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현이 의미 모를 말을 내뱉으며 나간 뒤로, 우현은 성규를 찾지 않았다. 제가 나가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우현의 추억에 잠겨 슬픔에 빠져 있던 것도 잠시. 기생집 단연 최고 매출을 자랑했던 성열이 다른 사람에게 팔려 나가 버린 이후 방황하던 손님들의 발걸음이 차츰 성규에게로 몰리기 시작했고, 어느새 기생집 내 성종이나 소준 등 다른 예쁘장한 기생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규는 독보적인 존재가 되었다.
“하.. 역시 김성규 이름값 하는구만. 수고했네.”
“흐응..안녕히 가십시오.”
제 손에 돈을 꼭 쥐여주며 끈적한 눈길로 자신을 바라보는 사내에게 콧소리를 흘리며 인사한 성규가 아직 벗겨져있는 제 하체를 보며 한숨을 푹 쉬었다. 하루에도 받는 손님이 대여섯명. 처음에는 정말 몸이 찢어질 듯 아프고 우현 생각에 마음도 편히 쉴 날이 없었지만 시간이 약인지. 몸도 점점 익숙해져 갔고 우현의 생각도 거의 나지 않았다. 다만 자신을 힘들게 하는 것이라면 단지,
“우현아..현아..”
“더러운 년. 너 다른 새끼들한테도 그렇게 몸 팔고 다녔냐?”
“아니야.. 우현아.. 내 말 좀 들어봐.. 응?”
“너 같은 년 필요 없어.”
매일 꿈에서 나와 자신을 괴롭히는 우현. 성규는 밤마다 땀에 젖어 헐떡거리며 깨기 일쑤였다. 낮에는 손님 받으면서 흥분에 젖어서라도 우현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지만 밤마다 악몽들은 성규를 괴롭혔다. 대체 무슨 일이지. 악몽과 함께 동반되는 두통에 새벽공기라도 마실 겸 성규가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나갔다. 아, 새벽공기 상쾌하다.
“어? 성규형?”
“이 시간에 누구... 뭐야, 윤두준.”
저의 집안이 몰락하기 전 저와 같은 서원에 다니던 동무 윤두준. 윤두준이 해맑게 웃으며 자신의 앞에 나타나 있었다. 뭐야, 니가 왜 여기 있어? 남자 기생집에?
*
에라이, 떡을 쥐여줘도 쳐먹질 못하니! 자신의 등짝을 퍽퍽 때리는 동우의 손길을 고스란히 받아내는 우현이 그저 술만 주구장창 마시고 있었다. 그 날, 성규에게로부터 제게 다가오지 말라는 말을 들은 우현이 아스라이 덮쳐오는 기억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덜컥 동우의 방문을 열고 무작정 품에 안겨 펑펑 울었었다. 뭐야, 왜 그래. 당황한 듯 하면서도 우현의 등을 토닥여주던 동우는 사건의 전말을 알고 표정이 180도 바뀌어 지금처럼 우현의 등짝을 퍽퍽 때렸더랜다. 으유, 병신.
“내가 기회 만들어줬으면, 어? 성규를 어르고 달랠 생각을 해야지. 거기서 그렇게 나오냐?”
“애초에. 김성규 기억 찾으려는 시도 자체가 잘못된 거였어. 아니, 내가 김성규를 다시 만나려고 한다는 자체가...하,”
“멍청아. 아오, 답답해!”
그래도 제 방법이 너무 심했나.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제 입술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던 동우가 갑자기 예의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우현에게 다가왔다. 현아, 그니까 네 말은 내가 성규 어두운 기억을 건드려서 성규도 그 부분만 기억이 났다는 거 아니야. 그래서 성규가 너 밀어낸 것 같고, 그렇지?
“어..어? 뭐, 말이 그렇게 되는 건가.”
“그럼 어두운 거 말고 밝은 부분 되살려주면 성규도 괜찮지 않을까?”
“뭐..? 에휴, 여튼 장동우 너는.... 천재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서로 짜증내다가 웃다가. 울다가 서로 껴안다가. 그들 바로 근처에서 국수를 말고 있던 주막 아주머니는 이들을 한양에서 제일 용하다는 의원 집을 데려가봐야하나 심히 걱정했다고 한다.
*
“윤두준? 두준이야?”
“네! 성규형 맞죠? 형 여기서 뭐해요? 그것도 남자 기생집 앞에서.”
하하- 어색하게 웃음을 흘린 성규가 대충 머리가 아파서 산책을 하러 나왔다. 라는 말로 얼버무렸다. 뭐, 거짓말은 아니니까. 근데 두준이 넌 무슨 일로 여길?
“에이, 내가 형 그 버릇 고치라고 했는데.”
“응? 뭐?”
입술 뜯는 버릇? 손가락 꼼지락대는 거? 손톱 깨무는 거? 뭐? 뜬금없이 버릇 타령 해대는 두준에 쓸데없이 호기심이 발동한 성규가 두준에게 질문공세를 퍼부었다. 뭐, 뭔데 두준아.
“내가 거짓말은 절대- 하면 안된댔죠? 서원 다닐 때도 그렇게 거짓말 해대더니.”
“내가 무,무슨 거짓말을 했다고.”
“내가 형을 몰라요? 형 거짓말 할 때마다 한쪽 눈썹만 올라가는 거. 이 봐, 하늘 뚫을 기세로 솟아 있네.”
성규의 눈썹을 슥슥 문지른 두준이 성규를 바라보며 방긋 웃었다. 형, 내가 형 찾느라 전국 방방곡곡 돌아다녔는데 형이 어디서 뭐 하고 살고 있는지도 모를까봐. 누가 이런 일 하면서 살래, 응? 진짜 혼나려고.
“이씨... 니가 무슨 상관이야 윤두준.”
“쓰읍, 무슨 상관이긴. 이 형이 정신이 있어, 없어?”
“여깄다. 여기, 왜왜왜! 그럼 뭐 어쩌라고. 나 이렇게라도 안 살면 우리 어머니랑 내 동생. 성진이는 어떡해. 내가 이렇게라도 먹여 살려야지!”
에휴, 이 형이 기억을 놓더니 정신줄도 놓은건가. 어떻게 이런 일을 또 당할 생각을 해. 차마 입 밖으론 꺼내지 못할 말을 꿀꺽 삼킨 두준이 씩씩거리는 성규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형, 3일 내로 나와요.
“싫어! 나 돈 벌어야 해.”
“다른 자리 알아볼 수도 있잖아요! 꼭 이런 식으로 돈 벌어야 해?”
“낸들 안 알아 본 줄 알아? 나도 양반 신분으로 이런 일 하는 거 쉬운 줄 알았겠냐고! 이만큼 돈 받는 데가 어디 흔한 줄 알아? 씨잉..”
철없는 소리를 늘어놓는 성규를 보며 두준이 머리를 탁 짚었다. 그래도 이 형이. 형, 내가 형 생각해서 말하는 거예요. 진짜 험한 꼴 당하기 전에. 응?
‘너를 험하게 다루려는 자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순간 두준의 험한 꼴-이라는 말에 우현의 목소리가 번뜩 스치고 지나간 성규가 괜히 치밀어오르는 짜증남에 두준에게 말을 틱틱 쏘았다. 윤두준, 네가 뭔 상관이야. 막말로 내가 몸을 팔던 말던! 뭔 상관이냐고? 나 좋아해?
“뭐라고? 하- 김성규!”
“그렇잖아! 네가 나한테 관심 없으면 네 말대로 뭐하러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나를 찾았겠어!”
황당하다는 듯 웃은 두준이 성규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 친한 동생으로서 형 몸 걱정해 주는 말도 못합니까? 험한 꼴 당할지도 모르니 조심하라는 말도 못해요?
“..아씨, 몰라. 생각 정리하러 나왔다가 더 복잡해지기만 했어! 나 보려면 나중에 돈 내고 정식으로 찾아와. 알겠어?”
물론 할 수 있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여도 험한 꼴 당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말, 누구에게나 할 수 있는 말인 걸 성규도 뻔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떠오른 우현의 다정한 기억 때문일까, 그때까지만 해도 은연중에 우현이 자신을 좋아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라는 것을 우현이 떠난 후에야 깨달았기에 그걸 두준에게 삐뚤어진 감정으로 쏟아냈다. 남우현, 대체 뭐길래. 첫날부터 갑자기 나타나서 다정한 말만 쏟아내더니 꿈에선 나 이렇게 아프게 만들고. 대체 당신이 뭔데.
“하.. 형,”
“아, 또 왜!”
자신의 허리를 손으로 끌어안고 어깨에 얼굴을 턱하니 올린 두준이 김빠진 웃음소리를 내며 웃었다. 못말린다. 나도 돈 내고 와야 돼? 어, 당연하지. 근데 너 이 손 안놔? 나 안 좋아한다며! 싫어. 우리 예전에도 자주 이러고 있었으면서 새삼스럽긴. 아, 야! 간질이지 마!
성규는 몰랐다. 저 멀리에서 나름 며칠간 머리를 싸매고 궁리하다 아, 이거다! 하면서 한 손엔 서책을 꼭 쥐고 찾아온 우현이 있었다는 걸. 오랜만에 만날 생각하면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왔는데. 외간남자랑 껴안고 있는 걸 구경하고 있다라- 옛날처럼 멀리서 지켜보고만 있다는 건 똑같지만, 이번엔 뭔가 좀 다르네. 허탈하게 웃은 우현이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이제라도 고백하지만, 김성규. 나는 너를.. 다시는 놓지 않을 것이며, 언제까지든 당신을 은애합니다.
| 작가의 말 |
사실 나도 내가 뭐라고 썼는지 몰라요...땀땀 요즘 개학하고 할 일도 많고 해서 내가 너무 늦게 왔죠ㅠㅠㅠㅠㅠ미안해요.....사실 나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을까는 모르겠지만ㅇ<-< 이번 편은.. 방금 한 30분? 동안 급하게 쓴 거라 많이 병맛ㅠㅠㅠ 사실 엇갈리는 성규와 우현을 그려넣고 싶었는데 fail...그냥 두준이만 등장시키고 끄읏... 하 대체 이걸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요 일단 암호닉 화긴
강냉이/쭈규리/바카루/핑까루/찹쌀떡/꾸꾸미/감성/우동/31/써니텐/푸딩/설이/스마트폰/연두/익명인/파리/빵형/규리다규/용마/비회원/다락방/퓨어/감규/현대문학/규니/초코푸딩/새우깡/크림빵/김빤찌/다락방/김성귱/수산물/몽몽몽/케헹/오일/3분카레/석류/우현성규/
암호닉은 8화까지만 받습니다. 머릿속이 복잡해. 이거 어떻게 연재할까요 이제.. 아, 도저히 연재할 자신이 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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