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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가났다기보다는 지쳤다. 둘 사이에, 그리고 그녀와 또 나에게. 어렸을 적 물가에서 놀 때 손에 억지로 쥐고 있던 작은 물고기가 조금만 힘을 풀어도 쉽게 빠져나가버렸던 것처럼. 솔직히 한 사람의 고집으로 간신히 이어나간 관계였던건 맞았다. 하지만 지난 몇 년동안 함께 했던 추억은 이미 허공에 흩어져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그녀는 내게 무심했다. 자신이 나보다 좀 더 위에 있다는 것을 이용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물론 그녀가 저 이외에 다른 남자를 함께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건 아니다. 다만 조금 삐뚤어지더라도, 그 '연인'이라는 특별한 관계가 좋아서 모르는 척 눈을 감았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이었을까. 갑작스럽고 또 허무했던 그녀의 이별 통보는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재환을 비참하게 만들었다.   

    


 "아. ...짜증나. 그래, 그만해. 사실 나도 힘들었어."
 "...힘들었어?"   

    


 아무리 힘들었다고 한들 정말로 사랑했던 사람을 잃은 기분보다야 더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우습게도 나는 힘들다는 마지막 말 한마디에, 더 이상 그녀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럴 틈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가 치마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 실내를 빠져나가 낯선 남자의 차에 올라타는 것까지 보고 나서, 이상하게도 웃음이 나왔다. 헛웃음이었다. 허탈한 웃음이었다. 눈물 같은 건 나오지도 않았다. 분명 나쁜 사람은 내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가 다른 남자를 만나도 그저 욕심에 눈을 감아주었던 내 모습이 한심해서, 자꾸만 웃었다.   

    

    

    

    

    

    

    

    

    

    

    

 그 이후로도 재환은 몇 번씩이나 그녀의 집 앞을 찾아갔다. 그녀가 퇴근할 시간이 되기 한 시간 전쯤, 몸을 돌려 곧장 집으로 돌아가곤 했던 것이다. 피해를 주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저 잘 지내는지, 무엇을 하고 지내는지 궁금했을 뿐. 연인 사이로 이어지던 만남이 끝난 것이지, 사랑했던 마음마저 끝나버린 것은 아니었던 터라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날은 조금, 특별했다.   

    

    

    

    

    

    

 유난히 바람이 세게 불었던 날이다. 평소보다 얇은 옷차림으로 집을 나선 것이 후회가 되었지만, 고작 추위 때문에 집에 돌아가고 싶진 않았다. 물론 그렇게 기다린다고 해서 떠나간 사람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었고, 심지어 얼굴조차 보지 못했지만 나름대로의 수확이 있었다. 가끔 밖에서 멍하니 서 있는 재환을 보고 집에서 몰래 몰래 빠져나와 그녀의 소식을 전달해주는 그녀의 동생 덕분이었다.   


 대학교를 같이 다닐 때부터 과에서 제일 콧대높고 까칠하기로 소문났던 그녀와 똑닮은, 얄쌍하고 남자치고 가는 선을 가진 남동생이었다. 유치원을 다녀온 꼬마가 엄마를 붙잡고 재잘거리듯, 학연은 그렇게 재환에게 제 누나의 소식을 전했다. 오늘은 무슨 옷을 입고 갔는데 아끼는 옷이었다, 하는 사소한 것부터 오늘도 그 남자가 차로 데리러 왔다는 씁쓸한 소식까지. 사실 그냥 그녀의 소소한 일상을 듣는 것도 괜찮았다. 이런 표정으로, 이런 행동을 했겠지. 상상하다 보면 스스로가 한심하다가도 결국 웃어버리고 말았다. 듣는 사람이 집중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자신이 전달해주는 이야기에 반응하는 재환을 지켜보고, 잘가라는 인사를 해주는 것까지 모두, 학연의 몫이었다.   

    

    

    

    

    


 콜록, 콜록. 기침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평소보다 조금 어두워진 안색을 하고 나온 학연이 재환을 보자마자 반갑게 인사했다. 재환도 덩달아 손을 흔들었다. 똑같다. 먼저 웃고 양손을 흔드는 버릇. 웃을 때 휘어지는 눈매와 둥글게 올라오는 뺨까지, 모두 그녀와 같다.   

    

    

 "추운데, 얇게 입고 왔네요."   

    

    

 학연의 말에 재환은 괜히 멋쩍은 듯 옷소매만 만지작거렸다. 추우니까 따뜻한 거 땡긴다. 재환씨도 그래요? 아, 오늘 누나는 따뜻하게 입고 나갔어요. 겨자색 니트, 콜록. 흐음. 바지도 긴 걸로 입고 나갔으니까 걱정 안해도 돼요. 시험 준비하는 것 같던데. 엄청... 쿨럭, 어. 예민해요. 지금.   

    

    

    


 평소처럼, 집 앞에 나란히 주저앉아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던 학연이 연신 기침을 해댔다. 그럴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손을 가져가 입을 가리고 난 후 손바닥을 한 번 힐끔, 보며 확인하는 습관을 보고 재환은 가슴이 미어질 것만 같았다. 사실 그녀의 근황을 듣는 것도 좋았지만, 그녀와 닮은 얼굴이, 입술이 조잘거리는 것을 보는 일이 좋기도 했다.   

    

    

 아프면 오늘은 집에 들어가보겠다거나, 조금 칭얼거려도 될법한데. 학연은 마치 제 임무가 그것인 것 마냥 계속 그녀의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그저 오직 재환을 위해서. 어느 순간부터 학연의 이야기가 귀에 들어오지 않아, 재환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그 시선의 변화를 느낀 학연이 조용해졌다.   

    


 "오늘은 좀 늦게 들어올거에요 아마."
 "..."
 "아, 그 얘긴 이제 그만 할까요?"   

    


 눈치를 보며 초조해하는 학연을 말없이 내려다보던 재환이 말했다.   

    

    


 "아니, 오늘은 그거 말고."
 "...네?"
 "듣고 싶어요."
 "...."
 "학연씨 이야기도."
 "...."
 "오늘 아팠는데 이래서 아팠다. 병원에 갔으면 병원에 갔다. 약을 먹었으면 먹었다."   

    

    


 왜 자꾸 다른 사람 얘기만 해주려고 해요. 조금은 화난 듯, 하지만 여전히 저에게 시선을 두고 이야기하는 재환을 멍한 눈길로 쳐다보던 학연이 간신히 웃으며 대답했다.   

    

    

    

 "...위로해주고 싶었어요."
 "..."
 "우울해 보여서. 누나 얘기 들려주면 좋아하시니까."   

    

    

    

 언제부터였을까. 학연이 들려주는 그녀의 이야기보다 그걸 말해주는 학연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에 눈이 갔던 것은. 가끔씩은 더듬거리기도 하면서 또박또박, 맑은 목소리로 조잘거리던 입술이 자꾸만 신경쓰였던 것은. 재환보다도 더 얇은 옷을 입고 나와서 괜찮은 척을 하다가도 숨기지 못해 기침을 하고, 늘 닮아보였던 습관마저 잊게 만들고, 그저 학연이라는 그 자체를 재환의 옆에서 드러내기 시작했던 것은.   

    

    


 "위로받고 싶어서 찾아온 건 아니었어요."
 "...난."
 "같이 있는게 좋았거든요."   

    

    


 ...그러니까, 오늘은 학연씨 이야기도 해줄래요. 누나 얘기 말고.   

    

    

    

    


    

짧음주의!

[VIXX/켄엔] 오늘은 | 인스티즈   

    

    

너무 짧아서 당황하셨죠..? 저도...   

그냥 단편이나 조각 쓰는거 좋아하는데 독방에 써두면 나중에 찾기도 힘들고 해서 필명을 팠어요!!!   

혁이의 미자탈출도 좋지만 요즘은 켄엔이 그렇게 좋더라구요.. 절대 독방에서 영업당한건 아니..에여....;ㅅ;   

    

    

이건 옛날에 그냥 사람 안 정해놓고 막연히 쓴건데 뭔가 다시 보니까 아 켄엔! 싶어서 다시 써본거에요!ㅋㅋ   

아 오늘도 하루끝까지 덕질했다 (보람)  그럼 엔뇽 내일도 좋은 하루 보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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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좋아♥♥♥♥♥ 어어어어ㅓ양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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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뽀
저도 좋아요 독자님이♥♥켄엔이♥♥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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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완전 좋아요ㅠㅠ재환이 배려해주면서 하나하나 다 말해주는 학연이도, 그런 학연이를 보며 누나가 아닌 학연이 자체를 찾아가는 재환이도ㅠㅠㅠㅠ켄엔이 짱이다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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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뽀
켄엔 영사하세여...ㅠㅠㅠㅠㅠ감쟈합니다!!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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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이런글 좋아해요ㅠㅠㅠㅠ아련아련한 재환이도 착한학연이도ㅠㅠ다 이쁘고 좋아요ㅠㅠ학연이도 재환이가 신경쓰였겠죠ㅠ 재환이도 어느순간부터 학연이가 신경쓰였겠죠ㅠㅠ둘이행쇼하겠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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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뽀
저도 케넨은 ㅇㅅㅁ한글도 좋지만 이런분위기를 좋아해서 써봤어요!! 행쇼했겠져 둘이...♥♥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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