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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0 잘못된 만남
- 너희 집 근처에 있는 카페에서 만나. 할 이야기가 있어.
무리한도전 보면서 입안 가득 팝콘을 우겨 넣고 있을 때 쯤이었다. 근 일주일 동안 연락 한 통 없던 그가 우리 집 근처 카페에서 만나자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그는, 나와 사귄 지 칠 년 가까이 정도 되는 남자 친구시고. 아마 내 기억으론 우리가 결혼 약속까지 했다지? ‘아무리 싸워도 헤어지지 않고 만남을 꾸준히 이어간다면, 사귄 지 십 년째 되는 해에 결혼하자, 우리. ‘ 하고 수줍게 장미꽃 다발을 내밀던 놈. 아, 갑자기 찾아오는 이 불안감은 뭐지. 쓰고 있던 안경을 다시 고쳐 쓰고 방으로 갔다. 연애한 지 칠 년 가까이 됐다지만 이 모습으로 나가는 건 아무래도 예의가 아니지?
“됐다.”
평소 출근할 때 모습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정도 예의는 차려야지. 마지막으로 4 주년 기념 커플로 맞춘 후드 집업 입어 주시고!솔직히 현관 앞에서 고민했다. 슬리퍼를 신을 건지, 운동화를 신을 건지. 한 삼십 초 정도 고민했지만, 그래. 나의 선택은 역시, 운동화. 예의, 예의. 우리가 연애 칠 년 차 라지만 너무 편해져도 안 되지.
블루 카페 앞.순간 문이 안 열리길래 그 사이에 문 닫은 줄 알고 당황했지만, 손잡이 위에 붙여져 있는 ‘당기시오’ 스티커.
왜 항상 ‘당기시오’와 ‘미시오’가 헷갈리는 걸까. 알다가도 모르겠구나.
문이 열릴 때마다 울면 안 돼 오르골이 울리는 집. 손님이 왔다는 걸 알리기 위해 설치한 거라지만 365 일 캐럴은 좀 아니잖아? 나중에 사장님한테 오르골 소리 바꿀 생각은 없는지 물어나 봐야지.
“오래 기다렸지, 미안. 음료 뭐, 좀 시켰어?”언제 봐도 잘생겼다. 나의 남자 친구, 아니 곧 신랑이 될 사람이니까 예비 신랑?
“어, 어... ... .”
이 사람 무슨 할 말이 있는 걸까. 왜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걸까. 평소 잘 마시지도 않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까지 시키고. 이마에 땀까지 흐르네?
“어디 아파?”
“아픈 건 아니고, 저, 그.”
“응, 말해.”
빨리 말하라고 재촉하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라도 그의 얼굴을 오래 보고 싶었으니까. 너무 그리웠지. 그리워한 게 쌍방이 아니어도 좋다. 그냥, 그냥... ... .
“우리,”
헤어지자.
왜 항상 불안한 예감은 틀리지 않고 딱 맞는 거지. 아까 무리한도전 마지막 장면도 그랬다. 에이, 설마, 조새후가 진짜 합류하겠어? 아니죠, 아니죠 요느님. 네?
그의 행보를 기대해 달라는 의미 심장한 자막이 나오고 방송은 끝났다. 역시, 불안한 예감은 틀리지 않아.
아무리 질척이고 매달리는 거 싫어하는 나라지만, 아니, 우리가 헤어지는 이유. 꼭 들어야만 했다.
“갑자기, 왜?”
“왜, 왜, 왜, 왜냐니! 사람이 ㅁ, 만나다 보면 갑자기 싫어지고 막 그러는 거지. 어린 아이도 가지고 놀던 장난감 싫증 나면 막 버리고, 다른 새 장난감 사 달라고 조르고 어, 어?! 그러잖아!”
가지고 놀던 장난감?
“가지고 놀던 장난감. 내가 너한테는 가지고 놀던 장난감이었니?”
“그, ㄱ... ... . 그게 아, 아니라!”
“내가 너한테는 딱 그 정도였구나. 가지고 놀다가 싫증이 나서 버린 장난감.”
“그, 그래! 솔직히 말해서 야, 너 그 옷 아직도 안 버렸냐? 4 주년 기념한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입어? 좀 버려라, 버려. 지겹다, 아주! 바란 것 좀 봐. 어우. 아끼지 좀 말고 살 건 사고 그래! 너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타일이 영 꽝이라고. 어느 남자가 널 만나 주겠냐? 그나마 나니까 너 만나 준 거지. 너는, 남자들이, 어?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뭐만 하면 삐치고. 네가 애야? 어리광 부릴 나이 지나지 않았냐?”
지겨워. 이제 너, 그만 만나고 싶다고!
울면 안 돼~ 울면 안 돼!
“... ... . 개새끼.”
무작정 달렸다. 귀에서 울면 안 된다는 캐럴 가사가 들리지 않을 때까지, 계속. 분명히 가사가 입혀지지 않은 오르골이었는데 어째서 가사가 입혀져서 들리는 거냐고, 왜. 왜... ... . 대체, 왜... ... .
끝까지 예의 차리겠다고 노력한 내 자신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개새끼.
“뭐, 놀다 버린 장난감? 칠 년 동안 보잘 것 없는 장난감이랑 노느라 수고 많았다, 이 개보다 못한 새끼야!!!!!!!!!!!!!”
당신의 수고에 박수를 쳐 드립니다. 짝짝짝.
옷에 무슨 기한이 있어, 식품도 아니고. 뜯어지고 정말 못 입을 정도의 상태일 때 버리는 거지. 충동적이었다. 분에 못 이겨 제 자신이 입고 있던 사 주년 기념으로 산 후드 집업을 벗어 바닥에 던질까 했지만,
퍽.
야구공 날리 듯 전방에 던졌다. 던졌는데, 던졌... ... .
후드 집업이 바닥으로 추락하고 드러난 것은.
“민 부편집장님?”
우리 집 근처 카페가 365 일 울면 안 돼 오르골이 울려 퍼진다면 이것은 365 일 자외선 차단제를 얼굴과 온몸에 바르는 것만 같이 느껴지는데 이것의 정체는 바로, 내 직장 상사인 민윤기였다.
EP 1 부편집장과 사원
“지금, 그 차림은 뭡니까?”
어, 저거 지금 내 차림새 지적하는 거, 맞... ... .
지적을 당해도 충분한 차림새지, 나 지금. 누가 봐도 보기 안 좋게 목이 늘어난 반팔 티셔츠에 무릎 나온 바지. 남자 친구, 아니, 이제는 X-Boyfriend. 예의 차린다고 차린 건데, 아니었나 봐. 음, 그러는 부편집장님 차림은요? 평소 구김 하나 없는 슈트만 고집하는 줄 알았는데 저런 옷도 입을 줄 알고. 내가 사람을 잘못 본 건가? 슈트 안 입으니까 그냥 평범한 동네 사람 같고, 어?
“운, 운동할 때는 편안한 복장이 최고라고 편집장님이 저번에 다 같이 등산 갈 때 이야기해 준 것 같은데요. 역시 저는 그런 사소한 것까지 놓치지 않는 최고의 사원 아니겠습니까? 이 달의 우수 사원, 저 기대해 봐도 되겠죠, 부, 부편집장님?”
“그건 기본 상식 아닌가? 기본 상식 가지고 우수 사원 기대까지는 좀, 너무 간 것 같은데, 김여주 씨? 이 달의 우수 사원 바라지 말고, 시말서 작성하는 일 발생하지 않게 열심히 기도나 하세요. 내가 항상 김여주 씨 보면 불안해 죽겠다니까?”
와, 유리 조각으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사람이 나 때문에 불안해 죽을 것 같은 감정도 느껴? 하기야,
이틀 전 편집장님과 함께한 회의 때도 순간 파일명 헷갈려서 잘못 인쇄한 거 수습도 거의 부편집장님이 다 하긴 했지. 부편 얼굴 맞고 바로 앞에 떨어진 저 옷 처리 어떻게 하지.
“이야, 김여주 씨는 돈도 많은가 봐? 멀쩡한 옷도 패대기칠 정도면?”
"그, 그러게요. 적금 통장 이자를 꽤 많이 받아서 그거 과시하려고 무의식 중에 그런 행동을 한 걸까요? 저도 제 자신을 잘,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최대한 자연스럽게 웃어 보이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옷 가져오면 되겠지. 집 가는 길에 헌옷 수거함에 버려야겠다.
"뭐, 사연이라도 있는 옷인가 봐?"저 말을 듣자마자 개만도 못한 새끼랑 했던 7 년 동안의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왜 장난감은 한 번 구입하면 평생을 가지고 놀지 못하고 놀이 횟수가 늘면 늘수록 싫증이 나는 걸까. 네이* 지식IN에 질문해도 내공만 날리는 쓸데없는 질문이겠지.
"사연 중에서도 안 좋은 사연이라면 패대기쳐도 할 말 없지, 뭐. 이거."
황급히 정신을 차리자, 손수 헌옷 수거함에 버려 주는 민 부편이 보였다.
"계속 그렇게 넋 놓고 시간 끌 것 같아서 내가 버렸다. 김여주 씨도 알지 않나? 내가 그렇게 한가한 사람이 아니라서. 감정 소비 그만하고, 얼른 작별 인사나 하자고."
아, 헌옷 수거함이 이렇게 가까이 있었다니. 솔직히 민 부편이 손수 버려 주지 않았으면 과연 내가 이 옷을 미련 없이 버릴 수 있을까 싶다. 헌옷 수거함 앞에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계속 고민만 하다가 결국에는 이 옷과 함께 집으로 돌아올 게 뻔하지. 나의 X-Boyfriend는 7 년의 추억을 미련도 없이 떠나 보냈지만 나는, 나는 사실 그럴 수가 없었다.
오래 사귄 친구들과 만남을 가질 때마다 항상 빠지지 않는 질문이 있었는데 그 질문이 바로 '그러다 갑자기 헤어지자고 하면 어쩌려고?' 였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야, 나 질척이고 매달리는 거 싫어해. 헤어지면 헤어지는 거지, 뭐.' 라고 했었지.질척이고 매달리는 거 싫어하는 나?
아니. 괜히 하는 자기 방어적인 거짓말이 아닐까.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당연히 있는 거라고. 헤어짐이 언제부터 당연해진 거지? 헤어짐에 익숙하지 않아서 이러는 걸까.
"김여주 씨."
우리는 끝이 났다.
"그래도 아직 반팔로 거리 활보하기에는 추운 날씨 아니인가?"
이제 헤어짐을 겪었으니 다시 만남이 있을 차례인가?
"김여주 씨 감기로 결근하면 김여주 씨 업무는 누가 대신 봐 주는데. 내가? 그거 아니잖아. 괜히 다른 사람들한테 피해 주지 말고 입고 가."
이번 만남은 헤어짐이 영영 안 왔으면 좋겠다.
"아, 착각하지 말고."
EP 2 프로고백러의 등장
역시 전파 탐지기. 아이폰 기본 알람이 최고지. 계속 들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알람음. 덕분에 지각하는 일은 아예 없는 건 아니고, 뭐, 이른 출근 때문에 기상해야 할 때 효과 좋다 이거지.출근을 하려면 사람으로 변신을 해야 하는데 거울 보기가 싫네. TV 드라마 속에서 여자 주인공들이 헤어지면 꼭 울던데 나는 안 그럴 줄 알았거든.
"나는 당연히 안 그럴 줄 알았지!"
"오, 김여주 씨 웬일로 지각?"
"아, 박 선배 진짜 제가 지각하려고 한 게 아니라, 글쎄 지하철이 연착하는 바람에!"
"여주 씨, 그게 제일 괜찮은 핑계이긴 하지."
"아니, 선배, 진짜 핑계가 아니라... ... ."
"감정 소비 집에 가서 마저 하느라 아주 눈이 부었군."
"좋은 아침입니다, 부편집장님!""혜정 씨, 우리 다음 호 모델 후보 리스트 작성 끝났나? 피티 발표 지금 가능하지?"
"ㄴ, 네! 이제 거의 마무리 단계입니다."
"대체 언제까지 마무리 단계일 건데. 뭐, 시간이 남아 도나? 파급력 있는 모델 찾기가 그렇게 어려워? 연예 기사 하루 날 잡고 읽기만 해도 파악이 가능할 텐데 말이야. 그렇게 느려서 일 제대로 할 수나 있겠어? 런치 타임 전까지 마무리해."
"... ... . 네."
"아, 저번처럼 내가 USB 직접 꽂아서 파일 열어 보게 하는 수고는 하지 않게 이.메.일.로 꼭 좀 부탁합니다."
"아, 악!!!!!!! 민윤기!!!!!!!!! 아니 박 선배, 김 선배, 진짜 너무하지 않아요?""혜정 씨, 나는 혜정 씨 마음 다 이해한다?"
"아니, 연예 기사도 기사 나름이지, 거기서 어떻게 선별을 해요!!! 아니, 그러면 지금 마약 때문에 제일 파급력 큰 도마 위에 올려져서 손질 직전인 생선 같은 김마약을 다음 호 모델 후보로 올리나?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혀서 진짜."
“나도 혜정 씨 생각에 공감해. 솔직히 사내에서 민 부편 좋아하는 사람이 존재하기는 하냐? 까칠로 무장했잖아, 완전. 고슴도치가 친구 하자고 들이대겠어.”
“진짜 내가 이직할 곳만 있어도, 악!!!!!”
“다들 그렇게 생각하지. 그런데 당장 이직할 곳 있어도 여기 쉽게 포기하지 못할걸? 여기 만큼 잡지사 중에 명성 날린 곳 있기는 하고? 솔직히 요즘 책도 E-Book으로 보는 시대에 누가 잡지 사서 보냐, 이쪽 관련 직종 아니면. 잡지는 무료로 배포해도 관심 없는 사람이 대부분일 텐데. 그나마 일반인들도 우리 잡지 구매하고 블로그 구독자 수도 늘려 주는 게 다 민 부편 때문인 거다. 민 부편은 곧 밥줄. 그렇게 생각하면 편해. 아무리 싫어도 인정할 건 인정하자고?”
박 선배의 말에 혜정 씨와 나는 입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정말 민 부편이 싫기는 하지만 박 선배의 말이 사실인 걸. 그의 성격은 까칠해도 능력 하나는 인정.
“뭐, 어제 보니까 그렇게 까칠한 것도 아닌 것 같던데?”
“어제?”
“어제요?”
“어?”
“뭐야, 뭐야. 김여주 씨가 민 부편 옹호도 할 줄 알고? 어제 민 부편이랑 대단한 일이라도 있었던 거야?”
“뭐예요, 김 선배. 진짜 민윤기랑 무슨 일 있었어요?”
“아, 아냐. 일은 무슨. 그냥 꿈에서 그랬다고 하하. 까칠한 성격이 아닌 민 부편이 내 꿈에 나타나서~”
“얼마나 까칠한 게 싫었으면 다정한 민 부편이 꿈에 나타나냐?”
“와, 나는 아무리 다정한 사람으로 나와도 싫을 것 같아요.”
직장 상사 험담이 제일 재미있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술안주는 직장 상사 험담일 거다. 그런데 술이 아니라 커피 안주로 삼고 있네. 하지만, 정말 어제 민 부편 행동은... ... . 솔직히 다시 보이기는 했다. 아, 착각하지 말라고 했는데.
“어거스트 디 다음 호에 실릴 모델 후보 피티 발표를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크게 연예 뉴스에서 제일 많이 보도되는 세 명을 선별,”
“잠깐, 두 번째는 얼마 전에 큰 논란 있지 않았나?”
“아, 네, 네... ... . 그렇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 광고 섭외 순위 10 위 안에 들기도 하고,”
“우리 잡지사 이미지 실추시키려고 작정했나 보군. 우리는 아직 그 소식 못 들었나 보지? 쟤로 홍보 효과 보려고 계약 맺은 기업들이 지금 위약금까지 물어가면서 계약 해지한다는 거. 쟤 러브 콜 끊기고 있다고. 실시간으로 정보 입수하고 바로 피티 수정했어야지.”
“죄, 죄송합니다.”
“계속해.”
“두, 두 번째 후보를 제외하면 첫 번째 후보와 세 번째 후보가 남았는데 여기서 첫 번째 후보는 연예 뉴스에서 제일 많이 보도되는 건 물론, 청소년과 직장인, 그리고 주부 일간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도 자리잡은 모델 후보입니다.”
“그래서.”
“아직 인지도는 세 번째 후보 만큼은 아니지만 다양한 연령층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후보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이 후보가 러브 콜 받는 순위 10 순위 안에 들지 못하지만 어느 정도 콜이 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세 번째 쟤는.”
“세 번째 후보는 전 국민이 알고 있는 분이죠. 당연히 부편집장님도 잘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해요. 꾸준히 대중한테 사랑받고 있는 후보입니다. 그래서 제 개인적인 의견은 아무래도 전 국민이 알고 있고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이 세 번째 후보가 저희 어거스트 디 다음 호 모델로 제일 적합하지 않을까... ... . 싶습니다.”
“의견 내세우는 건 좋네.”
“가, 감사합니다!”
“두 번째로 해.”
“하지만 부편집장님, 저희랑 경쟁 구도에 있는 잡지사는 이미 저 세 번째 후보보다 더,”
“됐어. 탑급 데려다 표지 모델 쓰는 것도 이제 식상해. 무조건 두 번째 쟤로 해. 쟤 이름이 뭐라고?”
“... 골든 클로젯 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 겸 배우 전정국입니다.”
“석진 씨는 전정국 매니저 연락처 알아 봐. 그 후에 매니저한테 연락해서 미팅 날짜 잡고, 혜정 씨랑 인후 씨는 사진 작가 섭외하고. 아, 사진 작가 중에서도 신인으로 좀 알아 봐. 표지 촬영 맡길 거니까.”
“하지만 부편집장님 표지 촬영을,”
“됐어. 식상한 거 싫다고. 무조건 듣도 보지도 못한 콘셉트로 새롭게 가는 거야. 새로운 느낌. 아, 잡지에 실릴 브랜드 소개도 명품 브랜드 비중 줄여. 듣도 보지도 못한 잡 것, 넣어 봐. 아, 그리고.”
“... ... .”
“전정국 측이랑 미팅 날짜 잡히면 김여주 씨랑 같이 갈 거니까 그렇게 알고 있고, 오늘은 여기서 끝.”
네? 저요?
이게 무슨, 솔직히 구 남자 친구 이별 통보보다 민 부편이랑 단 둘이 미팅 가는 게 더 싫다. 민 부편한테 지목 당한 거라 다른 사람한테 넘길 수도 없고. 그래, 넘긴다고 해도 누가 민 부편이랑 단 둘이 미팅 장소를 가겠냐고. 10만 원을 걸면 몰라도. 아, 10만 원 걸고 그냥 다른 사원한테 넘길까.
“김여주 씨도 오늘 야간 근무 확정?”
“거의 그렇죠, 뭐. 선배도?”
“업무 처리 속도가 느린 나는 거의 매일 야간 근무 확정이지요... ... .”
“그래도 민 부편한테 다시 제출하라는 말은 자주 듣진 않잖아요. 저는 업무 처리 속도가 빨라도 다시, 라는 말은 매일 듣는다고요... ... .”
“서로 힘내자.”유리를 통해서 보는 민윤기. 성격은 까칠해도 그의 업무 능력은 최고지. 이렇게 가만히 보고 있으면 성격 정말 세상 순해 보이는데 입만 열면 아주. 쯧.
“헉.”
눈이 마주쳤다.
아니, 내가 훔쳐보려고 한 건 아니고.“... ... .”
“... ... .”서로 눈도 안 피하고 약 오 초 정도의 눈맞춤이 있었지만 곧 민 부편의 입 모양 ‘뭘 봐.’로 길지도, 짧지도 않은 눈맞춤이 끝났다.
혜정 씨의 피티가 끝난 지 정확히 3 일 후 전정국 측에서 연락이 왔다. 오늘 저녁 여섯 시에 압구정 모 카페에서 만나 간단히 이야기 나누고 내일 오전 중으로 어거스트 디로 방문해서 남은 이야기 나누자고. 그래서 나는 이렇게 민 부편의 고급 차 조수석에 앉아 있는 거고.“이제 구 애인의 대한 감정 소비는 끝났나 봐? 오늘 눈은 붓지도 않고 멀쩡한데.”
“그동안 야식 먹고 자서 그런 거예요. 구 애인의 대한 감정 소비가 아니라. 길이 많이 미끄러워요, 목적지까지 안전한 운행 부탁합니다, 부편집장님.”
“여기서 뭘 더 안전 운행하라는 거지. 김여주 씨가 운전대 잡을래? 그리고, 내가 그쪽 기사인가? 직장 상사를 기사 취급하고 대단해.”
“아니, 저는 그, 그런 게 아니라.”
“예, 안전하게 모실 테니 운전에 집중 좀 할 수 있게 그만 입 좀 다물어 주세요, 김 사원님.”아니, 말은 자기가 먼저 시켰으면서. 진짜 이기적이다. 우리 민 부편, 저런 성격으로 장가는 갈 수 있을지. 민 부편 결혼식 초청장 날라 오면 부케는 절대 안 받아야지, 절대.
화려한 분위기의 카페. 압구정에 이런 카페도 있었구나. 창가 쪽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골든 클로젯 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 겸 배우, 전정국이 매니저와 함께 앉아 있었다. 첫 만남은 항상 설레지. 실제로 보니까 더 잘생긴 것 같기도 하고. 요즘 얼굴 책이나 아웃스타그램에서 많이 주목하고 있던데.
“어거스트 디의 부편집장 민윤기라고 합니다.”
“사랑합니다.”
“예?”뜬금없는 저 사랑 고백은 뭐지.
“어거스트 디의 사원 김여주라고 합니다.”
“그쪽도 사랑합니다.”아니, 듣도 보지도 못한 이 캐릭터 뭐지.
갑작스러운 사랑 고백에 매니저도 당황한 듯 전정국의 성격이 원래 이래서 ‘프로고백러’ 라고 많이 불린다고 한다. 그래도 이런 사랑 고백은 당황스러워요.“안목 좋으시네. 저 이제 앞으로 더 뜰 것 같거든요.”
“ㅎ, 하, 하하, 맞아요. 저희 민 부편집장님 안목이 대단하시죠. 사내에서도 아주 칭찬이.”
“김여주 씨는 절대 연기하면 안 되겠군. 연기자로 전향해도 발로 연기하는 배우 탑 3, 아니 2에도 들겠어.”
“와, 부편집장님은 진짜 소문대로 성격이 꽤 더러우신 것 같아요.”옆에 있던 매니저가 커피를 마시다 말고 전정국 허벅지를 치는 것 같았다. 아, 왜 때려요, 형!
내 직장 상사는 괜찮은 걸까. 그러면 그렇지. 면전에 대고 저런 말을 내뱉어도 표정 하나 안 변할 줄 알았어. 사담은 여기서 끝내고 본격적으로 민 부편이 준비한 인쇄물을 전정국에게 내밀었다.“아직 확정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잡힌 표지 콘셉트 계획안입니다. 골든 클로젯 엔터테인먼트 제작진 분들과 함께 검토해 보시고 이해 안 가는 부분 있으면 저한테,”
“아니요, 이 누나한테 하면 될 것 같은데요.”
“네, 저요?”또 저요?
“부편집장님은 바쁠 것 같아서요. 차라리 이 누나한테 연락하면 더 빠르지 않을까 싶네요.”
“... ... . 예, 그러면 편한 분한테 연락 주시죠. 김여주 씨, 뭐 해. 명함.”
“아, 네- 네.”
“밤 늦게 연락해도 받아 주실 거죠, 누나?”
어거스트 디 다음 호 준비는 왠지 순탄하지 않을 것만 같은 느낌인데.
과연 다음 호가 무사히 발간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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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 걸레 키링남 선발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