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수는 아까부터 계속 기붕이 붕 뜨는 것을 느꼈다.
마약이나 술은 일체 입에 대지 않는 그지만, 이 기분은 마치 그것과 비슷할거야, 하고 지레짐작했다.
성열을 지키려면 자신이 건강해야한다고 술 한 모금 조차 마시지 않는 명수는 일이 잘 되고 성열이가 살면 언제 한 번 성열과 술이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가끔은 이렇게 뜬 기분을 느끼는 것도 괜찮을성싶었다.
몇 분 전, 아니 몇 초 전인가.
어쩌면 몇 시간 전일 지도 몰라.
성종이 말하는 '우리 세계'에 온 이후부터 시간 감각이 영 없어져 버렸다.
성종이 명수의 가슴을 두 손으로 꾹꾹 누르고 조이다 명수가 헤롱헤롱거릴 즈음, 그의 머리를 세게 탁하고 쳤다.
그리고는 자신이 보였다.
목이 매어있는 자신.
걱정스런 표정으로 성종을 쳐다보자, 또 그 특유의 웃음을 날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후로 눈을 감고 걸었다. 걸었는지 날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눈을 떠보니 온 세상이 하얬다.
하얀 세상에 하얀 함박눈이 내렸다.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명수와 성종이 눈으로 범벅되어 젖은 것을 보면 그랬을 것이다.
발바닥이 땅인지 아닌지 모를 곳을 밟을 때도 파스락거리며 눈이 밟혔으니 참 더럽게 많이 왔나보다.
"이성종아."
"뭐?"
"너같이 천사랑 악마 혼혈은 뭐라고 불러?"
"왜."
"걍, 궁금해서. 왜 안되냐?"
"이름 없는데? 딱히 명칭도 없고 우리 이름도 없고 뭐.."
"이름 있잖아, 이성종. 이성종이라며 니가?"
"아, 그거. 음... 그거? 아... 비밀!"
"아 뭔데?"
"여튼 부를 때는 다 선악과라고 부르던데. 걍 이성종해 이성종. 이름도 이쁘잖아."
"뜬금없이 왠 선악과. 그거 성경에 과일아냐? 아담이랑 이브가 신나게 쳐먹은?"
"솔직히 그거랑 별 관련은 없어. 그냥 착할 선 악할 악 과실 과 써서 천사랑 악마가 맺어졌다... 이정도 뜻?"
"아 재밌는 얘기 나올 줄 알았는데 뭐야... 존나 재미없게,"
"사실 딴 뜻도 있긴 있는데 말해주기는 싫어."
"아 말해줘 궁금해 뒤지겠네."
"비-밀."
성종이 혀를 살짝 내밀고는 명수를 앞질러 뛰어갔다.
명수도 헛웃음을 짓더니 곧 성종을 따라 뛰었다.
어딘지 모를 출구를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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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아. 진짜 이러지마라 제발. 너만 생각하지마 이 미친, 더럽게 약아빠진 이기주의자야."
"당신이 참견할 권리는 없잖아요."
"니네 어머니 돌아가시고 계속 너랑 니 형 돌봐준게 나야. 권리 당연히 있어."
"내 인생이야. 제발 참견하지마라구요."
"너 뒤지면 니 형은 어떡할래. 저 골골한 자식을."
"아, 됬어요. 몰라요."
"너 진짜..!"
"난 그냥.. 그냥..."
그 착한 천사를 존나게도 사랑해서 따라가고 싶은 것 뿐이에요.
"... 곧 만나요."
사랑해요, 명수 형..
천악은 짧은 대신 하루에 두 개 이상 연재 된담니당
글구 과거랑 현재랑 둘 다 비추는 픽이라 다소 이해가 안 되실 수도 있지만 완결 나오면 이해되실거에요!
천악 봐주시는 몇 안되는 분들 다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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