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락비/피코] 표지훈 우지호 그리고 우리 season 2 14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e/a/0/ea06eb52666d56e603a97a6434103680.jpg)
표지훈 우지호 그리고 우리 season 2 14
퇴원을 했다. 딱히 나갈 일이 없어 밖에 잘 나가지 않아 나까지도 병원 특유의 냄새 탓에 가슴이 답답했는데 밖으로 나오니 차가운 공기와 함께 탁 트인 공기가 나와 지호를 맞이해준다. 쇼핑백을 들고 다니기엔 귀찮아 집으로 가져가야 할 물건들은 온통 내 가방 속에 꾸역꾸역 쑤셔놓았다. 오랜만에 나온 김에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싶었지만 딱히 갈 곳도 없고 밖은 너무 춥다.
이러다 또 지호 감기 걸리는 건 아닌가 가방 앞주머니 아직 쓰지 않은 핫팩을 우지호에게 건넨다.
“손 차가워. 녹여”
조금 거리를 걷다 보니 하늘에서는 차가운 눈송이가 떨어진다. 하늘 위로 올려다보니 온통 하늘이 하얗다. 폭설은 아니겠지? 추운데…. 옆을 돌아보니 우지호의 머리 위에도 비듬 같은 눈송이가 쌓여간다. “뭐” 제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마자 삐딱하게 말을 툭 쏘지만 “너 보는 거 아니거든” 눈 보는 거야. 머리 위에 눈.
“처음 눈 맞은 날 기억나?”
“최악이었지.”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은 날. 항상 싸늘했던 우지호. 굳이 우지호의 옆에 붙어가며 우지호의 친구들 사이에 끼어 같이 급식을 먹었다. 처음 보는 후배가 지호에게 친한 척을 해가며 선배들 사이에 끼여있으니 당연히 형들은 날 싫어했다. 특히 경이 형…. 몇 번씩 대놓고 나를 저격하는 말을 서슴없이 했지만 나는 꿋꿋했다. 물론 우지호는 입을 닫은 체 남일이라는 듯 나를 무시했지만.
우지호가 어묵볶음이 나와 내 급식판에 있던 어묵볶음을 우지호에게 모조리 다 주고는 사실 칭찬을 조금 기대했다. 아니, 그냥 조용히 먹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했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형들은 나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내뱉었다.
“뭐야 게이야?”
“쟤 너 좋아하는 거 아니야?”
맞아요…. 지호의 표정이 티 나게 굳어지고 아 실수했나? 내가 지호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제로 웃고 떠들던 형들은 그제야 입을 닫았다.
“지호…형. 팬이라서….”
밖에 나가보니 눈이 내리고 있었다. 이미 학생들은 운동장에 뛰어다니며 눈싸움을 하기 바빴고 지호형의 친구들도 운동장에서 눈사람 같은 눈덩이를 만들어 눈싸움에 빠져있었다. 가만히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우지호의 옆에 가만히 서있다 교실 안으로 들어가려는 것인지 학교 건물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나도 우지호의 뒤를 쫓아갔다.
“음악실 갈래요?”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지호의 발걸음은 제 교실과 같은 층에 있는 음악실로 향했다. 역시나 아무도 없다. 제법 커플들이 많이 오지만 눈이 내려서 그런가 오늘은 아무도 없다. 평소 시끌벅적한 점심시간의 복도조차도 한적했다. 그날이 그날이었을 것이다. 아까 들은 게이라는 말 때문인지 기분이 안 좋아 보인다.
음악실 뒤에 있는 낡은 소파에 소리 나게 털썩 앉는다. 나는 음악실 의자를 끌고 와 지호 앞에 놔두고는 무릎이 닿는 거리에서 앉아 얼굴을 본다. 키가 똑같아 서서 눈을 마주치면 눈 높이가 같았지만 소파의 높이보다 의자의 높이가 더 낮아 지호의 얼굴이 더 아래에 있다. 바로 앞에 있는 나를 보지 않고 계속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려 지호의 얼굴만 한 손으로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게 한다.
“자꾸 어딜 봐요?”
“…….”
“나 봐요.”
지호와 나 사이에서 떠드는 건 나 밖에 없었기에 내가 입을 닫아버리니 음악실 안은 정적만 가득했다. 분위기는 내게 말했다. 지금이 키스할 타이밍이라고. 아무도 없는 음악실 안에서 나는 의자에서 살짝 일어난 채로 지호에게 다가갔고 내 입술은 피하지 않는 지호의 따뜻한 입술에 포근하게 닿는다. 싫지 않은 거야 너도….
처음에는 그저 입맞춤으로 끝내려 시작을 했지만 막상 시작을 하니 끝을 보고 싶었다. 여기가 어디든. 해서는 안될 짓이라도 너의 의지는 무시하더라도. 점점 빨려 들어가는 입술에 감성은 이성을 제어하지 못하고 미친 듯이 너의 입술에 파고들었다. 나는 너를 좀 더 느끼려 미친 듯이 애를 썼지만 지호는 미동이 없다. 항상. 하지만 그 미동 없는 입술이 조심스레 열린다. 나를 제어할 수가 없었다.
손은 급하게 지호의 와이셔츠 서툴게 단추를 풀어내기에 바빴고 긴장감에 손은 떨려오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너는 아무 미동이 없다.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이런 선택을 해도 되는 것인지 잘못된 것은 아닌지 너도 나를 원하는지 머릿속은 점점 생각이 쌓여만 간다.
한참 너를 느껴가는 그때 지호는 내 어깨를 세게 밀어내며 나를 밀쳤다.
“왜? 싫어?”
입모양으로 씨발…. 연신 욕을 해댄다. 그리고 옆에서 인기척이 느껴져 혹시나 고개를 돌려보자 입구에서는 경이형이 있었다. 지호는 와이셔츠 단추를 신경질적이게 잠그고는 음악실을 빠져나갔다. 경이 형도 경이형이지만 지금 내게 중요한 건 지호 밖에 없었기에 무작정 지호를 따라 음악실을 나갔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음악실에서 우지호의 손목을 잡았다.
“미안….”
“정신 차려. 학교야”
“…미안.”
“게이 소리 듣기 싫다.”
"조심할게요."
“어차피 조만간 끝낼 거잖아. 진짜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무슨 말이야?”
“끝내자고.”
지호의 손목을 놓아주었다,
“이젠 별 재미도 없다.”
사람 없는 한적한 복도 속을 걷는 지호의 뒤통수를 멍하니 바라본다. 어떻게 해야 돼…. 한참을 지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음악실 쪽에서 발자국 소리가 천천히 다가오고 그 발자국 소리의 주인이 내 옆으로 다가와 어깨에 손을 올린다. 혹시 다시 나타날까 지호가 없는 하얀색의 벽에서 눈을 떼지 못하다 그제야 옆을 바라본다.
“진짜 사귀는지 몰랐네.”
“…….”
“미안하다. 호모포비아 그런 거 아니니깐 걱정하지 말고”
“…….”
“미안하다 진짜.”
“손 치워”
형의 눈에는 당황함이 섞여 있었다. 형이 어깨에서 손을 내리자 천천히 뒤를 돌아 계단을 내려간다. 계단이 길다. 그 말밖에 할 수 없었다. 계단이 길다. 계단을 내려가자 똑같은 복도가 나온다. 사람 한 명 없는 조용한 복도. 천천히 복도를 걸어 교실로 들어가 자리에 앉는다. 교실마저 텅 비었다.
그날 하루는 하루 종일 책상에 누워있었다. 친구의 장난에 싸울 뻔도 했지만 아무것도 신경 쓰이지 않았다. 형의 말은 이별 선고였지만 아무것도 믿기지 않는 나에게는 그저 경고로 들릴 뿐이었다. 학교를 마치고 짐을 바리바리 싸 교문 앞에서 우리 학년 보다 더 늦게 나오는 지호를 기다렸다.
한참 뒤에 보이는 지호의 모습. 나올 때 미리 내가 항상 서 있던 곳을 본 것일까 내가 있는 곳엔 눈길도 주지 않고 지나쳐간다. 무작정 뒤를 따라 걸어도 다 알면서도 뒤돌아보지 않는다. 결국 집 근처에 도착하고 골목길에 들어서 속도를 높여 지호의 옆에 서 걷는다.
“춥지?”
대답은 없지만 목에 두르고 있던 목도리를 벗어 지호의 목에 천천히 두른다. 평소에도 말이 없고 쌀쌀맞지만 음악실에서의 그 목소리를 기억하는 이상 이런 행동조차 쓰잘떼없는 짓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을 깨닫는 순간 눈물이 주체 없이 흘렀다.
"헤어질 거면 내가 준거 다 줘”
오늘따라 내가 준 옷들을 껴입고 온 것은 대충 슥 훑어봐도 알 수 있었기에 어떻게든 잡으려고 한 말이었지만 지호는 그 자리에 멈춰 서 방금 목에 둘러준 목도리부터 시작해 후드 집업 니트 그리고 신발까지 벗으려 하고 있다. 모든 것이 어벙했다.
“아니…. 그거 내가 준거 아니야. 그거 형 거예요.”
그 말을 무시한 체 신발을 벗고 차디 찬 눈이 쌓인 골목길을 걸어간다. 미치겠다. 무작정 지호를 안아들어 던져놓은 후드 집업 위에 앉힌다.
“춥잖아”
그리고 이미 젖어있는 발에 신발을 다시 시켜주고 목도리를 둘러준다.
“그냥 오늘따라 내가 준거 많이 입고 와서….”
“…….”
“…잡으려고 그랬지.”
“…….”
“달라고 진짜 주냐 바보같이”
“놔. 손대지 마라”
“추운 거 싫어하잖아. 진짜 헤어질 거야?"
말없이 엉덩이를 툭툭 털고 일어나 집으로 들어간다. 얼마 전 헤어졌을 때 집 앞에서 무작정 밤을 새울 생각을 한 것 또한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같았다. 가만히 집 앞에 서성거리다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보단 이젠 어떻게 해야 되지 하는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려 집 앞에 쪼그려 앉아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그 추운 날씨에도 눈만 감으면 잠이 드는 버릇은 여전했는지 잠시 눈을 떠보니 이미 해는 뜨겁게 떠있었고 바로 앞에는 우리 학교 교복을 입은 남자가 서있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난 알 수 있었다. 지호다….
긴 손으로 자신의 옷을 벗어 덮어주려다 눈을 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잠시 멈칫하더니 그래도 옷을 무릎 위에 놓아준다.
“노숙자야?”
“잠든 지 몰랐…”
아침이라 목이 잠긴 것도 있었지만 목이 심하게 쉬고 부었는지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들어와”
꽁꽁 얼어 움직여지지 않던 몸을 힘겹게 움직이고는 얼어 아무 느낌이 없는 손가락으로 지호의 후드 집업을 집어 지호 뒤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선다. 추워…. 나를 침대에 눕히고 난 후 담임선생님께 전화를 걸어 병원에 들렀다 간다며 거짓말을 쳤고 나에게도 미리 전화를 하라며 거실 바닥에 떨어진 내 폰을 던져주었다.
전화를 걸고 있을 때 지호는 부엌에서 밥과 물을 끓여 간단한 죽을 만들어 나에게 주었고 죽을 먹는 나에게 증상에 대해서 자세히 말해보라며 재촉했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 뭘 해야 할까 멀뚱멀뚱해 질 때쯤 내 이름으로 병원에 가 약을 지어왔다.
“병신아”
침대에 누워 깜빡 졸뻔하다 지호의 목소리가 들리자 고개를 돌려 교복을 차려입고 신발을 신고 있는 지호를 보았다.
“간다”
그날 집에 와서도 하루 종일 나를 간호해 주었다. 물론 관심 없는 척했지만 간호라고 치기엔 너무 매정했지만 눈빛이 말하고 있었다. 미안하다는 감정을 표현하고 있었다. 자기는 또 그렇게 생각하겠지. 아무런 티 안 내고 잘 했어. 눈치 못 챘겠지? 개뿔.
“그것도 생각나”
“뭐?”
“태운이 형이 넌 줄 알고 학교 안 가냐고 깔아뭉갰었는데”
맞아. 그때가 첫 만남이었지.
표지훈 우지호 그리고 우리 season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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