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크리스는 토종한국인으로 나옵니다.
그래서 구희수 ...ㅋ....ㅋㅋ
04
구희수는 이 동네에서 보기드문 이방인이었다. 여기서 이방인이라 함은 이 동네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 아니라 언젠가부터 홀로(가족단위가 아니라) 이사와 살고 있는 사람이다. 희수는 종대와 동갑의 회사원이다. 이 동네에 온 지는 2년 되었다. 종대가 동네로 돌아온 비슷한 시기에 이사와서 처음에 종대도 이방인인줄알고 친한 척 했다가 무시당하기는 했지만말이다. 어쨌든 지방에서 나고자라 지방의 국립 4년제를 나오고 서울 소재의 중견기업에 취직한 희수는 고향에서는 꽤나 성공한 편이었다. 그런 희수는 어쨌든 출퇴근을 위해 수도권으로 와야했는데 아예 경기도로 나가자니 출퇴근 시간이 너무 길고, 서울 중심은 집세가 너무 비싸서 서울 구석에 위치한 이 작은 동네로 이사왔다. 그의 어머니는 기쁜 마음으로 아들이 사회의 첫 출발을 할 서울 구석동네의 전세집의 전세를 내주었다.
구희수의 전세집은 동네 초입에 위치했는데, 옆로는 초등학교가 있고, 그 앞에는 미자문방구가 있었다. 다시말해 종대의 앞집에 희수가 살고있었다. 종대의 앞집에 전세로 새로운 누군가 들어온다 했을 때 동네 청년들은 매우 술렁였다. 혼자라던데, 여잘까, 남잘까? 나이 많을까, 젊을까? 갖가지 추측과 루머가 난무하던 종대의 앞집 이웃될 사람이 종대와 동갑의 젊고 말쑥하게 생긴 남자라는 것이 이삿날 밝혀지자 많은 동네 청년들이 가슴아파했다. 그리고 온갖 질투와 시기가 당연한듯 희수에게 떨어졌다.
다들 처음에는 친근하고 다감하게 희수에게 접근해 그의 집에서 그를 감시를 하겠다며 다같이 한꺼번에 들이닥치곤 했다. 어이쿠, 근데 이 시골출신 청년은 넉살도 좋다. 제 집에 동네의 시커먼 사내들이 다같이 쳐들어오면 그는 기뻐하며 고기를 구워주었다. 처음에 동네 청년들은 뭐 이런 병신이 다있나 싶어 그냥 무시하고 계속 집에 쳐들어왔지만, 희수가 기쁘게 환대해주자 점차 서로 친해지기 시작했고, 희수의 전세집은 이 동네 남자 청년들의 아지트가 되었다. 일단 터가 좋았다. 미자문방구 바로 앞이었으니. 동네 청년들은 항상 희수의 집 대문을 활짝 열어놓고 마당에서 고기를 구워 먹다가 열어놓은 대문 너머로 보이는 종대 구경을 했다.
구희수도 마치 유행병 걸린 듯이 종대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햇병아리는 김종대병을 10년 넘게 앓아온 다른 동네 청년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우선, 종대를 몰라도 너무 몰랐다. 동네의 아이돌 김종대에게 다른 여자들 꼬시듯이 접근 한 것이다. 이것은 종대를 쫒아다니는 청년들에게는 마치 모욕과도 같았다. '우리의' 종대를 그저그런 지나가는 예쁜 여자 나부랭이로 보다니! 하는 것이었다. 물론 종대는 이 찌질이를 진작에 무시하며 살았지만, 동네 청년들은 종대에게 싸구려 작업질이나 해대는 희수를 용서할 수 없었다. 뭐 그렇다고 해서 희수를 폭행한다던지, 학창시절 이지메마냥 괴롭힌 것은 아니지만,(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그들은 좋아했기에) 그래도 종대를 향한 (그들의 입장에서)모욕적인 언사(예를들어 전형적이어서 더 새로울 게 없는 작업멘트)를 한다던지하면 불편한 기색을 대놓고 뿜었다. 그러다 시간이 좀 흐른 뒤에야 희수는 결국 종대를 다른 청년들 처럼 여신님으로 섬겼다.
구희수는 경영학을 전공했다. 딱히 창업을 하겠다는 것도 아니었고, 경영에 지대한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취업하기 좋다니까 그런가보다 하고 원서를 썼고 그게 붙었을 뿐이다. 대학 4년 내내 공부를 게을리 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본디 공부보다도 운동을 사랑하는 남자였다. 특히 농구를 정말 좋아했고, 고등학교에서는 운동회라던지 반대항 시합때마다 빠질 수 없는 에이스였다. 대학을 다니면서도 농구를 버릴 수는 없었다. 그래서 대학 다니면서 마음맞는 동기나 선후배를 모아 간간히 농구를 했고, 군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제대하고 취업준비 하면서도 후배들 끌어모아 농구를 했으니, 진짜 농구를 사랑하는 남자였다. 그의 이러한 면모는 꽤나 동네 청년들의 코드에 잘 맞았다. 그래서 그들은 일요일 저녁마다 동네의 고등학교 운동장에 모여 농구를 하고, 옆에있는 희수의 집에 몰려가 마당에서 찬물로 다같이 샤워를 한 뒤 고기나 새우, 조개등을 구워먹는 모임을 가졌다. 이 모임의 멤버는 매번 달랐지만 어쨌든 주축이 된 희수는 빠지지 않고 항상 참여했다.
희수는 이 동네에 이사온 것이 매우 잘한 일인 것 같았다. 이사온 후로도 매우 행복했다. 직장생활은 상상했던대로 지루하기 짝이 없었지만 동네에서 또래 청년들과 운동도하고 모여서 술도먹고 고기도 먹고 하는 일이 너무 좋았다. 그 모임의 중심에 항상 존재하는 화제거리 김종대도 좋았다. 희수는 종대라는 사람 자체도 너무 사랑스럽고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종대라는 공통분모로 다같이 모여 이야기하고 운동도하고 맛있는 것도 함께 먹는 이 동네 청년모임도 너무 좋았다. 타향생활이 외롭지 않고 오히려 재미있는 일들이 넘쳐서 행복하다.
구희수는 동네의 친근한 이방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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