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히 자꾸 나 괴롭히며는 융기 부른다!" "융기 와써" 방금까지 내게 흙을 던지던 아이들이 한순간에 숨을 죽였다. 심통난 찹쌀떡 얼굴을 한 윤기가 이리로 자박자박 걸어오고 있었다. 꼬꼬마 주제에 꽤 무서운 얼굴로 양손에 흙을 가득 묻힌 아이들을 노려봤다. 으앙 무서워! 그 중 한 아이가 울음을 떠뜨리며 도망가자 나머지들도 흙바람을 일으키며 도망갔다. "히잉 융기야 아까 여주 여기 아야해떠..." "아야?" 아야라는 내 말에 호다닥 달려온 윤기가 내 몸 여기저기를 살폈다. 아야 어디써. 그제서야 상처는 커녕 뽀얀 살을 내밀자 심통난 찹살떡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 "모야 아야 하나뚜 안해짜나" "그래두 아파!" "아파?" 눈썹을 축 내리고 나를 보며 말하는 윤기에게 울상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그만 입술이 앙증맞게 모아지고 곧 호- 하는 사랑스러운 소리를 냈다. "아직뚜 아파?" "앙니 융기가 호 해조서 이제 안아파" "안나" 아직 말이 서툰 애기 윤기는 '안아'라는 발음이 어눌했다. 난 곧장 팔을 뻗어 윤기를 끌어안았다. '괜찮아?' 라는 말 대신 건네는 우리만의 위로방식이였다. 윤기의 품에 안겨 난 오조오억번째 다짐을 했다. 융기랑 나중에 꼭 겨론해야지. 라고. 2018 현재 "아으 죽겠다..." 아직도 얼얼한 손바닥을 문지르며 책상에 엎어졌다. 그런 나를 보며 혀를 쯧쯧 차는 김태형도 야무지게 째리면서. "시대가 어느 시댄데 이놈의 학교는 체벌금지도 없어!" "지각을 삼십분이나 한 학생을 봐주는 학교도 있냐?" 김태형의 팩폭에 그만 입을 닫았다. 그치만 오늘은 늦잠 잘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내 휴대폰 배경사진에 떡하고 자리한 귀염 뽀짝 뽀시래기 애기 민윤기가 꿈에 생생하게 나왔는걸. "맞다 민윤기가 아침에 너 찾았어" "에이씨" 내 반응에 보던 김태형이 영단어장에 푸학하고 침을 튀기며 웃는다. 아 드러... 오늘부터 저건 못빌리겠다. "아직도 화났어?" "당연하지 이번엔 뿌리를 뽑아야해 너도 걔한테 내 얘기 전하지마" "걔도 나한테 네 얘기 안물어봐" "진짜?" "진짜겠냐? 화해 좀 해라 귀찮아 죽겠으니까" 애기 민윤기는 귀여움 덩어리지만 열아홉살 민윤기는 아니다. 며칠 전 어디서 못된것만 배워와서는 학교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걸렸다. 쌤이 아니라 나한테. 이 전에도 몇번 걸린적은 있었지만 입시 스트레스가 꽤 심한거같아 모르는척 넘어갔는데 이번은 달랐다. 교복을 입고 그것도 학교에서 담배라니. 한달 넘게 모르는 척을 하는 한이 있어도 이번엔 반드시 금연하게 만들거다. 암. . "어디 아파?" 아까부터 안절부절 못하는 나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는 김태형에게 괜찮다며 씩 웃어보였다. 아무리 김태형이여도 그 날이라서 배 아프다는 말은 못하겠다. 지각만 안했으면 약 챙겨오는건데. 이게 다 애기 민윤기 때문이다. "진짜 괜찮아? 보건실 갈래?" "...아 엉 갔다올게 쌤한테 얘기 좀" "옷 입고 가" "아냐 괜찮아" 여전히 걱정스런 눈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김태형의 어깨를 툭 치고 결국 교실을 나왔다. 보건실까지 가는 길이 이렇게 멀었나. 그냥 김태형 말 듣고 패딩 가지고 나올걸. 얇은 블라우스 사이로 복도 안을 메운 한기가 들어왔다. 한 손으로는 배를 문지르고 다른 한 손으로는 팔을 문지르며 걸음을 재촉했다. . "손이 차네 혈색도 없고...약 먹고 좀 쉬다 가는게 낫겠다" 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약을 꿀떡 삼키고 침대 위에 쓰러지듯 누웠다. 몸을 감싸는 두꺼운 이불이 보송한게 곧 잠이 올 것 같았다. . ...으응 잠에서 깨자 뻐근했던 배와 허리가 한결 나았다. 종 치는 소리는 못들었는데 얼마나 잔거지. 핸드폰을 찾으려 팔을 이리저리 뻗는데, "아직 4교시 안됐어" "아...그래? 고맙," 잠깐 이거 민윤기 목소리인데. 곧 이성이 돌아오고 번뜩 눈을 뜨자 턱을 괴고 날 내려다보는 민윤기의 얼굴이 보인다. "...뭐냐" 김태형이 너 여기 있대서 김태형 이 새끼. 내가 내 얘기 전하지 말라니까. 이를 빠득 갈며 민윤기를 노려봤다. "미안 내가 잘못했어" 순간 두 귀를 의심했다. 자존심 빼면 시체인 민윤기가 먼저 사과를 하다니. 벌떡 일어나 자세를 고쳐잡자 그런 내 모습이 웃긴지 퍽 웃더니 입고있던 후리스를 벗어 걸쳐준다. "봐 냄새 안나지?" 진짜다. 안난다. 코를 박고 킁킁 거리자 쾌쾌한 담배냄새 대신 내가 좋아하는 민윤기네 집 섬유유연제 냄새가 난다. "다시는 피지 마" "알겠어" "성인 되어서도!" "응" "아저씨 되어서도!" "응" "할아버지 되어서도!" "너 그때까지 나랑 놀게?" "당연하지" 당연한걸 왜 묻냐는 반응에 민윤기가 퍽 하고 웃음을 흘렸다. 쟤 왜 웃지. 생각함과 동시에 민윤기가 제 팔을 벌렸다. "안아" "푸흐..." 왜 웃어? 라는 물음에 말없이 민윤기의 품에 안겼다. 이제는 발음이 어눌한 애기의 모습이 아닌 떡 벌어진 어깨와 넓은 품을 가진 듬직한 모습의 민윤기를 더 세게 끌어안았다. 그때도, 지금도 민윤기는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다. "너 근데 오늘 왜 지각했어" "그것도 김태형이 말했어? 나 이 자식을 그냥..." "꿈에 그 누구냐 방탄이라도 나왔냐" "아니-" 꿈에 내 첫사랑이 나왔다고. 그 첫사랑은 바로 너라는 말은 아직 부끄러워서 못하겠다. 민윤기의 품에 안겨 오조 오억번째 다짐을 했다. 민윤기한테 나중에 꼭 고백해야지.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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