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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끽 전체글ll조회 820

하늘은 그저 파랗기만 했다. 실구름의 꼬리도 볼 수 없었다. 게다가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8월의 햇살은 따가웠다.

지옥으로 가는 길을 걷듯 터벅터벅 발소리를 내며 등교하는 백현은 정말 쓸데없이 날씨가 좋다고 생각했다.

눈 앞에 보이는 맑은 날씨는 학교가기 싫은 마음을 더 부추겼다. 비나 와버려라. 속으로 중얼거리다 어느새 교실 문 앞에 서있었다.

백현은 문고리를 잡고 한숨을 쉬었다. 곧 울 것 같은 얼굴이었다.

등교를 일찍하는 편이라서 지금 문을 열어도 아무도 없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아이들의 눈치는 안 받겠지만 그래도 지금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었다.

교실에 발을 들이기가 싫었다. 결국엔 마음과는 다르게 문을 연 백현은 아무도없는 빈 교실에 들어가 제자리에 앉았다. 얼마 안 있어서 고요했던 복도에 뚜벅뚜벅 발소리가 들렸다. 이제 백현은 발소리만 들어도 소름이 끼쳤다. 모르는척 책가방에서 필통과 책을 주섬주섬 꺼내들었다. 그 아이가 오는것이 틀림없다. 백현은 두려움을 보이지 않겠다고 오늘도 다짐했다. 하지만 제 뒷자리 의자가 끌리는 소리, 자리에 앉는 소리가 들릴때마다 떨리는 어깨를 감출 수가 없었다.

 

 

 

"배고프다."

"....."

"아침 안 먹고 왔거든."

"....."

"좀 있다가 애들이랑 매점 같이 가자."

 

 

백현은 가방에 들어있는 지갑을 생각하며 눈을 꼭 감았다. 어제 또 엄마한테 용돈을 부탁했다. 매일같이 무슨 돈이 그렇게 필요하냐며 타박을 주는 엄마는 지갑에서 아무렇게나 돈을 꺼냈다. 하지만 언제나처럼 왜 돈이 필요하냐고 한번 더 묻지 않으셨다. 그저 지갑을 내려놓고 바쁜표정으로 방에서 나가보라는 무언의 압박을 주었을 뿐이다.

어느새 교실에 아이들이 들어차고 선생님도 오셨다. 오늘도 백현은 반에서 가장 조용한 아이답게 있는듯 없는듯 다소곳하게 앉아있었다. 백현은 작년 이맘 때 쯤 전학 왔었다. 아버지의 사업 번영을 위해 정겨운 고향을 두고 대도시로 나와야만 했다. 고등학교 1학년 2학기가 처음 시작하던날 백현은 반 친구들과 첫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았다. 누가봐도 잘생긴 얼굴과 수줍은 목소리에 아이들은 착하고 귀여운애가 전학 왔다며 친해지고 싶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내성적인 성격인 백현은 며칠간 친구들과 몇마디 나눠보지도 못했다. 그러던 어느날, 키가 커서 매일 뒤에 앉아 얼굴을 한번도 볼 수 없었던 아이가 말을 걸어왔다. 그 아이의 첫마디는 '안녕?' 이나 '이름이 뭐라고 했지?' 같은 인사말이 아니라 '돈 있어?' 였다.

백현은 자신의 앞에서 휘적휘적 걷는 찬열을 따라가기 바빴다. 아침과는 다르게 홀쭉해진 지갑을 손에 꽉 쥔 백현은 안나오는 소리를 겨우 끄집어냈다.

 

"저,저기..."

 

듣지 못한건지 여전히 걷기만 하는 찬열을 보곤 백현은 한번 더 크게 불렀다. 저기..! 걸음을 멈춘 찬열이 뒤돌아보았다. 백현은 침을 한번 꿀꺽 삼켰다.

 

"뭐야?"

"아까.. 아침에 돈을 다 써서 지금 매점에 못 갈 것 같아.."

 

아침에 백현은 찬열 뿐 만 아니라 그 친구들의 빵과 우유까지 모두 사줘야했다. 지갑엔 겨우 동전 몇개만 나뒹구는 사정이었다. 그 말을 들은 찬열이 거칠게 백현의 지갑을 빼앗았다. 비싼 지갑. 학생이 들고 다닐 지갑은 아니었다. 찬열은 이 지갑만 팔아도 매점에서 삼일 동안 삼시 세끼를 다 챙겨먹을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괴롭힘을 당해도 부잣집 도련님의 귀티를 벗어나지 못하는 백현이 우스웠다. 하지만 열어본 지갑엔 정말 지폐 한 장 찾아볼수가 없었다. 신경질적으로 지갑을 백현에게 던진 찬열은 백현이 지갑을 허겁지겁 받아들기도 전에 백현의 뺨을 강하게 내리쳤다.

 

"껍데기만 들고 다니면 뭐해, 돈이 없는데."

"...."

"돈 넉넉하게 챙겨 다니라고 했지."

 

매점으로 가는 학교 뒷편은 아무도 지나가는 사람이 없어 조용했다. 뺨을 얻어맞은 백현이 숨을 고를 새도 없이 찬열은 백현의 머리채를 휘어잡았다. 백현은 악 소리도 못내고 학교 뒷편의 더 구석진 곳으로 질질 끌려갔다. 점심시간 5교시가 시작한지 한참이나 되었을때 교실 뒷문이 열리고 찬열과 백현이 들어왔다. 입가가 터진 백현은 고개를 푹 숙였고 찬열만이 뻔뻔하게 선생님을 향해 말했다.

 

"점심시간에 백현이가 넘어져서 보건실에 다녀왔어요."

 

선생님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숙인 백현만 쳐다봤다.

 

"보건 선생님 안계셔서 제가 치료해주느라 늦었고요."

 

말이 끝남과 동시에 찬열은 자리에 앉았고 백현은 작게 죄송하다고 중얼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선생님은 미심쩍은 눈빛이였지만 이내 수업에 열중했다.

찬열은 1년간 지속적으로 백현을 괴롭혀왔다. 한번, 두번 돈을 빌리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백현이 보는 앞에서 백현의 지갑을 들고가거나 백현을 무작정 끌고 매점이나 방과후 음식점에 가 돈을 백현이 내게 했다. 백현은 전 학교에서는 물론 초등학교, 중학교때도 이런적이 전혀 없었기때문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다. 무작정 싫다고 반항 해보기도하고, 요구도 거절해봤지만 가차 없는 폭행으로 입이 다물어질 뿐이었다. 금품 갈취, 폭행만이 아니라 찬열이 백현을 괴롭히는것을 눈치 챈 급우들에게도 무시당하기 시작했다.

언젠가는 성추행도 당한 적이 있었다. 입에 담기 더러운 발언으로 백현을 괴롭히더니 엉덩이를 만지거나 옷을 벗기려들기도 했다. 돈을 뺏는 만큼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그럴때마다 백현은 미친놈마냥 울부짖으며 잘못했다고 하면서 손이 닳아 없어지도록 빌수밖에 없었다.

오늘도 맞은곳이 아파왔다. 수업에는 전혀 집중하지 못 한채로 백현은 아직도 비릿한 입 안을 쓸었다. 지긋지긋했다. 일년동안 이 말도 안되는 생활에 지칠대로 지쳤다. 백현은 아프다고 하고 조퇴를 맡았다. 가방을 챙겨 나가는 내내 찬열이 쳐다보는 눈길이 느껴졌지만 애써 모르는척 하며 교실을 나왔다. 수업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린 후라서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밟기전,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였다. 오늘은 이상하게 그 문이 더 가깝게 느껴졌다.

더운 여름길을 힘들게 걸어 집에 도착했다. 백현은 기운이 다 빠진 손으로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갔다. 현관에 신발이 있었다. 아무도 없을 시간인데 이상했다. 도어락 여는 소리를 듣고 나온 엄마가 백현을 보고 부엌으로 갔다.

 

"일찍 왔구나."

"응.."

"....."

"엄마도 일찍 왔네."

"다시 갈거야."

 

그녀는 백현이 왜이렇게 일찍 왔는지 묻지 않았다. 그저 학교가 일찍 끝났으려니 했다. 심지어는 백현과 단 한번도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애써 엄마와 눈을 맞추려고 하는 백현을 아는건지 모르는건지 그녀는 다시 나갈 채비를 했다.

넓은 집에 다시 혼자가 됐다. 백현은 가방을 내려놓고 옷을 갈아입고 소파에 앉았다. 백현이 혼자 말 하지 않는 이상 집의 정적은 사라지지 않을것이다. 백현은 무릎을 모아 얼굴을 묻었다. 늘 이런 식이었다. 괴롭힘을 받지 않는 집은 가장 안전했으나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혼자인건 다름없었다. 부모님은 항상 일 때문에 바쁘셨다. 백현에게 신경 쓸 시간도 아깝다는듯이 행동했다. 물론 백현이 단 한번도 말씀드린적이 없는것은 아니었다. 백현은 함께 식사 할 일이 있을때면 몇번이고 얘기를 꺼냈었다. 하지만 아빠는 엄마에게 알아서 하라고 말하기만 했고, 엄마는 백현의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네가 평소에 바보같이 하고 다녀서 그런것 아니야. 공부도 잘하고 야무지게 굴면 그런일 없을거야.' 하며 말을 끊었다. 몇번이고 반복되는 상황에 백현은 포기할수밖에 없었다. 가족들조차 자신을 감싸려고 하지않았다. 적막한 집에서 부모님을 원망하고 학교에 분노하던 백현은 얼굴을 묻은 무릎이 젖어가는것을 느꼈다. 점점 힘없는 자신도 싫어졌다.

 

학교에 간 백현은 점심시간 후 강당에서 학교 폭력 예방 교육이 있음을 확인하고 무료함을 느꼈다. 예방을 한다고 폭력이 안일어나나, 뭐. 지루한 표정을 지은 백현은 책상위에 엎드렸다. 학교 폭력 예방 교육은 예상대로 재미없었다. 학생들은 자살 학생의 이야기를 들을 때만 관심을 보이는가 싶더니 이내 자거나 친구들과 떠들기 시작했다. 백현은 멍하니 앉아있기만 했다.

이렇게 저렇게해라 하는 이야기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모든 대처를 해보지 않은것이 아니었다. 부모님은 백현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았고, 선생님은 이해하라고만 했다. 1학년때 담임선생님은 남자 선생님이셨다. 전학 온 후 몇달뒤 백현은 선생님께 찾아가 도와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선생님은 그런 백현을 달래기만 하고 찬열은 원래 그런아이이니 네가 이해하라며 말도 안되는 소리를 했다. 그 뒤로는 찬열이 심하게 괴롭힌날에 몇번이고 찾아가서 선생님께 말씀드렸지만 부모님처럼 매번 똑같을 뿐이었다. 부모님이나 선생님도 도움이 안되는데 일년에 한번, 그것도 한두시간 하는 예방 교육이 도움이 될리가없었다.

 백현은 모든것이 부질없다고 느꼈다. 도움이 절실한 학생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은 주지않으면서 학교는 번지르르한 간판을 내세웠다. 학교는 학교폭력이 전혀 없는것처럼 위선을 높혔고 학교폭력을 당하는 아이들의 입을 막고 자신들의 귀를 막아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폭력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게 했다. 백현은 이 모순에 진저리를 느꼈다. 벗어나고 싶었다. 더이상 버티기 힘들것 같았다.

 

찬열은 교육을 듣다가 중간에 강당에서 나왔다. 교실로 올라가지 않고 학교 뒷뜰로 향했다. 찬열은 원래 학교폭력과는 거리가 멀었다. 중학교 때는 심지어 공부도 꽤 잘하는 편이었다. 그러나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친했던 친구들과 떨어져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야했다. 그때 만난 친구들이 불량 청소년이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집안 사정은 나빠져만 갔다. 집에 들어가기 싫어지고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니 찬열은 비뚤어질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동급생을 괴롭히거나 집단 따돌림을 주도한적은 없었다. 고등학교 1학년 여름 찬열의 집은 점점 힘들어져만 갔다. 자꾸만 작은 집으로 이사가게되고, 부모님의 얼굴은 지쳐갔다.

그러던중 귀티가 줄줄 흐르는 백현이 전학을 왔다. 찬열은 이유도 없이 백현이 괘씸했다. 백현은 귀엽고 돈도많고 착한 학생이었다. 찬열은 그런 백현을 보며 괜히 망가뜨리고 싶어졌다. 사실 백현은 그 어떤 아이에게도 괴롭힘 당할 만한 아니는 아니었다. 찬열의 친구들도 찬열이 유독 백현만 집중적으로 괴롭히니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말리진 않았다. 오히려 거들어 괴롭히곤 했다.

 

뜨거운 햇빛을 피해 그늘로 들어가 앉은 찬열은 자신에게 괴롭힘을 당할때의 백현의 표정을 생각해보았다. 그 귀여운 얼굴이 웃는것을 일 년 동안 본적이 없었다. 항상 찡그리고 우는 모습이나 정수리만 보였다. 처음엔 자신과 판이하게 다른 백현이 미워서 그랬던것 같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었다. 밉지가 않고 이상하게 미묘한 감정이 드는것 같기도 했다.

이제 괴롭히는 이유는 그저 어제도 괴롭혔으니 오늘도 괴롭히는거고, 오늘도 돈을 뜯었으니 내일도 뜯는것뿐이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어이가 없었다. 이런 말도 안되는 이유로 죄없는 그 조그만 아이를 괴롭히다니 언제부터 자신이 이렇게 엇나갔는지 알수가 없었다. 슬슬 밀려드는 죄책감에 고개를 저었다. 그냥 쓸데 없는 교육을 들어서 마음이 동한것이다. 그래서 이런 죄책감이 뜬금없이 드는것이다. 라고 생각했다. 절대 그 아이가 불쌍해지거나 자신이 잘못했다는것을 인정한것이 아니라고 되뇌었다.

 

백현은 오늘도 어기적 어기적 뒤뜰에서 교실까지 올라왔다. 역시 며칠전에 받은 교육은 그런 아이들에게 소용이없었다.

 걸을수 없을만큼 허리가 아파왔다. 입원이라도 해서 학교에 안나오면 좋을텐데 싶기까지했다. 그런데 오늘은 무리중에 찬열은 없었다. 가장 주도해서 백현을 괴롭히던 찬열이 없다는걸 그제애 깨달은 백현은 의아해했다. 하지만 곧바로 찬열이 있었으면 진짜 기절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였다. 초록색 철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그러나 백현의 눈엔 바람만 불어도 열릴것같이 보였다. 저 문을 열면 파란하늘에 자신이 모르는 세상이 열릴것만 같았다. 매번 보던 옥상문이 백현을 향해 손짓했다. 백현은 이미 결심한 뒤였다.

 

 백현은 아침 일찍 등교했다. 다른때보다 더 일찍 의무적으로 맨 가방은 가벼웠다. 가벼워서 들어있는 종이 몇장이 덜컹거리는게 느껴졌다. 평소와는 다른 발걸음으로 등교하는 백현은 표정도 평소와는 달랐다.

언제나 처럼 터벅터벅하는 발걸음과 그늘이 진 표정이 아닌 가벼운 발걸음과 고개를 뻣뻣이 들고 약간의 미소를 띄운 표정이었다. 학교에 들어서자 백현은 교실에도 들리지않고 곧장 옥상으로 향했다. 무거워 보이는 철문이 백현의 예상대로 쉽게 열렸다. 끼이익 듣기싫은 소리를 내며 열린 문 밖으로 탁 트인 하늘이 보였다. 백현은 시원하다고 느꼈다. 상쾌한 아침바람이 머리를 흩날렸다. 백현은 옥상을 한 번 돌아보면서 이렇게 좋은곳이 있었다면 진작 올걸 그랬다고 후회했다. 가슴이 탁 트였다. 이제 백현은 천천히 난간으로 걸어갔다. 가방을 내려놓고 가방 안에 있던 쭈글쭈글한 종이를 꺼내 들었다. 밤새 쓴 유서였다. 눈물에 촉촉히 젖었다 말라서 여기저기가 쪼그라 들었다. 다시한번 고개를 들었다. 하늘엔 부모님의 얼굴이 나타났다. 부모님을 생각하면 죄송한 마음밖에 들지않았다. 그래도 이 숨막히는 생활은 견딜수 없었다. 백현은 남의 사정마저 생각해줄만큼 여유로운 사정이 못됐다. 오늘은 그 답답한 사정을 놓아버리는 날이었다. 백현은 자유로워질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옥상 난간에 올라서서 보는 운동장은 꽤 넓었다. 건너편 도로에 일찍 출근하는 사람도 보였다. 이제 딱 한걸음만 내딛으면 될거였다.

 

그때 백현은 자신의 몸이 뒤로 넘어가는것을 느꼈다. 누군가 자신을 세게 잡아 당겼다. 정신 못 차리고 바닥에 주저앉은 백현은 고개를 들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던 귀에 찬열의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찬열의 얼굴도 보였다. 그때까지도 백현은 지금 벌어진 상황을 이해할수 없었다.

 

"누가 죽으래 변백현."

"....."

"누가 니 마음대로 죽으래!"

 

버럭 소리를 지르는 찬열 때문에 백현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자신을 죽지 못하도록 막은 사람이 찬열이라는 사실이 믿기지않았다. 눈물이 났다. 죽일것처럼 괴롭히던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죽는걸 말리는게 이해가 되질 않았다. 이 지옥같은 날들을 만든 장본인 주제에 자신이 자살하려는걸 막다니 설마 백현이 죽으면 그 탓이 자신에게로 돌아가 벌 받을것이 두려워서 그러는건가 싶었다. 화가 치밀어오른 백현이 꼭 쥐고있던 유서를 찬열에게로 집어던졌다.

 

"유서에 니 얘기는 안썼으니까,"

"...."

"제발 꺼ㅈ,"

"미안해.."

 

찬열이 주저 앉았다. 백현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찬열을 멍하니 쳐다봤다. 자신의 눈과 귀를 믿을수 없었다. 왜 우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미안해,진짜 내가 잘못했어, 미안, 미안해..."

"....."

"이제 안그럴게, 너한테 손도 안 댈게.. 어? 용서해줘.. 내가 미쳤었나봐 백현아..."

 

용서를 비는 찬열의 눈에서도 눈물이 나올것만 같았다. 말하는 태도가 진심이었다.

 

"죽을줄은 몰랐어. 이제 그만하고 너 안괴롭히려고 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죽으려고 할 줄은 몰랐어.."

"......."

"죽지마. 이런생각 하지마. 내가 다 미안해.."

 

 

찬열이 백현을 꽉 끌어안자 백현은 더 크게 소리내며 울었다. 옥상에는 백현의 울음소리와 미안하다고 중얼거리는 찬열의 목소리가 퍼졌다.

 

 

 

백현이 교실에 들어서자 더 일찍 등교한 친구들이 백현에게 인사를 건넸다. 백현도 웃으며 인사를 받았다. 그 날 이후로 백현의 생활엔 큰 변화가 생겼다. 찬열이나 찬열의 무리들이 괴롭히지도 않았고 오히려 몇몇 아이들은 미안하다고 사과도 해왔다. 그 덕에 반 친구들도 백현에게 말을 걸 수 있게 되었고 백현도 이젠 말을 나누는 친구들도 생겼다. 부모님이나 학교는 여전히 무관심 했지만 이젠 그들의 도움이 필요없게 되었으니 그런것쯤은 상관없었다.

백현은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찬열의 자리는 오늘도 비어있었다. 한숨을 쉬며 결석체크를 하는 선생님은 보곤 백현도 바로 앉았다. 찬열은 그 날 이후 학교에 밥먹듯이 빠졌다. 가끔 나오긴 했지만 그 날 마저도 무단조퇴를 하고 사라지기 일쑤였다. 선생님은 그런 찬열 때문에 골치가 아팠다.

 

하교길 인데도 불구하고 아직은 여름이라 그런지 해가 뜨거웠다. 8월이 다가는거 같은데도 덥기만 했다. 잘가라고 인사를 하는 친구들을 보내고 백현도 천천히 교실을 나왔다. 모퉁이를 돌아 계단을 내려가려던 백현은 멈칫했다. 옥상문 앞에 찬열이 서서 자신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백현도 놀란 내색하지않고 찬열을 쳐다보았다. 잠깐 정적 후 백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학교...안 나와?"

"....."

 

찬열은 대답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찬열은 그동안 자신을 자책하고 죄책감을 느껴서 도저히 백현을 볼 수 없었다. 그저 집안 사정을 돕고자 또는 어떻게든 죄책감을 잊고자 죽어라 알바만 했다. 그리고 오늘 자퇴를 하려고 뒤늦게 학교에 나왔다.

 

"... 학교 잘 다녀?"

 

찬열이 어색하게 한마디를 꺼냈다.

 

"응. 정말 잘 다니고 있어."

 

백현의 대답에 찬열이 슬쩍 웃었다. 그것을 본 백현도 따라 웃었다.

 

"미안해."

"....."

"언제나 미안해 하고 있어.."

 

백현은 금세 울상이 되었다.

 

"너도 다 잊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

 

못 본 사이 찬열은 수척했지만 더 잘생겨져 있었다. 둘은 서로 마주 보고 웃었다. 찬열이 천천히 백현에게 다가갔다.

 

 

하늘은 지나간 어느날처럼 파랗고 또 파랬다. 백현의 기분을 꼭 닮은 색이었다.

다시 시작하는 고등학교 2학년, 18살의 여름이었다.

 

 

 

 

 

 

 

Fin.

 

 

 

 

 

 


데헷

윽.. 원래 달달하고 그런거 쓸라했는데.. 어제 학교2013 다시보다가 화가나서 갑작스럽게 싸지른글..ㅠ_ㅠㅋ

사실 전 타팬인데 요즘 이 커플 너무 좋아서 이렇게 썼는데 뭔가 괜히 미안해지네용......ㅜㅜ

뒤에 찬열이랑 백현이 사귀는것도 좀 적었는데 너무 똥손이라 올리기 민망민망☞_☜

너무 급하고 허무하게 끝낸것 같아요..흙흙..

 

아무튼 길고 지루한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

학교폭력 꼭! 예방합시다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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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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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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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끽
헐 감사합니다ㅠㅠ 읽기에 좀 지루하실 내용이였는데 다 읽으시다니!!!! 감동ㅠㅠ 다음에 꼭 올려드릴께요 감쟈합니디ㅡㅇㅎㄹ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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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헐 좋다 이런거 좋아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후회공 같은거 제취향이예여 헿헿헿 백현이 죽어서 찬열이가 후회하면서 같이 죽는 그런것도 좋아해여 홓호홓근손님ㅠㅠㅠㅠㅠ다음작품도 기대기대..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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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끽
학교폭력 문제 다룰려다 보니까 달달한연애얘기도 없고 지루하셨을텐데 감사합니당ㅠㅜ 기대기대해주쎄요ㅎㅎ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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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글 잘쓰시네요ㅠㅠㅠ뭔가 아련하네요ㅠㅠ사귀는 것도 보고싶은데ㅋㅋㅋ글 잘읽고갑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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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끽
넵 감사하무니당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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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좋아요 ㅠㅠ 어린 찬백이들... 달달썰도 기대할게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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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좋아요 ㅠㅠ 어린 찬백이들... 달달썰도 기대할게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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