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아이유 - 쿵따리샤바라
예전에 어떤 아이돌이 가장 기억에 남는 악플이 무엇인지 말을 했던 적이 있었다,
아깝다.
그는 이 악플이 평생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라고 말을 했었다.
교통사고를 당하고 수술을 받는,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상황에 달린 악플이었다.
그리고 그 기사를 본 나는 이렇게 생각했었다.
어차피 그 댓글을 단 사람은 본인이 쓰자마자 바로 잊어버렸을 것이라고.
사랑해도 될까요?
04
w. 복숭아 향기
바퀴벌레가 반찬 속에 들어있던 것은 아니었다.
내가 잔반을 한 곳에 모으면서도 보지 못했던 것이니까.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반찬 안에 독이 들어있었던가 아니면 그냥 단순한 우연으로 바퀴벌레가 죽은 것이던가.
이걸 매니저 오빠한테 말을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입술을 잘근거리며 고민했다.
만일 정말로 독이 들어있던 거라면 상황은 참 복잡해지는 거니까.
일단 그 사람은 내가 밥을 먹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내가 밥을 먹고도 괜찮은 거겠지. 또한 대기실에 마음대로 들어오거나 내 도시락에 손을 댈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 말인 즉슨 내 주변 사람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었다.
"이름아."
밖에서 오빠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두리번거려 테이블 위에 있는 비닐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손에 묻지 않게 조심해서 반찬을 비닐에 담았다.
대기실 한 쪽 구석에 CCTV가 설치되어있는 것이 보였다.
내가 먹다만 도시락이라는 증거는 저걸로 충분했다.
"이름아. 들어가야 해."
"금방 가."
가방 안에 비닐을 숨기고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밖으로 나왔다.
매니저 오빠는 느릿하게 움직이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앞으로 좀 많이 바빠질 것 같았다.
솔로 활동은 물론이고 혼자 움직여야 할 일이 많아졌으니까.
우선 가장 시급한 일은 내가 핸드폰을 사는 것이었다. 매니저를 통해서가 아니라 내가 직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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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줄이 끝나고 호텔로 돌아오자마자 침대 위에 드러누웠다.
평소에는 우선 씻고 누워야지 주의였는데 지금은 그럴 겨를도 없었다.
하루 안에 너무 많은 일들이 벌어졌기에.
혼자 넓은 공간에서 숨을 쉬고 있다보니 새삼스럽게 적적함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어차피 항상 혼자 있었는데 이제와서 무슨 외로움이지. 푸스스 나오는 웃음을 굳이 감추지 않고 한 켠에 마련되어있는 라디오를 켰다.
들을만한 채널이 있던가.
아무 생각없이 주파수를 맞추다보니 이제는 조금 익숙해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찐디. 오늘도 잘생겼네요. 네. 저는 잘생겼어요."]
김석진이었다.
그러고보니 시간대가 지금 라디오 할 시간이구나.
은주 언니가 인스타에 글을 올렸던 시간도 딱 이 시간이었는데.
["찐디는 혹시 슬럼프 같은 거 온 적 있나요? 하고 5262님이 보내주셨어요."]
슬럼프라.
아이돌 준비하면서 수도 없이 왔었지. 과연 내가 여기 있어도 되는 걸까. 다른 누군가의 자리를 뺏는 것은 아닐까.
하필이면 내가 연습생으로 들어갔던 시기에 회사에서 전체적으로 한 번 물갈이를 했었다고 한다.
그래서 은주 언니를 비롯한 다른 멤버들이 나를 고깝게 여겼던 거 일수도 있었고.
["저도 당연히 슬럼프 왔었죠. 사람인데."]
의외네. 슬럼프는 고사하고 그냥 세상 희희락락하게 살 거 같은 사람이었는데.
["어찌보면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참 불안정한 직업이잖아요. 그걸 준비하는 연습생은 또 어떻겠어요.
기다려도 데뷔는 불확실하지, 데뷔를 하더라도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지 걱정되지.
저는 저희 멤버 지민이가 들어올 즈음에 딱 슬럼프였어요. 하도 들어왔다 나가는 친구들이 많아서 그랬던 거 일수도 있어요."]
이 사람도 똑같은 일을 겪었네.
어쩌면 김석진은 내가 아니라 은주 언니를 더 이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슷한 상황이잖아. 같이 연습하던 친구들은 대부분 회사를 나가고 생판 처음 보는 애가 들어오는 거.
근데 어떻게 저쪽 멤버들은 서로 친한 걸까.
대기실 복도에서 마주친 정호석이 떠올랐다.
그는 자신의 멤버들을 항상 옆에 있는 누구보다 가까운 사람들이라 칭했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생각했지. 그걸 그렇게 당연하게 여길 수 있는 것이 신기하다고. 지금이 딱 그때의 기분이었다.
궁금했다. 비슷한 일을 겪어놓고도 어떻게 멤버들끼리 서로 사이가 좋은 건지.
["연습생 생활 하면서 울었던 적이 한 번도 없는데 그 날은 울었던 거 같아요. 꼴에 맏형이라고 누구한테 보이기 싫어서 밖으로 나와서 울었지만.
울면서도 드는 생각은 하나였어요. 지금 내가 울어도 되는 건가. 운다고 뭐 해결되는 일이 있는 건가.
그때 저한테 가장 위로가 됐던 말이 있었어요. 음... 울지마라 이런 상투적인 말은 아니었고요.
그냥 울라고 하더라고요. 어차피 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닌 거 울어서 스트레스라도 풀라고. 사실 다른 사람이 이렇게 말해준 건 처음이어서 놀랐었어요.
다들 그러잖아요. 울고 있는 사람한테 가서 울지마라. 하면서 달래주고.
어. 지금 문자들이 계속 오고 있어요. 어떤 멤버가 그렇게 말해줬어요? 이 말이요? 우리 멤버들이 해준 말 아닌데."]
라디오에서는 내가 궁금한 거에 대한 대답이 흘러나오지 않았다.
이제 그만 씻어야지. 한숨을 내쉬며 머리칼을 쓸어넘겼다. 화장 지우는 거 귀찮은데. 하는 수 없지, 뭐.
["멤버가 아니면 누구에요? 그러게요. 누군지는 기억나지 않네요.
말은 기억하는데 말이에요. 정확히 누구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아요. 아마 회사 사람들 중 한 분 아니었을까요?
자. 슬슬 노래 들을 시간이네요. 이번에는... 슬럼프 질문을 해주셨던 5262님이 신청하신 곡으로 할게요.
가끔 슬럼프가 와도 이 노래를 들으면서 사는 게 다 그런 거야 하면서 위로를 받곤 합니다. 아이유의 쿵따리 샤바라 듣고 싶어요.
그럼 아이유의 쿵따리 샤바라 듣고 올게요."]
헤어 오일을 어디에 뒀더라. 기억나지 않았다. 아. 젠장. 내일 또 샵 언니한테 혼나겠네.
입술을 비죽 내민 채로 욕실로 들어갔다. 어째 오늘은 마음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았다.
-
혼자서 연습을 하고 싶다는 핑계로 매니저 오빠를 부르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향한 곳은 연습실이 아니라 핸드폰 매장이었다. 혹시나 누가 알아볼까봐 모자와 목도리를 두른 채로.
회사에서는 내게 핸드폰을 쥐어주지 않았다. 다른 남자 아이돌들이 작업을 걸까봐 라고 말을 했었지.
착했던 건지 순진했던 건지 아니면 바보였던 건지 나는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따르고 있었다.
다른 멤버들은 핸드폰을 갖고 마음대로 여행도 다니는 동안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냥 묵묵히 스케줄만 수행했던 것이었다.
"병신이었던 건가."
손에 들린 핸드폰을 바라보며 혼자 중얼거렸다.
핸드폰을 구매한 뒤 바로 향한 곳은 경찰서였다. 매니저 오빠 몰래 가지고 온 도시락 반찬들을 가지고 들어갔다.
독이 있는지 없는지 구분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룸서비스로 은수저를 가져달라 말을 했었다.
반찬에 가져다 댄 은수저는 검게 물들어 버렸다. 흔히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오는 그 장면처럼.
검게 변해버린 은수저를 보고 나는 그냥 가만히 서있었다.
나는 독이 나오길 바랬던 걸까, 아니면 나오지 않길 바랬던 걸까.
은수저로 검출할 수 있는 독성분은 많지 않다고 들었다. 아마 은수저 색깔이 변하지 않았어도 나는 경찰서를 갔을 것이다.
그런데 이럴 줄이야.
은수저와 함께 도시락 반찬들을 보여주며 신고를 접수했다.
아마 경찰분들은 대기실 CCTV로 간단한 정황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한테 그 정황을 설명해주시겠지. 사실 그럴 의도로 핸드폰을 산 게 맞았다.
누군가를 통해서가 아니라 내가 직접 경찰의 연락을 받는 것을 원했으니까.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연습실이었다.
밖에 꽤나 오래 있었으니 그래도 정말 연습을 하기는 해야했다.
나는 연습실 한 쪽 구석에 앉아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내가 일을 벌이기 전에 회사 사람들이 지나가다 보기라도 하면 곤란해지니까.
핸드폰을 사자마자 깐 앱은 인스타였다.
sns를 하는 취미는 없었다. 사실 귀찮기도 하고 굳이 내 일상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지 않아도 나는 충분히 내 모든 일상들이 까발려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내가 인스타를 깐 이유는 간단했다.
어젯밤 미리 써놓은 글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내가 직접 적은 글이었다. 흔히 손글씨라고 하지. 그리고 바로 인스타에 올렸다.
간단한 내 인증샷과 함께.
안녕하세요. OOO의 성이름입니다.
이렇게 처음으로 인스타를 시작하게 되네요.
처음으로 팬분들과 소통을 하는 자리에서 이런 말을 드리는 건 참으로 죄송하지만
꼭 말씀드려야 할 거 같아서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저의 소중한 멤버 은주 언니가 올렸던 글 때문에 혼란스러워하시는 분들이 많으세요.
이런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하지만 저는 정말로 불순한 의도로 감독님을 만난 것이 아님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에게 실망하신 분들께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사과를 하기 위해서만이 아닙니다.
얼마 전 소중한 팬분들에게 받은 도시락에서 좋지 않은 것이 발견되었습니다.
모아놓은 잔반을 먹고 죽은 바퀴벌레였습니다.
현재 저는 경찰에 신고를 해놓은 상태입니다.
경찰 측에서도 정황 상 최악인 경우 독극물이 맞을지도 모른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어느 분이 악의를 품고 팬분들이 주신 도시락에 손을 댔는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절대로 이 일을 가만히 넘길 생각이 없습니다.
또한 지금 이 시간 이후로 저에 대한 근거 없는 소문을 퍼뜨리는 사람들에게도 강경하게 대응할 것을 말씀드립니다.
다시 한 번 팬분들과 소통하는 소중한 자리에서 처음으로 말씀드리는 것이
이렇게 좋지 않은 소식이라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대중을 이용해서 나를 깎아내리려 했었지.
그런데 은주 언니가 한 가지 잊은 것이 있었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나를 믿고 지지하는 팬들 역시 수없이 많다는 것을.
그리고 대중들을 이용해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건 은주 언니보다 내가 더 많이 봐왔고 더 많이 해왔던 일이라는 것을.
미안하지만 그냥 입 다물고 가만히 있는 것은 내 성격이 아니었다.
-
인스타가 퍼질 때 까지는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아있었다.
물론 그 시간은 그다지 길지 않겠지만.
지난번 미팅 때 감독님이 주고 간 번호가 적힌 쪽지를 꺼내들었다.
'저 핸드폰 없어요.'
'핸드폰도 없어? 집전화는?'
'숙소 밖에서 지내는데...'
'공중전화라도 써서 그럼 연락해. 배우가 감독 번호도 몰라서 쓰나.'
라면서 주신 번호였다.
매니저 오빠도 아니고 제일 먼저 연락하는 사람이 감독님이라니. 작게 한숨을 내쉬며 문자를 보냈다.
[감독님]
저 성이름입니다. 핸드폰 구매했어요.
문자를 보내자마자 연습실 바닥에 드러누웠다.
회사에서는 뭐라고 하려나. 독단적으로 행동했다고 나한테 뭐라 한 소리 할까.
그래도 뭐. 어차피 회사는 내 편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다른 멤버들은 계약 때문에 붙잡고 있는 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실장님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돈을 벌어오는 사람과 돈을 축내는 사람에 대한 태도가 얼마나 다른지.
지이잉
진동으로 설정해놓은 핸드폰이 울렸다.
답장인가? 손을 더듬거려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문자가 하나 와있었다.
[010-1992-1204]
김석진이에요. 영화볼래요?
...아?
감독님의 답장일 거라 생각했던 문자는 너무나도 예상 외의 사람에게서 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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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데이지 뷔밀병기 단아한사과 호두껍질 지민둥이 새글 짐데이 핑진 김석이긴 너만보여 짐니재이 골드빈 두부 짐느러미 하나의 방탄 딱콩 하리보 쵝오
쮸글 핀아란 진달래 별하늘 망개짐니 공백 붕어 뜌 민스님 피치모드 청퍼더 여하 일구구삼 빙빙 베네핏 강여우 키딩미 달달 초록하늘 1218 롸? 0207
두유망개 노츄껌뜌 지닝 꾸엥 초코 솜구 율곰이 포뇨 새싹이 전스티니 유즈 호비호비 민슈가천재짱짱맨뿡뿡 윤기와 산체 두부 찹쌀 자몽슈 망개야
잠시 래번클로 틀틀이 7842 쉼표 아듀 우즈 블루문 호비 반짝반짝진이별 ★벚꽃파워★ 핫초코 여운 롸아미 다홍빛 이션 피리 오만원 오빠아니자나여
요를레히 고래고래 초코아이스크림2 하핳 0209 땅위 이월 뷔마베 탄둥이 스치면인연 공배기 영감
암호닉은 5화까지 받겠습니다.
연하랑 연애하는 법 00 ~ 15 텍스트 파일 기차는 내일 밤 10시 반에 공지로 올라올 예정입니다.
총 500인분 만들어서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