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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노 전체글ll조회 796
"너히 자꾸 나 괴롭히며는 융기 부른다!" 

 

"융기 와써" 

 

방금까지 내게 흙을 던지던 아이들이 한순간에 숨을 죽였다. 심통난 찹쌀떡 얼굴을 한 윤기가 이리로 자박자박 걸어오고 있었다. 꼬꼬마 주제에 꽤 무서운 얼굴로 양손에 흙을 가득 묻힌 아이들을 노려봤다. 으앙 무서워! 그 중 한 아이가 울음을 떠뜨리며 도망가자 나머지들도 흙바람을 일으키며 도망갔다. 

 

"히잉 융기야 아까 여주 여기 아야해떠..." 

 

"아야?" 

 

아야라는 내 말에 호다닥 달려온 윤기가 내 몸 여기저기를 살폈다. 아야 어디써. 그제서야 상처는 커녕 뽀얀 살을 내밀자 심통난 찹살떡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 

 

"모야 아야 하나뚜 안해짜나" 

 

"그래두 아파!" 

 

"아파?" 

 

눈썹을 축 내리고 나를 보며 말하는 윤기에게 울상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그만 입술이 앙증맞게 모아지고 곧 호- 하는 사랑스러운 소리를 냈다. 

 

"아직뚜 아파?" 

 

"앙니 융기가 호 해조서 이제 안아파" 

 

"안나" 

 

아직 말이 서툰 애기 윤기는 '안아'라는 발음이 어눌했다. 난 곧장 팔을 뻗어 윤기를 끌어안았다. '괜찮아?' 라는 말 대신 건네는 우리만의 위로방식이였다. 윤기의 품에 안겨 난 오조오억번째 다짐을 했다. 융기랑 나중에 꼭 겨론해야지. 라고. 

 

 

 

 

 

2018 현재 

 

 

 

 

 

"아으 죽겠다..." 

 

아직도 얼얼한 손바닥을 문지르며 책상에 엎어졌다. 그런 나를 보며 혀를 쯧쯧 차는 김태형도 야무지게 째리면서. 

 

"시대가 어느 시댄데 이놈의 학교는 체벌금지도 없어!" 

 

"지각을 삼십분이나 한 학생을 봐주는 학교도 있냐?" 

 

김태형의 팩폭에 그만 입을 닫았다. 그치만 오늘은 늦잠 잘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내 휴대폰 배경사진에 떡하고 자리한 귀염 뽀짝 뽀시래기 애기 민윤기가 꿈에 생생하게 나왔는걸. 

 

"맞다 민윤기가 아침에 너 찾았어" 

 

"에이씨" 

 

내 반응에 보던 김태형이 영단어장에 푸학하고 침을 튀기며 웃는다. 아 드러... 오늘부터 저건 못빌리겠다.  

 

"아직도 화났어?" 

 

"당연하지 이번엔 뿌리를 뽑아야해 너도 걔한테 내 얘기 전하지마" 

 

"걔도 나한테 네 얘기 안물어봐" 

 

"진짜?" 

 

"진짜겠냐? 화해 좀 해라 귀찮아 죽겠으니까" 

 

애기 민윤기는 귀여움 덩어리지만 열아홉살 민윤기는 아니다. 며칠 전 어디서 못된것만 배워와서는 학교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걸렸다. 쌤이 아니라 나한테. 이 전에도 몇번 걸린적은 있었지만 입시 스트레스가 꽤 심한거같아 모르는척 넘어갔는데 이번은 달랐다. 교복을 입고 그것도 학교에서 담배라니. 한달 넘게 모르는 척을 하는 한이 있어도 이번엔 반드시 금연하게 만들거다. 암. 

 

 

"어디 아파?" 

 

아까부터 안절부절 못하는 나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는 김태형에게 괜찮다며 씩 웃어보였다. 아무리 김태형이여도 그 날이라서 배 아프다는 말은 못하겠다. 지각만 안했으면 약 챙겨오는건데. 이게 다 애기 민윤기 때문이다. 

 

"진짜 괜찮아? 보건실 갈래?" 

 

"...아 엉 갔다올게 쌤한테 얘기 좀" 

 

"옷 입고 가" 

 

"아냐 괜찮아" 

 

여전히 걱정스런 눈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김태형의 어깨를 툭 치고 결국 교실을 나왔다. 보건실까지 가는 길이 이렇게 멀었나. 그냥 김태형 말 듣고 패딩 가지고 나올걸. 얇은 블라우스 사이로 복도 안을 메운 한기가 들어왔다. 한 손으로는 배를 문지르고 다른 한 손으로는 팔을 문지르며 걸음을 재촉했다. 

 

 

"손이 차네 혈색도 없고...약 먹고 좀 쉬다 가는게 낫겠다" 

 

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약을 꿀떡 삼키고 침대 위에 쓰러지듯 누웠다. 몸을 감싸는 두꺼운 이불이 보송한게 곧 잠이 올 것 같았다. 

 

 

...으응 

 

잠에서 깨자 뻐근했던 배와 허리가 한결 나았다. 종 치는 소리는 못들었는데 얼마나 잔거지. 핸드폰을 찾으려 팔을 이리저리 뻗는데, 

 

"아직 4교시 안됐어" 

 

"아...그래? 고맙," 

 

잠깐 이거 민윤기 목소리인데. 곧 이성이 돌아오고 번뜩 눈을 뜨자 턱을 괴고 날 내려다보는 민윤기의 얼굴이 보인다. 

 

"...뭐냐" 

 

김태형이 너 여기 있대서 

 

김태형 이 새끼. 내가 내 얘기 전하지 말라니까. 이를 빠득 갈며 민윤기를 노려봤다. 

 

"미안 내가 잘못했어" 

 

순간 두 귀를 의심했다. 자존심 빼면 시체인 민윤기가 먼저 사과를 하다니. 벌떡 일어나 자세를 고쳐잡자 그런 내 모습이 웃긴지 퍽 웃더니 입고있던 후리스를 벗어 걸쳐준다. 

 

"봐 냄새 안나지?" 

 

진짜다. 안난다. 코를 박고 킁킁 거리자 쾌쾌한 담배냄새 대신 내가 좋아하는 민윤기네 집 섬유유연제 냄새가 난다.  

 

"다시는 피지 마" 

 

"알겠어" 

 

"성인 되어서도!" 

 

"응" 

 

"아저씨 되어서도!" 

 

"응" 

 

"할아버지 되어서도!" 

 

"너 그때까지 나랑 놀게?" 

 

"당연하지" 

 

당연한걸 왜 묻냐는 반응에 민윤기가 퍽 하고 웃음을 흘렸다. 쟤 왜 웃지. 생각함과 동시에 민윤기가 제 팔을 벌렸다. 

 

"안아" 

 

"푸흐..." 

 

왜 웃어? 라는 물음에 말없이 민윤기의 품에 안겼다. 이제는 발음이 어눌한 애기의 모습이 아닌 떡 벌어진 어깨와 넓은 품을 가진 듬직한 모습의 민윤기를 더 세게 끌어안았다. 그때도, 지금도 민윤기는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다.  

 

"너 근데 오늘 왜 지각했어" 

 

"그것도 김태형이 말했어? 나 이 자식을 그냥..." 

 

"꿈에 그 누구냐 방탄이라도 나왔냐" 

 

"아니-" 

 

꿈에 내 첫사랑이 나왔다고. 그 첫사랑은 바로 너라는 말은 아직 부끄러워서 못하겠다. 민윤기의 품에 안겨 오조 오억번째 다짐을 했다. 민윤기한테 나중에 꼭 고백해야지.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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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공지사항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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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허규ㅠㅠㅠㅠㅠ완전 설레자나여.... 안아.. 오조오억번 안길 수 있다구여 ㅠㅠㅠ
7년 전
대표 사진
비회원142.192
....융기와써.....여기서 그냥 가볍게 치여버렸는데.....어렸을때 안나 해준거랑 지금 안아 해준거랑 ......ㅠㅠㅜㅠㅠ그냥 다를게 없이 어렸을때부터 스윗했다는게ㅠㅜㅜㅜㅠㅠㅠㅠ걍 교통사고 백만번당한듯...ㅠㅠㅠㅠㅠㅠ
7년 전
대표 사진
독자2
안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음편이 시급해요 다음편이 나온다면 제가 작가님 집 방향으로 절하겠습니다
7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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