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憧話) 1* 흑묘 루한은 죽었다. 민석은 눈에 실핏줄이 터질정도로 방에 틀어 박혀서 울었다. 그는 보통 눈물이 없는 사람이었다. 루한과 처음으로 다투어서 서로 심한 말이 오가고 헤어지자는 말 까지 나왔을때도 민석은 속은 썩어갔지만 전혀 티를 내지 않았다. 과묵하고 생각이 많았다. 표현을 하진 않았지만 마음속으로 루한을 앓았다. 그런 민석과 루한은 딱 맞았다. 민석이 과묵하게 말을 잘 하지 않고 마음속으로만 앓을때 루한은 당장 내일이라도 죽을 사람처럼 사랑한다는 표현에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루한은 죽었다. "민석아….""…….""하나 줄까?""……." 민석은 장례식장의 빈소 밖에 의자에 걸터 앉아있었다. 루한이 죽은 지 벌써 6일이 지났다. 이젠 보내줘야 할때인데도 미련하게 민석은 망부석처럼 루한의 해맑게 웃고있는 영정사진 앞에 무릎을 꿇고는 앉아있었다. 경수는 루한이 죽기전 민석의 조심스러우면서도 강인하고 굳은 그의 성격을 알고있었다. 그리고 그만큼 마음속으로 루한을 앓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6일동안 면도도 씻지도 밥, 아니 물도 먹지않는 민석은 초췌하기 짝이없었다. 아무렇게나 삐죽삐죽 자라버린 머리카락이 나락으로 떨어져있는 민석의 얼굴을 가리고 있어서 앙 다물은 하도 깨물어서 피딱지가 가득한 입술만 보였다. 그런 민석에게 경수는 해줄수 있는게 없었다. 종종 빈소에 찾아와 지금처럼 옆에서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다던가 이렇게 담배라도 권하는 수 밖에 없었다. 담배를 권하는 경수의 말에 민석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담배를 싫어하던 루한을 위해 민석은 딱 담배를 끊었다. 루한 때문에. 그리고 2년만에 민석은 다시 담배를 폈다. 루한 때문에. 차마 장례식장 안에서 필수 없었던 경수와 민석은 밖으로 나가는데 다른 빈소들 안에서 많은 통곡소리가 들렸다. 민석은 가슴이 아릿했다. 누군가의 죽음은 정말 끔찍했다. 더욱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밖으로 나와 어느새 노을이 저버린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며 민석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경수가 옆에 있기에 자신의 절망스러움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마음속으로만 그렇게 한숨을 쉬었다. 벌써 또 하루가 간다. 내일은 루한이 죽은지 7일째 되는 날이다. 루한아, 난 이렇게 살고 있어……. 민석은 공허한 눈으로 담배를 들이키자마자 몸을 휘청였다. 깜짝놀란 경수가 민석의 허리를 붙잡아 다행히 사고는 없었지만 민석은 공기빠지는 소리로 허-. 라고 짧게 내쉬었다. "너가 보기에 참 웃기지…?""…야,무슨…!""내가 봐도 참 멍청하고 미련하고 어리석어…….""….""…그거알아? 이러는 순간에도… 보고싶다." 6일째 되는 노을지는 초저녁에 드디어 민석은 자신의 본 마음을 말했다. 그런 민석의 모습에 경수는 더 가슴이 미어졌다. 그렇게 자신의 속마음을 표현안하던 민석이 드디어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졌다. 민석은 초저녁의 여름냄새를 맡으며 쭈그려 앉았다. 말라 비틀어진 손으로 마른 얼굴을 감싸쥐고는 소리도 없이 울었다. 떨리는 작은 어깨에 역시 경수는 해줄수 있는것이 없었다. 민석은 자꾸만 중얼거렸다. …더 사랑한다고 말할껄. …더 표현할껄. …이렇게… 갈꺼면…. 민석은 수없이 나쁜생각에 빠져들었다. 경수의 간곡한 요청에 어쩔수 없이 민석은 6일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여름냄새가 났던 밖과는 대조적으로 겨울냄새가 났다. 싸늘하게 식어버린 사람의 온기를 잊어버린 민석의 집은 민석의 마음처럼 어두컴컴했다. 민석은 항상 깔끔했다. 강박증이 있는 사람처럼 정리정돈을 했고 루한은 항상 민석의 이마와 코 입술에 베이비 키스를 하면서 말했다. 너는 땀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고. 비누냄새로 가득차있다고. 그런 민석이 씻지도 않고 물도 마시지 않고, 정장 마의를 아무렇게나 집어 던지고는 불도 켜지 않고 거실바닥에 아무렇게나 누웠다. 그렇게 민석은 망가져갔다. 민석은 이런 와중에도 루한의 다정한 냄새가 그리웠다. 항상 귓가에서 사랑한다고 말해주던 루한이, 자신과 다르게 항상 솔직했다. 민석은 항상 그런 루한이 좋으면서도 부러우면서도 미웠다. 본받고 싶지만 자신은 표현에 너무나 서툴렀다. 그런 민석의 짧은 뒷머리를 큰 손으로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며 아프지 않게 귀를 잘근잘근 깨물면서 말했다. 나는 너의 그런점이 좋아. 그러니까 나를 닮으려고 하지마. 민석은 괴로워 하고 있는 중에도 루한의 생각과 추억에 가득찼다. 민석은 더 이상 떨어질 지옥은 없다고 생각했다. 말라버린 입술을 힘겹게 열었을때 민석은 자신도 모르게 입술 사이로 루한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루한……루한…워 아이 니……워 씨앙…니……. 루한이 항상 말해 달라고 했던 중국어를 마음속으로는 백번이고 천번이고 속삭였던 그 말을 드디어 입밖으로 말했다. 그러자 더 이상 흐를수 없을만큼 많이 울었는데 또 눈물이 흘러 나왔다. 싸늘한 거실바닥을 민석의 눈물로 가득채웠다. 사랑합니다…보고싶어요……루한아……. 그리고 민석은 깊은 잠에 빠졌다. 그리고 다정한 냄새를 맡았다. * 흑묘 안녕하세요 첫 작품이라서 떨리네요..ㅋㅋㅋㅋㅋㅋ 제목의 '동화' 는 그리워할 동(憧) 말씀 화(話) 를 썼어요 ㅎㅎ 다음 글[EXO/루민/루한민석] 동화(憧話) 211년 전 흑묘 l 작가의 전체글 신작 알림 설정알림 관리 후원하기 이 시리즈총 0화모든 시리즈아직 시리즈가 없어요최신 글최신글 [EXO/루민/루한민석] 동화(憧話) 2 211년 전위/아래글[EXO/루민/루한민석] 동화(憧話) 2 211년 전현재글 [EXO/루민/루한민석] 동화(憧話) 1 411년 전공지사항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