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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두운 색의 커튼 사이로 약한 빛이 새어들어오는 방 안에, 침대 옆에 놓여진 스탠드 하나. 달력은 저번달에서 이번달로 넘어오지 않았고, 책상위에 펼쳐진 다이어리의 날짜도 아직 오늘이 되지 않았다. 그저 조금씩,조금씩 먼지만 쌓여가고 있을 뿐. 모든게 그렇게 멈춰있는 공간에 유일하게 현재를 살아가며 움직이고 있는건, 침대에 엎드려 책을 읽고있는 재중에게 말을 거는 준수 뿐이다. 

  

"형... 언제까지 이렇게 책만 읽고 있으려고 그러는거야. 밖에도 좀 나가고, 사람들도 좀 만나고 그래야지. 예전보다 더 마른거 알고는 있어? 얼굴도 창백한거 봐... 오늘 밖에 날씨 좋다. 같이 꽃구경 갈래? 아직 벚꽃 예쁘더라. 미용실 들려서 이 치렁치렁한 머리도 좀 자르고. 긴머리도 괜찮긴 하지만, 너무 정리가 안돼있어. 가자. 나랑 나가서 바람도 좀 쐬고,내일은 같이 영화나 보러 갈까? 응? 재중이형..." 

"준수야. 그만 나가봐. 저번에도 말 한 것 같은데, 난 그럴 생각 없어. 나가봤자...... 아니, 아니다. 가서 책이나 좀 반납해줘." 

"......" 

  

 무언가 더 할 말이 있는듯한 표정의 준수지만, 재중의 표정이 단호해서인지 아니면 더 말해도 듣지 않을걸 알아서인지 말을 멈춘다. 그리고  천천히 옆에 쌓인 책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어지럽게 늘어져있는 책을 한권 한권 줍기 시작하고 손에 들린 책이 늘어날때마다 준수의 표정은 어두워져만 간다. 상처받은 일이 있나 싶어서 일부러 웃으면서 읽을수 있는 책이라던가 달콤한 연애소설 같은 책, 아니면 마음 추스르는데 좋을 것 같은 책만 빌려다 준지도 벌써 몇달인지..직접 골라다준 책들을 보자 마음이 더 무거워진다.  그렇게 책을 들고 문을 보고 선 준수가 또다시 재중에게 말을 건넨다. 

  

"형, 방안에서 책이나 읽고 잠이나 자기엔 너무 시간이 아깝지 않아? 형 이러기엔 아까운 사람이잖아.난 정말 모르겠어. 형이 도대체 왜 이러는건지.  방안에서 책만 읽기 전까지 친구들이랑 여행도 갔다오고, 나랑 영화도 봤잖아. 몸이 안좋은가도 생각해 봤지만, 그런 것 같지도 않고. 내가 기억나는 가장 어린 시절에도 형 항상 사람 잘 사귀고 형 싫어하는 사람 본적 없어서, 사람때문에 이러는 거라고 생각하기도 어려워 난. 아니면 내가 모르는게 있는거야? 도대체 왜..." 

"그만해 준수야. 더 듣기 싫다."  

  

 책을 든 준수의 팔에 힘이 들어가고, 고개가 숙여진다. 잠시 숨을 멈추고, 내쉰다. 어깨가 위아래로 몇번 크게 움직이고, 문을 열고 나간다.문을 닫는 소리가 작게 나는 동시에, 재중의 몸을 지탱하고 있던 팔꿈치가 옆으로 밀려나고 고개가 떨어진다. 준수의 목소리만이 크게 울리던 방 안이 적막에 휩싸인다. 아무론 소리도 나지 않는 방 안. 책에 고개를 묻고 있던 재중이 천천히 몸을 돌려 천장을 보고 눕는다. 그렇게 얼마나 천장을 보고 있었을까...재중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준수야...사랑하는 내 동생. 나도 니가 나 얼마나 걱정하고 있는지 잘 알아. 잘 알고 있고, 네가 나 왜 이러는지 이해 못하는것도 충분히 알고 있어. 내가 어떻게 모를수가 있겠어, 내 동생인데. 내 인생의 9할을 너랑 같이 살았잖아.근데... 준수야, 나는 사람들이 무섭다. 내 앞에선 너 참 좋은 사람이구나 하고 좋은말만 해주면서...뒤에 가서 가식이다 연기다 얘기 하는 사람들이...너무 무서워. 

 심지어 내가 초등학교때부터 친하게 지낸 친구도 내가 가식적이라고 말하고 다녔다더라. 너도 알거야 그애는...내가 제일 친하다고 생각했고, 어쩌면 죽기 전까지 친구로 지낼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집에도 자주 와서 너랑도 많이 친했고. 그런데 그 애가... 나는 친구가 아니래. 그냥 내가 가진 것들이 필요했을 뿐이래. 어렸을때는 무슨 생각이 있었겠냐고, 근데 머리좀 크고 보니까...옆에 있으면 자기가 얻게 될 것들이 보이더래. 처음엔 아니라고 하더니, 몇번 물으니까 자기 입으로 다 말하더라. 솔직히 누가 너같은 애랑 친구가 될수 있겠냐고.나같은 사람 정말 너무 싫다고.준수야...나는... 그날 본 그 표정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더러운 죄를 지은 죄인을 보는 표정이었어. 

 며칠을 잊어보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놀러도 가고 하고 그랬어. 근데 그게 안돼... 그애 얼굴이 자꾸 사람들 얼굴에 겹쳐보이고 길을 걸어가면 다 내 얘기를 하는 것 같은데...내가 어떻게 밖에 나가서 생활을 할수가 있겠어. 하지만 이것도 언젠간 잊혀지지지 않을까? 시간이 지나면... 내가 이 말을 준수 네 눈을 보고 말할수 있을 날이 오겠지?  준수 너까지도 나를 다르게 생각하고 있을 것 같은 이 불안감이... 언젠가는 사라지고,다시 밖으로 나갈수 있겠지 준수야?" 

  

 조용한 방 안에 작게 울리는 재중의 목소리가 얇게 떨린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쏟아낼 것 같은 목소리로 말을 하지만, 표정에서는 아무것도 읽어낼수가 없다. 만약 재중의 눈을 깊숙히 쳐다본다면 뭐라도 읽어낼수 있을까. 그 얼굴에 씌워진 가면 너머에 있는 생각을을 읽어낼수 있을까. 

  

 이내 재중의 눈이 감기고, 손을 뻗어 스탠드의 불을 끈다. 결국 커튼 사이로 흘러드는 약간의 빛만 남은 방의 시간은 또다시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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