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현명] 끈 1. 이렇고 저렇고 그렇고 그런 일상
언젠가부터 꿈을 꾸지 않는다.
꿈을 꾸지 못하는 건지, 꾸지 않는 것인지
혹은 꿈을 꾸길 바라지 않는 건지 모르겠다.
그냥 분명한 건 눈을 감았다 뜨면 또 하루가 지났구나, 하는 그런 생각뿐.
아침이 밝았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이 눈을 따갑게 만들어서 잠시 인상을 찌푸리다 이내 눈을 떴다.
깜빡깜빡, 하고 몇 번을 느리게 움직이던 것도 잠시. 반짝 하고 눈이 떠진다.
오 웬일이지? 생각하며 눈을 비비고 침대 밖으로 나왔다.
꿈을 꾸지 않아서 꿈으로 그 날 운세를 점 칠 수는 없지만 이런날은 다른 날과는 달리 조금 기분이 좋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뭐 좋은 일이라고 해봤자 날씨가 조금 좋다거나, 아니면 밥이 잘된다거나.
음.....그도 아니면...
샤워를 마치고 물기를 닦으려 나왔다.
거울 속에 흐리멍텅한 눈동자를 가지고 멍청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어느 새 어깨에 닿을랑 말랑 자라난 머리에서, 그리고 턱끝에서 물방울이 뚝, 뚝 하고 떨어진다.
내 얼굴 어디가 제일 좋아? 라고 물어보면 네 눈. 이라고 했었더랬다.
보기 싫어, 거울에다 입김을 하- 하고 불었다가
또 손바닥으로 뽀드득 소리를 내며 지우고. 또 하-불었다 지우고, 불었다 지우고.
나의 하루하루는, 하수구에 낀 머리카락 뭉치 같이 무료하다
욕지기가 나올 것 같아, 입술을 깨물었다.
역시나 아침에 눈이 잘 떠지더니 밥이 잘됐다.
밥솥을 열어서 밥알을 몇 개 집어 먹다, 곧 아뜨뜨-소리를 내면서 떨어뜨렸다.
밥은 꼭꼭 씹어먹고, 물도 마시고, 꿀꺽 꿀꺽 소리를 내면서 시원하게 넘어간다.
불러오는 배를 살살 문지르면서 방으로 다시 들어왔다.
그러고는,
계속해서 깨어나지 않고 있는 동생의 손을 여느 때처럼 잡고.
"굿모닝..."
대답이 없어도, 이제 눈물 맺힐 단계는 지났다.
그냥 마음이 좀..콕콕거려. 그냥 그뿐이야...
**
병원에서는 희망을 버리라고 했다.
사고 후에 몇 달 동안 깨어나지 않고 코마 상태에 빠진 사람을 집에서 돌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 했다.
매 시간마다 챙겨줘야 하는 항생제, 혹은 해열제, 그리고 크고 작은 모든 일들.
그리고 언제쯤 다시 찾을 지 모르는 기쁨도.
나 자신밖에 희망을 가질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자신은 없지만 떠나보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희망을 버리라는 의사 앞에서 제발 희망을 잃지 말아달라고 부탁 아닌 부탁을 했다.
그 후로부터 세 달.
나는,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까...
**
-아무래도 머리가 너무 길었나봐, 그치?
대답만 못하는 거지 다 듣고 있을거라고 생각하며 동생에게 말을 건다.
동생을 집에서 돌보기로 결정한 이후로는 밖에 나가 돌아다닌 일이 없다.
-머리 내가 자를건데, 괜찮겠지?
거울을 보며 조심스럽게 머리 끝부분부터 가위를 댄다.
크게 마음먹고 자를 용기는 차마 나지 않아서, 끝부분만 깨작거리고 있다, 이러다 언제 자르겠어! 하는 마음으로 크게 싹둑 가위질을 했다.
싹둑, 싹둑, 싹둑.
....아 머리 너무 삐뚤빼뚤하다.
막 해가 지려고 하는 이 시간이 하루 중에서 제일 좋다.
작고 낡았어도, 그래도 명색이 전원주택인 집이라서 좁으나마 구색은 갖추고 있는 마당에 작은 의자를 놓고 쭈그려 앉았다.
바람이 살랑 살랑 불어와서 비록 가위를 잘못 놀려 삐뚤빼뚤하게 잘려나갔지만 결 좋은 머리를 스친다.
세워 앉은 다리 위에, 팔을 올려놓고 턱을 대고 앉았다.
그렇게 눈을 감고 잠시 사색에 빠져 있는데, 어디선가 소리가 들려온다.
"안녕?"
뭐야, 이제 환청까지 들리나? 라고 생각하려던 찰나, 다시 소리가 들려왔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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