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금과 함께 봐주세요!)
- 쇼트트랙 유망주 연하 남친이랑 연애 하는 썰
w.시골즈
"아 배부르다. 거기 진짜 맛집이네"
"그렇게 맛있었어요?"
"응!"
좀 전에 광현이와 점심을 먹고 카페에 와서 디저트를 먹고 있었다. 오랜만에 배부르게 먹은 점심에 기분이 좋아 노랫소리가 절로 나왔다.
지금 먹고 있는 딸기라떼도 너무 맛있고!
"맞다 광현아. 그 경기는.. 어떻게 됐어?"
전부터 쭉 궁금했지만, 눈치가 보여 물어보지 못했다.
"아..."
내 물음에 광현이는 순식간에 표정이 어두워졌다. 아 괜히 물어봤나..
"아, 대답 안 해줘도 돼! 미안.."
내 입술을 주먹으로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걸 왜 물어봐 눈치 없는 놈아!!
"그 날 경기가..."
"응.."
"너무 잘 풀렸어요"
"뭐?"
"경기 잘 했다구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광현 저 얄미운 표정 좀 봐. 이게 이제는 나를 놀리네.. 그래도 정말 정말 다행이었다.
"나 요즘 상승세 인 거 몰라요?"
"너 점점 뻔뻔해진다?"
"ㅋㅋㅋ 장난이에요. 그냥 평소보다 기록이 다행히 잘 나왔어요"
"역시 노력한 성과가 나오네"
"그래도 아직 500m 경기는 좀 아쉬워요."
언젠가 광현이가 나중에 큰 꿈은, 500m를 세계에서 가장 잘 타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었다. 우리나라의 안현수, 성시백 선수처럼 되고 싶다고.
"그래도 고생했네 우리 광현이"
"이번에 주위에서 응원해 주는 게 너무 큰 힘이 됐어요"
"내가 너한테 많은 힘이 되긴 했지~"
"전 저 보러온 여학생들 얘긴데."
"아 진짜 너,"
괜히 화끈거리고 부끄러운 마음에 이광현을 퍽퍽 소리 나게 때렸다. 웃으면서 맞고 있는 이광현을 보니 아무리 때려도 분이 안 풀린다. 이게 하는 짓이 정세운이랑 똑같네?
"아파요 아파"
"미안한데, 아프라고 때리는 거야. 너 그런 말 다 정세운한테 배웠지?"
"배우긴 뭘 배워요. 내가 애도 아니고"
"너 애 맞거든."
이 유치찬란한 대화가 과연 성인 남녀가 하고 있는 걸까.
그래도, 3주 만에 하는 데이트인데. 자기 보러온 여학생들이 좋아? 웃기고 있네. 원래 질투를 잘 안 하는 성격이지만 오늘은 내가 아닌 것 같다. 그냥 유치해질래.
"질투하는 거죠 지금?"
"알면 좀 잘하지?"
"아 진짜. 누나 밀당도 몰라요?"
"밀당이고 나발이고 나한테 죽어"
내 말에 광현이는 빵 터지더니 나를 끌어안고는 내 볼에다가 뽀뽀를 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진짜 애는 여깄네"
"뭐야 언제 이렇게 어두워졌지"
정신없이 광현이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어느새 어두워진 밤하늘을 발견했다. 만난 지 2시간 밖에 안 된 것 같은데...
"그러게요. 슬슬 걸어가야겠네"
"그러자"
아쉽지만, 집으로 아주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밤에 광현이랑 손잡고 걷는 게 얼마 만인지. 사소한 일인데도 설레고 좋다. 앞으로 밤에 자주 산책해야지!
"이번 올림픽 봤어요?"
"어. 진짜 잘하더라. 멋있고"
"그쵸. 아, 나도 국대 되고 싶다"
"할 수 있을 거야. 너 잘하잖아"
"국대 되면 새벽에 일어나서 온종일 훈련할 텐데, 얼굴은 더 못 보겠네요"
"안돼, 내 옆에 붙어있어."
"그럴까요?"
광현이와 장난을 주고받으며 걷다 보니 어느새 우리 집 앞에 도착했다. 좀 더 먼 곳을 갔어야 했는데 쓸데없이 가까운 우리 집...ㅂㄷㅂㄷ
"다 왔네요"
"잘 가 광현아."
"누나가 손을 놔줘야 가죠"
못 놔. 계속 잡고 있을 거다. 못 가, 안돼.
"무슨 소리야. 빨리 가 너"
"누나"
"빨리 가"
"안아줄까요?"
안아준다는데 거절할 필요가 있나.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누나가 예쁘게 잘 기다려 줬는데 내가 꽉 안아줘야지"
"광현아"
광현이한테 폭 안긴 상태로 고개를 들어, 광현이를 바라보았다.
"응?"
"전부터 하고 싶은 얘기가 있었는데,"
"네"
"네가 뭘 하던, 나 신경 안 써도 돼"
"무슨 말이에요?"
"네가 멀리 있어도 나는 항상 응원하고 기다릴 거니까, 걱정 말고 네가 하고 싶은 거 다 했으면 좋겠어."
전부터 항상 신경 쓰였다. 광현이가 본인보다 날 더 위해주는 모습이. 그런 모습을 보고 내가 광현이의 꿈에 걸림돌이 된 것 같았다. 그래서 꼭 말해주고 싶었다.
더는 눈치 보지 말고 너 자신을 위해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나는 여자친구지만, 그 전에 소중한 친구이기도 하니까"
"...."
"힘든 일 있으면 같이 고민하고 위로해줄게. 혼자 속으로 힘들어 하지 마."
내 말을 들은 광현이는 한참 동안 말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아마 내가 이런 말을 할 거라곤 예상 못 했겠지. 그러니까 오늘부터 알아줬으면 좋겠다.
"나 진짜,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조금은 울컥한 목소리였다.
"누나 같은 사람이 내 곁에 있어 줘서 너무 고마워요"
"좋아해요 누나. 정말 많이"
"그리고 오늘 집에 들어가지 마요 우리"
훅훅 들어오는 연하 남친 때문에 죽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