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쿨 - 아로하
"칼 똑바로 잡아."
"..."
"아니. 그렇게 말고."
"진짜 해야해?"
"어."
"..."
나는 말없이 내 앞에 놓여있는 양파를 노려보았다.
지금 내가 뭐하는 건지... 한숨이 절로 나왔지만 힐끗 김석진 눈치를 보며 입을 다물었다.
"쓰읍."
"..."
아. 그냥 때려치고 싶었다.
사랑해도 될까요?
10
w. 복숭아 향기
술을 먹자고 했던게 화근이었다.
나는 술을 마실 때 안주를 거의 먹지 않는다. 안먹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때때로 물이 안주가 될 때도 있었고.
그런데 김석진은 아닌가보다. 술을 마실 때 안주는 무조건 있어야 한단다.
"그냥 마셔도 되는데."
"너 속버린다."
"내 속이거든."
"그냥 소주 맥주도 아니고 보드카 마시면서 말이 많아."
"러시아는 이거 물처럼 먹어."
"러시아로 가던가. 여기는 고창이다."
원래 이렇게 말을 잘하던 사람이었나.
입술을 비죽 내밀며 결국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마시자고 말을 했던 사람은 나니까 내가 지고 들어가는게 맞겠지.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서 터졌다.
안주라길래 그냥 과자나 견과류 그런 걸 생각했던 내가 바보였던가.
김석진이 말을 하는 안주는 정말 말 그대로 요리였다. 그러니까 술집가면 사먹는 그런 안주들.
나는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던 것들이었다. 미성년자 때부터 연습생 생활을 했었고 데뷔 이후로 술집은 가본 적이 없었으니까.
가끔 회식자리가 있기는 했지만 그 자리마저도 나는 잘 나가지 않았다.
몸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빠진 적도 있었고 술 냄새만 맡아도 머리가 어지럽다 말을 하며 빠진 적도 있었다.
사실 나가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먹으면 안되니까. 대외적으로 알려진 내 이미지와 술은 어울리지 않다는 회사의 지침도 있었고.
감독님이나 스텝분들은 그런 나를 이해해줬지. 감사하게도.
어쨌든 문제는 이게 아니지.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던 음식을 만들어 먹자는 건 내게 있어 참 곤란한 제안이었다.
머리를 긁적이며 그냥 과자 먹으면 안돼? 라는 내 말에 김석진은 이렇게 대답했다.
'너 어차피 요리 해야하잖아.'
맞는 말이었다.
어찌되었든 지금 내가 찍어야 하는 영화는 요리 영화였다.
대역을 쓰는 게 아니라 내가 직접 해야하는 거.
때문에 김석진이 하는 말에 대꾸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양파 반으로 썰어봐."
"..."
급속 과외를 받고 있는 것이었다.
탕 소리와 함께 양파가 반으로 썰렸다. 우와. 양파 처음 썰어봐.
멀뚱히 서서 양파 반 쪽을 바라보았다. 이거 다음에 어떻게 썰지.
"그냥 채썰면 돼."
"..."
"왜?"
"채써는 게 뭐야?"
순간 나는 봤다.
김석진의 얼굴에서 스쳐지나간 황당함을.
괜히 머쩍어서 머리를 긁적였다. 나름 연습한답시고 요리 영상이랑 이런 걸 보고 오기는 했는데...
바빠서 실제로 내가 해본 적은 한 번도 없어서... 잠깐 학원이라도 다녔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
"..."
"준이 과구나."
"응?"
"아니야. 이리 와 봐."
칼을 조심스레 들고 슬금슬금 김석진이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김석진은 고기를 썰다 말고 (신기하게도 숙소 냉장고에 고기가 있었다. 고기를 비롯한 이런저런 재료들도. 양파도 그 중 하나였다.)
내 뒤로 다가왔다. 이렇게 가까이 있던 적은 없던 거 같은데...
무슨 향인지 낯설면서도 나쁘지는 않은 향이 코끝을 스치고 지나갔다.
김석진의 팔이 뒤에서 숙 들어왔다.
그리고 김석진의 손이 내 손을 감싸쥐었다. 수족냉증이 있어 손발이 찬 나와 다르게 따듯했다.
"힘 빼봐."
"..."
"이렇게 썰면 되는 거야."
"아..."
"너무 얇게 썰지는 말고 적당히 썰면 돼."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김석진이 이끄는 대로 천천히 양파를 썰었다. 매운 기 때문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는 게 느껴졌다.
아씨. 양파 위로 눈물 떨어지면 안되는데. 하는 생각에 고개를 들었다.
"..."
"왜?"
"아. 미안."
내가 양파를 써는 그 동안 김석진은 계속해서 내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고개를 든 순간 눈이 마주쳤고. 사실 놀라긴 했다.
김석진이 나를 계속 보고 있다는 사실도 그렇긴 하지만 뭐라고 해야할까.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표정이었달까.
뒤에 있던 김석진이 한 걸음 더 뒤로 물러나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갔다.
뭐지. 잠시 멍한 표정으로 김석진을 바라보았다.
하긴. 사람 뚫어져라 보고 있는 게 예의는 아니지. 그래서 미안하다 한 건가.
어깨를 으쓱이며 다시 양파를 써는데 집중했다. 빠르게 고기를 썰고 있는 김석진의 속도에 맞추려면 집중하는 수 밖에 없었다.
-
"이거 먹어봐."
"뭐야?"
"양념장. 간 봐봐."
김석진이 내민 그릇에는 빨간 양념장이 담겨있었다.
고개를 두리번거려 주변에 있는 젓가락으로 콕 찍어 먹어보았다.
생각보다 맛있었다. 고개를 들어 동그랗게 뜬 눈으로 김석진을 바라보았다.
의외였다. 요리를 잘하는 건.
"맛있다."
"괜찮아?"
"응."
"파랑 마늘 좀 더 넣을까?"
"응. 응."
"갑자기 그러니까 적응 안된다."
"어?"
"만날 틱틱거리다가 갑자기 순해지니까 적응 안된다고."
"..."
내가 그렇게 싸가지가... 없었구나.
할 말이 없어 쩝 입맛을 다시며 다시 칼을 집어들었다.
김석진이 고기를 다 썰고 다른 재료들을 준비하고 양념장을 만드는 동안 나는 아직까지도 양파를 썰고 있었다.
근데 어떡해. 내가 칼질이 느리고 싶어서 느린 것도 아닌데.
손 베일까봐 엄청 조심해서 칼질을 하고 있는 나였다. 사실 좀 무서웠다.
"양파 그만 썰어도 돼."
"진짜?"
"어. 너 눈물 좀 닦아."
"으응."
김석진이 내민 물티슈를 받아들고 눈물을 닦았다.
어째 눈물을 닦고 있는데도 계속해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매운기가 가시지 않았다.
그렁그렁 맺혀있던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아니 뚝뚝 떨어지다 못해 볼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왜그래?"
"몰라. 자꾸 눈물나."
"월드 와이드 핸썸이랑 요리하는 게 감격스러워서?"
"아니거든. 매워서 그렇거든."
"매워?"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도 매웠다.
"..."
"왜?"
"성이름."
"아, 왜."
"너 바보지?"
"뭐래."
"너 방금까지 뭐하고 있었어?"
"양파 썰고 있었어."
"그럼 네 손은 어때?"
"뭐가."
"네 손으로 그냥 눈물 닦으니까 매운기가 안가시지. 이리 와."
아씨. 내가 무슨 강아진가. 오라면 오가 가라면 가게.
입술을 비죽이며 김석진에게 다가갔다.
김석진이 한숨을 내쉬며 내 눈물을 닦아주었다. 묘하게 어린 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너 지금까지 어떻게 살았냐?"
"뭐가."
"칼질도 못해 컴맹이야 하여튼 손 진짜 많이 가네."
"요리하자고 한 사람이 누군데."
"어차피 네가 해야 할 일이었거든. 촬영장 가서 칼질 안 배운게 다행이지."
"그건 그렇지..."
김석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프라이팬을 꺼내들었다.
이제 진짜 불 쓰려나보다. 부엌 식탁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는 턱을 괴고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숙소는 꽤나 넓었다.
막 엄청 넓은 게 아니라 그냥 나랑 김석진이 쓰기 적당한 그런 크기였다.
앞으로 여기서 한 달 정도 지내야 하는구나. 집처럼 지낼 수 있으려나.
내게 있어 집이란 그저 자러 가는 곳이었다. 집에서도 안해본 요리를 여기서 해보네.
"손 씻고 와. 내가 할게."
"응."
"술잔이랑 꺼내놓고."
"알았어."
진짜 기분이 묘했다.
멤버들하고도 안해봤던 걸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람이랑 그것도 남자랑 하고 있다는 지금 이 사실이.
내게 있어서는 굉장히 묘한 일이었다.
-
"..."
"왜?"
"이걸 그냥 먹어?"
"그럼?"
너도 참...
김석진은 다시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내 앞에는 보드카가 담긴 머그잔이 놓여있었다. 평소에 내가 술을 먹는 방법이기도 했다.
머그잔 두 잔. 내가 가지는 술상이었다.
한 잔에는 보드카 한 잔에는 물.
지금은 내 앞에 돼지고기 볶음이 놓여있지만.
"국물 없어도 돼?"
"응."
"너 진짜 속 버려."
"이러고 잘 지내왔어."
"안취해?"
"조금 졸린 정도? 처음에는 자려고 먹었거든."
"..."
"수면제 먹으면 다음날 스케줄 갈 때 못일어나서."
"..."
왜?
김석진에게 입모양으로 물었다.
김석진은 방금 전 내가 그랬던 것처럼 턱을 괸 채로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방금 전에 나왔던 표정이었다. 나한테 칼질을 알려줄 때 나왔던 그 표정.
"아니야. 아무것도."
"싱겁게."
"수면제 가지고 왔어?"
"응. 그거 없으면 못자."
"아까 잘 자던데. 차에서."
"거의 차에서 잠만 잤었거든. 그나마 거기서 잘 수 있달까."
"..."
"왜 그렇게 봐?"
"그냥."
"...뭐야."
"많이 변했다 싶어서."
"누가? 나?"
"그럼 여기 너 말고 누가 있는데."
"매니저님 주무시고 계시잖아."
"내 앞에는 너만 있잖아."
"...너 나 어디서 봤어?"
"내가 말하지 않았나?"
어디서 본 것처럼 뉘앙스를 풍기긴 했는데...
생각해보니 나 담배 피운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잔을 내려놓고 나 역시 턱을 괴며 김석진을 바라보았다.
"어디서 봤어?"
"기억 못하는 사람한테 알려주고 싶지는 않아."
"그런게 어디있어."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 안하니까 기억 못하는 거 아니야."
"..."
"그냥 지나가던 기억들 중 하나. 그거니까."
"어... 미안하다 해야 할 타이밍인가?"
"그건 아니지. 그냥 그렇다고."
이럴 거면 말을 왜 꺼냈는지.
푸스스 웃으며 다시 잔을 집어들었다.
김석진이 만든 돼지고기 볶음은 맛있었다. 양념장이 맛있었던 것처럼.
"기억해줬으면 좋겠기도 하고."
"누가보면 나 기억상실증 걸린 줄 알겠다."
"아니었어?"
"아니거든."
"그냥 기억났으면 좋겠어."
"..."
"한 번 생각해봐. 어디서 만났었는지."
"...방송국?"
"아니야."
방송국이 아니면 어디지.
정말 김석진에게 미안하지만 잘 떠오르지 않았다.
"내기할래?"
"무슨 내기?"
"너 기억해내면 내가 소원 들어준다."
"식상한데?"
"음식은 원래 시간 지나면 상해."
"..."
"할래?"
"네가 틀렸을 수도 있잖아."
"그럴 리는 없어. 나 이래 봬도 건대 출신이다."
"내가 기억 못하면?"
"그건 전제로 두지 말고. 그러면 아무것도 없는 거지."
"..."
"기간은 영화 촬영 끝날 때까지."
"..."
"콜?"
기억을 해도 안해도 내게 있어서 손해볼 것은 없는 내기였다.
갑자기 이런 내기를 하자고 말을 하는 게 좀 이상하긴 했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떠오르지 않는데 다른 사람은 나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게 조금 찝찝하다는 것도 있었고
다시금 생각해도 내게 있어서는 손해볼 것이 없는 내기이기 때문에.
김석진이 모르는 것이 있었다.
나는 절대 내가 손해볼 내기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지, 뭐."
그렇게 김석진과 나의 갑작스럽고 작은 내기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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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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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러브 단비
여주는 눈고가 아닙니다. 근데 자기 관련된 일은 잘 눈치 못채요. 석진이 기억하지 못하는 건 데뷔 전에 만났을 거라는 생각 자체를 못해서... 만났으면 당연히 데뷔 후겠지. 뭐 이런 생각 때문이에요. 그리고 기쁘다 방탄 대상 받았네. 항상 노래해줘서 고마워. 너희 덕분에 울컥했던 적도 위로받은 적도 많아서 늘 고맙다 생각하고 있어. 늘 고맙고 사랑해. 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