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죽도록 미워했다. 모든걸 다 내어주고 처참히 버려진 내가 불쌍하기도 했다.
비가 내리던 그 날, 모든걸 놓아버리게 했던 너의 그 말. 나는 아직도 기억해 지용아.
***
멍하니 올려다보며 허공을 응시하고 있으면, 눈에 밟히는 건 돌아다니는 먼지들 뿐이었다. 살랑살랑 거리며 누구를 위해 그렇게 춤을 추고 있는지. 슬픔의 무게가 그득히 담긴 눈물은 다 써버린양 더이상 흘러내리지 않았다.
코 끝엔 향내만 맴돌고 있었고, 고요한 정적속에서 언니는 웃고있었다. 그렇게 슬픈 얼굴을 하고 내 앞에서 파편이 되버린 언니는 저 멀리서 웃고있었다. 멍하게 사진을 보며 앉아있다가 머리를 흔들었다. 아파오는 머리를 붙잡고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승현오빠가 다가와 부축을 해주었다. 겨우 몸을 일으켜 지탱을 한 나는 하염없이 언니의 사진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부탁 좀 들어주세요"
"..."
"그사람, 찾을 수 있게 도와주세요."
"ㅇㅇㅇ"
내 말에 승현오빠는 놀란듯이 나를 저지했다. 위험한 사람이라고. 우리가 건들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말을 하는 그의 눈빛에서 느껴진건 과연 뭐였을까. 위험이 닥쳐오는 길을 선택한 나를 승현오빠는 걱정했다. 하지만 이미 결정한 일이었다. 혹여나 내가 죽는다고 해도 나는 상관없었다. 애초부터 죽을 각오를 하고 뛰어들려는 거였으니까. 언니가 없는 나의 삶은 지옥과도 같아. 애원하듯이 쳐다보는 내 눈길에 승현오빠는 무거운 한숨을 지었다. 할 수 있는 한 노력은 해볼게. 대신 너무 무리하지마. 승현오빠의 말을 끝으로 나는 한번 웃어보였다. 나의 입에선 쓴 거짓말이 흘러나왔다. 걱정마.
상복을 벗은 후에 옷을 갈아입었다. 감각을 잃은 듯한 몸에서는 더이상 고통스러웠던 공복의 울음도 들려오지 않는 듯 했다. 외투를 입고 나서 혼자 언니를 지키고 있는 승현오빠에게 인사를 하고 나왔다. 항상 고맙고 미안해요.
4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