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XX/켄택] 나는 당신을 사랑하였으나 당신은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c/2/f/c2f906a9d0589ab5e6115a5ce5707f79.jpg)
나는 당신을 사랑했다.
언제부터였는지도 딱 잘라 이야기할 수 없을 만큼,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 동안 나는 당신을 사랑해왔다. 눈을 뜨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당신의 생각을 하는 것이었고 숨을 쉴 때도 당신의 온기가 섞여들어오는 것 같았다. 지독한 아픔, 지독한 목마름이었다. 당신을 너무나도 갈구하여 그 이외의 것은 전혀 들이마실 수 없었고 그래서 나는 점점 더 말라갔다. 사막 한복판에 버려진 느낌이었다. 당신이라는 오아시스를 원했으나 내게 허용된 것은 그저 내게는 너무나도 먼 오아시스를 바라보며 대신 작열하는 태양빛을 온 몸으로 받아내는 것이 전부였다.
당신의 부드러운 피부를 사랑했다. 당신의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을 사랑했다. 당신의 다정한 웃음을 사랑했다. 정성스레 빚고 깎아 놓은 듯한 그 섬세하면서도 우아한 이목구비를 사랑하였으며 넓지만 공허해 보이지 않는 듬직한 어깨를 사랑하였고 또한 당신의 단단하고 길게 뻗은 다리를 사랑하였다. 당신의 온몸을 사랑하지만 내가 그 중 가장 사랑하는 것은 당신의 손가락이었는데,
그 손가락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머리카락 새를 헤집고 당신의 아름다운 얼굴에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한 따뜻한 미소가 번질 때
나는 당신을 사랑했다.
당신은 따뜻한 사람이었고 온화한 사람이었으며 부드러운 사람이었다. 한 번도 닿아 본 적 없는 당신의 피부는 분명히 당신을 닮아 따뜻하고 건조할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한 번도 나를 향한 적이 없었던 당신의 목소리 또한 분명히 당신을 닮아 다정하고 달큰할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태양처럼 내리쬐는 온기 넘치는 미소를 받아내는 사람이 내가 아니라는 것이 슬펐지만 마냥 슬프냐 하면 그것은 또 아니었다. 분명 나를 말라가게 하는 습기 없는 뜨거움이었지만 어떻게 되든 나의 끝이 말라 죽는 것이라면 온기마저 존재하지 않는 차가움 속의 죽음보다는 뜨거움 속의 죽음을 나는 택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당신을 놓지 못했고, 숨이 막혀 오고 목구멍이 타오르는 갈증을 포기하지 못했다.
*
나 목이 말라요.
「응, 학연아.」
한 번만이라도 웃어 주지 않을래요?
「알았어, 오늘은 일찍 들어갈게.」
*
나는 당신을 사랑하였으나 당신은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당신을 사랑했다.
*
![[VIXX/켄택] 나는 당신을 사랑하였으나 당신은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d/8/d/d8dd90b29534c64dc334e39f3eba45a0.jpg)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았다.
내게는 세상 그 무엇보다도 사랑해주어야 할 사람이 있었다. 따뜻하게 감싸고 꼭 붙잡아 보호해주어야 할 사람이 있었다. 그것을 알면서도 너는 나를 사랑했다.
너의 마음을 몰랐던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그 시작부터 나는 어렴풋이 너의 마음을 알고 있었던 것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나는 너를 사랑할 수 없었다. 알고 있었으나 나는 처음부터 너의 마음을 받지 않았고 그래서 지금도 그럴 수가 없다. 왜 내가 너를 사랑하지 못했었는지 나는 몰랐다. 이유조차 알지 못한 채로 나는 너를 그대로 외면해야만 했다. 그리고 나는 네게 주지 못했던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열었다. 네게는 열리지 못했던 마음이 어째서 다른 사람에게는 이리도 쉽게 열리는지 그것 또한 나는 몰랐다.
나는 그 사람을 사랑했다. 함께 살고 부둥켜 안으며 평범한 여느 연인들처럼 그렇게 그 사람을 사랑했다. 그 사람 또한 나를 사랑했고, 나는 행복했다. 그 사람은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이었고,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사랑을 그 사람에게 주었다. 그 사람에게 전부를 주고 남은 아주 적은 찌꺼기라도 너에게 향하기를 네가 간절히 바랬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지만 또한 내가 남은 사랑을 네게 줄 수 있을 만큼 사랑이라는 감정이 넘치는 사람이 아님을 나는 알고 있었기에 나는 너를 사랑할 수 없었다. 너에게 줄 수 있는 건 모두 그 사람에게 주어 버렸기에 나는 네게 그 무엇도 줄 수 없었다.
*
「응, 학연아.」
너는 나를 보고 있었다.
「알았어, 오늘은 일찍 들어갈게.」
네가 울고 있었다.
*
너무 늦어 버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너에게 말해 주고 싶었다. 내가 너를 사랑하지 못했던 이유를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고.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았으나 너는 나를 사랑했다.
그래서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았다.
*
네게 속죄하고 싶었고 그래서 몇 번이고 네게 용서를 빌었다. 네가 용서해주지 않았는지 용서해주었는지 그 역시 나는 모른다.
악몽을 꾸었다. 그 날부터 매번 똑같은 악몽이었다. 몸부림을 치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면 항상 아침이 밝아 오기 직전의 그 어슴푸레한 새벽이곤 했다. 완전히 어둡지도 그렇다고 완전히 밝지도 않은 이 새벽녘은 너를 생각나게 했다. 습관적으로 퀸사이즈 침대의 옆자리로 손을 뻗었지만 그 날부터 늘 그래왔듯 옆자리는 차가웠다. 너도 내 곁에 없었고 그 사람 역시 내 곁에 없었다. 이마를 타고 흐르는 한 줄기 식은땀을 훔쳐냈다. 그러자 숙인 고개 탓에 고였던 눈물이 이불 위로 툭 하고 떨어져내렸다.
「제발, 내가 잘못했어…」
혹시 나를 아직까지도 용서하지 못했다면 이제는 용서해주지 않겠니.
「이젠 그만할 때도 됐잖아….」
도대체 몇 번 더 꿈 속에서 그 사람을 찔러야 만족할 거니.
도대체 몇 번 더… 꿈 속에서 너를 찔러야 만족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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