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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훈, 이정환

그리고

when you were gone our beautiful garden.

 

 

 

 

 

 

 

 

 

 

 

 

 

[표들] 정원(when you were gone garden) 8송이 | 인스티즈

 

 

 

 

 

 

 

 


8송이

 

 

 

 

 

 

 

 

 

 

 

 

 

 

 

"누나 어딨어."

 


여느 때와는 다르게 무척이나 조용하고 싸한 공기가 도는 회사 안으로 무표정을 유지한 채 바지 주머니에 꽂았던 두 손을 빼며 걸어 들어온 지훈이 자신 앞으로 다가오는 민혁에게 물었다.

 


"어딨겠어."

 


하루가 멀다 하고 건설 현장과 회사를 번갈아가며 출근하는 지훈은 그 누구보다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과장누나 아파. 현장에서 집으로 퇴근하는 길에 민혁에게서 연락을 받고는 급하게 회사로 달려온 지훈이었다. 모든 벽과 문이 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는 복층 사무실이었기에 지훈은 민혁의 대답을 듣고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다, 위층 사무실 맨 왼쪽 유리 너머로 검은 소파에 누워있는 누나를 본 지훈은 급하게 유리로 된 계단을 성큼성큼 올랐다.

 


"왜 병원 안 가."

 


생각보다 더 나쁜 과장누나의 상태를 확인한 지훈의 표정이 좋지 않게 구겨졌다. 누워서 끙끙 앓기만 하는 누나에게서 시선을 뗄 생각을 하지 않는 지훈을 보며 민혁이 허리춤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회사 안에 치료실은 시간 늦어서 문 잠겼고."
"그래서 병원은."
"누나 동생 온대."

 


여전히 심각한 표정으로 누나를 바라보던 지훈은 민혁의 말에 고개를 돌려 민혁을 바라봤다. 이정환이?

 


"어, 맞아. 이정환 맞아."
"무턱대고 누나 이렇게 두고 이정환 기다리자고?"

 


병원 먼저 가겠다니까 그냥 제발 거기에 눕히고 따뜻하게 뭘 덮어주고 있으라잖아. 오죽했으면 나한테 소리까지 질렀어. 무슨 사정인지 알 길이 없으니 자기 딴에는 한심한 표정으로 지훈에게 설명하는 민혁이었다. 그 마음 지훈도 마찬가지, 그저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내뱉은 지훈이 자켓 주머니 안에서 휴대폰을 꺼내 정환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 안 받아?"

 


어. 민혁의 물음에 거칠게 휴대폰을 주머니로 다시 집어넣는 지훈의 눈에 손에는 약 봉투를 들고 회사 안으로 급하게 들어서는 정환이 보였다. 그러나 로비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서성거리기만 하는 정환에 지훈은 민혁을 지나쳐 사무실 밖으로 나가 급하게 정환에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훈아."
"따라와."

 


자신의 앞에 다가온 지훈에게 무언가를 말하려던 정환은 순식간에 눈앞에 보이는 지훈의 뒷모습에 그저 말없이 지훈을 따랐다. 거의 프리랜서들로 가득한 건축 회사이기에 지금이 늦은 밤이라 해도 시끌벅적할 줄 알았던 회사 분위기가 그저 싸늘하고 조용함을 느낀 정환이 괜히 어깨를 움츠리며 계단을 조심스럽게 올랐다.

 


"빨리 좀 와."

 


그에 반해 급하기만 한 지훈은 뒤에 따라오는 정환의 발소리가 점점 작아지자 등을 돌려 아직도 저 밑에서 이곳저곳 두리번거리며 계단을 오르고 있는 정환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훈의 외침에 어, 응, 하며 정환 딴에는 열심히 뛰어 지훈의 옆으로 다가섰다. 아, 계단 진짜 많아. 숨을 헐떡이며 말한 정환에 지훈은 다시 등을 돌렸다.

 


"느려 터진 오리."

 


그리고는 느린 정환의 걸음에 맞추어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지훈의 말에 정환은 말없이 걸음을 빨리해 지훈보다 앞서 걸어나가 누워있는 누나가 보이는 사무실 안으로 들어섰다. 그런 정환에 지훈은 바람기 빠진 웃음을 내뱉었다.

 


"아. 누나 많이 아픈 거 아니야."

 


누나가 누워있는 검은 소파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얇은 수건에 물을 적시고는 누나의 얼굴을 꼼꼼히 닦으며 말하는 정환에 민혁과 지훈은 아무런 말도 없이 의아한 표정으로 정환의 행동을 주시했다. 많이 아파 보이는데…… 짧은 정적을 깨는 민혁의 목소리에 약을 꺼내는 정환이 가끔 몸 안 좋으면 이래요, 말하며 슬그머니 웃었다.

 

 

 

 

 

 

 

 

 

*

 


"잘 가셨어?"

 


우연히도 직원들 모두 야근이 없던 날이어서 로비의 탁자 위에 올려져 있는 스탠드의 불을 제외하면 회사 전체가 어둠으로 덮여있었다. 그 탁자 앞에 놓인 두 개의 의자 중 한 개의 의자에 앉아 비타민 음료를 들이켜고 있던 정환이 좀 전에 민혁을 배웅하러 나갔다 회사 안으로 들어오는 지훈에게 물었다.

 


"잘 가지, 그럼."

 


피곤한지 목을 이리저리 꺾으며 정환의 맞은편 의자에 앉는 지훈이 대답했다. 그리고는 탁자에 놓여있는 정환이 마시던 비타민 음료를 집어들며 정환에게 되물었다. 누나는, 잘 자고?

 


"잘 자지, 그럼."

 


벌컥벌컥 음료를 단번에 마시는 지훈을 바라보던 정환이 활짝 웃었다. 어둠으로 덮여있는 회사 내부에 오직 스탠드 불빛 하나로 비치는 정환의 환한 얼굴에 떨려오는 지훈도 정환을 따라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뭔가 생각난 듯 지훈이 자켓 주머니에서 붉은 천 하나를 꺼냈다.

 


"뭐 하게?"

 


그런 지훈을 의아하게 바라보던 정환이 턱에 두 손을 괴고는 지훈에게 물었다. 지훈은 그런 정환을 흘끔 쳐다보다 이내 잘 봐, 하고는 붉은 천을 활짝 피고 정환에게 흔들어 보였다. 빨간 천, 하며 무덤덤하게 말한 정환의 눈에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는 지훈이 비쳤다. 조금 놀란 눈의 정환이 지훈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봐."

 


여유롭게 웃으며 정환에게 말한 지훈이 라이터의 불을 빨간 천으로 옮겼다. 그 광경을 본 정환이 놀랄 새도 없이 지훈은 절반이 활활 타오르는 붉은 천을 자신의 손바닥으로 감쌌다. 지훈의 손에 의해 멈춘 불길에 정환은 쩍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놀라서 동글동글하게 커진 눈으로 지훈의 얼굴과 지훈의 주먹 쥔 손을 번갈아 바라봤다.

 


"뭐 나올 것 같애?"

 


지훈의 물음에 정환은 지훈의 손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검은 재, 하고 대답했다. 그런 정환에 다시 여유롭게 웃은 지훈이 천을 쥐었던 손을 펴 조금씩 모습을 보이는 물체를 따라 손을 조금씩 내렸다. 그리고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물체의 정체에 정환이 활짝 웃었다. 장미잖아.

 


"받아. 꽃바보야."

 


정환에게 장미꽃을 건네는 지훈에 정환이 잽싸게 잡은 꽃을 곧장 코 가까이에 가져갔다. 그리고 킁킁대던 정환이 이내 입술을 쭉 내밀곤 코에서 뗀 꽃을 내려다보며 혼잣말하듯 말했다.

 


"가짜 꽃……."

 


투정부리듯 내뱉은 정환의 혼잣말을 듣지 않았을 리가 없는 지훈의 얼굴이 구겨졌다. 가짜든 진짜든 어쨌든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꽃이잖아, 차오르는 말을 애써 삼킨 지훈이 정환의 등 뒤로 보이는 책상에 올려진 분홍 튤립들을 보고는 이내 정환에게 말했다.

 


"그럼 눈 감아봐."
"왜?"

 


감으라면 좀 감아. 지훈의 목소리에 정환은 눈을 감은 척하며 조그맣게 실눈을 뜨곤 지훈을 바라봤다. 실눈을 떠서 부들부들 떨리는 정환의 속눈썹을 눈치챈 지훈이 자리에서 일어나 정환에게 다가가 자신의 손바닥으로 정환의 눈앞을 가리며 말했다.

 


"바보야. 눈 감으랬지."

 


눈앞에 다가온 지훈의 손에 의해 눈을 꼬옥 감은 정환이 이번엔 진짜 감았어. 말하곤 자신의 뒤로 발걸음을 옮기는 지훈의 움직임이 귀로 들려오자 온몸의 감각을 자신의 귀로 몰았다. 그래 봤자 부스럭거리는 소리만 들려올 뿐 지훈이 무엇을 하는지는 쉽게 눈에 그려지지가 않았다.

 


"됐다."
"눈 떠?"
"떠도 돼."

 


지훈의 대답에 정환이 눈을 떴을 때는 또다시 붉은 천에 불을 붙이는 지훈이 보였다. 그리고는 불붙은 천을 다시 손에 쥐고 곧바로 손을 펴 스르륵 손을 내리더니 어느새 지훈의 손이 붉은 천 대신 분홍 튤립 한 송이를 쥐고 있었다.

 


"생화야."

 


여유롭게 웃고 있는 지훈에게서 튤립을 건네받은 정환이 분홍 튤립의 향을 맡고는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지훈아."

 


지훈에게 말하며 다시 한 번 꽃향기를 맡은 정환이 그제야 자신이 눈을 감고 있을 때 지훈이 무슨 일을 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하필이면 정환의 뒤에 있는 책상은 과장누나의 서류 책상이었고, 그 책상 위의 꽃은 당연히 과장누나의 꽃이었고, 심지어 그것마저 정환이 집에 가져다 놓은 꽃을 누나가 회사로 가져다 놓은 것이었다.

 


"소중한 꽃만 들여놓는 니 방에 들여놔."
"알았어."
"누나한테 물어봐서 확인할 거야."

 


자신이 받은 꽃이 자신이 과장누나에게 줬던 꽃이라는 걸 알아챈 정환은 이번에도 지훈에게 불만을 드러낸다면 지훈의 심기가 그다지 편할 것 같지 않아 자신을 계속해서 바라보는 지훈에게 방긋 웃어주었다.

 

 

 

 

 

 

 

 

 

*

 


정환이 집으로 귀가해 분홍 튤립을 길쭉한 화병에 담아 자신의 방으로 들여놓은 그날 이후로, 이제 봄이 떠나 여름이 다가오기 직전인데도 두 사람은 화창한 이 봄날에 단 한 번도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 둘이 연인 사이가 맞나 의심할 정도로 이 둘은 가려면 가세요, 하듯 어쩌면 연인들이 거리를 활보하기 좋은 그 봄을, 청춘같이 파릇한 봄을 그냥 떠나보냈다.

 


"또 원고 독촉받았어?"
"어어어. 아, 또 늦었다, 먼저 출근!"

 


정환은 출간을 위한 막바지 집필과 편집자와의 나쁘지 않은 관계와 대화를 위해 매일 출판사와 도서관을 드나들다, 어쩌다 집에서 쉬는 날이 있다면 거의 모든 시간을 집필을 위해 쏟아부으느라 지훈을 만나지 못했고,

 


"수고하셨습니다. 퇴근하십니까?"
"아니요. 현장 퇴근 겸 사무실 출근이요."

 


지훈은 귀가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매일매일 현장에 나가는 건 물론이요, 하루 일정을 소화하면 그날의 보고를 보다 확실하게 하고, 수정해야 할 부분도 모두 다음날 현장 일이 진행되기 전까지 꼼꼼하게 계획을 완성해야 했기에 집으로 귀가해 딩가딩가 놀거나, 자신만큼 바쁜 정환과 만나는 것은 어려워 정환과는 하루 몇 통의 문자나 전화 한 통으로 그리움을 달래야 했다.

 


"뒤질 것 같다."

 


평소에도 환절기 감기에 약했던 지훈이 안 그래도 바쁜 와중에 환절기를 맞이하니 아무래도 감기 기운이 슬슬 도는 느낌이었다. 병원 갈 시간도 없어 버티고 버텼더니 며칠 전부터 머리가 아프고, 목이 따갑고, 다른 사람보다 더 낮은 체감온도가 바로 오늘 절정으로 치달은 것을 느낀 지훈이 안전모를 벗고 머리를 털며 건설 현장 한 곳에 놓여있는 의자에 털썩- 하고 앉았다.

 


"병원 가라, 좀."

 


그럴 시간 있었으면 좋겠네. 지훈을 따라 의자에 앉은 민혁의 잔소리에 대답한 지훈이 조심스레 눈을 감았다. 그러다가 매일 저녁 이 시간이면 울리던 문자 음이 울리질 않아 눈을 번쩍 뜨곤 휴대폰을 꺼내 액정을 확인했지만 역시나 매일 오던 정환의 퇴근 완료 알림 문자는 올 생각을 하질 않았다.

 


"어차피 여기 앞에 큰 병원 있잖아."

 


출근 안 하고 집필했겠지. 생각한 지훈이 이내 휴대폰을 다시 옷 속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곤 옆에서 들려오는 민혁의 말에 순간 솔깃한 지훈이었다. 얼굴에 급 화색이 돈 지훈이 몸을 돌려 민혁을 지긋이 바라봤다.

 


"확실히 니가 아프긴 아픈가 보다. 부담스럽게 쳐다보지 마."
"병원 갔다가 집으로 가면 되지?"
"팀장이라는 게 저러고 앉아 있다…… 내일 출근할 때 아침 도시락 사십인 분 주문하고 와."

 


민혁의 말에 지훈은 오케이, 형이 일일팀장. 말하곤 민혁에게 자신의 흰 안전모를 던져주었다. 안전모가 자신의 얼굴에 착지할 뻔한 것을 간신히 두 손으로 막은 민혁이 뭐 씹은 표정으로 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픈 새끼야, 빨리 꺼져.

 

 

 

 

 

 

 

 

 

*

 


내가 미쳤지, 감기 하나 때문에 온 병원이 뭐가 이리도 큰지. 오만상 다 짓고 병원 복도를 헤매는 지훈이 결국 접수대에 물어 진료실로 향하는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눈앞에는 진료실이 있었고, 진료실 뒤로 보이는 상담실에 지훈의 눈이 다시 진료실 문으로 돌아가고, 열 때문에 자꾸만 자신을 괴롭히는 두통에 최대한 빨리 진료를 끝내어 쉬고 싶은 마음에 진료실을 향한 지훈의 걸음이 빨라졌다.

 


"이정환, 괜찮지?"

 


그렇게 진료실 가까이 다가가 진료실 문을 열려는 찰나에, 진료실 옆 상담실의 문이 열리고 나오는 두 남녀의 모습과 목소리에 문고리에 오른손을 올렸던 지훈의 손이 힘없이 내려갔다.

 


"누나?"

 


상담실에서 나온 정환과 과장누나에게로 몸을 완전히 돌린 지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머리카락에 가려 보이지 않는, 푹 숙여진, 안 봐도 창백할 정환의 얼굴과 누나에게 부축을 받으며 힘없이 걷는 다리. 지훈의 목소리에 고개를 든 누나와 동시에 고개를 들려 하는 정환의 몸이 이내 힘없이 축 늘어져 주저앉으려는 것을 놀란 표정의 누나의 두 팔이 정환을 감싸 안아 막았다.

 


"……아파?"
"빨리 거기 들어가서 의사 불러."
"이정환 아파……?"
"아프니까 그래서 이렇게 쓰러졌으니까 빨리 좀 부르라고!"

 


쓰러진 정환의 몸을 간신히 부축하고 있어 움직일 수 없는 누나의 답답한 목소리에도 지훈은 바보처럼 멍하니 의식을 잃어 누나에게 기대있는 정환을 바라봤다. 웬일인지 연락 없던 이정환, 바보처럼 무시했던 표지훈…… 멍청한 자신을 탓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두통과 심한 열 때문에 많이 어지럽고 복잡했던 지훈의 머릿속이 모든 운동을 멈추었다.

 

 

 

 

 

 

 

 

 

*

 


"니 약은 지어왔어?"

 


정환의 병실 문을 힘없이 열고 들어오는 지훈에게 병실 안에 앉아있던 누나가 물었지만 지훈은 정환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덕분에 지훈의 몸 상태는 정환과 마찬가지로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럼에도 병원에 온 목적을 잊은 지훈이 정환이 누워있는 침대 옆에 놓인 의자에 앉아 멍하니 정환을 바라봤다.

 


"남 챙기지 말고 니 몸부터 챙겨."

 


그런 지훈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누나가 한심한 투로 지훈에게 말했다. 앉은 자리에서 미동도 없는 지훈은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아, 그리고 이정환 많이 아픈 거 아니야."
"……."
"가끔 몸 안 좋으면 이래."

 


등 뒤에서 고스란히 들려오는 누나의 말에 아무런 감정 없던 지훈의 얼굴이 서서히 일그러졌다.

 


'아. 누나 많이 아픈 거 아니야.'
'가끔 몸 안 좋으면 이래요.'

 


지훈의 머릿속에 스쳐 가는 그때 정환의 말에 지훈은 등을 돌려 누나를 바라봤다. 과장누나는 아무렇지 않게 웨지힐을 고쳐 신고 있었다.

 


"둘 다 똑같네."
"뭐가?"
"이정환 그냥 아픈 거 아니잖아."

 


정수리 위로 들려오는 지훈의 말에 누나는 신발을 고쳐 신느라 굽혔던 허리를 펴 단호한 표정의 지훈을 주시했다.

 


"그냥 아픈 게 아닌 건 뭔데?"
"누나랑 이정환이랑, 유전성 가진 병이지?"

 


지훈의 날카로운 물음에 과장누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지훈에게 어이없는 듯 살짝 웃으며 표지훈 소설 써? 밥 안 먹고 일만 댕겨서 저런다고. 말했지만 지훈의 얼굴은 더더욱 굳어져만 갔다.

 


"진료실 말고 상담실에서 나왔잖아."
"……."
"과로로 쓰러졌는데 상담실도 가?"
"……."
"나도 상담실 갔다 와? 어? 저 감기에 걸렸는데요, 어떻게 해야 할 지, 제 몸에 대체 무슨 변화가 있어서 감기에 걸린 건지 자세하게 설명 좀 부탁드려요, 이러고 나와? 어? 그러냐고!"

 


매섭게 몰아붙이는 지훈에 과장누나는 한숨을 쉰 후 지훈과 대비되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표지훈, 하고 지훈을 불렀다.

 


"어."
"나랑 정환이 둘 다 심하게 아파서 누워있기만 했다는 것만 믿고 이러는 거면."
"……."
"가서 니 약이나 지어와."

 


병실 바깥으로 시끄럽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제외하면 병실 내에는 시계 침이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소리와 정환의 불규칙한 숨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서로를 주시하고 있는 눈동자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그리고 곧 다시 누나의 느긋하지만 그 속에 충분한 분노가 숨겨져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환이 아픈 데서 이런 얘기 해서 미안한데, 너도 심한 오해했으니까 나도 이참에 심한 말 하나 할 게."
"……."
"너네 둘이 사귀는 거 아무 말 않고 넘어갔더니, 이젠 고래고래 소리 지르면서, 그렇게 밀어붙이면서 우기면 다 맞고 다 되는 것 같아? 멍청한 생각의 실천은 정환이 만나고 있는 걸로도 충분하잖아."

 


말을 마친 누나는 얇은 가디건과 가방을 챙겨 들더니 병실 문쪽으로 걸음을 옮기는 듯싶더니 문을 열기 전 몸을 돌려 아직도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지훈에게 말했다.

 


"그렇게 의심되면 새벽 내내 정환이 옆에 앉아서 하루가 멀다 하고 큰 병 걸린 사람처럼 누워있기만 하는 지 니가 니 눈으로 봐."

 


갈 게. 내일 새벽 내로 정환이 일어날 거야, 하고 말을 마친 누나가 정말로 병실 문을 열고 나가더니 이내 병실 문이 조심스럽게 닫혔다.

누나의 말들이 안 그래도 멈춰있는 지훈의 머릿속에서 둥둥 떠다녔다. 슬쩍 물으려던 것이 의도치 않게 괜한 의심으로 번지고 그 결과 지훈은 누나에게 뒤통수를 맞고도 남은 셈이 돼버렸다. 문 닫히는 소리가 울렸던, 지훈이 멍하게 서 있는 병실에는 다시 정적이 흘렀다.

 

 

 

 

 

 

 

 

 

 

 

 

 

 

 

 

 

 

-

달달 실종i_i

즐건 주말 끝..우울하네혀 정원과 헤어질 쉬간ㅠㅠㅠㅠㅠㅜㅠㅜㅠㅜ

질문 있으시면 언제든지 댓글 남겨주세요 오늘도 감사합니다~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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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익? 뭐죠? 남매가 같은 증상으로 아프네요ㅜㅜ지훈이 말처럼 설마 유전성 병이나 그런건 아니겠죠?ㅠㅠㅠㅠ새드는 아니었으면 좋겠는데ㅜㅜㅜㅜㅜ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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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uly
그러게요!!! 갑자기 막 아픈 이유가 지훈이말이 맞는지 누나말이맞는지는 시크릿이고 새드로 계속 연재하진 않을거니 울지마세요ㅠㅜㅠㅜㅠ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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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아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진짜 달달이 좋은데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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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uly
예고없던 새드에 다들 우시는군녀ㅠㅅㅠ 앞으로는 예고 잘해야게씁니다 다음편은 다시 달달표들로 돌아올예정이니 안심하구 계세요!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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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ㅠㅠㅠㅠㅠ아프지마정환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주말이끝이라서슬프고표들이슬퍼서더슬프고ㅠㅠㅠㅠㅜㅠㅠㅠ다음편기대할게여ㅠㅠㅠㅠㅠㅠㅠ.....핫ㅌ.....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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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uly
그러케 슬펐나여ㅠㅜㅠㅜㅠㅜ절대 새드쓰면 안대겟네여...울지마시고 한주행복하게보내세요!!! 감사합니다~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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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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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uly
그르게요..달달표들 실종하면 안되는데 말이에여ㅠㅠㅠㅠ다 말씀드리면 연재 몬하니까 우선 계속 지켜봐주세요!! 감사합니다
13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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