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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연애하게 하라 _ 01

Written by. 랄프 








유독 김명수는 나에게 꼬박꼬박 말을 걸어왔다. 김명수의 짝꿍인 우정아는 때때로 김명수가 반을 나가면 그녀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저렇게 재미없는 남자애는 처음 봤다고, 그녀의 친구들에게 큰 소리로 불만을 토하는 걸 나는 자주 들었었다. 김명수의 준수한 얼굴을 보고 먼저 말을 걸었던 남자애들도 아무 대답 없는 김명수의 반응에 욕을 하며 뒤 돌기도 했었다. 그렇게 김명수는 말주변도 없고 타인과 같이 섞이는 것을 싫어하는 것처럼 보였었다. 그런데 왜? 왜 김명수는 나에게 말을 꼬박꼬박 거는 걸까? 이해할 수 없다. 쉬는 시간이나 수업시간, 혹은 종례시간. 김명수가 나에게 말을 거는 시간은 딱히 정해져 있지 않지만 하루에 한 번씩은 꼭 나에게 말을 걸었다. 그 내용은 뭐 빌려달라는 부탁이거나 숙제가 있냐고 물어보는 물음, 맘에 들지 않는 교과 선생들의 험담과 같은 사소한 얘기들이었다. 아, 가끔은 이해할 수 없는 농담을 던지며 혼자 피식 웃기도 했다. 친한 친구들이 하는 그 사소한 얘기들을, 나는 왜 김명수가 나에게, 반 얘들 아무한테도 안 하는 말을 오직 나에게만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우리는 어쩌면 친구가 아니라 그저 네모난 틀의 같이 앉아있는 타인일 수도 있었다. 나는 김명수에게서 친구들 사이에서 느끼는 유대감이나 친근함을 느끼지 못했기에 정말로 타인에 가까웠다. 그러나 김명수는? 나에게 과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김명수는? 나를 친구로 생각하고 있는 걸까? 왜? 모든 아이들에게서 등을 돌리던 김명수가 왜 나에게는 따스하게 웃어주는 거지? 소름이 우수수 돋았다.



 

"이성열."

 

 


나의 잡념의 틈 사이로 들어와 나를 현실로 돌아오게 만드는 목소리를 미처 예상하지 못해, 나는 놀라 벌떡 의자에서 튀어 올랐다. 목소리가 뒤에서 나를 불렀기 때문에 고개를 뒤로 돌리니,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는 말을 직접 증명해준 김명수가 자신의 자리에 앉아 나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아, 미처 말하지 못했는데 우연찮게고 김명수는 내 오른쪽 대각선에 앉아 나랑 같은 모둠원이었다. 나는 이렇게 김명수가 나를 지긋이, 그리고 정직하게 쳐다보고 있으면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 그래도 요즘은 좀 괜찮아졌다. 새 학기의 초창기에는 이렇게 나를 쳐다보는 김명수의 시선에 어쩔 줄 몰라 등 뒤로 식은땀이나 줄줄 흘러댔다. 그래, 어쩌면 김명수랑 나는 조금 친해진 걸지도 모른다. 김명수가 원하던 대로.

 

 


"왜."

"……샤프 좀 빌려줘."

"너 있잖아."

 

 

 

나는 김명수의 하얀 손이 쥐여 잡고 있는 새까만 샤프를 힐끗 내려다보았다. 아마도 김명수는 필기를 하고 있던 참이었나 보다. 근데 이거 은근히 골 때리는 매력이 있는 새끼다. 가끔씩은 골 때리는 행동으로 나를 웃기기도 했다. 지금처럼. 나는 멀쩡한 샤프로 열심히 필기를 하고 있는 주제에 나에게 샤프를 빌려달라고 하는 녀석의 이해 못 할 행동에 작게 웃으며 다소 어이없다는 어조로 녀석에게 말했다.

 

 

 

"멀쩡해 보이는 데, 왜?"

"네 것 쓰고 싶어."

"……그냥 니 꺼 써라. 내 꺼라고 뭐 다른 것도 아닌데."

"달라."

"뭐가."

"……너 꺼 쓰고 싶다니깐."

"에휴, 알았다 알았어."

 



나는 선심 쓰듯 내 필통에서 검정색 샤프를 꺼내 김명수에게 건넸다. 김명수는 내 샤프를 받아들면서 내 손을 잡아왔다. 뭐야, 나는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김명수는 곧이어 내 손목까지 녀석의 손으로 잡아왔다. 정말로, 웃기는 새끼다. 그리고 유심히 내 손바닥과 손등을 꼼꼼히 관찰한다.

 

 

"손 예쁘다."

"엄마 손 닮아서 그래."

"우리 누나는 손 못 생겼는데."

"누나도 있었냐, 너?"

"어. 못생겼어."

"에이, 너 닮았으면 예쁠 텐데, 사진 있냐?"

"아니. 못생겼다니깐, 너보다. 네가 더 예뻐."

 



예쁘다는 말을 진지하게 하는 김명수의 얼굴에 나는 피식 웃어보였다. 만약 내가 여자였다면 녀석의 진지한 얼굴과 귀여운 목소리에 얼굴을 붉힐 지도 모를 일이었다. 나는 녀석의 손목에 잡혀 있는 나의 손목을 비틀어 빼내고 다시 몸을 앞으로 돌렸다. 김명수도 더 이상 나를 잡지 않았다.

 

 

"이성열. 가서 축구나 한 판 하자!"

"여어, 장동우. 나한테 이길 자신 있냐?"

"당연하지, 내가 이호원은 못 이겨도 너는 이긴다!"

"나대다가 큰 코다 친다. 진 사람이 아이스크림 2개에 케로로 빵 사주기, 콜?"

"당연히 콜이지. 빨리 나와!!"

 

 

체육복을 입은 동우가 반문 앞에서 나에게 큰소리로 축구대결을 신청하자 나는 신이 나서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반 밖으로 나갔다. 그러다가 문득 뒤통수로 느껴지는 시선에 뒤를 돌아보니 김명수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공부나 해라, 모범생 김명수야. 너가 나랑 놀고 싶어 하는 건 알겠지만 이 형님은 앉아서 공부하는 것 보다 나가서 뛰어노는 것이 더 좋단다. 나랑 놀고 싶다면 당장 그 문제집부터 덮어라. 하지만 김명수는 고집적인 면모가 있었다. 그 성격 때문에 공부를 잘 하는 것일 테지만. 나는 저번 중간고사에서 김명수가 우리 반 3등이었다는 것을 상기해내며 미간을 좁혔다. 재수도 없는 자식이었다.

 

 

 

 

 

 

 

 

 

 

 

 

 

 

 

 

 

 

 

#.

 

 

 

 

 

 

 

 

 

 

 

"야, 어디 가냐."

"어? 담배 빨러. 너도 같이 갈래?"

"축구한 다음에 담배나 피고, 참 좋은 습관이다 새끼야."

"같이 갈 거야 말 거야."

"안 가. 난 가서 빵이나 사먹을래."

"내가 봐 줘서 동점이 된 줄 알아, 장똥."

"엿 머겅."


 

나에게 엿을 날리는 장동우에게 나도 맞대응 엿을 날려주며 나는 실실 쪼개고 담배피기 위해 장동우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화끈화끈 더운 열기를 뱉어내는 온 몸의 피부에 당장 찬 물이라도 부어버리고 싶었지만 애써 그런 충동을 가라앉힌 채 학교 뒤뜰로 향했다. 목이 타는 갈증은 담배로. 장동우가 말 했던 것처럼 나는 운동을 하고 난 다음에 담배를 피우는 습관이 있었다. 몸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한 다음 담배를 핀다, 라 얼마나 어긋난 모순인가. 나는 실실 웃으며 완전히 학교 뒤뜰에 도착했을 때 피려고 했던 담배를 그냥 가는 도중에 빼어 물고 불을 붙였다. 혀와 입 안에 착착 달라붙는 그 탁한 느낌은 나를 또 기분 좋게 했다. 그리고 막 학교 건물 모퉁이를 돌아 학교 뒤편으로 가려하던 걸음이, 들려오는 목소리에 멈췄다.


 


"그래서, 걔 손 만져보니깐 좋냐?"

"어. 피부도 좋더라."

"아오, 눈에 콩깍지 쓰인 거 봐. 그렇게 좋냐?"

"어. 예쁘잖아."

"그건 그런 얼굴을 가진 너가 할 말은 아닌 거 같다."

"내가 뭐."

"이 학교 대표 꽃미남 우리 김명수군께서 그런 말 하시면 안 되죠."

 


 

목소리만으로도 살짝 김명수라고 예상했는데, 역시나 김명수가 맞았다. 그리고 그 옆에서 김명수의 말을 들어주고 있는 사람은 분명 남우현일 것이다. 김명수의 친구는 오직 남우현과 이호원밖에 없다. 아, 나도 친구였나? 아무튼 나는 그 속을 알 수 없는 김명수가 누군가를 좋아하다는 사람이 누구인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정말 심장이 콩닥콩닥 뛰도록 궁금했다. 김명수도 반하게 한 여자는 도대체, 누구지? 아, 궁금해 미치겠어. 나는 귀를 더 쫑긋 세우고 녀석들의 대화를 들었다. 빨리 이름이라도 좀 말해 봐.

 


 

"넌 왜, 같은 남자새끼가 좋냐?"

"그냥, 그런 건 신경 안 쓰는 데."

 



나는 비명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뻔 했지만 간신히 입을 다물었다. 불안하게 담배 필더만 질근질근 씹었다. 김명수가, 남자를 좋아하다니. 김명수가 게이였다니, 정말 나를 비롯해 학교를 흔들고도 남을 충격이었다. 말도 안 돼, 김명수랑 했던 대화, 행동들이 머릿속을 빠르게 스치고 지나가고 속이 울렁거렸다. 김명수가 게이인 건 정말 상상도, 예측도 못했다. 기절이라고 할 지경이었다. 나는 잠시 이 사실을, 누구에게 알려야 하나 마나 고민했다. 하지만 남우현의 목소리가 또 다시 들렸기 때문에 일단은, 그 생각을 접었다.

 

 


"이름이 뭐라고 했냐?"

"누구."

"너가 좋아하는 얘."

"내 대각선 앞에 앉는 이성열."

"그 눈꼬리 쳐지고 눈 크고 얼굴 하얗고 입 큰, 이성열?"

"어, 그 이성열."

 

 

물고 있던 담배를 떨어트렸다. 나의 입에서 떨어진 담배가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고 그 덕에 담배재가 내 손등에 닿아 뜨거웠지만 나는 아무 것도 느낄 수 없었다. 시야가 어질어질했다. 머리를 누군가 망치로 강하게 후려친 거 같은 충격은 어떤 말을 이용해서도 표현을 하지 못하겠다. 나는 그저 떡 하니 입을 벌리고 남우현과 김명수의 말을 계속 되씹어 생각했다. 김명수와 남우현이 했던 대화는 정녕 말일까? 아니 그게 말이 될 수 있을까? 김명수가 나를 좋아하는 게, 정말 있을 수 있는 상황이며, 말이나 될까? 절대로, 무슨 일이 있어도 믿을 수 없다.

 

 

 

 

김명수는 나를 좋아한다.

 

김명수가, 나, 이성열을, 사랑한다.

 

 

 

 

 

아아, 나는 머리를 짚었다.











&


글잡에는 글은 처음 올려보네요. 참, 뭔가 기대되면서도 걱정도 되네요. 반응 연재입니다. 반응이 좋지 않으면 2편은 올리지 않을 거 같아요.

처음에는 달달하게 쓰자고 맘을 다잡았지만 끝은 우울병 돋네요. 하...역시 달달은 저에게 너무 힘든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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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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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으억! 명수의 마음을 알아버린 성열이는 어찌할까요? 아마 지금 성열이는 멘붕상태일까요?ㅋㅋ 그대 필체 너무 좋네요! 신작알림 해놓고 다음편도 보러올께요!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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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프
그러게요 어찌할 까요 ㅎㅎ 필체가 너무 좋다니ㅠㅠ감사해요 듣고 싶은 말이었는 데 흑흑 다음편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ㅎㅎ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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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헉 !!! 성열이가 듣고 말았네요 재밋어요 ㅎ ㅎ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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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프
감사합니다!!!ㅎㅎ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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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대박이예여ㅠ 신작알림신청하고 갈게요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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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프
대박이라니ㅠㅠ아니에요ㅠ비루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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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헐.성열아..명수를쳐내지말기를..ㅠㅠㅠㅠㅠㅠㅠㅠ재밋어요ㅠㅠㅠ신알신하구갑니닿ㅎㅎ힘내서연재해요!!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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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프
재밋다니 감사해요ㅠㅠㅠ게다가 신작알람까지ㅠㅠ크흡ㅠㅠ넹, 힘내서 연재할께여!!!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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