가장 최근에 올라온 게시물. 그건 내가 담배를 피고 있는 사진과 중년 남성과 함께 차에서 내려 호텔로 들어가는 사진이었다.
사진 아래에는 꽤나 긴 글이 적혀있었다.
멤버들에게 싸가지 없게 대하는 거는 참을 수 있었어.
나를 대놓고 무시하는 거 역시 참을 수 있었고.
그런데 이거는 못참겠다. 좋았니? 다른 사람 꿈을 이렇게 비열하게 짓밟는게 좋았어?
은근히 하늘이 왕따 시키려 했던 거부터 사람들 앞에서 착한 척 가식떠는 것 까지.
이제 그냥 보고 있지 않을 거야. 네 실체 내가 다 까발릴 거고.
쉽게 올라갔으니 쉽게 내려가는 거 억울해하지마. 당연한 거니까.
...
나는 아무런 표정없이 핸드폰 화면만 바라보았다.
아직도 주위 사람들은 안절부절 못하며 내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이름씨."
"네."
"라디오 생방인데 먼저 들어갈래요? 사정상이라고 잘 둘러대면..."
"아니요."
"..."
"광고 끝났잖아요. 방송은 해야죠."
고개를 들어 김석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부러 작게 웃어보였다.
내 사정 하나 때문에 방송 하나를 캔슬할 수는 없었다.
"혹시 방송에 피해갈까봐 걱정하시는 거라면 들어가는 수 밖에 없지만요."
이런 스케줄 하나하나가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나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그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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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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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망개 노츄껌뜌 지닝
참고로 석진이는 방탄소년단 멤버입니다. 이번에는 방탄이 7명 맞고요.ㅎㅎㅎ
잘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