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 My Dear
"사랑하는 나의 당신께"
내 유년시절은 이 넓고 복잡한 저택 안에서의 기억이 전부였다. 평범한 아이들처럼 유치원이나 학교에 다니지도 않았고, 놀이터에서 흙바닭을 깔고 또래 아이들과 소꿉장난을 해본 적은 당연히 없었다. 대신 가정교사의 애정 어린 가르침과 어릴 때부터 교육받던 나와 비슷한 나이 대의 조직원들이 나를 심심치 않게 해주었다. 아버지는 내가 세상 밖으로 공개되는 걸 원하지 않으셨다. 위험해질 것이고, 위험이 되돌릴 수 없는 상황으로 넘어가는 건 한순간이니까. 그렇게 나는 햇빛조차 잘 들지 않는 어두운 밀실에서 나의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때는 내가 외로움을 느끼는 것도 인지하지 못했다. 누가 가르쳐준 적도 없었고, 줄곧 그래왔었으니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던 것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던 그날 밤, 나는 기억을 잃었다. 아주 기분 나쁜 잠에서 깨고 나니 검은 정장을 차려입은 전정국 옆으로 민윤기 선생님이 보였다. 정신과 의사라며 일주일에 두 번은 꼬박꼬박 내 상태를 살피던 선생님은 그날따라 유독 심각해 보였다. 그보다 더 심각한 얼굴을 하고 근엄하게 서있는 전정국을 한 번 힐끔거리더니 윤기쌤은 진찰할 때에만 쓰는 동그란 안경을 벗어 침대 옆 협탁에 내려놓았다. 너무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거나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받을 시에는 그 순간의 기억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했다. 그 말인즉슨 아버지의 숨통이 끊어지던 그 현장에 내가 함께 있었다는 것이다. 아버지의 사망 요인은 암살이었다.
"뭐하자는 거야?"
장례식이 끝나자마자 나는 9층 복도 끝에 있는 구석진 방에 갇혔다. 검은 상복을 입은 그날 이후로 내게 아무말도 않던 전정국이 꽤 오랜만에 나를 마주 보고 섰다. 덜컹거리며 문고리에 자물쇠를 설치한 그는 배가 고프진 않은지, 피곤하면 일찍 자라는 둥 어처구니없는 말들을 내뱉었다.
"뭐하는 거냐고 묻잖아."
"필요한 거 있으면 김태형 시켜. 당분간은 내가 너 못 챙길 것 같으니까."
화장대 앞 의자 위에 가지런히 놓아두었던 윗옷을 챙겨 입더니 자기 할 말만 하고선 유유히 자리를 떴다. 정신 차려보니 감금이라는 걸 당했더라, 내가. 아버지의 죽음에 관한 여러 가지 단서들을 캐묻던 나를 묵묵히 무시하더니 끝은 결국 이거였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라온 그였고, 그래서 내가 감당하지 못할 만큼 나에게 의지하는 그를 알고 있었다. 나는 그런 그를 이해하지 못했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벌어진 우리 사이의 틈을 전정국은 억지로 다시 붙여놓으려 애썼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정말 아니지 않는가.
"밖에 나가고 싶어."
"나도."
"…정원이라도 산책하고 싶어."
"나도라니까?"
변덕스러운 그의 집착 때문에 나와 같은 신세가 된 김태형은 이미 토라질 대로 토라진 상태였다. 내 직업이 킬러인데, 고작 이런 애송이를 돌보라는 게 내 임무란 말이야? 표정이 딱 그렇게 말해주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내 옆에 붙여두긴 하지만 같은 방을 쓰는 자신을 못 미더워하던 전정국의 눈빛을 떠올리며 김태형은 노발대발 화를 냈다. 자기를 뭘로 보는 거냐며. 그러면서 침대 위에 무릎을 모으고 앉아있는 나를 한 번 훑어보던 그는 흥, 하고 앙증맞은 소리를 냈다.
"부탁이 있어."
"그래, 나도 밖에 나가고 싶어. 근데 전정국 그 미친… 아니, 이젠 보스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 사람이 너 여기서 한 발자국도 못 나가게 하라고 얼마나 살벌한 얼굴로 말했는지 모르지?"
"그거 말고."
지민이 만나고 싶어, 나. 투덜거리면서 찡그린 얼굴이 무심하게 변했다. 며칠째 얼굴을 본 기억이 없었다. 김태형, 민윤기, 그리고 자신을 제외한 모든 이들의 이 방 출입을 막아놓은 전정국이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임무 수행 중이야. 애틋한 내 눈동자를 못마땅하게 보던 김태형이 툭 던지듯 말했다. 무슨 임무?
"알 바야? 뭐 어디서 총질이나 하고 있겠지."
"…그럼 전화라도 한 통만 쓰게 해줘."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되나본데, 너 지금 감금 당한거야. 여기가 적군들 진영이었어도 네가 그런 말 할 수 있었을까?"
…아니니까 부탁하는 거잖아. 가죽 쇼파에 길게 누우며 한숨도 고함도 아닌 이상한 소리를 지르던 김태형이 눈을 감고 말했다. 그런 건 전정국한테 말하라고, 자기는 힘이 없다며. 밖에서도 경호를 느슨하게 하고 있지는 않으니 혹 테라스에서 뛰어내릴 생각은 말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김태형은 조용해졌다. 감은 눈 밑으로 길게 뻗은 그의 속눈썹을 한 번, 체인과 자물쇠로 단단히 옭아매진 방 문을 한 번 훑어보았다. 이 방에서 빠져나갈 방법은… 없었다.
"도와주세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밖엔 방법이 없어요. 박지민이 어디 있는지부터 알아야겠어요. 차트에 무언가를 꼼꼼히 적어내려가던 윤기쌤이 고개를 숙인 채로 눈동자만 올려 나와 눈을 마주했다. 절실한 내 마음을 읽은 건지 펜과 차트를 책상 위에 던지듯 내려놓고 똑바로 나를 쳐다봤다. 그걸 왜 나한테 말해요? 약간은 조소가 섞인 물음이었다. 그거야,
"이런 말을 할 사람이 선생님밖에 없어요…."
"내가 아가씨를 도우다 실업자가 되면, 그 뒷일은 어떡하시게요?"
"어려운 부탁 아니잖아요. 그냥 박지민의 행방을 알고 싶은 게 전부예요."
흐음. 등받이에 편하게 몸을 기대던 윤기쌤은 삐딱하게 고개를 꺾으며 잠시 고민하는 듯했다. 어려운 부탁이 아니라면서, 왜 보스가 아닌 나한테 이래요?
"보스라면 아가씨 부탁은 뭐든 들어줄텐데."
"…저한테 보스는 아버지 한 분 뿐이세요."
"알고 있는거겠죠, 아가씨도. 궁금해해선 안 될 일이라는거."
도대체 내가 뭘 어쩐다고 이렇게 날 묶어두는 거예요! 참지 못하고 울화를 터뜨렸다. 박지민이 위험한 것 같다. 아니, 위험하다. 그의 이름이 내 목소리를 타고 나올 때마다 다들 같은 반응이다. 여유로워 보이지만 긴장한 듯한 그들의 눈동자는 나를 숨 막히게 했다. 갈래요.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상 이미 전정국의 그림자 밑에서 기고 있는 자들이었다. 아무 조건 없이 나를 도와줄 사람들은 아무도 없는 게 현실인데, 왜 그걸 몰랐을까. 대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나를 선생님이 올려다보았다. 그런 그를 지나칠 때 즈음, 임무 수행 중이라고 들었으니 너무 걱정 말아요. 하는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어디서요?"
"…."
"아무것도 안 할 테니까, 그것만 가르쳐줘요."
"자꾸 지민이를 위험에 빠뜨리려 하지 말아요."
그의 한마디에 일순간 세상이 정지된 듯 멍해졌다. 나 때문에 박지민이 위험해진다던 민윤기는 천천히 일어나더니 어수선한 책상 위를 정리하다 말고 날 다시 마주했다. 보스가 아가씨를 얼마나 아끼는 줄은 알죠? 보스라는 단어에서부터 정신이 든 나는 그의 말을 외면했다. 아예 못 돌아올 수도 있어요.
"…무슨 말이에요?"
"이게 무슨 감정인지 모르는 사람, 생각보다 많아요. 그건 아가씨가 비정상이어서 그런 게 아니니까 자책하진 말구요."
"못 돌아온다니. 조직에서 쫓겨났다는 말이예요?"
"쫓겨나기만 하면 다행이지."
보스가 그를 가만히 두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확 든다며 그는 느긋하게 웃었다. 웃음이 나오냐는 내 타박에 곧바로 표정을 굳히더니 꽤 진지하게 얼굴색을 바꾼다. 초조한 마음에 그의 옷 소매를 붙들고 발을 동동 구르기만 했다. 이 봐, 이 봐. 이러니까 보스가 살려둘 리가 있나.
"박지민을 향한 아가씨의 그 눈빛,"
"…."
"사랑이네요."
…
어렵네요, 글 쓰는거...하하하
모든 작가님들께 존경을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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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성은 나래바 초대 거절했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