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성
게이 연애칼럼니스트 김준면, 도경수, 그리고 변백현
준면에게 매달 첫번째날은 고뇌의 시간이였다. 남자를 골라야했다. 그것도 제 계획에 변수없이 따라줄 완벽한 남자로. 혹시나 한달후 자비없이 이별을고해도 별다른 집착없이 놓아줄수있는 남자여야했고 어느정도 제 장단에 맞춰줄수있는 남자면 더 좋았다. 일단 이번달 주제를 받고서 1차적으로 핸드폰 연락처를 꼼꼼히 살펴보는데만해도 몇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무관심과 관심의 차이》라는 진부한 주제를 머리에 떠올라며 준면은 전화번호부 윗쪽에 가지런히 위치해있던 '도경수'라는 이름위에 손가락을 올리고서 한참을 고민했다. 두어번 만나면서 결론내린바로는 도경수는 무관심한 남자가 아니였다, 그저 조금 바보같아서 표현하지못하는 남자일뿐. 무관심한 남자라고하기에 도경수는 저를보고 여러번 아래를 세웠지만 바보같이 표현을 한적은 한번도 없었다. 해석은 읽는 독자 몫이라고 애써 떠올리며 준면은 망설임없이 전화를 걸었다. 응 경수야, 나 준면인데..만날래?
* * *
준면은 제 책상앞으로 다가온 백현에게 웃으면서 눈인사를했다. 갓 내려오기라도한건지 책상위에 올려진 커피 냄새가 퍽 좋았다. 와이셔츠 카라 위로 드러난 뒷목에 서늘하게 느껴지는 손가락이 천천히 살을 쓸어내렸다. 소재공책 앞장에 적힌 '무관심과 관심의 차이'를보고서 백현은 웃음을 터트렸다, 이거 완전 나랑 준면씨 얘기네요.
어, 저 백에디터한테 무관심한거 아닌데
설마요
김준면은 거짓말에 능했다. 초반이였다면 달콤한 거짓말에 완전히 속아버려서 혼자 완벽히 착각했을텐데, 김준면을 알고보나 모르고보나 올가미같이 저를 죄어오는건 딱히 달라지지않았다. '게이'라는 이름표를 당당하게 붙이고 제 연애사를 가십거리삼아 벌어먹고사는 김준면은 연애하자는 제안을 깔끔하게 잘라내었다. 백현은 몇달전에 준면이 쓴 고백에대한 칼럼을 떠올렸다. 남자사이라는 민감한 관계인만큼 신중을 가해야된다는 장황한 말이 박혀들어왔다. 김준면은 게이라는것에 민감하지는 않았지만 저를 거절했다. 매달마다 애인에게 죄짓고 사는거같은 기분으로 연애하고싶지는않다며 저를 밀어낼때마저 이상하게도 백현은 '밉다'라는 감정보다는 사랑스럽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백현은 그날밤 클럽에서 만난 이름모를 남자를 김준면이라고 부르면서 제 중심을 밀어넣었다. 만지고싶었고 안고싶었다. 다음주 주제는 사내연애로 잡던지 제가 훼까닥 돌아버리던지 둘중에 하나였다. 김준면이 어디까지 칠렐레팔렐레 날아가나 지켜보는것도 위험했다.
이번달은 누구 만날 생각이에요?
아직 미정이죠, 방금 생각하기 시작했는데
난?
컴퓨터에 집중하던 얼굴이 위를 흘끗 올려다보았다. 커피를 한모금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주위를 살핀 준면은 셀쭉 웃었다. 입술사이에 손가락 하나를 대고서 짧게 입맞췄다 떨어진 준면은 귀에 자그맣게 속삭였다, 백에디터님은 한참 줄서있어야되요. 단정하게 차려입은 올곶은 외모와는 다르게 김준면은 사람마음을 들었다놓을줄알았다. 평소에는 청순가련이다가도 밤만되면 침대위의 요부를 원하는 대다수 남자들의 로망에 완벽히 맞아떨어졌다. 아 시발, 그래서 연애칼럼니스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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