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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킥 메르헨

(Psychic Maerchen)


w. 제이제이












허공에서 여주와 세운의 눈동자가 마주쳤다.

그때 그렇게 헤어지고 처음 보는 타이밍 치곤 너무 절묘하다. 

낭패감 어린 표정의 세운이 여주를 향해 손을 뻗었지만 여주는 아주 잠깐 움찔, 할 뿐, 이렇다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여주-"


말을 걸었지만 표정 없이 세운을 바라보던 여주가 곧 민기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명백한 무시였다.

아니, 술 마시고 찾아간 게 이렇게 무시 받을 일인가.

지끈거리는 머리에 세운이 저도 모르게 두 주먹을 꽉 쥐고는 그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민기는 약간 어리둥절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훈련이나 이번 전쟁에 대해 이런 저런 말을 하며 멀쩡히 잘 걸어가던 여주가 갑자기 멈춰서길래, 민기는 무슨 일 있어? 라고 물어보려 입을 뗐다.

하지만 그녀가 너무 티 나게 누군가를 쳐다보고 있어서, 눈치 빠른 민기는 대번에 모든 정황을 대충 파악했다.

이것 참. 남의 연애사에는 끼는게 아니랬는데 말이야.

지금 발을 뺄까 말까 타이밍을 재던 중에 갑자기 뒤돌아선 세운에 깜짝 놀라 발도 못 뺀체 민기는 저를 향해 활짝 웃어보이는 여주에게 파르르- 떨리는 입꼬리로 마주 웃어주어야 했다.


"김여주."

"저기, 여주야, 나는 이만 가볼-"

"그냥 계세요."

"그래..."


망했다.

민기의 머리 속에서 빨간 경고음이 울렸다.


"너 왜 나 피해."

"피한 적 없어."

"방금도 너 나랑 눈 마주쳤는데 못 본 척 했잖아."

"내가? 기분 탓이겠지."

"김여주,"

"저기, 세운아. 나 가봐야 하거든."

"그날 내가 찾아간 것 때문에 그러지, 너."


세운의 거침없는 직구에 결국 여주는 한숨을 푹 내쉬고 민기를 향해 돌아섰다.


"...역시 가보셔야겠어요."

"그래. 나중에 보자-"


대놓고 안심한 표정의 민기가 해맑게 손을 흔들고 멀어졌다.




"...근데 쟤, 능력치가 이상하게 일렁이는데...? 뭐지?"


황급히 멀어지며 민기는 고개를 갸우뚱, 하며 생각했다.

저가 본 세운의 몸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불안정하게 울렁이고 있어서.

그런 불안정함은 이제 갓 태어난 타마리키들에게서나 볼수 있을 만한 그런 비이상적임 이라, 민기는 에이. 설마. 하고 넘길 뿐이었다.








다시 바라본 세운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어 있어서 여주는 골치가 딱딱 아파왔다.


평생을 함께 한 친구지만 요즘들어 왜 이리 낯선지.


그 날 밤, 세운이 떠나고 나서 한참을 뒤척이며 그가 했던 말들을 생각하던 여주는 아무리 아니라고 부정해도 한가지 결론에 도달할 수 밖에 없었다.

얘가 설마 날 좋아하나?

말도 안된다며 부정했지만 세운의 상처받은 듯 한 눈이,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

게다가 다른 사람에겐 털어놓을 수 있지만 자신만큼은 안된다며 단호하게 말 하던 세운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조금 서글퍼서.


"...정세운."

"응."

"너 말이야."

"응."

"혹시, 나 좋아해?"


결국 저질렀다.

오랜 시간 세운의 마음을 눈치 못채고 살았던 여주였지만 그건 다 세운이 자신의 마음을 꼭꼭 감춰두었기 때문이었다.

술김에 아주 조금 새어나간 속마음은, 안그런 척 눈치 빠른 여주가 결론을 내기에 충분했다.



"..."

"말 해봐."

"..."

"..."

"응."



세운의 입에서 결국 감춰두었던 진심이 튀어 나왔다.

지끈지끈, 머리가 아프다.

이렇게 허망하게 들킬 줄이야. 저 스스로 생각해도 너무 어이 없어서, 세운은 눈을 감고 숨을 골랐다.



"...그래. 맞아. 나 너 좋아해."

"..."

"좋아했어. 10년을. 너만 봤어."




말을 내뱉는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다.

목소리 뿐만 아니라 세운의 몸 전체가 덜덜 떨리고 있었다.


세운의 상태가 이상했다.

긴장해서 그런 것 치곤 너무 심하게 몸을 떨었다.


"...세운아?"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세운이 비틀거리며 복도의 벽을 짚었다.

여주는 세운을 부축하려 어깨에 손을 올렸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옷 너머로 열기가 느껴질 정도로 세운의 몸이 후끈거렸다.


"정세운!"




눈을 뜨니 여주가 보였다.

웃고 있나? 모르겠다.


최근 들어 계속 지끈거렸던 머리가 터질듯 아팠다.

세운은 두 손을 들어 머리를 감쌌다. 괴로움에 입에서 미처 갈무리 하지 못한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귓가에서 강렬하게 삐- 소리가 들려왔다.

대답을. 들어야 하는데.



그 생각을 끝으로. 세운은 쓰러졌다.









==============

오랜만입니다...쓰차의 늪에서 겨우 벗어났어요.....

오랜만인데 짧네요...(먼산)

죄송합니다, 감을 찾고 있습니다...ㅠㅠ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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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에...?? 세우니....? 앙대 쓰러지지마ㅠㅠㅠ 아프지마ㅠㅠㅠ 들킨건 진짜 많이 속상하고 아프고
그렇지만 진짜 육체적으론 아프지 말란말이야ㅠㅠㅠ 뭐 어찌보면 여주 입막음하는데는 좋데 작용할 수 있겠다만... 속상해... 그러지마로라... 오늘도 좋은글 감사합니다:)

6년 전
독자2
처음보는데 정주행했어요 ㅜㅜㅜ 소재도 짱좋고 글도 진짜 잘쓰세요 ㅜㅜㅜ 글이 여기까지밖에없다는게 너무 아쉬울따름 ㅜㅜㅜ 혹시몰라 신알신 누릅니당... 세우니 여주 대답도 못듣고 흑 ㅜㅜㅜ 어떻게 되는건지ㅠㅠㅠㅠㅠㅠ 잘보고가요♡♡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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