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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바꿨어요!
"태양의 아들이 기도드리니 그대에게 신의 축복이 내리기를…."
황혼이 소년의 등줄기를 타고 찾아들었다. 그가 눈길을 돌리는 곳 마다 느즈막한 햇빛이 녹아내렸다. 형형색의 칠이 된 스테인드글라스 너머로 주홍빛의 열이 장내를 밝혔다. 누더기를 걸친 노인을 부축하는 단원 뒤로 정문이 매정히 닫히고 쓸쓸히 남은것은 고요로 뒤덮인 소년의 모습이었다.
작열의 소년
01
온 세상이 어둡게 물드는 꿈을 꾸었다. 왜인지 나는 그 안에 있었다. 기상하여도 단편적인 기억은 나를 괴리감의 기백 사이로 데려가지 못했다. 궁금증은 나의 아버지를 욕되게 하는 찰나의 모독이었을 뿐 나를 깨우는 신의 부름을 따라 시작되는 하루가 같았다. 어제도, 그리고 내일도 항상 같은 매일들이 존재했다. 아버지의 말씀을 들어 사람들의 길을 안내하고 그들의 슬픔을 더는 일, 그런 것 들이 나의 전부였다. 하지만 같은 꿈속에 다섯번째 눈을 뜨던 날에는, 그것이 아닐수도 있음을 어렵사리 짐작했다.
태양의 아들이라는 이름을 받은지 벌써 18년이었다. 나라의 사람들이 나의 탄생을 축하했다. 나는 가시덩쿨이 연신 나를 찌르던 장미관을 썼다. 사람들은 웃고 떠들었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다. 나를 찾는 사람들에게 웃어보일 때 마다 근육이 경련했다. 힘들었다. 그들 스스로가 쌓은 벽에 이도저도 못하는 것은 그들 뿐만이 아님을 알고 있을까. 나는 명예로운 자리를 가지고도 행복하지 못한다. 영원히 감시당하는 삶을 누가 행복하다 말할 수 있나. 진실된 인연이 없었고, 정말로 나를 위하는 사람도 없었다. 나의 안부는 곧 그들의 안부였다. 그래서 나는 아파할 수 없었다. 몰래 울 수도, 괴로움을 고백할 수도 없다. 내 자신이 국민이었다. 하지만 국민들은 내가 아니지 않는가.
비가 세차게 내리는 날이었다. 왕은 나의 안위를 걱정하여 신당의 문을 걸어잠궜다. 정적의 공간에는 나와 시종 둘만이 남아있었다. 빗줄기는 화살마냥 거세지기 시작하는데 신당의 밖으로 사람들이 벌떼같이 몰려들더니 그들이 울기 시작했다. 조금은 흔한 일이었다. 창가를 갈기는 빗소리 사이로 사람들의 슬픔과 울음은 보이지가 않는가. 저들은 왜 아파하는가. 커튼을 살짝 걷어내고 우의를 입은 사람들의 눈물을 관망하는 내가 있었다. 그런데 그런 나를 또다시 묵시하는 누군가가 있었다. 숨이 절로 들이켜졌다. 창틀에서 허겁지겁 몸을 떼었다. 눈길의 주인은 소년이었나. 공허하고 곧은 눈동자. 저주의 아이었나. 익숙한 느낌이었다.
온 종일 흑단처럼 새카만 소년의 눈동자를 생각했다. 비는 그치고 없었다. 사람들은 아직도 나를 걱정하고 있나요. 그 앤, 아직 밖에 있나요.
"라크리마, 리메스, 문을 열어주세요. 나는 나가봐야 할 것 같아."
"하지만 백, 왕께서……."
열어주세요.
광명이 자리하는 나의 대륙의 아버지여, 부디 그 아이에게 축복을 내려주시기를.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았다. 문이 천천히 열리고 사람들은 어느 새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감탄과 경외에 가득 찬 모습이었다. 단 한 명을 제외하고서. 나는 시민들을 헤치고 저주받은 소년에게 다가갔다. 세상에. 무엇인가 했더니, 그는 매번 내 꿈의 주인공이던 어둠과 같은 느낌을 주었다. 스스로 무너지는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 나이가, 나이가 어떻게 되죠……. 소년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고 늘어지는 나를 내려다보았다. 주변의 사람들이 두 소년에게 탐탁잖은 눈초리를 보낼 즘, 마침내 그가 열여덟이라 대답했다.
어느 정도는 예상하던 일이라고 생각하며 진정하려고 했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나. 마침내 만나고 만 나의 어둠, 이런 식 이어야만 했을까. 너무하는군. 익명의 소년은 전혀 그렇지 않은 표정으로 태양의 아드님을 만나 뵙게 되어 영광이라고 말했다. 혹시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걸까.
이름이 뭐에요. 어디 살죠. 나를 본 적 있나요. 빛의 꿈을 꾼 적은. 물어볼 것들이 많았다. 디오, 그 애는 고아였다. 나를 본 적도, 심지어 빛의 꿈을 꾼 적도 없었다. 내 판단이 잘못된 걸까 생각했지만 소년의 그림자가 너무도 짙었다. 완전히 틀린 예측이었다. 아무것도 모른다. 태어난 곳도, 자신의 성도, 자신과 나의 관계도. 얘기하지 않는 편이 나은가. 내게 또 다른 의문은 없었고, 나의 길은 하나였다. 너머를 비추지 않는 디오의 눈을 보고 있자니 이성과 감정이 마구잡이로 뒤엉켰다. 아버지, 제 길은 정말 하나입니까. 나는 당신이 의심스러워질 때쯤 눈을 감아요. 하지만 왜 제가 알아야 할 것들은 줄어만 가나요? 나는 어찌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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