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2월
“난 맥주가 좋다.”
한 입 들이키고 나면 뒷목이 톡 쏘는 그 느낌이 너무 좋아. 헛배 부르다고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말야. 또 색깔도 황금빛이라서 예뻐. 치킨 튀김옷이랑 색깔도 맛도 잘 어울리잖아. 진짜 좋아. 아 그래선지 다른 맛 섞인 것 보다 난 그냥 오리지널 생맥주가 제일 좋더라구. 요즘 보니까 자몽맥주, 애플맥주 많이 나오던데 역시 난 ...
“소설 그만쓰고 그냥 한 잔 더 시켜라.. ”
“그랭!”
역시 난 옹성우가 사주는 동네 치킨 집 생맥주가 최고! 사장님 여기 500 한 잔 더 주세요~ 성인이 된지 고작 두 달 째, 나는 다음 주에 대학교 새내기가 된다. 맞은편의 오랜 친구인 성우와 같은 학교, 같은 과. 징그러운 인연에 눈을 흘기다가도 치킨 집 사장님이 가져다주신 시원한 맥주를 받고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넌 이제 학교가면 큰일 났다.”
“왜?”
“너 새터 안 갔잖아.”
“가기 싫어서 안 갔냐? 아파서 못 간 거지.”
“암튼.”
(**새터 : 새내기 배움터. 입학 전에 2박 3일정도 다녀오는 경우가 많음.)
거기서 애들 다~ 친해졌는데 넌 벌써 아싸야, 바보야. 옹성우가 큭큭대면서 맥주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수능이 끝나고 새로 바꿔 아직 소중한 핸드폰으로 ~~개안대학교 연극영화 14~~ 단체 채팅방에 들어갔다. 어쩐지.. 새터 이후로 애들이 말이 많아졌다 했어. 나만 맨날 못 끼구..☆ 내가 말이 없어진 걸 느꼈는지 조금 눈치를 보던 성우가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렸다.
“야 장난이야. 너 친구 없으면 내가 같이 다녀줄..”
“사장님! 여기 순살크런치 한 마리 더 주세요!!”
그딴거에 주눅 들 내가 아니란 말이다. 갑자기 손을 번쩍 들고 우렁차게 치킨을 주문한 나 때문에 성우도, TV를 보시던 사장님도 화들짝 놀랐다. 애초에 오늘 이 자리도, 내 감기몸살이 나은 기념으로 옹성우 본인이 치맥을 사겠다고 한 거면서. 이런 식으로 약을 올리면 난 옹성우의 지갑을 거덜내서 되갚아주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고말고!
“돼지 같으니라고..”
“엉. 나 돼지띠야. 꿀꿀. 니 세뱃돈 다 털어 갈 거야.”
“입에 있는 거나 다 삼키구 얘기해 제발.”
니가 자꾸 말을 시키잖앙. 내 돈 내고 먹는 것이 아니어서 그런지 오늘따라 바삭바삭 제대로 튀겨진 치킨이 잘도 넘어갔다. 맥주도 한 잔 더 마셨겠다, 조금씩 기분이 좋아지는 게 취기가 올라오는 모양이었다. 애석하게도 나는 의욕에 비해 술을 잘 마시는 편이 아니다. 흑흑.
“김이름. 넌 대학생 되면 뭘 젤 먼저 하고 싶어?”
“넌?”
“역질문 개치사.. 난 동아리 들고 싶다.”
“음, 밴드부? 너 드럼 배웠었잖아.”
“응.”
“난 연애 하고 싶다.”
“연애?”
옹성우가 의외라는 듯이 턱을 매만졌다. 나는 치킨을 찍은 포크를 마이크처럼 들고 얘기를 이었다.
“내가 누누이 말했잖아. 이상형.”
“아~ 고양이상 남자?”
“그래. 고양이상 남자분이랑 아주 찐하게 연애할거야.”
내가 먼저 꼬셔야징. 잠시 동안 뭔가를 떠올리는 듯 하던 옹성우가 아! 하는 큰 소리를 냈다.
“대박. 추합되서 새터 온 애 중에 완전 고양이상 있어.”
“오 진짜? 이름 뭔데?”
그 때 그 이름을 처음 듣던 순간의 공기를 아직 기억한다. 추운 겨울 날씨에 치킨집 사장님이 우리 쪽으로 놓아주신 전기 히터가 타닥타닥 타 들어가는 소리. 차가운 맥주잔을 타고 내려가는 물방울 한 줄기. 장난스럽게 찡긋거리는 옹성우의 왼쪽 눈썹과 조금 전에 주문한 치킨이 튀겨지는 고소한 냄새, 뭐 그런 것들.
그리고 아마도 내 첫사랑이 될 그 사람의 이름.
2014, 캠퍼스 다이어리
01. 봄의 시작
“14학번 95년생 황민현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기본안주로 나온 마카로니 과자를 씹는 것도 잊고 멍하니 맞은편의 (오늘 초면인) 동기를 쳐다보았다. 입학식 뒤풀이, 같은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끼리 자기소개를 하는 중 이었는데 내 차례가 온 것도 모를 정도로. 옆에 앉은 옹성우가 옆구리를 꾹 찌르고 난 후에야 상황을 파악하고 허허 웃으며 내 소개를 했다.
“14학번 김이름입니다.”
“이름이가 민현이를 아주 뜨겁게 쳐다보는데?”
“허허. 아니에요. 아는 애랑 너무 닮아서..”
물론 구라다. 내가 아는 애 중에 저렇게 완벽하게 생긴 애는 없었다. 옹성우가 큭큭 웃었다. 입모양으로 ‘대박-’ 해주니까 옹성우는 ‘그치?’하고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소개가 모두 끝나고 난 뒤, 어색한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선배 한 명의 주도로 술게임이 시작되었다. ‘이름이가~ 좋아하는~ 랜덤~ 게임!’ 근데.. 그 뒤로 기억이 잘 안 난다.
-
“괜찮아?”
“아니.. 너무 아니..”
“으이고. 좀 꺾어 마시기라도 하지. 멍청하게 주는 대로 받아먹고.”
“그대로.. 반사..”
새터를 가지 않았던 탓에 아는 게임보다 모르는 게임이 더 많아서 자연스럽게 내가 게임 블랙홀이 되었다. 주량 오버한 지는 오래고, 정신 차려 보니 우리 테이블은 내가 죽은 탓에 자연스럽게 분해 된 모양이었다. 그래도 한심하다는 눈빛 팍팍 보내오지만 옹성우라도 옆에 있어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성우.. 누나가 맛있는 샌드위치 사줄게..
“여기, 물.”
아, 고마워. 불쑥 내미는 손이 건네는 물 잔을 받고 벌컥벌컥 들이켰다. 물을 권하는 목소리가 참 감미롭구나. 얼굴도 잘생겼을 것 같은 목소리야. 예를 들면 황민현.. 까지 생각하고 다시 맞은편을 보았을 때,
“천천히 마셔. 더 줄까?”
술을 한 잔도 안 마신 듯 처음처럼 새하얀 얼굴의 황민현과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내 얼굴은 잠시 잠잠해졌던 술기운이 다시 올라오는 듯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어어, 어, 아니. 괜찮아. 고마워.”
“하하하. 고맙단 말 아까 했잖아.”
얜 참 정석대로 하하하, 하고 웃는구나. 메모 해 둬야지.. 하하하 하고 웃는다.
“성우가 계속 너 챙겼어. 둘이 되게 친한가봐.”
“아니야. 옹성우가 나 따라다니는 거야.”
“???? 입은 비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하라는데, 김이름 넌 왜 비뚤어진 입으로 비뚤어진 소리만 하냐?”
“맞잖아. 너 내가 개안대 연영 넣는다니까 따라 온 거잖아.”
“민현아. 얘 취해서 헛소리한다. 무시해;;”
“하하하.”
“야 나 술 다 깼어. 한 잔 해.”
안 봐 준다. 어 그래, 바라던 바. 술은 한 잔도 먹기 힘들다는(안 마셔서 얼굴이 멀쩡했나보다.) 민현이는 물 잔으로, 테이블에 남아있던 셋이서 짠을 치고 한 잔씩 마셨다. 음. 술 좀 깬 줄 알았더니 한 잔 마시니깐 다시 머리가 어지러우려고 한다. 알쓰의 슬픔. 옹성우가 소주를 마시고 인상을 찡그리는 내 표정을 따라하면서 또 놀렸다.
“이름이 너는 어디서 왔어?”
“아. 나 사투리 좀 쓰지? 중학교 때 이사 왔는데 아직 남아 있나봐.”
“나도 중학교 때 부산에서 이사 왔는데.”
“진짜? 부산 좋지~ 전에 부산에 놀러 간 적 있는데. 재밌었지.”
“어디?”
그 때 옹성우가 또 옆구리를 푹 찔렀다. 제법 아파서 눈을 부라리면서 쳐다보니까 황민현 쪽에서 보이지 않게 고개를 숙이라고 손짓한다.
‘왜?’
‘너 그 여행 누구랑 갔는데?’
‘내가 누구랑 갔는데? ....... 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멍청아’
ㅋㅋ.. 썸 타던 오빠랑 부산 당일치기 놀러갔던 걸 무슨 자랑이라고 얘기하다니..(결국 잘 안 됐다.) 어이가 없어서 옹성우랑 서로 퍽퍽 치면서 웃고 있으니 저 쪽에서 사람 두 명이 어깨동무를 한 채 걸그룹 노래를 부르면서 걸어왔다. 이미 몇 병 마신 것 같은 두 사람은 학회장 지성선배랑 재수한 동기 성운오빠였다.
“이름이 뭐예요~ 전화번호 뭐예요~”
“어, 새내기들끼리 여기서 뭐해~”
“형ㅎㅎ 저도 새내기예요...”
“아ㅋㅋㅋ 맞네. 미안해, 성운아.”
테이블 옆에 서서 꽁트 찍듯 대화를 나누더니 지성선배와 성운오빠는 각각 성우와 민현이 옆자리의 의자에 앉았다. 자연스럽게 건배하고 한두 잔 마시고 나서, 지성선배가 눈을 가늘게 뜨고 나와 성우를 번갈아 보기 시작했다. 갑자기 더 마셔서 올라오는 취기를 뚫고 불길한 예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찰나..
“성우랑 이름이랑 솔직히 뭐야? 무슨 사이야?”
“그냥 고등학교 동창인데요.”
“에이~ 아니잖아. 옹성우 너 아까도 입학식 프로그램 설명할 때 이름이 옆에 앉았지? 그리고 지금도. 또 오티 날도.”
“그냥 아는 애가 얘 뿐이라서..”
“이름이 새터 안 왔을 때, 그 때 성우 표정 완전 별로였잖아. 내가 다 봤어!”
“헐, 진짜요? 두 사람~ 14 첫 CC 벌써 생기나요~”
“하하하.”
“(깊은 빡침)”
옹성우 정색했는데. 눈치도 없는 지성선배와 성운오빠는 개그프로그램에서 한창 유행하는 ‘뚜루뚜뚜 뚜루뚜뚜’ 자체 효과음을 넣어가며 분위기를 몰아갔다. 황민현은 이 상황이 재미있는지 그저 청량하게 글자 그대로 하하하 웃을 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술기운에 조금씩 화가 나기 시작했다. 지금 오빠랑 선배 목소리 완전 커서 사람들이 다 쳐다보고! 쪽팔려! 머리 아파 죽겠네! 소주 완전 맛없어! 심지어 옹성우 내 스타일 아닌데!
“뚜루뚜뚜~ 뚜루뚜뚜~”
“얘들아 남녀사이에 친구가 어딨어, 그지? 성우가 남자답게 고백하..”
“그만하세요!”
그래서 그만..
“선배님 옹성우랑 저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그냥 둘 다 친구 없어서 같이 다니는 거예요.”
“으응.. 이름아 화났어? 미안..”
“아니요! 화 안 났는데요!”
울컥한 마음에 대형 사고를...
“그리고!! 옹성우 제 스타일 아니에요!”
쳐버렸다...
“저는 황민현같은 스타일 좋아하거든요!”
김이름(2014년 기준 20살), 입학 첫 날 술 취해서 사고 치다.
***
-치지직-
어 된다 된다. 안녕하세요.(꾸벅) 개안대학교 연극영화과 14학번 옹성우입니다.
음, 이름이. 오래 알고 지냈죠 중학교 때부터. 5년은 넘었네요. 오래 친하게 지낼 수 있던 이유는 딱히 없구요, 음.. 애가 성격이 모나거나 튀어나온 데가 없어요. 저도 그냥 좋은 게 좋은거다~ 이러는 편이구.. 근데 김이름이.. 한 번씩, 맞아 특히 술 들어갔을 때! 의외로 엄청 솔직해지는 부분들이 있더라구요.
크크크 주사인 것 같던데. 걘 모를걸요. ㅋㅋㅋ 입학식 날 그런 폭탄발언을 할 줄이야 ㅋㅋㅋ 덕분에 저까지 덩달아 유명해졌잖아요.(웃다가 급 정색) 김이름 스타일 아닌 애로.
로.
이름아, (옹씨는 시키지도 않은 영상편지를 시작했다.) 입학 첫 날부터 큰 관심 받게 해줘서 정말 고오맙구, 앞으로도 우리 우정, 변치 말도록 하자. 파이팅.(?)
***
+)
안녕하세요 개안즈 캠퍼스물이 보고 싶어서 자급자족 하게 된 자까입니당
일개 공대생이라 연극영화과 1도 몰라여.. 새터를 가는지도 전공에 무슨 수업이 있는지 1도 몰라서 설정상 허술한 부분이 있을 수 있어요
2014년 배경인데 어린 독짜님들 개그콘서트 두근두근 아시려나 걱정되는군요 뚜루뚜뚜 저 때 정말 인기였는뎅
암튼 심각하지 않은 이야기니 가볍게 읽어주세요! (내용보다 짤이 더 많아 보이지만... ^-T)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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