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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289
아주 큰 방화사고였어. 건물이 워낙 높았고, 사상자도 되게 많았고 아는 사람들은 아는 명성 높은 곳에서 벌어진 일이니까. 근데 그 방화를 일으킨 사람이 그 건물주 아들이라는 소문이 엄청 자자했어. 검찰이나 경찰이나 수사하고, 인터넷 상에도 사람들이 진실 알아낸다고 난리를 부리고 그랬는데 결국 끝까지 알아낸 거 하나 없이 그렇게 끝났어. 그게 벌써 몇 년전인 건지. 세월 참 빠르다. 

 

“...지수한테 전화 왔다. 먼저 가 볼게. 무슨 일 있으면... 꼭 연락하고.” 

 

재환의 입술이 학연의 볼에 살짝 닿았다가 떨어졌다. 은색 세단이 돋보이는 외제차가 강한 바람을 내몰고 모습을 감췄다. 학연은 얕은 한숨을 쉬고, 코트를 고쳐 입었다. 그리고 왔던 길을 반대로 걸어간다.  

 

 

남 부럽지 않게 유복한 생활을 지내 왔고, 하고 싶은 것들이나 먹고 싶은 것들도 가고 싶은 곳들도 모두 이루면서 살아 왔다. 전부 다 할 수 있었기에 후회도 없었고 불만도 없었다. 내가 원하면 원하는대로, 말하면 말하는대로 알아서 되니까. 그렇게 여느 날과 다름없이 사업을 하고 싶어서 사업을 시작한 학연에게 한 남자가 찾아왔다. 

 

“내 소개는 이따가 할게요. 아, 이름 정도라도 알려 드리자면 제 이름은 정택운입니다.” 

 

검은 정장으로 맞춰 입은 맵시가 제법 멋있는 남자였다. 키도 크고 인상이 강렬해 보였지만 넌지시 보이는 미비한 미소가 유하게 보이기도 했다. 자신을 택운이라 얘기한 남자는 학연의 옆에서 사업을 도와 주었다. 경영을 시작하는 일부터, 아이템과 소자본으로 어떻게 하면 권익을 모두 추구할 수 있을지까지. 정신적인 지주가 되어 주었다. 결국은 성공하기에 이르렀고 수익 창출을 도와 주는 사람을 만나기 하루 전, 택운은 학연에게 저녁 식사를 함께 하고 싶다고 했고 학연은 흔쾌히 허락했다. 

 

“4개월 정도 택운 씨랑 같이 일을 했는데 아직 이름 말고는 아는 게 없네요.” 

“아. 그랬나요? 딱히 궁금해 하시는 것도 아닌 듯 싶어서...” 

“소개해 주세요. 택운 씨 본인에 대해서.” 

 

전혀 28세 답지 않은 당돌하고 귀여운 말투. 택운은 애써 노골적인 웃음을 감추고 담담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네. 전 정택운입니다. 나이는 학연 씨랑 동갑이에요. 한전대학원에서 법학을 석사까지 공부했고, 소상공인들을 위해 힘쓰는 일을 하고 싶어합니다. 그게 제 인생의 핵심이며...” 

“좋아하는 음식이 뭐에요?” 

“...네?” 

“여자친구는? 있어요? 만약 없다면 마지막 연애는 언제인가요? 마지막 잠자리는...” 

“...” 

“이건 너무 실례인가요? 그냥 궁금해서요.” 

“...” 

“사실 저는 제 남자친구 때문에 하루하루를 사는 게 지옥 같아요.” 

 

아, 조금 놀랬으려나? 욕을 쓴 게 아니라 지옥 같다구요. 천국의 반대편에 있는 그 지옥 말이에요. 제 남자친구는... 잘 나가는 땅 부자인데 여자친구가 있거든요. 근데 저랑도 연애하고 있고. 맞아요, 이건 일방적인 양다리에요. 몇 년째 이러고 있는데, 정신을 못 차렸어요. 그 여자친구 이름은 지수에요. 김지수. 실물 딱 두번 봤는데 두번 다 예쁘더라구요. 한 번은 원피스 입은 걸 봤구요, 한 번은... 

 

“잠시만요. 학연 씨...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아. 아니에요. 오늘 이거는 제가 계산할게요.” 

“...저...” 

“그냥 제 애인이 요즘 바쁘다고 저를 만나주지를 않아서 택운 씨만 괜찮으면 하룻밤 정도는 같이 자 달라고 부탁하려고 했어요.” 

 

은은한 가로등 밑의 작고 귀여운 고양이처럼 왜 이렇게 애틋해 보이는지. 택운은 머리를 거칠게 쓸어올렸다. 혼란스러운 공간 속, 본인이 어떤 말을 해야, 어떤 행동을 취해야 조금이라도 덜 부담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학연은 뒷감당을 전혀 생각 안 하는 걸까. 택운의 마음 속에서 종이 여러 번 울리기 시작했다. 

 

“사실 저는 이런 고기 별로 안 좋아하구요... 그냥 집에서 저희 집 가정부 아주머니가 끓여 주시는 우동이 제일 맛있는 거 같아요.” 

“...” 

“예전에는 남자친구가 해 준 팬케이크 되게 좋아했는데... 요즘에는 그 여자 만난다고 해 주지도 않아요. 아니... 집에 와 주지도 않죠.” 

“학연 씨.” 

“...” 

“학연 씨, 오늘 학연 씨 댁에 누구 있어요?” 

“...아무도 없는데요.” 

“가시죠. 제가 운전할게요. 저는 와인 안 마셨어요.” 

 

어쩐 일인지, 별 하나 없는 하늘에 둥근 달이 홀로 아주 강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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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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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광광 우는 중... 너무 감사해요. 자주 봐요!
7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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