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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랬다. 네 옆에만 서면 다만 숨이 턱 막혀 사고가 느려지고 심장이 요동쳤다. 네가 좋다. 다만 네가 좋았다. 너는 늘 내 시야를 가리며 서 있었다. 그래, 내가 보는 세상의 전부는 너였다. 다만 너였다.

추위는 늘 쥐도 새도 모르게 찾아왔다. 입학식 날 너를 처음 보았을 때의 느낌이 그랬다. 추위 같았다. 갑작스레 찾아온 너는 내 안에 틀어박혀 나오질 않았다. 네가 미웠었다.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여자 친구도 있었고, 나름대로 연애도 했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지, 너를 만난 이후로 다른 사람들이 눈에 차질 않았다. 내 눈은 늘 너를 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나를 아는지 모르는지 눈길 한 번 준적이 없었고, 나는 늘 적잖이 실망해서는 고개를 돌렸다. 늘 그랬다. 갑갑한 일상이었다. 차마 말할 수 없어 갑갑한데, 또 어디 기댈 곳 없어 서러웠다. 그래, 솔직히 말하자면 무서웠다. 시선이, 손짓이, 너의 얼굴이. 무서웠다. 길을 걸어갈 때 나를 쳐다보는 이들이 내게 외치는 것 같았다. 그 시선들이 나를 죽였다. 몇 번이고 나를 찌르고, 몇 번이고 나를 벼랑 끝으로 몰아 세웠다. 그렇지만 더 끔찍한 것은 내가 그것을 티낼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내 주위에는 내게 늘 기대의 눈빛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내게 사람들이 보내는 관심과 기대는 뜨거웠다. 친구들마저도 그랬다. 그래서 네게 다가갈 수 없었다. 멀리서 늘 너를 지켜보기만 하는 내가 한심했다. 참 한심했다. 돌아오는 너의 눈빛은 늘 내가 없는 다른 곳을 방황했다. 나는, 너는, 만날 수 없는 평행선에 서있는 걸까. 네게 갈 수는 없었을까. 지금 쓰는 이 말과 글이 내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알 수가 없다. 그렇기에 더욱 슬프다. 너는 나를 미워할까. 너는, 나를 증오할까.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너를 위해 준비했던 그 많은 말들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다. 너를 사랑한다. 긴 한숨을 접고 네게 외친다. 더 크게, 더 높게 외치지 못하는 것이 후회스럽다. 그렇지만 다만 너를 사랑한다. 네게 내 마음을 전하고, 네 손을 잡고, 네 눈을 바라보며 말하고 싶다. 네게 사랑한다 속삭이고 싶다. 그러면 뭐하나, 너는 내 곁에 없는데. 긴 시간을 접고 다시 널 처음 봤을 때로 돌아간다면, 네게 말할 용기가 생길까. 네게 다가갈 용기가 생길까. 수없이 고민했던 밤을 잊을 수 있을까. 그럴 수 있을까.

너의 이름을 부른다. 긴 시간 홀로 아득히 멀었던 너의 이름을 부른다. 그동안 고민했던 모든 것을 뒤로 미룬 채 너의 이름을 부른다. 지금 나는 행복하다. 비로소 모든 것에게서 해방되었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를 붙잡는 너의 이름은 아직도 선명하다. 부르고 불러도 선명하다. 너를 떨쳐 낼 수 없음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놓지 않겠다. 잡아 두겠다. 다시 한 번, 너를 볼 수 있다면 네 이름을 부르리라. 내 곁에서 홀로 아득히 멀었던 너의 이름을 부르리라. 다시 한 번이라도 너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면 내 목숨, 내 모든 것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다만 내 용기가 부족하여 너를 만날 수 없는 것이 안타깝지만, 괜찮다. 나는 괜찮다. 이제 모두 지우고 잊고 털어버릴 터인데, 다만 네 모습, 네 목소리, 네 이름이 나를 망설이게 함은, 다만 너의 존재가 내 발목을 잡고 있는 이유는 내가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리라. 너의 이름을 부르겠다. 한 없이 크게, 높게 부르겠다. 그리고 사랑한다 외치리라. 너를 본다면, 만약 너를 본다면. 그리고 비로소 나는 행복하다. 더 없을 정도로 행복하다. 나로 인해 슬퍼하지 말라. 나로 인해 아파하지 말라. 나에게는 너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그저 너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나는 행복하다. 다시 한 번 말하겠다. 나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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