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3 명품 사거리와 가로수길
“정국 씨 실제로 보니까 더 괜찮은 사람 같네요. 안 그래요, 박 선배?”
“같은 남자가 봐도 민 부편 말고 인정해야 할 사람 또 생겼다. 전정국 씨.”
“뜬금없이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것도 귀엽고. 저러니 요즘 대중들 관심 한 몸에 받고 있지.”
“오늘은 매니저 형 없이 저 혼자 왔어요. 반가운 얼굴들이 있네. 누나, 왜 제 꾸꾸오톡 안 읽고 씹어요? 사칭인 줄 알았어요? 첫 미팅 때 분명히 누나 번호로 전화까지 걸었던 것 같은데.”
지금 이 순간, 사원들의 관심 한 몸에 받고 있는 건 전정국 뿐만 아니라 나도 포함인 것 같은데. 대체 나한테 왜 이런 시련이. 지금 내 표정 어떨까. 굉장히 부자연스럽겠지. 그런 내 억지웃음도 다 이해한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는 전정국. 뭘까.
“어떻게, 제작진 분들이랑 콘셉트 계획안 검토는 잘, 하셨습니까?”
“어느 정도 잡힌 게 아니라 아예 그냥 다 잡힌 거 아닙니까? 이대로 촬영 들어가도 될 것 같습니다만. 이 형, 보기보다 능력 좋으시네. 솔직히 기대 안 했거든요. 아, 혹시 제가 ‘형’ 이라고 부르는 거 불편해요? 일하면서 어색한 분위기 처음부터 타파하자 이런 주의거든요, 저.”
“박 선배님, 진짜 전정국 씨 친화력 선배가 봐도 장난 아닌 것 같죠.”
“어, 엉... ... . 그런데 왜 나는 무섭냐. 전정국 씨도 보통 성격 아닐 것 같은 느낌이다, 왠지.”
“뭐, 무례한 호칭만 아니면 괜찮습니다. 수정된 계획안 설명 좀 드릴 테니, 제 방으로 가시죠.”
민 부편은 진짜 어느 분야로 전향하든 대성할 인물일 거다. 초기 계획안 준 지 얼마 안 지난 것 같은데 벌써 수정된 계획안 준비까지. 빈틈없는 민 부편, 가끔은 무섭게 느껴진단 말이지. 진짜 장가갈 수 있겠어? 어느 정도 빈틈이 있어야 상대도 민 부편 공략하기 쉬울 텐데. 빈틈없는 남자 공략하려는 그 여자가 누가 됐든, 진짜 불쌍하다. 온라인 게임으로 예시를 들자면, 민 부편은 고 레벨 유저들만 입장 가능하다는 사냥터의 우두머리일지도 모른다. 아니, 어떤 스킬을 써도 못 죽일 것 같아. 불사조.
“으으.”
“여주 씨, 왜 그래?”
“아,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돋아서. 이따 명품 브랜드 매장 조사 나갈 건데 같이 갈래요, 두 사람?”
“미안, 여주 씨. 나는 석진 씨랑 같이 사진작가 물색해야 돼.”
“미안해요, 김 선배. 저도 부편집장님이 따로 시킨 게 있어서... ... .”
“그러면 뭐, 할 수 없지. 그리고 민 부편도 같이 일하는 거 싫어할 거야. '진짜 혼자 힘으론 해결할 수 없는 일인지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봐.' 민 부편 고정 멘트까지 다 외웠다, 나.”
“명품 사거리 가는 거예요, 그러면?”
“응. 가서 매장 조사 좀 하고 이것저것 정보 입수해야지. 정보 입수 제일 많이 할 수 있는 곳이 거기야. 매장.”
“그런데 부편집장님이 브랜드 소개에 명품 프랜드 비중 줄이라고 했잖아요. 김 선배, 괜히 헛걸음치는 거 아니에요?”
“진짜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어. 이번에 매장 조사 나가서 직원이랑 친해지면 본사 연결도 쉬울 거고 그러면 다음 호 잡지 부록도 꽤 좋은 거 나올 텐데. 요즘 잡지 내용이 도움이 되든, 말든 부록만 좋으면 다들 너도 나도 할 거 없이 다 사잖아. 저번 호 B 버전은 그냥 마스크 팩 두 장이었는데 그거 재고 아직 쌓여 있다. 유명 브랜드 우산이 부록인 A 버전은 완.판.”
“음, 그렇기는 하죠. 그래도 너무 깊게 파지는 마세요, 선배. 저번에 서류 전달할 거 있어서 부편집장님 방에 들어갔는데, 책상 위에 인디 브랜드 리스트 뽑아 놓으셨던데.”
차라리 명품 사거리 말고 가로수길 편집샵 조사하는 게 어때요?
책상 위 인디 브랜드 리스트 뽑아 놓은 것 때문에 가로수길 가는 거 아니다. 헛걸음치는 걸 피하고 싶어서 가로수길 가는 거 아니다. 그냥.
... ... .
사실 맞다.
혜정 씨가 지적은 많이 받아도 그녀의 조언은 한 번도 도움이 안 된 적이 없었으니까. 무슨 생각인 걸까, 민윤기. 진짜 모 아니면 도일 텐데. 소문으로 우리와 경쟁 구도를 그리고 있는 잡지사는 벌써 다음 호 부록이 YSL에서 나온다고 하던데.
요즘 각종 SNS에서 입소문 타고 있는 인디 브랜드들 상품은 거의 진열하고 있다는 편집샵 먼저 방문하였다. 역시, 그동안 가 봤던 편집샵 중에서 인테리어가 제일 잘 되어 있는 곳 같군. 별 네 개 반.
“소비자들 구매 욕구 불러일으키려면 인테리어도 중요하지.”
... ... .
“이 옷이 여기 왜... ... .”
이 옷이 인디 브랜드 거였던가? 당시에 듣도 보지도 못한 브랜드이긴 했었는데. 민 부편이 나 대신 헌옷 수거함에 버린 옷. 나의 똥차 같은 구와 4 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맞춘 옷.
“좀 오래 전 시즌의 옷이죠. 이번에 기존 디자인은 갖추되, 일부 디테일만 변형돼서 재출시됐어요. 사이즈 봐 드릴까요?”
“진짜 미련 쩐다.”
이걸 다시 사게 될 줄은 몰랐는데. 아, 일부 디테일 변형해서 재출시된 거니까 다른 건가.
“왜 이렇게 청승맞니, 김여주.”
자기 방어적인 거짓말, 확실하네. 미련 쩔고, 청승맞고. 고장난 수도꼭지처럼 눈물이 계속 났다. 허벅지를 꼬집고 볼도 꼬집어 봤다. 아프다, 아파. 하지만 한 번 고장난 눈물꼭지는 수리공 없이 멈추기 불가능했다. 십 초 가량 이러고 있었을까. 갑자기 뒤에서 확 끌어당기는 힘에 놀라 전혀 수리 불가할 것 같았던 눈물꼭지가 수리됐다. 안 멈출 것 같았던 눈물은 멈추었지만 눈물꼭지는 예상 밖의 인물에 동파된 것 같았다.
“아무래도 내가 사원 하나 잘못 뽑은 것 같군. 김여주 씨 면접 다시 볼래? 왜 이렇게 보는 안목이 확 낮아졌지, 어거스트 디에 안 어울리게.”
수리공이 민 부편이었다니.
"이렇게 대놓고 떨어뜨려도 누가 안 주워 가는 것 봐라. 그 만큼 구리다고, 이거. 버려."
아.
"옷값은 이번 급여에 포함시킬 테니까 그런 표정 짓지 마라. 지금 김여주 씨 표정 되게 웃기거든."
“어디 가서 직장 어디냐고 물으면 절대 어거스트 디 사원이라고 말하지 마.”
“... ... . 모르는 거예요, 모르는 척해 주시는 거예요?”
“몰라. 김여주 씨도 잘 알지 않나? 내가 그렇게 따뜻하고 배려 깊은 남자는 아니라는 거? 다들 나보고 돈 주고 살 수 있으면 싸가지 좀 사라던데.”
아, 터질 뻔했다. 진짜 싸가지 판매하는 사람 있었으면 좋겠네. 민 부편 생일 때 선물하기 딱인데.
“여기 앞에서 내려 주세요.”
“집에 가서 또 감정 소비하느라 내일 눈 부은 상태로 출근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 ... . 그런 거 안 해요.”
“아, 그리고.”
“네?”
“웃어도 해고 안 시킬 테니까 내 앞에서 웃어도 돼.”
“아... ... .”
“내일 눈 부어서 오면 밤 늦게 야식 먹어서 부은 거라고 생각할 테니까 오늘 이후로 구에 대한 미련은 제발 좀 버리라고.”
"간다."
갑자기 없던 열이 오르는 것 같네.
감기가 오려나.
EP 4 겸손은 힘들어
모처럼 쉬는 날인 정국은 입이 찢어질 것처럼 하품을 하고 휴대 전화 액정을 바라보았다. 이상한데. 분명히 미팅 때 명함 받고, 나는 그 여자 휴대 전화에 직접 전화까지 거는 수고까지 했었거든. 아아, 진짜 안 읽고 씹은 건가. 아니면 소문대로 어마어마하게 쌓여 있는 어거스트 디 업무 처리하기 바쁜가.
“그래도 그렇지 잠깐 꾸꾸오톡 확인할 시간도 없는 건가. 괜히 서운하네.”
- “네, 어거스트 디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수고 많으십니다. 거기 사원인 김여주 씨 연결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 “무슨 일로 저희 사원님을 찾으시는 겁니까, 고객님?”
“업무 관련해서 전달 사항이 있어서요.”
- “죄송합니다만, 고객님. 저희 사원님과 직접적인 통화 연결은 불가하시고요, 대신 고객님이 전하고자 하ㄴ... ... .”
“말 더럽게 많네. 그 잡지사 다음 호에 실릴 주인공이 나고요. 꾸꾸오톡에 갇혀 울고 있는 내 메시지 좀 확인 부탁한다고 전해 주세요, 그러면.”
통화 연결에 실패한 정국은 갑자기 울화가 치밀었다. 어거스트 디가 뭐가 그렇게 대수라고 나의 메시지까지 몇 번이나 방치하는 거지. 내가 그렇게 별로인가. 아닌데, 저 바보 상자도 말해 주고 있는데.
[“청순한 외모, 반전이 있다면 그의 피지컬로 요즘 여심 저격에 성공하고 각종 SNS,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머물기도 하시는 분이죠, 오늘 스타 탐구는 떠오르는 샛별! 전정국 씨를 파헤쳐 보겠습니다. 채널 고정!”]
“봐. 내가 최고지.”
런치 타임만 지나면 근무 중에 양이 그렇게 보인다니까.
“김 선배, 그래도 출근 직후보다 얼굴 붓기 많이 빠졌어요.”
“그래 여주 씨, 자기 전에 야식은 독이라고 독. 아침에 진짜 어제 본 만화보다 더 웃겼다.”
“그래요, 그래... ... . 다들 야식은 피해 주세요.”
“거기 울고 있는 내 메시지 좀 구해 달라고요, 누나.”
헉.
“ㅈ, 저, 정국 씨가 어거스트 디에 무슨 일로?”
“오늘은 여기로 출근하려고요. 이미 회사한테 허락도 받았고. 도대체 사람이 얼마나 바쁘면 매일 메시지 보내도 답장 하나 없어요?”
“아.”
“진짜 읽고 씹는 것보다 안 읽고 씹는 게 더 나쁘다.”
“미, 미안해요. 회사에선 다른 메신저 쓰고 있어서 꾸꾸오톡은 차마 신경을 못 썼네, 내가... ... .”
혹시 전생이 토끼인 건가. 뭐지, 늘어진 토끼 귀가 보이는 것만 같은 이 기분은?
“인후 씨, 어제 김 대표 인터뷰 건,”
“아. 안녕하세요, 민 부편집장님.”
“여기 방문하신다는 거 전해 들은 바 없는 것 같은데 어쩐 일로.”
“요즘 제가 관심 있는 사람이 생겼는데 그 사람은 제가 본인한테 관심이 있다는 걸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귀띔 좀 해 주려고 직접 왔죠.”
“전정국 씨는 지금 본인 발언이 얼마나 위험한 발언인지 모르시는 겁니까, 아니면 알면서도 일부러? 그렇게 멍청하신 분은 아닌 것 같은데.”
“그러니까 작정한 거죠.”
“알고 지낸 지 얼마 안 된 사람을 마음에 품는다는 게,”
“첫눈에 반한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나도 어렸을 땐 무슨 개가 짖는 소리인가 싶었는데, 머리 좀 컸다고 또 그 말이 이해가 되더라고?”
“... ... . 뭔지 몰라도 내 뇌는 지금 전정국 씨를 헤픈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건 아주 잘 알겠네요.”
“... ... .”
“농담입니다, 농담. 제 방으로 가서 커피나 한 잔 하시죠?”
... ... .
... ... ... .
도대체 이 공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건지, 감이 안 잡힌다. 아, 당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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