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의 여왕 오세훈은 분명 당황했다. 그래도 나, 아예 없는 사람은 아니였나보다. 별거에 기분이 약간 업되었다가, 이게 다 오세훈 때문이란 생각에 다시 또 쳐졌다. 고등학교에서 같이 올라온, 과 내에서 가장 친한 친구가 슬쩍 물어봤다. "뭐야, 오세훈이랑 너. 무슨 일 있어?" "있기는, 무슨 일이 있으려면 진작있었어야지. 나 이제 걔 안좋아하려고." 단호하게 말하자 친구는 약간 못 믿겠다는 눈치였다. 진짜야, 잊을 수 있어! "너 술 마실때 마다 하는 말이 그거잖아. 이제 잊을거니 어쩌니 그러다가 세훈아...하면서 울고ㅋㅋㅋㅋ 어휴. 이번엔 진짜야?" "응, 진짜진짜. 나 걔한테 실망했어. 이따 말해줄게." 나, 사실 뒤통수에도 눈이 달렸던 건가. 시선이 자꾸 느껴져 뒤 돌아보면 아무도 날 보고있지 않았다. 강의가 한 참 지겨워질 때 쯤. 난 어떤 놈인데 날 저렇게 쳐다보나 하는 생각에 빠르게 휙 돌아보았다. 아, 오세훈이다. 오세훈이 날 몰래 지켜보고있었던 거다. 나와 눈이 마주친 오세훈이 시치미를 뚝 떼곤 강의에 집중하는 척 한다. 책, 뒤집어졌다 세훈아. 뭘까. 갑자기 이상한 생각들이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오세훈이 날 저렇게 신경쓰니까.. 오세훈이 마냥 날 싫어하진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나 사실 기회가 있는건 아닌가 이런 쓰잘데기없는 생각도 들었다. 조금 더 생각해 보고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내가 지겹다잖아. 오세훈이. * 클럽에 갔다. 사실 내가 문란하게 노는 건 아닌데. 그냥 오늘은 너무 답답해서.. 동기 놈들 몇몇이랑 오게 됐다. 누나가 날 보고 무시한게 잊혀지지 않는다. 왜 내가 싫어졌지? 지겹다고, 나에게서 떨어지길 바랬었는데 막상 정말 나에게 관심을 주지 않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서운했다. 누나는 나를 계속 좋아해 줄 줄 알았는데.. 사실 나는 연애 경험이없다. 눈이 높은 것도 있었는데, 딱히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마음을 가져보지 못했다. 그냥 저 애 괜찮네. 쟤도 괜찮네. 이랬었다. 그런 나에게 마음을 대놓고 드러내는 누나는 사실, 부담스러웠다. 그게 계속 되자 처음 누나에게 가졌던 설레임, 고마움, 새로움은 없어지고 어느새 누나의 호의들이 당연하게 생각되었다. 가끔 내가 자리를 비웠을 때 도서관 책상위에 커피 한 잔을 두고가고, 매일 신호등에서 나를 기다리고, 나를 보며 누구보다 밝게 웃어주며 인사하는 모든 행동들을 나는 너무 당연하게 인식했는지 모른다. 클럽안에 여자는 많았지만, 누나만한 여자는 없었다. 누나보다 예쁜여자도 없었다. 누나가 나에게 관심을 거두고 나서야 그 빈자리를 알게되었다. 오늘의 신호등, 강의실은 공허했다. 하루의 시작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 처럼 찝찝했다. "야, 저기 000 있는데?" 다른 생각들은 없어지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몸매 좋다는거 진짜였네, 오세훈 어디가?" 내가 이러는게, 맞는걸까. 무작정 누나에게 다가갔다. "뭐야? 누구야?" 제 뒤의 사람이 나라는 것을 아직 몰랐다. 남자들과 부비적 대던 몸을 돌리고 눈을 마주쳤다. 그 눈은..., 단호했다. 그리고 난 처음으로 무서워졌다. 무작정 끌고 밖으로 나와 조용한 곳을 찾았다. "왜....왜 여기 있어요." "...." 아무말도 하지않았다. 나에겐 대답도 할 필요없다는 듯이 굴었다. 대체 왜이래. "나 좋아하잖아요. 좋잖아, 왜 여기있냐구요." 이런 말을 하려고한게 아니였는데. 생각한 그대로 말이 튀어나갔다. 아, 생각 없어보여 진짜. "아니...아니 그러니까..나는.." "난.." "...." "너, 안 좋아해. 착각 그만해 세훈아." 누나가 돌아섰다. * 이제와서 세훈이 왜 저러는지 알 수 없었다. 사실 여전히 오세훈을 좋아한다. 그래도 예전만큼은 아니다. 그리고, 이젠 정말 잊어갈 것이다. 혹시 오세훈도, 정말. 나에게 마음이 조금은 있었던게 아닐까. 어려서, 자기 마음을 잘 몰랐을 수도 있다. 자기 마음을 모르는건 이해를 해주지만, 그렇다고 말을 함부로 하는 것 까지 이해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저렇게 당황해서 말더듬는게 귀엽기도 하고.... 나 정말 미쳤나봐. 왠지, 내가 이긴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 오세훈 좀 놀려먹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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