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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뽀 전체글ll조회 936


 

 

 

 

 

 

1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산책 시간, 궁 뒤쪽에는 홍빈이 어렸을때부터 형과 함께 즐겨찾았던 후원이 있었다. 아무리 머리가 아픈 일이 있어도 후원에 내려앉은 듯 고요한 연못가에는 이름 모를 풀이 고르게 자라 있었는데, 홍빈은 여기서 나는 풀냄새를 좋아해 이곳을 찾을 때마다 코를 대며 냄새를 맡곤 했다. 요 몇 달간 정신없이 지낸 탓에 찾지 못했던 후원. 사실 허락을 받는데까지도 많은 힘이 들었지만 홍빈은 마냥 기뻤다.

 

 

 

 "오늘은 혼자 걷고 싶구나."

 

 

 

 홍빈의 말에 모두 아연실색하며 그를 말렸다. 옥체를 보존하셔야 합니다. 아무리 시간이 흘렀다고 하지만 악한 자들의 마음이 변하는 것은 아니고 요즘 흉흉한 소문이... 그래서 원식이를 데리고 가지 않느냐. 단호한 홍빈의 말에 모두들 갈등하는 표정이었다. 원식은 아무 표정 없이 눈만 깜빡이며 홍빈의 행동만 살피고 있는 것이었다. 난 괜찮으니 다들 적당히 하다가 물러가시오. 하나뿐인 왕의 명령에 별 수 없다는 듯, 하지만 조심스럽게 신하들이 뒤를 따랐다. 후원으로 향하는 다리 앞에서 모두들 원식의 손짓에 걸음을 멈췄다. 홍빈보다 조금 뒤에 선 원식은 몇 번 주변을 살피고 앞선 홍빈의 걸음을 따라갔다.

 

 

 

 "원식아."

 "네, 전하."

 

 

 

 원식이 따라오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홍빈의 얼굴에 웃음이 어렸다. 홍빈은 왕이 된 후에도, 저보다 훨씬 낮은 계급인 내금위의 원식을 늘 존중하는 투로 불러주었다. 원식이 홍빈을 부르는 호칭은 대군에서 세자로, 세자에서 전하로 바뀌었지만 홍빈이 원식을 부르는 말은 늘 이름 그 자체였다. 원식은 이에 대해서 지적하진 않았지만, 홍빈의 조금 낮고도 맑은 목소리가 제 이름을 부를 때마다 이상한 기분이 드는 것은 그저 스쳐가는 바람 때문이라고 하기엔 양심이 찔렸다. 홍빈은 아이처럼 걸음을 빨리했다. 원식은 조금 더 빨리 걸어 홍빈의 앞에 섰다. 천천히 걸으셔야 합니다. 홍빈은 아무 말 없이 마주선 원식을 보다가 말했다. 넘어질까봐 그러는 거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정 걱정되면, 나란히걸어라. 내 옆에서. 원식은 무어라 말하려다가 홍빈의 고집을 꺾을 수 없다 생각하고 옆에 섰다.

 

 

 

 옷이 더러워지는 것도 모르고 홍빈은 연못가에서 쪼그려앉아 풀냄새를 맡았다. 어복에 흙이 묻습니다. 원식의 말에 동그란 사슴같은 눈으로 옆을 흘긴 홍빈이 다시 연못으로 시선을 돌렸다. 홍빈의 머리 위로 내려앉은 달빛에 원식은 저도 모르게 눈을 돌렸다. 그 외모 때문에 옆 나라까지 소문이 자자하던 선왕을 닮았으면서도 꼭 빚어놓은 것처럼 부드러운 선에 곧게 뻗은 코와 선한 눈, 서양에 임무를 맡으러 갔다가 보았던 꽃의 색과도 같은 입술이 움직였다. 노래를 흥얼거리는 것이다. 아까 낮에 제 말을 똑바로 옮겨적지 않는다며 신하를 혼내던 강한 모습과는 다른 것이었지만 여전히 아름다웠다. 공식적인 자리에서의 근엄한 홍빈의 목소리가 아닌 미성도 좋았다. 그것이 꼭 사람을 오해하게 만들만큼 제 앞에서만 들려준다는 것도.

 

 

 

 "내 기억이 맞다면, 약관 스물하나일텐데."

 "네."

 "...나와 같네. 알고 있었지만."

 

 

 

 짧은 정적이 흘렀다. 원식은 부동자세로 그 자리에 목석처럼 서 있었다.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 칼을 잘못 다뤄 손이 조금 베인것을 발견한 홍빈이 울먹이며 다가왔던 일을 회상하며. 워, 원식아. 이것이... 어쩌다 이렇게... 물론 홍빈 옆에 서 있던 내관에 의해 길게 원식을 살피지 않고 끌려가다시피 돌아섰지만, 대군답지 않게 친구를 걱정하듯이 물어왔던 것이 인상깊어 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어린 아이가 자라 한 나라의 왕이 되었다. 원식은 그를 지키는 사람이다. 부모도, 그리고 하나뿐인 형까지 잃어버린 홍빈에게 있어 원식은 거의 유일하게 홍빈이 믿고 의지하는 홍빈의 사람이었다. 고요한 가운데 그가 입을 열었다. 원식아.

 

 

 

 "내 이름을 불러주면, 안 되겠느냐."

 

 

 

 여전히 고운 목소리로, 원식은 미동도 없이 눈만 몇 번 깜빡였다. 으응? 홍빈이 되물었지만 원식은 여전히 가만히 있었다. 됐다. 너에게 뭘 부탁하는 것인지... 잠시 옛날 생각이 나서 말해봤던 것이니 깊게 담아두지 않아도 된다. 혼자 중얼거리던 홍빈은 옷을 털고 일어나 말했다. 그래도 불러줄 수 있으면, 둘이 있을때 한번 불러줬으면 좋겠는데.

 

 

 

 원식은 마음 속으로 몇 번이나 홍빈의 이름을 불렀다. 홍빈아. 홍빈아. 연못을 건너다보는, 감히 입에도 담을 수 없을 이름을 가진 홍빈의 옆모습을 물끄러미 보았다. 달빛을 받는것인지, 아니면 홍빈 스스로에게서 나는 빛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라는 말이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아름다움을 넘어, 황홀하다면 더 맞을까. 문득 밤중에 일어나 피를 토하던 전 세자가 떠올라 원식은 미간을 조금 구겼다. 그 자리에서 그렇게, 지금처럼 계속 빛나고 있어야 합니다, 나의 주군. 어둠도 가리지 못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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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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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허으으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취겨규ㅠㅠㅠㅠㅠㅠㅠㅠ엉엉엉ㅇㅇ어어유ㅜㅜㅜㅜㅜㅜㅜㅠ전하께선 늘 어여쁘소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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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뽀
홍빈이는 늘 어여쁘니까여 (울먹)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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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으아아ㅏ아아아아아아아아아 진짜 좋아ㅜㅠㅠㅜㅜㅜㅜㅠㅜㅜㅜㅠㅠㅜㅜㅜㅠㅠㅜㅜㅠㅠㅜㅜㅠㅠㅜㅜㅠㅠㅜㅠㅠㅠㅜ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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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뽀
저도 조아여... 원식아.. 생일 축하해..(뜬금)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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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허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게 뭐시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둘이 이어졌으면 좋겠지만 이건 신분차이가 어마어마하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사랑해요 ㅠㅠㅠㅠㅠㅠㅠㅠ하지만 너무 슬퍼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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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어질 수도 있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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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우와...홍빈이 상상하니까 느므이쁘다ㅜㅜㅜㅜㅜㅜㅡㅜㅜㅜㅜㅠㅠㅠㅠㅠㅠㅜ둘이 이어졌으면 좋겠네요.진짜ㅜㅜㅜㅜㅜㅜ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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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뽀
헐헐 왜 이제서야 이 댓글을 본거지! 깨알같이 쓰던거라 둘이 이어지는 부분까지는 생각을 못해봤는데 이어주고 싶어요...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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