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학연은 개새끼지만 새로 온 선생도 그에 못지않은 개새끼임이 틀림없다. 왜 주변엔 개새끼밖에 없을까. 택운은 창 너머 애꿎은 운동장만을 노려봤다. 이 학교에서 세 번째 맞는 3월은 새롭지도 않고 설레지도 않았다. 싱그러운 봄은 개뿔, 아직 찬바람 쌩쌩 부는 겨울이구만. "정택운" "네" 어수선한 교실 끄트머리에서 택운이 대답했다. 옆에서 계속 '깜찍이~' 거리며 제 볼을 찔러대는 학연 또한 시끄러움에 한 몫 했다. 덕분에 원식이 택운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자, 조용" "넌 깜찍이야" 원식의 말에 교실은 순식간에 정리가 됐지만 딱 한명만은 아니었다. 친구들의 시선이 온전히 자신과 학연에게 쏟아지자 자연스레 얼굴이 화르륵 빨개지는 택운이었다. 아 쪽팔려. 차학연 개새끼, 그저 속으로만 욕을 읊은 택운은 책상 위에 얼굴을 묻었다. 깜찍이래ㅋㅋㅋ 몇몇이 저를 비웃는 소리가 들렸다. 그 사이로 아까보다 더 커진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정택운!" ".....네" 택운은 창피함을 겨우 추스리고 어기적대며 몸을 일으켰지만 아직 귀가 빨갛게 익은 채였다. 택운과 원식의 영롱한 눈빛이 얽혔다. 일,이,삼. 3초 동안 택운을 바라보던 원식은 다시 출석부에 집중했다. 택운은 그제야 원식이 눈에 들어왔다. 원식은 저와 모든게 반대였다. 하얀 와이셔츠 빼고 머리카락부터 수트, 구두까지 모두 검게 물들여있었다. 낮은 목소리까지. "..차학연" "네-" 원식의 부름에 학연은 대충 대답하고 택운에게 착 달라붙었다. 옆에서 쫑알대며 무어라 말하는 학연 덕에 택운은 한숨을 쉬며 원식을 향한시선을 거두고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다시 한 번 더 읊으면서. 차학연 개새끼. * * * [지금 노래부르는 시간 아닌데] 문자를 확인한 택운은 벙긋거리던 입을 다물었다. 이어폰 한쪽을 빼고 주위를 휙휙 둘러보다 핸드폰을 들었다. [누구?] [고개 들어봐] 아-. 그제야 눈이 마주쳤다. 원식이 교탁 앞 의자에 앉아 저를 향해 씩 웃고 있었다. 아, 오늘 감독이었지. 끄-덕, 고개를 무겁게 주억이고 이어폰을 꽂으려는 찰나, [내 번호 저장하고 공부열심히해 우리 깜찍이♥] ??? 우리 깜찍이~? 택운이 놀라 고개를 들자 어깨까지 들썩이며 작게 킥킥대는 원식이 보인다. 물론 시선은 책에 박아놓고. 하루 종일 나눈 대화라곤 아까 수업시간에 출석 부른 것밖에 없는데. 아마 애들을 지나치게 참견하길 좋아하는 열혈선생이겠거니, 하고 생각했다. 택운은 아까부터 만지작거리던 이어폰을 귀에 꽂고, 애써 책에 집중하려했지만 자꾸 그 망할 하트가 잊혀지질 않았다. '깜찍이♥' * "운아- 골목길로 가지 말고 이상한 사람 만나면 나한테 전화하고! 알았지?" "응, 조심히 가" 꺅 택운이가 나한테 조심히 가래 내일봐- 학연은 차에 타서도 얼굴을 쏙 내밀어 손을 계속 흔들었다. 택운은 교문 앞에 멀뚱히 서서 손만 살랑살랑 흔들었다. 이제 가도 되겠지, 몸을 돌려 횡단보도 앞에 서서 기다리는데 검은색 차가 택운의 앞에 척 멈췄다. 아니 횡단보도를 이렇게 턱 막는 몰상식한 사람이 어딨어. 택운이 보이지도 않는 차 안만 열심히 노려보고 있는데 조수석 창문이 스르르 내려갔다. "학생, 집까지 태워줄까?" 지금 시대에 되도 않는 구식 납치수법이야, 하며 택운이 피식 웃고 얼굴이나 보자며 몸을 살짝 숙였는데 여유롭게 웃고 있는 원식이 보였다. 저 사람 진짜 선생 맞아? 학생한테 깜찍이라 칭하며 하트까지 보내는 선생 차엔 죽어도 타기가 싫었다. "아뇨, 괜찮아요" "너 현대아파트 살지? 나도 거기야. 태워줄게" 택운은 애써 사람 좋은 미소까지 띄며 친절하게 거절을 했지만 원식도 만만치 않았다. 내가 현대아파트 사는 건 어떻게 알았대. 택운이 가방끈을 만지작거리며 뜸을 들였다. 신호등을 흘긋 쳐다봤지만 여태 빨간불이었다. 아, 타야 할 운명인가보다. 아무리 생각해도 둘러댈 변명이 없을 것 같아 마지못해 손잡이를 잡았다. "저, 태워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진짜 혼자 가도 괜찮은데.." "이럴 땐 그냥 감사합니다, 하고 타는 거야. 안전벨트나 매세요" 넵. 택운은 안전벨트 매기에 집중했다. 가만, 번호에 주소까지..완전 신상 다 털렸는데? 신종 납치수법인가? 택운은 벨트를 꽈악 쥐었다. 원식을 슬쩍 쳐다보니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게 더더욱 수상했다. 가뜩이나 차가 썬팅 된지라 밖에선 보이지 않을뿐더러 이 야심한 밤에 저를 구해줄만한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선생이라 한들 사람을 무턱대고 믿는게 아니었다. 전화할까, 어떡하지. 택운은 이 순간만큼은 학연이 징그럽게도 보고 싶었다. "..저기, 전화 한통만 해도 될까요?"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아..." 택운은 조심스럽게 마이 안주머니에 넣었던 핸드폰을 꺼냈다. 괜히 손에 힘이 들어가고 시선은 갈 곳을 잃어서 모든 게 굉장히 부자연스러웠다. "근데," "네? 네" "나 부를 땐 '선생님'이라고 하지 않을래요?" 마침 신호에 걸려서 차를 멈춘 원식이 핸들에 팔을 턱 걸치고 몸을 완전히 택운 쪽으로 젖혀 말을 이었다. 완벽한 정면에 택운은 원식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아, 너무 가까워.. 택운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원식이 응? 이라고 되물으며 눈썹을 찡긋 올렸다. "...네, 그럴게요" 원식이 오물오물 말하는 택운을 보고 피식 웃곤 다시 핸들을 잡았다. 택운은 내리깔았던 눈을 다시 올리고 손에 들린 핸드폰을 바라봤다. ..이상한 변태싸이코 납치범은 아니겠지. * * * '전화 안 해도 돼?' '네' 다시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는 택운을 본 원식이 물었다. 이 대화를 끝으로 집에 도착할 때까지 둘 사이엔 아무런 말이 없었다. "아, 저 여기서 세워주시면 돼요" "..." 차가 2동 입구 안까지 훨씬 들어오자 택운이 다급하게 말했다. 원식은 아무 말이 없었다. 묵묵히 주차까지 마치고 안전벨트를 풀며, "뭐해, 안내려?" "아," 여기 진짜 우리 집 앞인데..? 원식이 내리자 뒤이어 택운이 따라 내렸다. 차 앞에서 멀뚱멀뚱 서있는 택운을 가로질러 원식이 휘적휘적 걸어간다. 집에는 들어가야겠고, 인사는 해야겠고. 결국 택운이 원식을 졸졸 쫓아가는 꼴이 되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눈에 훤히 보이는 어색함에 택운이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배웅 안 해주셔도 되는데.." "나 우리 집 가는데?" "???" 띵-, 마침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일단 택운은 말없이 올라탔다. 여전히 얼굴에 물음표를 그려놓고 원식을 바라보는데 원식이 10층을 누르고 씨익 웃었다. 그리고 하나 더, 택운의 집인 11층을 눌러주었다. "선생님은 1004호예요" 또, 원식이 싱긋 웃었다. 11층을 누른 걸 보면, 이미 윗집이 택운의 집이라는 걸 알고 있는 눈치였다. "아..전 1104호예요" 왠지 자신의 호수를 알려주어야 할 것 같아 택운이 눈치를 보다 대답했다. 이에 원식이 또 한 번, 씨-익 웃었다. '귀엽게,' 라는 말과 함께. 왜 웃지? 택운은 멀뚱멀뚱, 원식을 쳐다보다 층수를 확인했다. 아직 5층이네. 언제 올라갈까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원식의 얼굴이 택운의 옆으로 바짝 다가왔다. 갑자기 가까워진 얼굴에 택운이 흠칫 놀라 숨을 들이쉰 채로 잔뜩 굳어버렸다. "긴장 풀어" 택운이 원식을 힐끔 쳐다보니 그저 거울로 머리손질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하아, 택운이 숨을 내쉬고 건너편에 보이는 저와 눈을 마주했다. 그 쪽에도 거울 있으면서.. 택운이 눈을 지그시 감고 있는데 '눈 떠요, 학생' 이라 말하는 나긋한 음성이 들렸다. 택운이 눈을 뜸과 동시에 엘리베이터가 10층에 멈췄다. "내일 봐, 잘자" 원식이 멋지게 웃으며 택운을 향해 짧게 손을 흔들었다. 택운도 안녕히 가세요, 허리까지 깊게 숙여가며 꾸벅 인사했다. 문이 닫히고 택운은 거울을 힐긋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인사가 뭐 저래. 오글거려. - 뀨 글잡 첫글이예여...ㅇㅅㅠ 오글거려...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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