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나는 좀 맞아야한다..글 겨우 두개 써놓고 다음 화 안풀려 쩔쩔매는 내가 징그러워
센티넬&네임버스를 바탕으로 한 글입니다.
*얼룩말 님
"안 간다니, 무슨 소리야?"
"미안하게 됐어."
너 한 번만 더 빠지면 제명이야, 알지? 나는 침묵으로 응답했다. 내가 너라서 눈 감아주는거야. 예리가 문서를 점검하며 조잘댔다. 이내 그녀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문을 닫았다. 사나운 빗줄기가 내 정신을 두들겼다. 빛이 스러지는 회색의 도시가 시선을 스쳐 지나간다. 그마저도 검은 안개 속으로 침적되어 나는 더 이상 무엇이 진실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나의 세계는 무기력으로 가득했다. 이전에 예리가 들뜬 목소리로 나를 잡아끌던 목소리도 희미해졌다. 언제부터였을까, 나는 공허의 시간에 예속되어 매 순간 누군가를 애타게 그리워하다가 잠들었다. 하지만 그것이 나의 기억인지, 나 자신을 수렁으로 몰아넣은 탓에 생긴 착각의 일종인지는 알 수 없었다. 가끔 울고싶을 때가 있다. 어두운 비가 쏟아지고 누군가의 생각이 온통 머릿속을 지배할 때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속으로만 지친 눈물을 삼켜낸다. 왜 고통받는가. 고작 이 이름때문에 나는.
오랜 시간을 잡아맸대도 이루어진것은 이다지도 초라하다. 예리와 나는 반정부 단체에 소속되어 있으나 약 1년 간 큰 성과를 보일만한 행동은 없었다. 정부의 탄압은 보통이 아니기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느린 전개에 힘이 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거기다 나는 요즘 괴상한 기분에 넋을 놓고 있으니 도통 사리분간을 할 수가 없었다. 나와 동거하는 예리가 가끔 정부의 만행 따위를 열분을 토해내며 말해주었지만 이제 막 붙은 불씨같은 분노를 느끼는 작은 꿈틀임에 도달하고 꺼져버렸다. 그럴 때 마다 예리는 나를 안타깝다는 듯 한 번 쳐다보고 한숨을 내쉬는 것이다. 나는 그녀 앞에 죄인이었다. 예리가 매일같이 들여다보던 서류를 책장에서 모조리 꺼냈다. 아마도 단체 소속자의 명단이거나 행동 개시일 따위의 내용이겠지. 낡아 푸르죽죽한 색을 띈 파일의 앞 장을 펼쳤다. 등불이 흔들렸다. 필자를 알아볼 수 없는 난잡한 서체로 모든 것이 작성되어 있었다. 아마도 예리의 글씨겠지.
강민기 길리나 김희 나스타샤 닐 달리아 담민우 두휘 디오 로자일라 램버튼……
79 5월 09
창단. 우리는 부패하고 불공정한 정부를 온 힘을 다해 몰아낼 것을 약속한다.
79 5월 27
첫번째 모임. 아직은 12명뿐인 작은 모임이지만 언젠가는 뜻을 이뤄내리. 무장 항쟁을 할 것인가 비폭력 항쟁을 할 것인가에 대해야 얘기 나눴다. 전자로 결정되었다.
***
80 4월 12
디오의 입단. 태생 모르는 고아인지라 불안하기는 하지만 그를 믿기로 했다. 반정부 운동 의지가 강한 청년이었다.
80 4월 14
네번째 모임. 다음 달 1일, 독재자의 연설이 이뤄지는 중앙국립공원에서 닐과 케일이 폭탄을 설치하기로 했다. 죽음을 무릅쓰고 자진한 그들에게 어떤 말을 해야하는가?
예상대로 3월 중순의 기록부터는 처음보는 기록들이 가득했다. 그 새 입단한 사람이 있나. 다음 모임을 가질 수 있게 된다면 그 땐 꼭……머리통 위에서 커다란 파열음이 들린 것은 한 순간이었다. 물건 내려놓고 손 들어. 일어서. 강압적인 목소리가 방 안을 채웠다. 그런데 그 목소리는 어쩐지 안개 속에서 진동하던 누군가의 느낌과 닮아있었다. 그러나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뒤통수를 거세게 얻어맞고는 정신을 잃었다.
***
눈꺼풀이 묵직했다. 하얀 벽면이 눈에 들어찼다. 깼으면 문 앞에 정자세로 앉으란 말이야. 교도관이 곤봉을 휘두르며 소리질렀다. 나는 잠든 척을 할까 고민하다 문 앞으로 기어가다시피 하여 앉았다. 맨 앞이었다. 심문을 받게 될 테지. ……그 목소리의 주인은 누구였을까. 만나게 될 수 있을까. 곧 철창이 열리고 나는 교도관에게 질질 끌려 작은 방에 쳐박혔다. 방 안에서는 당원 제복을 갖춰입은 남자가 의자에 앉은 채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와서 앉아. 나는 멍청하게 걸어가 부실한 의자에 주저앉았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세상에. 그 끔찍했던 환각들이 가르키던게 전부 이 사람? 끊을 수 조차 없는 속박의 끈, 나의 운명을 질책한다. 나는 나도 모를 새 두려움에 가득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맞은편의 남자가 실소했다. 그 차가운 비웃음에는 딱딱한 당황이 묻어나왔다. 아, 신이시여.
"본 적이 없는 얼굴이네. 지난 모임에 없었나?"
"……."
"벙어리는 아닐테고. 만약 정부 측으로 마음을 돌릴 거라면 지금 말해두는게 좋아."
어떤 것도 대답할 수 없었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남자의 한숨이 들렸다.
"너 따위 반동분자가 내 가이드라니."
등골이 얼어붙었다. 나는 고개를 쳐들고 입을 벌렸다. 눈동자가 흔들렸다.
"별 우스운 운명이 다 있군."
내뱉은 그가 제복의 소매 단추를 신경질적으로 풀었다. 그가 새까만 글씨가 박힌 손목을 들이밀었다. 변백현. 부정할 수 없었다. 나는 당연한 절차인 것 마냥 늘어진 옷의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었다. 팔 안쪽의 글씨가 짙어져 선명했다. 도경수……나는 그것을 소리내어 말했다. 하지만 나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내 약혼녀, 내 예리는 어떻게 하지? 불쌍한 내 약혼녀는 어떻게 해야하지. 그녀가 지금도 날 생각하고 있다면? 게다가 그는 정부의 개, 그와 계약한다는 건 나의 자유의지를 봉쇄한다는 것…. 눈물은 칼이 되어 나의 모든것을 후벼팠다. 소리없이 울었다. 간헐적으로 몸이 떨려왔다. 도경수, 가 입을 열었다.
"다시 돌려보내 주지. 나머지를 처리한다면 너 하나쯤은 살아나가도 문제없을 테니까."
"예리는? 그녀는 내 약혼녀야……."
"이젠 소용없지."
섬뜩하다고 해야할지. 도경수가 호루라기를 불었다. 문제 없는 일반인이야. 돌려보내. 그가 느릿하게 웃었다. 곧 나는 양 팔이 붙들렸다. 나는 정부에게 굴복할 생각 없어! 너와 계약할 생각도!! 오열하며 소리쳤다.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도경수가 죽도록 원망스러웠다. 저 말종을 짝으로 내리시다니, 하늘도 무심하셔라. 나는 불쌍했다. 그게 다였다. 더 잃을 것도, 얻을 것도 없었다. 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일상으로 돌려보내졌다. 그가 남겨진 예리의 물건을 정리하던 나를 찾아온 것은 불과 4일 뒤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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