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XX] 우리가 있던 시간 上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1/f/d/1fd6dcd10bb619a86f0ae273a59fae41.gif)
*
비록, 몸은 멀리 떨어져 있다 해도 6년 동안 함께 해온 추억들이 머릿속에 고스란히 남아 우리를 끝까지 괴롭힐 것이다. 잊으려 하면 또 생각나서 어느새 그들을 부르며 찾고 있는 저 자신의 모습이 있을 것이다. 하루가 일 년 같이 길어 숨이 멎을 것 같아도 한번 떠나온 길을 되돌아 걸어가기에는 너무 늦어버렸다. 잊기엔 너무나도 갚진 선물이었고 인생을 다 바쳐가며 피 흘려 노력했던 지난 시간이니만큼 우리는 첫눈이 온 날을 기억하는 것처럼 마음속에서 영원히 잊지 않으리라고 다짐했다. 마지막이라는 말은, 차마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어 괜히 하지 않아도 될 말들을 서로가 꺼내놓고 있었다. 이렇게 서로에게 기대, 버텨온 세월이 어느덧 6년이 흘렀기에 우리는 서로의 눈빛만 봐도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혹독했던 다이어트부터 시작해 처음 배우는 춤을 짧은 시간에 적응해나가기까지…. 참 길었다. 함께였기에 버티기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이제, 모든 게 다 마지막 일지라도 그들에게만큼은 절대 눈물은 보이고 싶지 않았다. 겨우 마음을 억누르며 제 각각 자신들의 짐들을 정리해나갔다. 하나씩 비어가는 옷장들을 보고 있으니, 정말 마지막이라는 게 비로소 느껴졌다. 다들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오고 가는 말 없이 오랫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오늘따라, 그 침묵이 이상하게도 익숙하게 느껴졌다.
"숨겨뒀던 간식들, 되게 많네. 누가 가져갈래요?"
"…"
"재환이형, 간식 되게 좋아하잖아요. 줄까요?"
"아, 응. 나 줘"
생각보다 간식이 많아 상혁은 품 안에 넣은 채로 재환이 있는 곳으로 갔다. 항상 볼 때마다 자꾸 거실 쪽에서 뭐를 야금야금 먹고 있는 재환이 있어 모이기 시작한 간식들이었다. 하나하나 사서 바쁜 스케줄에 먹지도 못한 채 방치된 간식들은 꽤나 많았다. 상혁의 품 안에 든 간식들을 보니 재환은 불현듯이 옛날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간식 하나 때문에 형이랑 티격태격했었는데, 형. 다 기억나요? 재환은 기억을 떠올리면서 부엌에서 뭘 하는지 서성거리고 있는 학연을 보며 말했다. 그런 학연은 재환의 말을 듣지 못한 것인지 여전히 부엌에서 떠나지 못하고 서성거렸다. 보다 못한 상혁이 짜증을 내며 학연에게로 다가가 말을 걸으니 또 학연은 아무런 말없이 서성거리기만 했다.
"아, 형. 나 무시해요?"
"…"
"아까부터 왜 부엌에서 서성거리고 있냐고요, 신경 쓰이게."
"…어, 찾았다."
그게 뭔데요? 학연이 손에 쥐고 있는 건 다름 아닌 반지였다. 먼지라도 하나 묻었을까 봐 털어내는 모습이 상혁에게는 이상해 보였다. 저렇게 반지를 애지중지한 적이 없는데, 상혁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계속해서 학연의 행동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반지네요? 저도 좀 보여줘 봐요. 반지를 만지려 뻗었던 손이 무안해질 정도로 학연은 거칠게 상혁의 손을 쳐냈다. 아…. 그제야 정신이 들었는지 학연은 당황한 눈으로 상혁을 쳐다봤다.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무슨 일이라도 있었냐는 둥 상혁은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고 있었다. 학연이 작은 행동이라도 하나하나 기억하는 걸 알기에 배려하는 상혁이었다.
"그 반지, 형한테 엄청 소중한 건가 봐요."
"그래 보였어?"
"네, 엄청."
"아, 이거 그냥 팬이 준 반지인데, 예뻐서-"
갑자기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홍빈의 방 쪽에서 들려왔고, 일제히 자신들이 하고 있던 일들을 멈추고는 서로를 마주 보았다. 그중에서 원식은 빠르게 홍빈의 방에 들어가 홍빈의 상태를 살피고 있었고 다른 멤버들은 여전히 서로를 보고만 있었다. 방 한켠에 이리저리 질서없이 흩어져있는 팬들이 준 팬레터와 플랜카드. 보아하니 이제껏 모아두기만 하고 한 번도 본 적이 없는지 먼지가 한 가득이었다.
"조심 좀 하지."
"…이게 여기 있었네."
언제부턴지 팬들과의 소통이 사라지고 팬들에게 항상 소홀하기만 했던 자신의 행동들이 홍빈에게 물 밀려오듯이 스쳐 지나갔다. 항상 오랜 시간을 기다리며 우리를 응원하던 팬들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려 허공에 손을 뻗어봤다. 아무것도 잡혀 오지 않자 왠지 모를 허전함에 마음이 아파져 왔다. 잘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에 어느새 홍빈은 울고 있었다. 볼을 타고 수도 없이 흐르는 눈물에도 끄덕하지 않고 팬레터를 읽어보려 떨리는 손으로 바닥을 훑었다. 이상하게도 가까이 있는데 쉽게 잡히지 않는 팬레터에 더 눈물이 나왔고, 울음소리가 홍빈의 방 밖으로까지 새어나갔다. 곁에서 아무런 말없이 팬레터를 조용히 보고 있던 원식도 팬들을 생각하며 아파했다. 그 누구보다 슬프게 울고 있는 홍빈을 안으며 원식은 달래보려 애썼다. 어떠한 말도 오고 가지 않은 채 한참을 서로를 껴안고만 있었다.
"잘해줄걸, 더 많이 표현해줄걸."
"…"
"그게 뭐라고, 그 표현 하나가 뭐가 그리 어렵다고…"
"…"
"이제 와서 후회하면 뭐해, 이제와서…"
원식의 어깨가 축축하게 홍빈의 눈물로 젖어들고 있었다. 등을 쓸어주며 토닥거리는 원식의 손길에 홍빈은 진정이 되었는지 조심히 원식을 품에서 떼어냈다. 홍빈은 우는 모습을 보여 민망한 것인지 괜히 웃고 있는 원식의 볼을 꼬집었다. 다 울었어? 다정한 목소리에 또 한 번 눈물이 나올 뻔 했지만. 간신히 홍빈은 참아냈다.
"택운이형, 벌써 가요?"
"…운아,"
끝까지 멤버들에게 우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모자를 깊이 눌러쓴 택운은 조용히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혹여나 울음소리가 새어나갈까 봐 꾹 깨물고 있는 입술이 안쓰러워 보였다. 가방을 어깨에 대충 걸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난 택운은 자신의 앞에 멍하니 서 있는 학연 때문에 현관까지 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멈춰 섰다. 이렇게 택운을 보내버리면 꼭 다시는 못 볼 것만 같아 학연은 택운을 막아선 것이었다. 마지막이라도, 말은 하고 가. 학연의 말에 택운은 아무렇지 않게 스쳐지나 현관으로 향했다. 신발을 주섬주섬 신고 있는 택운의 뒷모습을 보니, 또 한 번 잡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학연이었다.
"형, 진짜 갈려고요?"
"…"
"진짜 너무한다. 인사 하나 없이 그냥 갈려고?"
"…"
"택운이형!"
너무 울어서 목이 메 소리조차 제대로 낼 수 없었지만, 재환은 어떻게든 택운을 잡고 싶어 보였다. 이 진심이 택운에게까지 닿을지는 모르지만 재환은 그 누구보다 간절해 보였다. 문고리를 잡고 있던 택운의 손이 한순간 멈추더니, 택운은 그동안 참았던 눈물을 한꺼번에 쏟아내며 뒤돌아 재환에게 안겼다. 갑작스런 택운의 안김에 뻥져 있다가 그제서야 재환은 기분 좋은 웃음을 내보였다. 뭘, 그렇게 울고 그래요. 택운도 아마 이 숙소를 나가고 싶지는 않았던거 같았다. 한참을 현관에 서서 망설이던 모습이 그래 보였다. 이 숙소를 나가는 순간 우리는 빅스가 아닌 완전히 일반인으로 돌아가게 되는 거니까…. 그게 두려운 것이었다. 하루 아침에 돌아 간다는 게 말 처럼 쉽지 않은 거였다.
"그 동안, 수고 많았어."
"…"
"고맙고 사랑해."
품에서 떼내 마주한 택운의 모습은 엉망진창이었다. 간신히 웃음을 참아낸 재환은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학연을 쳐다봤다. 그런 재환의 시선이 느껴지지 않는지 학연은 오로지 택운만 쳐다보고 있었다. 얼마나 울은 건지 두 눈은 시뻘개져 있었고 울음소리 때문에 꾹 깨물고 있던 입술에는 피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그런 택운의 모습에 걱정이 된 학연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 채 보고만 있었다.
"아, 울고 싶지 않았는데. 미안"
"이 상황에서 누가 안 울겠어요-"
택운이형, 요 앞 식당에서 저 밥좀 사주세요. 울고 있던 눈물을 닦으며 택운은 상혁을 바라봤다. 갑자기 뜬금없이 말을 해오는 상혁에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마냥 좋았다. 그래. 가자, 밥사줄게. 나란히 상혁과 같이 나가는 택운의 모습을 학연은 그저 아무런 말없이 쳐다보고만 있었다. 짧은 순간에 서로의 눈을 마주한 택운과 학연 사이에는 알 수 없는 분위기가 품어져 나오고 있었다.
-下로 이어집니다.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아이유 실물로 보면 눈이 한바가지라는거 뭔지 알겠음