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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뮤지스 - 쳐다만 봐
#2
25살이 됐다. 내가 벌써 반오십이라니. 9년이 지났고 나는 그 이후로 정택운을 볼 수 없었다.
"형! 아침부터 어디 가요?"
"어, 재환아! 나 회사가."
"그 옷차림으로? 그리고 나 형 취직 못한 거 알... 아 미안해요..."
"미안하긴 뭐. 뻥인거 걸렸네. 요 앞에 마트. 냉장고가 텅텅 비어서."
"그렇구나. 바나나 우유 너무 많이 사오지 말아요."
"내가 바나나우유 좋아하는거 너가 어떻게 알아? 그리고 요즘은 바나나 우유 안먹어. 질려서."
"알았어요. 잘 갔다와요. 또 동네 이모들 만나서 오래 있다 오지 말고."
"응. 나중에 보자."
집에 먹을 거리가 없어 장을 보러 나가려는 찰나에 앞집 사는 대학 후배 재환이를 만났다.
대학교 다닐 때 부터 만나본 재환이는 항상 밝고 긍정적이였으며 나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나의 마음을 곧잘 읽어주었고 내가 고민이 있어 보이면 금방 좋은 답을 줬다.
내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기 위해 서 있는데 재환이가 내 옆에 나란히 섰다. 나보다 조금, 사실은 조금 많이 큰 키를 무슨 일이냐는 표정으로 올려다 보니
"형은 내가 어디 가는지 안궁금해요? 나한테도 어디가냐고 물어봐줘요."
라고 말한다. 그 모습이 어린 아이 같아 귀여워보였다.
"너는 어디가는데?"
재환이가 나의 물음에 눈이 접히게 활짝 웃으며 '학교가요.'라고 대답했다. 휴대폰을 꺼내 시계를 보니 9시 반이 다 되어간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우리는 엘리베이터가 오기 전 처럼 그 안에서도 나란히 서있었다.
"학교 가는게 좋아?"
"네. 아니, 안좋아요. 형 졸업하고 나서 학교갈 맛이 뚝 떨어졌어."
나의 물음에 장난스럽게 대답해 오는 재환이다.
아, 다왔다.
"홍빈이는 잘 지내고?"
"내 동생은 뭐. 잘 안마주치니까. 아, 이홍빈 대학 붙었어요. 사진과."
"결국 대학 가기로 한거야? 남들보다 2년 늦은건가."
"그러네요. 사진 더 배우기로 했대요."
"홍빈이가 너 없을 때 편의점 봐주는거 아니야? 편의점 어떻게 하고?"
"헐 그러게. 형. 형이 해볼래요?"
"응? 아니야. 나 신경 안써줘도 되는데."
"아니에요. 형 한 번 해봐요. 내가 엄마아빠한테 얘기 해보고 연락할게요. 나 가야겠다. 안녕!"
"재환아! 이재환!"
갔네... 신경 안써줘도 되는데 괜히 미안하게.
#3
나는 9년전 그 날 이후로 한 번도 정택운을 잊어본 적이 없다. 내 마음을 밖으로 표현하면 돌아올 반응을 알기에 항상 마음속으로만 정택운을 그렸다.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재환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형, 저에요.' 나는 현관으로 총총 달려가 문을 열어주었고 재환이는 양손에 가득 찬 비닐봉지를 쥔 채로 문 앞에 서있었다.
"추운데 왜 왔, 이게 뭐야?"
"안바쁘죠? 나 들어갈게요. 실례하겠습니다."
"손에 든게 뭐냐니까?"
"으으. 집좀 치우고 살아요. 병걸릴라."
"너 집으로 돌려보낸다? 말 돌리지 말고 대답해."
"술이요, 술!"
"그렇게 말하면 되지, 왜 어물쩡 거려."
술먹으면 안되는데. 비밀 다 털어 놓는단 말야. 나는 대학을 다닐 때부터 술자리는 피해왔다. 괜히 말 잘못했다가 친구 잃는거 한순간이니까. 오늘은 어차피 내가 가라고 해서 갈 이재환도 아니고 딱히 말리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나중에 이재환을 집에 들인 걸 크게 후회했다.
---
"형. 알바말이에요. 마침 이홍빈 대신해서 알바 다시 구할거였대요. 잘 아는 사람한테 맏기게 돼서 더 다행이래요."
"부모님이 그렇게 생각해주시니까 다행이다. 꼭 감사하다고 전해드려."
---
혀가 꼬이고 얼굴이 붉어졌다. 똑바로 앉아있지도 못할 정도로 내 몸을 가누기 힘들어 졌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하나 둘 씩 얘기하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그 놈 한테 고백을 했거든! 근데! 까였어. 나같은 애를 왜. 왜? 진짜 내가 왜 까였지? 남들은 못가져서 안달인데. 그치!"
"그러게요. 왜 그랬을까요."
"이야. 너는 하나도 안취했나보다. 얼굴이 그대로네! 아무튼! 내가 생각을 해봤는데! 내가 남자라서 차인 것 같아! 나쁜 새끼."
"남자요?"
"그래 남..."
"형, 남자 좋아해요?"
순간적으로 술이 확 깼다. 내가 왜 말을 꺼냈을까 부터 내가 왜 이재환이랑 같이 술을 마셨을까, 내가 왜 이재환을 집으로 안돌려보냈을까... 내가 왜 정택운을 좋아했을까 까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거슬러 올라갔다.
"아니야. 나 남자 안좋아해..."
"솔직히 말해봐요. 난 아무렇지도 않아요."
... 술이 다 깬게 아니였나보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맨정신이였다면 끝까지 아니라고 발뺌했겠지만 나도 모르는 새 재환이한테 다 털어놓아 버렸다. 재환이는 라지 않고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줬다. 그리고 뜸을 들이다 나에게 말을 했다.
"나도 남자좋아해요. 형만 그런게 아니야. 그러니까 혼자 그러지 말아요. 나한테는 다 말해도 아무렇지 않으니까."
그리고는 부끄러운 듯 '나 갈게요. 내일 오후 8시에 편의점에서 봐요.' 하고는 문 밖으로 나갔다. 조금 뒤 앞집 문이 열렸다 다시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내일 재환이 얼굴 어떻게 보냐... 걱정이 늘어났다.
| 저번 편 조회수 100 넘었더라구요!!!!! |
진짜 고맙습니다 아리가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댓글 달아주셨던 한 분도 정말로 감사드려요ㅠㅠㅠㅠㅠㅠㅠ 다들 나라세ㅠㅠㅠㅠㅠㅠㅠㅠ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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