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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어?"




 전정국은 제 집까지 나를 질질 끌고 올라와서야 붙잡고 있던 손목을 거칠게 뿌리쳤다. 그 힘을 못 이기고 휘청거리다 현관문에 몸을 부딪힌 내가 짧게 신음했다. 오늘은 좀 곤란할 것 같네요. 방금 전까지 매너 좋게 웃어 보이며 단발머리 여자를 집으로 돌려보내던 신사 같은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제대로 열이 받았는지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어낸다. 뭘, 내가 뭐 했다고 나더러 미쳤대. 내가 당당하게 고개를 치켜들자 피가 날 정도로 입술을 꽉 깨문다.




"그 얘기를 거기서 왜 하냐고."

"하면 안 될 건 또 뭐야."

"뭐?"




 어이없다는 듯 전정국은 제 얼굴을 구겼다.




"결혼한다며, 저 여자랑. 그럼 당연히 알아야 하는 거 아니야?"

"…."

"설마 숨기려고 그랬어?"




 사랑하다 못해 곧 죽을 것처럼 굴더니, 다른 여자 안으면서 윤서는 평생 여기에만 묻어두고 살아갈 수 있겠어? 기분 나쁘게 웃으며 전정국의 가슴팍을 살짝 밀었더니 그대로 밀려나준다. 저 거짓말 못하는 눈동자는 언제 봐도 짜증난단 말이지. 이름만 들어도 제멋대로 흔들리는 눈동자를 주체 못 하겠는지 아예 내게서 고개를 돌려버린다. 




"나가, 내 집에서."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어."



 전정국은 끝까지 내 눈을 쳐다보지 않았다. 문 손잡이를 돌리다가 문득 뒤돌아봤을 땐 나를 등지고 서있는 뒷모습이 보였다. 고개를 떨군 채로 축 늘어져있는 어깨가 눈에 들어온다. 그 넓고 듬직한 등이, 오늘따라 초라해 보였다.











-네 엄마 어딨는지 빨리 안 불어?!

"죄송한데 전화 잘 못 거신 것 같네요."

-뭐? 이 년이 어디서 !




 뚝. 귓가를 어지럽히던 산만한 목소리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낡아빠진 폴더폰을 닫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쌀쌀한 밤공기를 들이마셨다. 가디건 소매를 잡아당기다 잠시 시선을 멈추었다. 왼쪽 손목에 자리 잡고 있는 흉측한 흉터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소매를 덮어 감추었다. 말로만 인생이 좆같다고 설쳐대는 꼴이 스스로도 웃겨 진짜 모든 걸 내려놓으려 할 때가 있었다. 피 묻은 칼과 함께 바닥에 쓰러져있던 나를 발견해 병원으로 옮긴건 김태형이었다. 눈을 뜨자 새하얀 천장이 보였을 때의 그 허탈감이 아직도 생생하다. 덕분에 나는 한동안 김태형을 원망하기만 했었다. 네가 뭔데 내 인생에 참견이냐며. 나에게 그런 싫은 소리를 들을 때마다 김태형은 꾹 다문 입술을 파르르 떨며 촉촉이젖은 눈으로 날 바라보다, 내 머리를 두어 번 쓰다듬곤 눈앞에서 사라지곤 했다.

 

 그리고 난 그때 처음 보았다. 이성을 잃고 화내는 전정국을. 




'미쳤지, 네가?'




 병원 복도에서 마주친 그의 모습은 반쯤 정신이 나간 것 같았다. 눈이 회까닥 뒤집혀서 벌겋게 상기된 얼굴은 마찬가지로 제정신이 아니었던 나조차도 흠칫하게 만들었다. 힘없이 복도를 배회하던 나를 발견하고 뚜벅뚜벅 다가오더니 다짜고짜 내 어깨를 부여잡고 마구 흔들어대며 폭언을 퍼부었다.




'누구 마음대로 죽어.'

'….'

'내가 너 죽게 내버려둘 것 같아?'




 결코 내가 걱정돼서 찾아온 것이 아니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그가 그렇게 흥분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속 편하게 잠들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것은 살아서, 죽는 것보다 끔찍한 고통을 안은 채로 그렇게 영원히 썩어가라는 악담같은 것이었다.




 


 곧 무너져 내릴 것 같은 반지하방으로 들어가자 불이 켜져 있었다. 아직 안 잤어? 꼬물꼬물 작은 손으로 무언갈 열심히 접다가 거의 바닥에 처박다싶이하던 얼굴을 들어 올린다. 언니 왔어? 맨날 보면서 무슨 반가운 손님이라도 온 것 마냥 나에게 손을 마구 흔들어 보인다.




"저녁은?"

"알아서 먹었어! 내 걱정은 하지 마."




 알아서 먹긴. 방바닥에 굴러다니는 생라면 부스러기들을 보자 마음이 무거웠다. 남자에 미쳐서 제 동생 하나 못 돌보는 년. 그게 나다.


 


"뭘 그렇게 열심히 해?"

"숙제야. 미술숙제."




 대략 30개는 넘어보이는 종이학들이 가득 차있는 유리병을 발견했다. 뭐야, 이 영양가 없는 숙제는…. 이건 뭐 생일파티 때 주기도 민망하겠네.




"…도와줘?"

"괜찮아. 언니 이런거 잘 못 하잖아."

"야, 아니거든?!"




 9살짜리 초딩이 왕방울같은 눈을 깜빡이며 악의없이 내뱉은 말에 나는 발끈하여 큰소리를 쳤다. 내가 손재주가 좀 없긴 해도, 종이학 정도는 접을 줄 안다고. 막무가내로 아영이 어깨너머에 놓인 색종이 몇 장을 가져왔다. 근데 이거 접어본 지 꽤 돼서 기억이 하나도 안 나네…. 하긴, 살면서 이깟 종이학 접어볼 일이 얼마나 된다고.




"…접는 방법 같은 건 안 가르쳐주디?"

"내 가방에 설명서 있을걸?"

"넌 안 봐도 돼?"

"난 이미 다 외웠어."




 …그래? 머쓱해하며 구석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책가방을 끌어왔다. 이왕 보는 김에 준비물을 챙겨주려 알림장부터 꺼내들었다. 인생살이 9년 중 지금이 가장 혼을 불태우는 때인 것 마냥 종이학 접기에만 열중하는 아영이 옆에서 알림장을 펼쳐들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툭, 하고 무언가 떨어졌다. 




"아영아, 이거 뭐야?"

"어? 아…그거어…."




 학부모 참관수업 일정 안내. 종이학은 이미 뒷전이고 우물쭈물거리며 내 눈치보는 틈을 타 내 눈이 빠르게 정갈한 글씨들을 읽어내려갔다. 초등학교 2학년인데 벌써 이런 걸 한단 말이야? 아, 나는 유치원때도 했었던 것 같긴 하다.




"안 와도 돼. 언니 바쁘잖아."




 아무 말도 안했는데 불쑥 저렇게 먼저 선수쳐버리니 할 말이 없었다. 곧 속이 타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 어린 것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리도 불운하게 태어났을까. 정붙일 피붙이라곤 고작 나같은 년 하나라는 사실이 제일 안타깝다.




"점심 땐 일 없어. 갈 수 있으면 갈게."

"진짜?"




 기대감에 부풀어오른 두 광대가 반짝였다. 무심히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 그 순진무구한 모습에 쓰게 웃었다.



 








 두 손으로 통장을 펼쳐들며 은행에서 나왔다. 봐봤자 한숨밖에 더 나오겠냐만은. 어젯밤에 걸려왔던 전화가 생각났다. 모르는 척 시치미 뚝 떼고 끊어버리긴 했지만 신경이 안 쓰일수가 없었다. 그 인간이 엄마를 찾는다는 건 결국은 돈 때문일 것이고, 그 다음은 나일 테니까. 설마 여기까지 찾아올 일은 없겠지만 상당히 피곤해질 것 같은 예감이 꽤 불길하다.




"왜."

-전화 좀 예쁘게 받아라.

"남이사 전화를 예쁘게 받던 못생기게 받던 뭔상관이야."




 툴툴거리는 내 목소리에 소리내며 웃던 김태형이 어디냐고 물었다. 잠깐 만나자고, 줄 것이 있다며. 알겠다고 대답하기도 전에 장소 이름만 대고 제멋대로 끊어버린다. 뭐야, 내가 안 만나겠다고 할까봐 이러는건가?






"안 춥냐?"

"그딴 거 느낄 여유가 어딨어, 나한테."




 조용한 카페에서 마주보며 커피 한 잔씩을 앞에 두고 앉았다. 보자마자 내 옷차림새부터 지적하더니 언제나 그랬듯 돌아오는 삐딱한 내 말투에 뻘줌한 표정으로 커피만 홀짝인다. 근래엔 올 일이 전혀 없었던 꽤 고급스러운 카페 내부를 찬찬히 눈으로 훑었다. 카운터에서 성실하게 주문을 받으며 밝게 웃는 알바생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런 데에서 일하면 얼마 받으려나.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중얼거린건데, 그걸 또 귀신같이 주워들은 김태형이 물었다.




"정국이 집에서 일하는 거 힘들어?"

"힘들긴 무슨. 말이 가정부지 그냥 집만 들락날락거리는 수준인데."

"…그럼 다행이고."

"그것보다 걔 얼굴보는게 더 힘들지."




 근데 또 안 볼 수가 없어서, 그래서 더 미치겠는 거지. 그늘 진 내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던 김태형은 잠시 망설이다 다시 입을 연다.




"내가 다른 자리 알아봐 줄까? 많이 힘들면,"

"됐어."

"…."

"그래도 걔 얼굴 안 보는게 더 힘들어, 나한텐."

"…그래."




 어두운 표정을 하고 티스푼으로 다 식어버린 커피를 휘휘 젓는 김태형의 손길이 공허해 보였다. 한동안 우리 둘 사이에선 아무 말도 오가지 않았다. 각자 다른 생각을 정리하기에 바빴을 터.


 


"근데 너 나한테 줄 거 있다며."




 턱을 괴고 멍때리고 있던 김태형은 내 말에 아, 하며 제 발 밑으로 손을 뻗는다. 그리고 테이블에 올려진 커다란 쇼핑백. 나는 그것을 보자마자 인상부터 쓰고 봤다. 올해엔 아영이 선물 한 번 해준 적 없잖아, 내가. 받아. 뿌듯해하며 내게로 쇼핑백을 민다. 슬쩍 안을 확인해보니 공책에 각종 필기구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옅은 한숨을 내쉰 나는 그것을 다시 김태형에게로 밀었다. 어리둥절하게 날 쳐다보는 눈빛을 느끼며 마저 남아있던 커피를 들이켰다.




"고맙긴 한데, 너 이러는 거 나 진짜 불편해."




 지금 저 반지하방도 김태형이 구해준 집이었다. 교복입는 나이때부터 배달 아르바이트로 벌어들인 돈을, 놈은 나에게로 다 쏟아부었다. 염치없어 얼굴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는 나에게 한다는 말이 더 좋은 곳이 아니라 미안하다는, 세상물정 모르는 바보천치도 안 할 그런 말이었다. 그 외에도 김태형에게 진 신세가 많았다. 그의 말대로 말도 곱게 못하는 못돼처먹은 년한테 뭐가 그리도 마음이 쓰여 자꾸 이러는걸까.


 말없이 나를 보던 김태형은 뜬금없이 웃음을 터뜨렸다. 야, 너 말고 아영이 주라고. 이게 어디서 김칫국이야. 장난기가 가득 담긴 그의 얼굴을 마주하며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감도 안 잡혔다. 진짜야. 아영이 주고 싶어서 산 거니까 그냥 받아줘. 급 진지해진 말투와 함께 살짝 미소짓는다. 내키진 않지만 성의를 생각해 쇼핑백을 받아들어 가지런한 내 두 발 옆에 두니 그제서야 만족스러워 보였다.




"다음주에 갈 거지?"

"…내가 거길 왜 가."




 다음주면 정윤서 기일이다. 5년간 한 번도 빠짐없이 그 날을 챙겼다. 박지민, 김태형, 전정국 그리고 나. 이 네 사람이 함께 있으면 얼마나 가시방석 같은 자리가 되는 줄 알면서도 꾸역꾸역 그 사이에 껴있었다. 그날만큼은 전정국도 네가 뭔데 여길 오냐며 나를 타박하지 않았다. 아니, 나를 신경쓸 생각조차 못하는 거겠지.




"왜 가냐니, 당연히 가야지."

"…나 이제 안 가면 안될까?"

 



 그 삭막한 공기가 우리를 휘감아올 때마다 매번 후회했다. 여기가 내가 정말 있어도 되는 곳인지, 몇 년이 지나도 덜어지지 않는 죄책감이 내 목을 조여오는 느낌에 발버둥치는게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끔찍한 건, 죽도록 아파하며 처절히 무너져내려가는 너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었다.












이거 쓰면 다크한 기운이 나한테도 옮는 것 같아요..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지난화 댓글 달아주신분들 고맙습니다♥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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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작가님..ㅜㅜ 진짜 이 글은 대박이에여ㅜㅜ 다음화 기다릴게용 !!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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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띵
아유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당분간은 연재 좀 빠를것같아요!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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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지난날에 무슨일이있었는지 너무궁긍해요ㅜㅜ
진짜 대박입니다ㅜㅜ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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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띵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해요ㅠㅠㅠㅠㅠ 최대한 빨리 연재할게요!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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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재밌어요..❤️❤️❤️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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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띵
감사합니다..❤️❤️❤️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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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윤서가 누구길레 여주가 힘들어하는 걸까요..그리고 정국이랑 무슨 사연이 있길래..ㅠㅠㅠㅠ궁금해요ㅠㅠ
7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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