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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성] 목욕탕집 아들 나무

w. 싱로

 

별거 없는 단편이지만 가볍게 즐겨주세요. 무단 배포는 환영이지만 내용 및 작가 무단 수정은 시르다^_ㅠ

 


목욕탕집 아들 나무

“남우현!! 안 일어나고 뭐 해!!!!!!!”

 

 

 

으으…….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나 잔뜩 잠긴 목소리가 절로 터져 나왔다. 황금 같은 일요일 아침부터 이게 웬 난리야.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니 6:20이라는 숫자가 눈에 들어온다.

 

‘아직 서프라이즈 하려면 한참 남았는데…….’하며 구시렁거리자 곧바로 ‘서프라이즈는 무슨 얼어 죽을 서프라이즈! 얼른 일어나서 카운터나 봐!’ 하는 우렁찬 대답이 돌아온다. 엄마… 아침 댓바람부터 일어나서 열 시까지 야자 하다 돌아오는 이 아들내미 불쌍하지도 않으신가요…? 곧 있으면 턱이랑 키스할 기세인 이 다크써클이 정녕 안 보이세요? 하고 최대한 비련의 여주인공 코스프레를 하려 했으나, 주위를 한 번 둘러보고는 그 위험한 생각을 접어야만 했다. 빗자루, 단소, 밀대 걸레, … 그냥 눈에 보이는 모든 게 무기다. 저놈의 단소는 학교에 가져가려고 찾을 땐 죽어도 안 보이더니 왜 이럴 때 나오고 지랄이람. 아무래도 오늘은 날이 아닌 것 같다. 지은 누나 나오는 인기가요 봐야 되는데……. 하지만 난 엄마의 등짝 어택이 두려운 한낱 고딩일 뿐. 때문에 난 느릿느릿 화장실에 들어가 대충 세수와 양치만 하고, 옷을 주워입고, 주머니에는 세콤 보안카드를 넣은 채 집을 나서는 수밖에 없었다.

 

 

 

 

 

잠을 못 자는 게 아쉽긴 하지만, 목욕탕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나름 시내 쪽에 있어서, 머리 벗겨지고 배 나온 아저씨들 대신 키 크고 멋있는 형들도 종종 오기 때문에 앉아서 카운터만 보는 것도 심심하진 않다. 그렇다면 난 게이인가? 절대, 네버 아니다. 난 지극히 노멀인 건장한 대한민국의 남아일 뿐이다. 내 발걸음이 가벼운 이유는! 멋있는 형을 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만히 앉아서 돈 받고, 열쇠랑 수건만 주면 시급 4000원이나 받을 수 있으니까! 단지 그뿐이다.

 

 

 

 

 

괜히 혼자 찔려서는 미친 사람처럼 고개를 끄덕였다가, 가로로 저었다가, 혼잣말까지 열심히 하다 보니 금방 목욕탕 건물 앞에 도착했다. 이미 엄마나 청소 아주머니가 왔다 가신 건지, 보안 설정이 해제되어있다. 2층으로 올라가며 오늘은 뭘 할까, 저번 주에 못 본 무한도전이나 보고, 엘형이 나오는 닥꽃밴인가 뭔가도 보고, 흐흐흐… 마지막까지 공부 생각은 죽어도 안 하면서 누구보다 잉여로운 하루를 보내겠다고 다짐한다.

 

 

 

 

 

두터운 패딩 점퍼를 간이침대에 올려두고 익숙하게 발로 컴퓨터 전원 버튼을 누른다. 역시 비싼 게 좋은 건지 빨리도 켜진다. 본격적으로 잉여로운 하루를 보내기 전에, 갑자기 코미디빅리그가 보고 싶어져서 초록 창에 ‘게임 폐인’을 치고 동영상 하나를 틀었다. 스피커 볼륨은 적당히 줄이고. 푸, 푸흐흑흐흐헉허. 하는 짐승의 것과 비슷한 소리를 내며 한창 동영상 속으로 빠져들고, 난 한껏 이용진에 빙의해 최대한 비슷한 목소리를 내려 했다.

 

 

 

 

“학생 한 명이요.”

“으음~ 시르다~”

 

 

 

그때였다.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쥔 하얀 손 하나가 불쑥 내 시야 안에 들어오고, 학생 한 명이요, 하는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러니까 이 대화는 정말, 거의 동시에 튀어나왔다. 타이밍 죽이게도 내가 살짝 늦어져서, 마치 내가 손님 받기 싫다고 대답한 꼴 같이 되어버렸지만. 내가 이러한 생각을 하는 약 3초간, 난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상대편에선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푸흡.”

 

 

그리고 지금, 그 정적을 깨는 이 비웃음 소리. …망했다. 쪽팔려 죽겠다.

 

 

“어… 어… 죄송합니다.”

 

 

…진짜 망했다. 말까지 더듬고, 이 찌질한 대답은 또 뭐람. 오 주여… 왜 제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가 아니고, 거스름돈을 주며 자세히 보니 낯이 익다. 설마….

 

 

“혹시 김성규…?”

 

 

말끝을 흐리며 물어보자, ‘너 나 어찌 앎?’ 하는 표정을 짓더니, 날 기억해내려는 듯 안 그래도 작은 두 눈을 실눈으로 뜨며 더 작게 만들고 있다. 그런데, 어째서 나는, 그 모습이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을까. 그렇게 몇 초간 날 빤히 쳐다보더니 아, 하는 탄성을 낸다.

 

 

 

“남우현? 맞지? 너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 알바?”

“질문은 한 개씩 하면 안 되냐? 남우현 맞고, 사실 나 이 집 아들이야.”

“아 진짜? 근데 난 왜 한 번도 못 봤지?”

“그야…….”

 

 

아침에 퍼질러 자느라 마지막으로 카운터 본 게 1년도 더 된 일이니까, 라는 뒷말은 삼켰다.

 

 

“그야 뭐?”

 

 

그만 좀 물어봐 주면 안 되겠니? 부끄러워서 차마 대답을 못 하겠다고.

 

“그냥 뭐……. 그보다 너 계속 여기 다녔어?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거야.”

“응 계속 다녔고, 이제 가야지. 갈게!”

 

 

김성규는 그렇게 말하고는 유유히 안으로 들어갔다. 실질적으로 대화를 나눈 시간은 1분도 안 되는데, 어째 약 1년간 교실에서 본 것보다 훨씬 가까워진 것 같다. 내가 고1 생활하면서 쟤랑 말을 해본 적이 있긴 한가? 열심히 기억을 더듬고 있는데 모니터엔 일시 정지 시켜놓은 동영상이 얄밉게도 띄워져 있다. 이 빌어 처먹을 예삐공주!!!!!!!!!!!!!!!!!! 내가 다신 이 프로를 보나 봐라.

 

그러고 보니 아직 탕 점검도 안 했고, 시간도 7시 정식 오픈 전인데 김성규는 왜 이렇게 빨리 왔다냐. 아씨… 탕 점검하러 들어가야 되는데 김성규 이미 씻고 있으면 어떡하지. 그래도 탕 점검은 해야겠고… 에라 모르겠다. 공과 사는 구분해야지!

 

 

…라고 다짐했지만, 막상 안으로 들어오니 괜히 저까지 벌거벗겨진 채로 서 있는 듯한 기분이다. 본인은 반팔 티에 트레이닝 바지까지 챙겨 입었고, 정작 벗고 있는 건 성규 하나뿐인데도. 그나저나 이 상황에 떠올릴 만한 생각은 아닌 것 같지만, 진짜 하얗다. 어째 한 번 볼 때마다 점점 더 하얘지는 것 같아서, 그게 참 신기해서 자꾸 저도 몰래 힐끔힐끔 보게 됐다. 그런데 그게 너무 노골적이었나.

 

 

“왜 자꾸 힐끔거리면서 쳐다봐.”

 

 

이렇게 말하는 김성규의 얼굴은, 탕 내부의 열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살짝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귀엽다. 자꾸 쳐다보는 게 기분 나빴는지 목소리는 약간 퉁명스러웠지만. 이 와중에 오물거리는 저 빨간 입술이 참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목도, 손도, 다리도 다 하얀데 딱 두 군데, 입술이랑 볼만 빨가네. 뚫어져라 입술을 보는 시선을 느낀 건지, 볼이 점점 더 빨개진다. 아? 설마 지금 저런 게 더워서가 아니고 나 때문에 부끄러워서?

 

 

“푸흣.”

 

 

아까 카운터에서의 김성규의 것과 비슷한 소리가 나왔다. 김성규가 쫙 째진 그 작은 눈을 내리깔고 바닥만 쳐다본다. 아…야해. 거기까지 생각하고 보니 이미 내 몸은 김성규의 앞까지 걸어와 있었고, 그대로 턱을 잡아 예의 그 입술을 집어삼키는, 행동이 이성을 앞지르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었다.

 

 

 

김성규는 나름대로 힘준다면서 내 어깨를 밀어내는데, 손에 힘이 하나도 안 들어가 있는 것 같다. 집중 안 되게. 가만히 좀 있을 것이지. 혼을 쏙 빼놓을 작정으로 혀를 옭아매자 이제 그냥 체념한 것 같다. 아니, 체념을 넘어서서, 직접 내 목에 손까지 두른다. 아, 이거 너무 야한데. 턱을 잡고 있던 손이 점점 아래로 내려가려 하는데, 순간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온 건지 나를 세게 밀어낸다.

 

 

 

“무슨 짓이야 이게? 성추행으로 신고 당하고 싶어?”

 

 

숨을 고르면서 씩씩대고 말하는데 얼굴이 존나 펄레드네요. 카시오페아세요? 음, 이러나저러나 귀엽다. 근데 거기에 더 있으면 진짜 성추행범으로 신고 당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냥 나왔다.

 

 

탕 내부에 비해 시원한 카운터에 앉아 있으니 이제서야 내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실감이 난다. 아… 이제 김성규 얼굴 어떻게 보지. 근데 기분은 좋았는데, 뭐지? 왜 좋았지? 진짜 게인가? 시발… 어머니….

 

 

 

“아아아아아아아아앙가각가가악!!!!!!!!!!!!!!”

 

 

머리채를 잡고선 빅뱅 전의 우주, 폭풍전야, 카오스, 멘탈붕괴 그 외의 어떤 단어로도 형용하기 어려울 만큼 혼란에 빠져서 혼자 몇십 분을 그러고 있었는데 CCTV에 김성규가 신발을 챙겨 드는 모습이 포착된다. 큼큼. 머리 정리하고, 목도 좀 가다듬고.

 

 

나왔다.

 

 

“야.”

“…….”

“김성규.”

“…….”

“다음 주에도 올 거지? 나 그때도 카운터 볼 건데.”

 

 

한껏 목소리를 깔고 음흉한 미소를 띤 채 말했다. 그러자 김성규가 그대로 멈춘다.

 

 

“남우현 너! 너…….”

 

 

말을 못 이은 채 그냥 씩씩대며 나가버린다. 어쩐지, 마주한 성규의 얼굴이 아까 안에 있을 때보다 더 붉게 달아올라 있던 것 같았다.

 

 

 

 

 

Fin.

 

 

 

그냥 갑자기 생각나서 쓴 건데 참 부끄럽네요 아잌ㅋㅋㅋㅋㅋㅋ 그냥 가볍게 즐겨주세요... 어째 점점 재미가 없어지지만☞☜

이런 비루한 글 텍파 원하시는 분이 혹시 ㄱ..계신가요? 있으면 손드세요 빵야빵야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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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헣조으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아아그냥 음 말로는 표현할수없는데 좋아여ㅋㅋㅋㅋㅋ내일 학교가야되는뎅...흡..2러go있ㄴㅔYO...
이와중에 깨알 펄레듴ㅋㅋㅋㅋ카시오페앜ㅋㅋㅋㅋㅋㅋㅋ여튼 재밌게 보고갑니당ㅋㅋ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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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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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로
보냈씀당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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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로
오잉... 발송 실패라고 뜨네옄ㅋㅋㅋ큐ㅠㅠㅠ 뒤에 한메일 붙은 부분 말고 그 전까지만 타이핑으로 다시 한 번만 말씀좀 해주세요^_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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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핳...재밌어여!!!!텍파원해요ㅠㅠ
(이메일은 본인/글쓴이/운영진만 확인 가능) , 염치없지만...부탁드려요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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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헐 귀여워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이메일은 본인/글쓴이/운영진만 확인 가능), 으로 부탁드려요!!! 펄레드네요, 카시오페아세요?ㅋㅋㅋㅋㅋ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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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재밋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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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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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로
요까지 보내드렸어용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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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우리나무 박력터지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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