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의 파급력 上
written by 아키
마지막 한칸 까지 꼼꼼히 칠하고 뚜껑을 집어 싸인펜 입구를 막았다. 이번 시간이 마지막 시험 이라 그런지 교실은 살짝 어수선한 분위기를 띄고있었다. 예체능이라 오랜 시간이 필요하진 않았지만 원체 검토를 깐깐히 하는 편이라 시간이 지체됬다. 시간을 확인했을 땐 시험이 끝나기 10분 전 이었다. 마지막 검토까지 마쳤으니 제가 해야할 일은 정말 모두 끝난거였다. 목을 양옆으로 기울여 긴장했던 근육을 풀어주자 정말 온몸에 힘이 빠졌다. 책상에 몸을 늘어지게 기대고 시간을 한번더 확인했다. 아직도 끝나기 5분 정도가 남았다. 보통 센스있는 선생님들은 얘들 눈치 한번 보시고 5분정도일찍 시험을 끝내주기도 하시는데 이번 시험 감독 선생님은 시험시간을 꽉꽉 채우실 작정인지 들고오신 책에 눈을 콱박고 집중, 또 집중하고 계시는중이다.
하암, 지겨워. 얘들도 지금 빨리 끝나길 기다리겠지. 박찬열은 시험 시작하자 마자 한줄로 찍고 자는거 봤으니까 아직도 꿈나라 이실테고.. 저기 책상에 바르게 앉아 마지막 검토하고 있는 단정한 뒷모습. 내가 노는 친구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전교 상위권에서 노는놈. 이번에도 시험 엄청 잘 볼 예정이신 도경수님. 쟤는 우리가 놀때 같이 노는데 왜 혼자만 저렇게 성적이 잘나와?
"자는 놈 들 깨우고, 맨 뒤에 사람 답안지 걷어와. 거기 박찬열! 그만 일어나라. 어젯밤에 뭘 봤길래 그렇게 퍼져 자냐"
"어젯밤이 좀 화끈하긴 했죠."
자다깨서 정신 없는 상태에서 선생님이 한 장난을 가볍게 받아친 박찬열 덕분에 아이들이 소란스럽게 웃기 시작했다. 종이 치고 감독 선생님이 답안지를 정리해서 나가자 안그래도 산만했던 교실이 공사장으로 변한것처럼 소란스러워졌다. 다들 학교가 파한 뒤 어디를 갈지 의논 하느라 정신 없어보였다. 그 사이 자리에서 일어난 박찬열이 그 자리에서 기지개를 쭉 피고 어슬렁 어슬렁 내 자리로 걸어왔다. 비어있는 내 앞자리에 털썩 주저 앉은 박찬열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잠깐 하품을 크게한다.
"야 몇번이 많이 나왔냐?"
"그걸 나한테 물어보냐. 도경수한테 물어봐야지"
"아 맞아. 너 다 찍고 잤지"
"내가 넌 줄 아냐 병신아."
"내가 병신이면 넌 개새끼다"
뭐? 개새끼라고? 확 열이 올라 박찬열을 쏘아보자 내 어깨에 팔을 두르더니 다른 한손으로는 내 턱을 톡톡 친다. 그러면서 우쭈쭈 거린다. 한순간에 애완견 취급을 받게 되자 기분이 더러워 졌다. 요즘 안 때리고 좋게 다뤄줬더니 얘가 슬슬 맛이 간다. 언제 한번 날잡고 조지던가 해야지.
"손 치워라"
"왜 있잖아"
"있긴 뭐가 있어"
"지랄견"
"그게 왜"
"지랄견 백현이"
죽인다. 목소리 확 깔고 말하니까 그런 내가 웃긴지 와하하 하고 웃은 박찬열이 그제야 내 턱에서 손을 떼고 양손을 모아 비는 포즈를 취해 보인다. 내가 진짜로 화난게 아닌걸 아니까 저렇게 웃는거다. 일부러 기분 풀어주려고. 저게 박찬열식 사람 다루기인데 저렇게 즐겁게 웃으면 낼 화도 도로 들어간다. 사람 진짜 화날 때까지 붙잡고 늘어지는 얘 아니기도 하고. 똥파리처럼 등을 굽히고 양손을 앞으로 모은 박찬열이 웃기기도 해서 비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웃는 내얼굴을 보고 따라 웃은 박찬열이 큰 목소리로 경수를 불렀다. 책가방을 싸던 경수는 박찬열을 한번보고 내얼굴을 한번 봤다. 시선을 책가방으로 돌린 경수가 챙기던 책가방을 마저 챙기고 걸상에 책가방을 내려놓은뒤 내 자리로 걸어왔다.
"오늘 경민이 집에서 놀건데 갈거지?"
"갈 곳도 없었는데 잘됐네."
"경민이네 집에가서 뭐하고 노는데?"
"그건 가봐야 알지"
"야 답 나왔다 다들 앉아-"
내 앞자리에 앉아있던 박찬열과 서있던 경수가 자리로 돌아가고 난 책상서랍에 곱게 넣어뒀던 시험지를 꺼냈다. 제일 처음 매는 시험지가 한국 지리였는데 한국지리는 특히 약한 과목이었기 때문에 살짝 긴장됬다. 기분 더럽게 처음부터 한국 지리네.. 한국지리는 해도 해도 헷갈리는게 매 시험 마다 1등급을 맞는 얘들이 정말 신기했다. 뭐 타고 나는게 있는건가?. 그러고 보니 도경수 저번 시험에서 한국지리도 1등급 나왔었지. 아니 지금 경수를 생각할게 아니라 내 채점이나 신경써야지. ... ...헐? 이거 답 두개였어? 나가 죽어라. 이 병신같은놈!...왜 이건 또 3번인데? 답지 잘못 나온거 아냐?!
한국지리 채점을 매다가 결국 시험지를 살포시 접었다. 더이상 채점을 매면 기분이 바닥을 쳐 시험 끝나고 난 뒤의 자유를 만끽하지 못할 것 같았다.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터져나온다. 경수는 잘 봤나 싶어 흘끔 쳐다봤는데 손이 쉴새없이 동그라미를 그려대고 있었다. 어휴..쟤가 못볼리가 있나. 아니야. 쟤는 쟤고 나는 나지. 자책하지말자.. ...그냥 입 쳐 닫고 빨리 이 시간이 지나기만을 바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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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아키
"아 시험도 끝났는데 존나 할거 없네"
"뭐 할거 없냐?"
"브루마블이나 할래?"
"브루마블 같은 소리 쳐 하고 앉았네"
학교가 파하고 와와와 하면서 찾아간 경민이네 집은 먹을것도 많고 가족들도 늦게 오실예정이라 놀기에 안성맞춤인 장소였다. 그런데 왜인지 모두들 무기력해져서 경민이놈 방 침대에 서로를 베개 삼아 누워있는 중이었다. 심심함을 못 참고 제가 베고 있는 박찬열의 등허리에 뒤통수를 콩콩 찍었다. 뒤통수를 콩콩 두드리다가 고개를 돌려 찬열의 어깨를 앙 하고 물었다. 가끔 하는 장난인데 이럴때면 박찬열은 이갈이 하냐며 날 개새끼 취급했다. 개새끼 취급하는건 기분 나쁜데 지금 존나 심심해서 온몸이 견딜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무력감을 해소하기 위한 작은 장난.
박찬열이 휴대폰만 두드려다 보고 반응이 없자 재미가 없어서 어개를 힘주어 물었다. 박찬열이 소리를 지르며 벌떡 일어나 버려서 박찬열 팔에 머리를 맞긴 했지만 박찬열이 아파하는거 보니 재미있었다. 낄낄거리면서 웃으니까 박찬열이 팔로 내 목을 둘러 힘 줘 조였다. 버둥대다가 진짜 숨이 막혀서 박찬열 머리를 한대 갈기니 박찬열이 침대로 고꾸라졌다. 서로 전혀 기분 나쁘지 않고 재미 있기만해서 서로 쪼개고 있자 옆에있던 얘들이 끼리 끼리 논다며 병신 같다는 눈빛을 보내왔다. 박찬열이랑 내가 지랄하는거 보면서 지들도 웃어놓고..
시시콜콜 재미없는 농담 따먹기도 이젠 지겹기 시작할 무렵 내 허벅지를 베고 누워있던 집주인 녀석이 갑자기 책상위에 놓여있는 컴퓨터 전원을 켰다. 뭘 하나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데 제쪽을 향하고 있던 컴퓨터 화면을 침대방향으로 돌려 우리가 컴퓨터 화면을 볼 수 있게 만들었다.
"할 것도 없는데 야동이나 볼래?"
뒤를 돌아보며 하는 얘기에 무료함을 가득 담고 있던 아이들의 눈빛이 순식간에 활기를 찾았다. 경민이 말이 끝나자 마자 가장 신난 박찬열은 제 배에 내가 누워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건지 급하게 몸을 일으켜서 나는 침대에 머리를 쿵 하고 떨어뜨렸다. 방심하고 있던 찰나에 머리를 떨어뜨려서 댕- 하고 골이 울리는 기분이었다.
"아 미친놈아, 갑자기 일어나면 어떡해"
"미안 씨발. 너무 흥분해서"
"미친, 표정봐라 존나 흥분했네."
"그래서 본다고 안본다고?"
"그런건 묻들 말어. 왜 당연한 걸 묻고 있어"
혈기왕성 야동을 본다는 말에 흥분한 박찬열 외 삼인은 컴퓨터 모니터 앞에 바짝 붙어 허리를 꼿꼿히 세워 앉아 있는 상태이다. 진짜로 볼 작정인가? 별로 보고 싶지 않은데. 어떡하지.. 어쩌지 어쩌지 안절부절 고민을 하던 중 누군가 어깨를 툭 건드려왔다. 어깨를 건드린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한손에는 언제 꺼냈는지 모를 책을 쥔 경수가 손가락으로 얘들이 앉아있는 방향을 가리키며 볼거냐고 물어왔다. 안 볼 거라는 뜻으로 고개를 좌우로 젓자 경수가 내 머리를 슥슥 쓰다듬으며 입술을 하트모양으로 만들며 웃었다.
"나도 안 볼 건데, 거실로 같이 나갈래?"
"어?..어, 같이 나가. 잠깐만"
문 앞으로 걸어가는 경수를 붙잡아 두고 급하게 휴대폰을 찾았다. 휴대폰을 손에 쥐고 종종 걸음으로 경수 앞으로 걸어갔다. 방금 전 경수가 쓰다듬어 약간 헝크러진 머리를 매만지니 경수는 그런 날 보며 또 입술을 하트 모양으로 만들며 웃었다. 내가 그렇게 웃기게 생겼나.. 뭘 하지도 않았는데 나만 보면 웃어.
"우린 거실에 나가 있는다."
"이런 남성 같지 못한 것들. 친구들과의 야동이 창피한게 아니에요~"
"너희들이나 봐."
깐족대는 박찬열을 향해 중지 손가락을 한번 날려주는데 경수가 내 어깨를 잡아 문밖으로 돌려세웠다. 거실소파에 앉는 경수를 한번 보고 그 앞 소파의 아래쪽에 앉았다.
"넌 평소에 책을 챙겨 다니냐?, 시험도 끝났는데 왠.."
"시험 전부터 읽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왜 재수없어?"
책을 읽을 준비를 하는 경수를 올려다 보며 입을 삐죽 대면서 틱틱 거리니까 그런 내 입술을 제 손으로 경수가 툭 건드려왔다. 아니 딱히 재수없는 건 아니고.. 작게 웅얼웅얼 하니까 웃는 얼굴로 내 고개를 테이블 쪽으로 돌리면서 못 놀아 줘서 미안. 하는 경수다.
"내가 무슨 애완견도 아니고.. 굳이 안 놀아 줘도 된다."
"알았어, 알았어."
계속해서 웃음을 머금고 이야기 하던 경수가 정말 책을 읽으려고 준비를 하자 나도 테이블에 몸을 반쯤 기대 휴대폰 화면을 켰다. 10분여 동안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는데 솔직히 휴대폰 켜서 할 것도 없고.. 인터넷 서핑이나 하면서 경수를 흘끔흘끔 쳐다보는데 책에 완전 몰입 한건지 제가 멀뚱멀뚱 쳐다봐도 책에 콕 박힌 시선은 저를 향할 줄을 모른다. 아 심심해... 시험도 끝났는데 뭐 이렇게 무기력 하지. 지루함에 눈이 점점 감겨오자 휴대폰을 테이블 한쪽에 놓고 몸을 그대로 테이블 위로 늘어뜨렸다. 볼에 닿는 차가운 유리테이블의 온도가 익숙해져 갈 즈음에 옆에서 책을 탁 덮는 소리와 몸을 일으키는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얼마안가 화장실 스위치가 눌러지는 소리와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 끝에 결국 테이블에서 몸을 일으켰다. 딱 잠에 빠질 뻔 했는데 경수 움직이는 소리에 왜 인지 모르게 잠이 싹 달아나 버렸다.
"무슨 야동 한편이 이렇게 길어. 지루해 죽겠네"
하품을 크게 하면서 휴대폰을 집어드는데 경민이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박찬열이 거실로 나왔다.
"어? 다봤어?"
"아니."
이제 지루함을 좀 떨칠 수 있겠다는 신남에 몸을 반쯤 일으키며 박찬열을 향해 물었다. 그런데 박찬열 목소리가 낮게 깔린게..왜 저렇게 심각해?
크지 않은 거실을 긴다리로 휘적휘적 걸어와 내 앞에 섰는데 이거 표정도 꽤 진지해 보인다.박찬열 얼굴을 보고 있자니 나도 괜시리 심각해 졌다.
"왜 무슨..악!"
무슨 일 있냐고 물으려는 순간 박찬열이 팔로 내 목을 감싸안더니 헤드락을 걸듯이 제 품으로 날 끌어 당겼다. 숨이 막혀서 박찬열 팔을 때리는데 꿈쩍 않더니 힘을 줘서 날 끌고 경민이 방으로 들어갔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저항 한번 못해보고 이게 무슨 봉변이냐 생각하고 있는데 방문을 열고 들어서자 마자 얘들의 환호 소리가 터졌다. 박찬열에게 질질 끌려 방안으로 들어가면서 목에 감긴 손을 푸려고 버둥 거리는데 갑자기 목에 감긴 손이 풀렸다. 잡혀있던 목을 감싼채로 콜록 거리는데 강한 악력이 어깨를 눌러서 바닥에 그대로 앉게 됬다. 아니 이게 무슨 납치 상황도 아니고 뭔데 이러냐고!
"우리 백현이도 남성으로 성장을 준비 해야지."
"콜록...갑자기.."
"백현이 이런거 한번도 본 적 없쪄요?"
기침이 멎고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내 뒤에 앉은 박찬열이 양팔로 날 단단히 포박하고 있었다. 박찬열 다리 사이에 앉아 뒤에서 감긴 팔로 꼼짝 못 하게 된 나는 박찬열 말에 고개를 들어 바로 앞에 위치한 모니터를 보게 되었다. 그제서야 나는 이 힘만 쎈 집 요정 새끼가 나에게 저들이 아까까지 보고 있던 그 '야동' 을 보여주려고 이런 지랄을 하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대충 무슨 상황인지 알게 된 나는 벗어 나려고 버둥 거렸는데 박찬열과의 압도적인 힘 차이, 키 차이 때문에 모두 소용 없는 짓이었다. 이렇게 힘으로 제압할 때는 뭐 어떻게 이겨먹을 수가 없었다. 부모님께 물려받은 키 유전자를 무력을 사용할 때 이용 하다니! 이런 지옥에 떨어질 놈!! 얘들이 나에게 '야동' 을 보여주려고 하는 이유는 내가 한번도 그것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야동' 이라는 존재 조차 모른채로 16년을 살아왔고 제 인생 17년 때에서야 박찬열을 통해야동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야동' 에 대해 알게 된 이후로도 한번도 그것을 본적은 없었다. 그리고 박찬열은 내가 '야동'을 본 적 없다는 걸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제게 그걸 보여주려 이 지랄을 하는 것이다.
"시발! 이거 안놔 박찬열?!!"
"야동을 볼 시기가 찾아 왔습니다. 용자여."
"용자는 개뿔 시발!, 죽일거다! 너 죽일거다!!"
"예. 야동 한번 보고 죽이시지요"
"안 본다고오오!!놓으라고.."
씨발..나의 순결이 여기서 깨지게 되는 구나.. 내가 인생을 살면서 야동을 본 적 없다는 건 나의 순결함의 결정이요. 남들에게 자랑할 거리였는데... 아아, 어머니 오늘 당신의 아들이 야동이라는 흉물 스러운 걸 보게 되는 걸까요... ... ...이대로 볼 순 없어! 내 18년 인생!! 집 요정 새끼가 깨뜨릴 만 한 그런게 아니란 말이야!! 마지막으로 나로서 최선의 저항을 해봤지만 박찬열에게 1%도 먹히지 않았다. 낄낄 거리며 재생 버튼을 누르는 얘들을 쳐다보다 결국 눈을 질끈 감았다. 듣기 민망한 신음 소리가 들리고 얼굴에 열이 오르는게 점점 느껴졌다. 눈을 꼭 감고 있는데 변백현 얼굴 빨개진 것 봐! 하면서 쪼개는 그지 같은 녀석들의 웃음 소리가 들렸다. 내 얼굴은 왜 주인 말 무시하고 지 마음대로 빨개져. 주인 말 안 듣는다고 저를 자책하고 있을 때 저벅저벅 누군가 옆으로 걸어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낮게 가라 앉은 목소리가 들렸다.
"시발."
그 낮은 목소리에 바닥을 치며 웃던 얘들의 웃음소리가 멎었다. 나는 질끈 감고 있던 눈을 뜨고 옆으로 고개를 슬몃 돌려 방금 들려온 목소리의 주인공을 발견했다. 경수가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저를 안고 있는 박찬열을 노려봤다. 헐, 그러고 보니까 방금 도경수 욕한 거야? 나 도경수 욕하는거 처음 봤어. 다른 아이들도 나와 다름없는지 벙 쪄진 얼굴로 경수를 올려다 봤다. 날 놀리는게 인생의 낙이신 듯 한 박찬열만 빼고.
"변백현 귀 빨개진 것 봐. 존나 웃겨"
"미친."
박찬열과 박찬열 품에 안겨 있는 나를 번갈아 내려다 보던 경수가 한숨을 뱉으며 머리를 한번 쓸어 넘겼다. 그리고 내 팔을 잡아 나를 일으켜 세운 뒤 경민이 방을 가로질러 거실로 나갔다. 영문도 모르고 끌려 나온 나는 뒤돌아 서있는 경수의 뒤통수만 쳐다 보고 있었다. 왜 그러냐고 물을까 우물쭈물 망설이던 중 경수가 뒤를 돌아 나를 한번 보더니 다시 작은 한숨을 뱉었다. 복잡한 표정을 한 채 아무말 없이 서 있던 경수가 다시 경민이 방으로 들어가더니 가방을 들고 나와 테이블에 놓여 있던 책을 집어 넣었다. 가방을 어깨에 맨 경수가 복잡한 표정을 한 채로 날 돌아 봤다.
"백현아."
"어..어?"
"... 미안."
미처 붙잡을새도 없이 가방을 매고 밖으로 나가 버리는 경수에 거실에 나혼자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 뒤따라 나온 박찬열이 도경수 갔냐? 하고 묻기에 고개를 끄덕여 줬다. 미안할게 뭐가 있다고 도경수는 나한테 미안 하다고 했을까. 아주 잠깐 이었지만 복잡해 보였던 경수의 얼굴이 떠올랐다. 무슨 말 못할 사정이라도 있는건가? 괜스레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 아키의 말 |
무료한 잉여시간을 보내기 위해 찌게된 글 입니다. 글 솜씨라곤 존재하지 않는 오백아만자의 놀음.. 여튼 재미없는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함니다.(--)(__)(꾸벅) 오타 지적 ☆★대화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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