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그 동네가 왜 그렇게 커보였는지. 너와 함께 살던 그 동네가 나의 세계 전부였고 너는 나의 우주였지. 학교 끝나고 뛰놀던 작은 골목길, 학원 가는 길에 지나쳤던 시장, 살 것도 없으면서 매일 들렀던 바다마트까지 너와의 추억이 묻지 않은 곳이 하나 없어. 비 맞는걸 좋아해서 비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문방구 골목에서 비를 맞곤 했고 너는 그런 나를 어떻게 알았는지 귀신같이 찾아와 감기걸린다며 우산을 씌워주곤 했는데. 창문 열면 코 닿을만큼 가까이 살았었잖아, 우리. 약속하지 않아도 우리는 텔레파시가 통한 듯 같은 시간에 창문 앞에 서 있곤 했지. 시시콜콜한 얘기들도 하고 맛있는 것도 나눠먹고 아침마다 서로 얼굴 보고 못생겼다고 놀리기도 하고. 서로 다른 중학교 배정된 거 알고 나서는 나 진짜 펑펑 울었잖아 친구 없어서 어떡하냐고. 너도 나 달래주다가 같이 대성통곡했지 그 날. 그날도 그저 똑같은, 평범한 하루였어. 아니, 평범하진 않았지. 기나긴 짝사랑을 끝내고 너한테 고백하려 했거든. 그래서 창문 앞에서 널 기다렸는데 10분이 지나도, 1시간이 지나도,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누울 때가 돼도 너가 창문 밖으로 얼굴을 내밀질 않더라. 난 너가 새벽에라도 나올 줄 알고 창문 앞에서 꼬박 밤을 샜어. 근데 넌 하루가 지나도, 이틀이 지나도, 새로운 월요일이 되어도 나오질 않았고 그렇게 하염없이 너를 기다리다 일주일 조금 더 지났을 때 알게됐어. 아버지가 중국으로 발령나서 온 식구가 중국으로 갔다는걸. 알게 되고 솔직히 속으로 욕 좀 했다 넌 끝까지 제멋대로라고. 용서해줘. 그 뒤로 벚꽃이 피고 지고 피고 지고를 몇 번이나 반복했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났어. 근데 지금도 그 동네에 가면 네 생각으로 가득해서 좀 힘들다. 넌 어때 중국에서 잘 지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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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초록글이라니요... 처음 쓰는 글이고 많이 부족한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